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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三國志) |
삼국지(三國志) (242) 조비의 위기
그 시각 황규는 양 팔이 각각 묶인 채로 가죽 채찍을 맞아가며 모진 고문을 당하고 있었다. "공모한 놈들이 누구냐 ! 순순히 불면 곱게 죽여줄 것이다." 고문관이 황규를 향해 다그쳤다. 그러나 황규는 실성한 상태로 비명만 질러 댈 뿐 말이 없었다. 채찍은 계속 황규의 몸뚱아리를 사정없이 후려쳤다. 이윽고 모진 매에 황규가 혼절하였다. "어서 말해 ! 물을 뿌려라 !" 혼절한 황규의 얼굴에 찬물이 쏟아 부어졌다. "으으윽 ! 컥 ! 컥 !" "순순히 불어라. 계속 버티면 난도질을 해주마." 고문관이 황규의 코앞에 단도를 들이대며 위협하였다. "아, 아,아 !... 말, 말 하겠소..." 매에는 장사가 없다고 하였다. 모진 고문에 지친 황규는 급기야 배후를 실토하겠다는 말을 하고 말았다. "풀어줘라 !" 피투성이가 된 황규가 고문관 앞으로 끌려 나왔다. "공모한 놈들을 모두 적어라. 빠짐없이 ! 어서 !" 황규는 간신히 정신을 수습하여 떨리는 손으로 붓을 들어 공모자를 적었다. "다 적어라, 모조리 !" 고문관이 이렇게 소리를 지르자, 황규는 붓을 내던지고 고문장에 설치된 시퍼란 칼날의 작두에 몸을 던져 버리고 말았다. 잠시후, 조조의 내실로 순욱이 들어왔다. 조조는 순욱을 보자 곧 묻는다. "황규가 자백을 했는가 ?" "했습니다. 황규의 진술서입니다." "공모자가 누구던가 ?" "시랑 오준, 급사 이역현, 주무 송주의, 남홍주점 주인 진해찬 등입니다." "모두 잡아와라, 한 놈도 빠짐없이." "이미 잡으러 보냈습니다. 그런데 승상, 황규의 진술서에 이름이 하나 더 있습니다." "누군가 ?" 순욱은 진술서를 두 손으로 바치며, 조조를 힐끗 쳐다보았다. 조조는 순욱의 대답이 없자, 들고 있던 보고서를 내려놓으며 순욱을 다시 한번 쳐다보았다. 순욱은 조조의 재촉하는 눈초리를 감지하고 입을 열었다. "조비 공자입니다." "응 ?" 조조는 담담한 표정으로 순욱을 향해 손을 뻣었다. 그러자 순욱이 조조에게 가까이 다가가서 황규의 진술서를 바쳤다. 조조가 진술서를 펴 보더니 묻는다. "이 진술서를 누가 또 봤나 ?" "소신을 제외하고 본 사람은 없습니다." 조조가 진술서를 접으면서 말한다. "황규를 데려오게, 내 직접 물어보지." "황규는 진술서를 쓴 후, 작두에 몸을 날려 죽었습니다." "죽어 ?...그렇다면 대질은 틀렸구만, 허저를 시켜 당장 조비를 데려오게 하라. " 조조가 이같은 명을 내리자, 순욱이 뭔가를 말하려다가 멈칫한다. 조조가 그런 눈치를 채고 묻는다. "뭔가 ?" "승상, 황규의 진술을 정말 믿으십니까 ?... 소신은 절대 못 믿겠습니다. " "순욱 !..." 조조가 나지막한 음성으로 순욱을 부르면서 고개를 자기 앞쪽으로 끄덕인다. 순욱은 조조의 표정을 보고, 가까이 다가갔다. 조조가 결심어린 어조로 조용히 입을 연다. "자네가 못 믿는 것은 문제가 아니야, 중요한 것은 이번에 내가 마등의 손에 죽었다면 누가 득이 되냐 하는 것이지... 생각해 보게, 내 아들 중 누구 세력이 가장 크고 안정적인가 ? 만약 내가 이번에 잘못 됬다면 누가 내 빈자리를 차지할 것이냐 하는 문제지, 그렇치 않나, 누군가 ? 내 아들 중에 그런 힘이 있는 놈은 ?" "조비 공자지요." 순욱은 있는 사실을 부정할 수가 없어, 사실대로 조비를 지목하였다. 그러자 조조는 대뜸 말한다. "당장 잡아오게." 순욱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아니하고, 단지 명을 수령하는 자세만 취한 뒤에 조조 앞을 물러나간다. ... 한편, 허저가 조조의 특명을 받고, 조비를 잡으러 출발 했다는 소리를 먼저 전해들은 조비는 득달같이 그 길로 사마의를 찾아갔다. 사마의는 조조의 명으로 허창 인근의 한적한 시골로 쫒겨가 산수를 감상하며 낚시로 망중한을 달래고 있었다. 사마의는 이 날도 홀로 낚싯대를 드리우고 한적하게 앉아 있었다. 조비가 사마의에게 바쁜 걸음으로 다가가 입을 열었다. "선생, 마등이 승상부를 기습을 했다가 전멸을 하고, 아버님이 승리를 하셨습니다." "어젯 밤에 성 안이 발칵 뒤집혔다지요 ?" "네, 그 소식이 여기까지 전해진 모양이군요 ?" "그런 큰 일이 있었으면, 공자께서 승상곁에 붙어 계셨어야 옳은거지요." "음 ! 그건 알지만, 마음 속으로 걸리는게 있어서요. 좀 도와주십시오." "뭡니까 ?" 사마의는 별 것 아니란 듯이 물었다. 그러나 조비는 사마의의 앞에 무릅을 꿇으며, "시랑 황규가 배후인물로 잡혀, 아버님께서 심문을 시켰는데, 저와 교분이 있는 자라 혹시 저를 거들먹 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 조비는 아버지가 허저를 시켜 이미 자기를 잡으러 보냈다는 것을 감추고 말하였다. 그러자 사마의는 갑자기 낚싯대를 <탁> 놓아버리며, 그대로 돌아서 뚜벅뚜벅 돌아가 버리는 것이었다. "선생, 선생 !" 조비가 사마의를 뒤따라 가며 소리쳤다. 사마의가 문득 돌아서며 냉철한 어조로 연거푸 묻는다. "공자가 그 배후였소 ? 마등과 내통하셨소 ? 마등을 이용해서 승상을 죽이려 하셨소 ? 그래서 승상의 뒤를 이어받으려고 하셨소 ?" 조비가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대답한다. "절대 아닙니다. 그럴 리가 없습니다." "잘 들으십시오. 마등을 이용해서 승상을 죽이려 했다면, 나는 공자를 절대 도울 수 없소 !" 사마의의 대답은 단호하고 간결하였다. 그리고 놀란 눈으로 자신을 쳐다 보는 조비를 향해 한 마디 더 한다. "내가 한 마디 만 더 하겠소. 나는 이 세상에 승상을 가장 존경합니다. 승상께서 나를 어찌 대하든, 승상을 향하는 나의 충심과 존경은 변치 않소 !" 그 말을 듣고, 조비가 사마의의 손을 와락 움켜 잡으며 말한다. "선생 ! 믿어주시오. 나는, 반 인륜적 행위는 절대 하지 않았소 !" "헌데 왜, 걱정을 하는 겁니까 ? " 사마의는 갑자기 다시 낚싯대 앞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조비는 다시 그를 따라 가며 말한다. "황규는 조식(조비의 동생)의 빈객이었습니다. 저는 다만, 황규를 통해서 조식의 근황을 탐문 하려한 것 뿐인데, 설마, 황규가 마등과 결탁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치 못한 일이었습니다 !" 조비는 절규하는 듯한 표정과 어조로 말하였다. 그리고 일그러진 얼굴로 사마의에게 자신의 참담한 심정을 표현해 보인다. "지금, 황규가 심한 고문을 받고 있는데, 혹시 저를 끌고 들어 갈 것이 염려되어 선생께 대책을 물으려 온 것입니다." 바로 그때, 조비의 하인이 달려와 아뢴다. "공자, 공자 ! .. 큰일 났습니다. 승상께서 허저 장군을 보내셨습니다. 어서 승상부로 드시라는 엄명입니다." 그 말을 들은 조비가 참담한 심정으로 대답한다. "아, 알았다. 가서 기다려라." 하인이 물러가자, 조비는 담담하게 앉아 있는 사마의의 손을 움켜잡으며, 날카로운 눈빛으로 사마의를 향하여 호소한다. "선생, 들으셨나요 ? 놈이 날 지목한 모양이군요. 난 이제 죽었소, 죽었소 !..." "어째 그러십니까 ?" 사마의는 담담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러자 조비는 손짓을 하며, "잡으러 온 사람이 허저요 ! 허저가 어떤 자 입니까 ? 그는 아버지께서 화약을 지고 불 속으로 뛰어들라고 명하여도 뛰어들 사람이오." "공자 ? .. 지금 위기에 빠진 것은 확실합니다. 허나, 당황하지 마시오. 두 마디만 해 드릴테니 그대로 해 보십시오." 조비가 그 말을 듣고, 사마의 앞으로 머리를 기울이며 화급한 어조로 말한다. "해 볼 테니 말씀하십시오. " 사마의가 조비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말한다. "첫 째는 발 뺌이오. 황규가 무슨 말을 했든 잡아 떼시오. 승상께서 목에 칼을 들이 대도, 절대, 인정하지 마시오 , 아시겠소 ?" "어,어.. 알겠습니다 ! 그 다음은요 ?" "두번째는 모함이오. 황규가 조식의 빈객이라 했죠 ?" "네," "그럼, 황규의 배후가 조식이라 하십시오 ! 상황을 어지럽게 하여, 승상의 판단을 흐리게하는 겁니다. 한가지 더, 단오절에 황규가 연회를 베풀어 조식에게 미모의 여자를 바치고, 아첨을 했으며 평소에도 황규와 조식이 시문 화답을 했으니, 이를 두 사람이 공모한 증거라고 강력히 주장 하십시오." "알겠습니다. 원래 황규와의 배후가 조식이라고 모함을 하겠습니다." 조비는 연실 고개를 끄덕이며 사마의의 대책을 귀담아 들었다. "너무도 화급한 상황이라 더 좋은 생각이 나질 않지만, 제가 말한 것은 도움이 될 거요. 어서 댁으로 가보십시오." 사마의는 조비의 손을 잡아 끌며 어서 집으로 돌아 갈 것을 주문하였다. 조비가 사마의의 손에 이끌려 나오다가 문득, 발걸음을 멈추고 말없이 사마의를 뚫어져라 쳐다 본다. '선생, 이 은혜는 잊지 않겠소 !....' 사마의는 그 순간, 조비를 향해 두 손을 모아 반절을 해보인다. '알겠습니다...' 이윽고, 조비는 허저를 앞세우고 승상부로 들어섰다. 승상부로 들어서니, 아버지 조조는 순욱과 바둑을 두고 있었다. 조비가 무릅을 꿇어 절을 하며 말한다. "소자, 아버님의 부름을 받고 왔습니다." 순욱이 곧 이어질 험악한 분위기를 눈치 채고 말한다. "승상,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됐네, 그냥 앉아 있게." 조조는 이렇게 말한 뒤에 아들을 향해 묻는다. "비야, 허저가 너를 데리러 갔는데, 어째서 세 시진이나 늦은 것이냐 ?" "성 밖에 일이 있어 다녀왔습니다." "성 안이 어수선 한데, 성 밖에는 무슨 일로 ?" "소자... 사마의를 만나러 갔습니다." "뭐라 ? "아, 오늘은 선생 생일 입니다. 혼자 처량하게 지내는데 다가, 축하객도 없기에 소자가 가서, 비단 몇 필하고 음식을 좀 내줬습니다." "음... 공자로써 그 정도는 해 줘야겠지.. 그런데, 재미있는 것이 있으니 한번 보아라." 조조는 황규의 진술서를 조비에게 던져주었다. 조비는 아버지가 던져 준 진술서를 대뜸 펴 보았다. 그러자 조조는 순욱과 바둑을 계속해 두면서 태연한 어조로 묻는다. "비야, 왜 황규와 결탁해서 마등 손에 이 애비를 죽이려고 했느냐..." 그와 동시에 황규가 자백한 진술서에서 자신의 이름을 발견한 조비가 그대로 바닥에 엎어지며 아뢴다. "억울합니다, 아버님 ! 황규가 미쳤나 봅니다. 소자는 황규와 왕래한 일이 없습니다 ! 아버님, 놈이 모반에 실패하니까 어차피 죽을 목숨, 저를 끌고 들어가, 아버님 손에 저를 죽게 만들어 우리 가문에 크나큰 비운을 남기려는 술책을 쓴 것 같습니다. " 조비가 눈물 범벅이 되어 강력하게 황규와의 연루를 부정하였다. 조조가 바둑판에서 눈을 떼고, 날카로운 눈으로 아들을 쏘아보며 묻는다. "정말, 황규와 왕래가 없었다고 ?" 조비가 고개를 흔들며 대답한다. "없었습니다." 조조가 눈을 깜빡이며 아직도 반신반의 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자 조비는 이어서 외치듯이 말한다. "절대 아닙니다.절대 !..." "으 악 ! ~" 그 순간, 옆방에서 날카로운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조비가 깜짝 놀라는 가운데 조조가 입을 연다. "지금 옆방에서 황규를 심문중이니, 조금있으면 황규가 모든 사실을 자백할 것이다. 허니, 숨기는게 있다면 놈이 모든 걸 불기 전에 말해라. 알겠느냐 ?" 조조는 이렇게 말한 뒤에 태연하게 다시 바둑을 두는 것이었다. 한편, 옆방에서는 조조의 명에 따라 고문을 가장한 연극이 펼쳐지고 있었다. 고문관이 휘두르는 채찍은 형틀 등거리를 세차게 내리치며 날카로운 소리를 내었고, 그에 맞춰 형장 집행 병사 하나는 연실, 숨이 넘어가는 비명을 질러대었다. "촤 악 ! ~..." "으,악 ! ~..." "휘 익 ! ~..." "으,윽 !..." 고문을 하는 소리만 들어도, 조비는 온 몸에 소름이 돋고, 머리 카락이 <쭈뼜 쭈뼜>뻣쳤다. 그러려니, 조비는 창백한 표정으로 <와들와들> 몸을 떨 수밖에 없었고, 조조는 아들에게 집요하게 날카로운 추궁을 하고 있었다. 조비는 조금이라도 자신의 말에 거짓이 드러나면, 그동안 겪어온 아버지 조조의 성격상, 여지 없이 자신의 목이 달아날 형편이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승상부로 불려 올 때 사마의가 뭐라 했던가 ? 조비는 이미 입에서 꺼낸 말을 어떤 방식이든지 돌이킬 수가 없었다. 그것은 돌이키는 순간, 아버지가 그의 죄를 더욱 크게 물을 것이 자명한 일 이었기 때문이다. 조비가 말할 바를 모르고 망설이고 있는 순간, 조조가 바둑을 두던 손을 멈추고 꿇어 앉은 조비의 앞으로 다가 온다. 그리고, "성인이 아닌 이상 과오는 있는 법, 이 애비도 숱한 과오가 있었다. 보거라, 이 애비는 머리에 흰머리 만큼 과오를 저질렀다. 허니, 어떤 과오를 범했든 모두 사실대로 털어 놓는다면, 애비가 용서해 주마. 말해라. 어서..." 조조가 조비의 얼굴을 <토닥> 거리면서 ,특유의 어르고 달기를 시도하며 조비의 자백을 유도하였다. 그러나 조비는 아버지의 회유에도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것은 아버지의 회유에 넘어가는 순간, 떨어질 불벼락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조비가 아버지를 올려다 보면서 하소연 한다. "아버님, 다시 말씀드리지만, 소자는 황규와 왕래한 적이 절대 없습니다." "죽음을 앞에 두고도 우기겠다구 ? 응 ?..." 조조가 책임을 추궁하는 어조로 조비의 얼굴을 향해 손가락 질을 하며 위협했다. "으 악 !..." 또 다시 옆방에서는 황규를 고문하는 무시무시한 비명 소리가 터져나왔다. "그럼, 아버님께서 진실을 말하라고 하시니, 소자가 아는 사실을 모두 고하겠습니다." 조비는 몸을 떨면서 말하였다. "쩝 !..." 조조가 입맛을 다시며, 조비에게 돌아서며 몇 발짝 떨어졌다. "그래야지... 말해라 ." 조비가 몸을 떨면서 눈물 범벅이 되어 주섬주섬 입을 열었다. "아, 아버님... 황규는 조식의 빈객입니다. 이년 전 부터 그는 조식과 관계가 밀접했습니다." "못된 놈 !" 조조가 아들 하나가 더 연루되어 가자, 벼락같은 소리를 지르며 노하였다. "죽음을 앞에 두고 아우를 모함해 ! " "아, 아버님 ! 모함하는 게 아닙니다 ! 셋째가 황규의 연회에 갔을 때도 계집의 시중을 받았습니다. 더구나 매번 ..." 조비가 여기까지 말하였을 때 별안간 조조가 장도를 뽑아 들었다. 그리고 가차없이 조비를 향해 칼을 휘두르는데, "어, 엇 ?" 놀라기는 그 자리에 함께 있던 순욱도 마찬가지였으나, 당사자인 조비는 기겁을 하였다. "슝 ! ~..." 조조가 휘두른 칼은 조비의 상투를 여지없이 잘랐다. 그리고 조조는 칼 끝을 조비의 코앞에 들이대며, "감히 제 아우를 모함해 ? 응 ?..." 하고, 소리를 지르며 대노하였다. 그러나 조비는 아버지의 칼 끝을 코앞에 두고도 눈물을 흘리며, 같은 말을 반복하여 아뢴다. "소자의 말에 거짓이 있다면... 죽, 죽여 주십시요.." 조조가 그 말을 듣자 잠시 망설인다. 그러다가, "순욱 ?" 하고, 그 자리에 있던 순욱을 불렀다. 순욱은 즉시 대답한다. "예 !" "당장 황규를 심문하게." "예 !" 순욱이 바둑판 앞에서 일어나 옆방으로 나간다. 순욱이 나가자 조조가 아들애게 명한다. "일어나라." 조조는 칼을 그대로 들고 바둑판 앞으로 가서 앉으며 순욱이 앉았던 자리를 가르키며 말한다. "앉아라." 조비가 주섬주섬 몸을 추스리고 일어나, 조조가 가르킨 바둑판 앞으로 다가가 꿇어 앉았다. "악 !... 으 악!..." 그 자리에서는 옆방에서 황규를 고문하는 소리는 더욱 크게 들렸다. "들리느냐, 잠시후에 황규가 모든 것을 자백하고 나면, 네 말은 거짓임이 증명 될 것이다." 조조는 이렇게 아들도 못 믿어워 하면서, 상대방을 대하는 태도로 아들의 자백을 유도하는 고도의 심리전을 펼쳤다. 그러나 조비는 또 누구이던가 ? 조조의 아들이면서 어릴 때부터 아버지의 숱한 술수를 보아 오며 살아오지 않았던가 ? 그리하여 조비는 조조의 고단위 수법에도 불구하고, "아버님, 소자가 드린 말씀은 모두 사실입니다. 황규의 배후는 셋 째입니다." 하고, 말하며, 황규와의 연루설을 극구 부인하였다. "좋아, 그럼 여기서 황규의 자백을 기다리자." 조조는 끝까지 아들을 못 믿었다. "예, 그러지요."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었다. 조조가 바둑돌을 놓으며 말한다. "두어라." "예." 조비가 떨리는 손으로 조조의 돌에 대척점을 놓는다. 이렇게 몇 수가 진행되는 동안 조조는 아들 조비의 대국 모습을 유심히 관찰한다, 조비는 시간이 지날 수록 대국에 임하는 자세가 차츰 안정되어갔다. 조조가 그런 것을 느끼고 어느 순간 입을 연다. "좋아, 내가 졌다. 비야, 여태 기다렸는데 말을 안 할 테냐 ?" "드릴 말씀은 다 드렸습니다. 거짓은 전혀 없습니다" 조비는 거의 완벽에 가까운 안정을 되찾고 대답한다. "좋아, 말로 설득이 안되니, 하늘의 뜻에 맡기자. 내 손에 바둑돌이 만약 홀수라면, 너는 애비에게 일편단심이며, 만약 짝수라면 딴 마음을 품은 것이니, 내가 너를 벨 것이다. 할 테냐 ?" 조조는 마지막 순간에도 아들을 못 믿었다. 조비가 갑자기 창백한 얼굴로 변하면서 대답을 주저하였다. 그러나 아버지의 명을 거부한다고 뜻을 꺾을 수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지 않은가 ? 그리하여 조비는 모든 것을 체념한 어조로 대답한다. "아버님 뜻대로 하십시오. 무조건 따르겠습니다." "지금 털어놔도 늦지 않다." "아버님, 영명하십니다. 소자는 아버님 앞에서 거짓을 고한 적이 없습니다." 조조가 그 말을 듣자, 한 손에는 수를 알 수없는 바둑돌을 한 움큼 움켜잡고, 한 손으로는 바둑판의 돌을 쓸어버렸다. 깨끗해진 바둑판, 조조가 말한다. "그럼, 세어 봐라." "놓으십시오." "홀수, 짝수, 홀수, 짝수..." 조조가 빈 바둑판 위에 돌 하나씩을 내려 놓을 때마다, 조비의 가슴은 <철렁 철렁> 내려 앉았다. 그것은 어떤 경우가 되든 간에 아버지 조조의 일방적인 약속이라 하여도 그의 말 대로 가차없는 처분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탁, 탁 !..." 바둑돌이 연실 바둑판 위에 하나씩 올려졌다. 그리고 이를 세며 바라보는 조비의 꽉 쥔 주먹은 긴장을 넘어서, 손톱이 손가락을 짖눌러 피가 나올 지경에 이르렀다. 이윽고, 마지막 돌을 올려 놓은 조조가 양 손을 아들에게 펴 보인디. 그리고 본인도 홀가분한 심정으로, "홀수로군 !... 애비를 속이지 않았구나." '하 !....' 조비가 속으로 안도를 하면서 입술을 떨었다. 그때, 순욱이 들어와 아뢴다. "숭상, 황규가 불었습니다." "뭐라던가 ?" "황규는 셋째 공자와 왕래가 밀접했습니다. 이 시문들은 황규의 소첩 침상 밑에서 나온 것으로 셋째 공자의 시문입니다." 순욱은 이렇게 말하며 몇 권의 시문을 들어 보인다. 조조가 시문을 받아들고 말한다. "셋째의 시문이 어째서 황규의 소첩 침상 밑에서 나온단 말인가 ? 응 ?...황규란 자식이 풍류를 아는군 ! 시(詩)와 글이 밝은 셋째의 시문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보니, 그렇지 않은가 ? 하하하하 !...." 조조는 아들 조비를 황규와의 연류를 빙자하여 방금 전까지 죽이려고 하였다. 그러나 같은 아들이면서도 셋째 아들 조식이 황규와 연루되었다는 증거를 보고서는 전혀 다른 판단을 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아들들 중에서 조조는 시문에 밝은 조식을 편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조조가 칼을 들고 칼집 앞으로 다가 서자, 조비가 옆드린 걸음으로 칼집을 주워, 아버지 조조에게 바친다. 조조가 칼집에 칼을 넣고 나서,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부드러운 음성으로, "비야 ! 섭섭해 말거라." 하고, 말한 뒤에 그대로 나가 버리는 것이었다. 그러자 아버지가 두고 나가는 장도를 양 손으로 받쳐들고 있던 조비는 아버지의 뒷모습에 그대로 엎어지며, 안도의 눈물을 쏟아 내면서 오열하였다. ... 다음날, 조비는 하인을 시켜, 큰 궤(櫃)를 들고 사마의를 찾아갔다. 낚시를 하고 있던 사마의는 조비가 살아 돌아오며 큰 궤를 가지고 온 것을 보고, "공자, 상은 안 받겠소."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조비는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오백 냥입니다. 승상께서 선생께 내리신 생신 선물 입니다." 하고, 말한다. 그러자 사마의는 두 말 없이, "승상께서 ? 그렇다면 받겠습니다." 하고, 수락한다. 그러자 조비가 하인을 돌려 보내고, 사마의 앞으로 가까이 다가 간다. 그리고, 그의 눈 높이로 주저 앉으며, "선생, 제가 끝까지 버틸 줄 어찌 아셨습니까 ?" 하고, 끝까지 버틴 것이 사마의의 조언이 아니라 자신의 의지인 양 말하였다. 사마의는 그 말을 듣고 자리에서 일어나 , 자기가 앉았던 자리에 조비를 정중히 앉히고 자신은 조비가 했던 것 처럼 조비의 눈 높이로 주저앉았다. "승상께선 보통 분이 아니시지요. 공자가 잘못을 했더라도 무작정 인정 한다면 장래성이 없다고 판단하셨을 겁니다. 그러나 끝까지 버텨내면서 인정을 하지 않으면 공자가 큰 일을 하실 거라고 생각하시겠지요. 공자, 승상께서 공자를 혹독하게 심문하면서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요 ?" 질문을 받은 조비가 하늘을 쳐다 보며 대답할 말을 생각하였다. 그러면서, "글쎄요 ?" "이리 생각하셨겠지요." 사마의의 대답은 조비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나왔다. "아들아, 제발 끝까지 버텨라, 제발, 제발 ..." "에, 예 ? ...." 조비는 사마의의 말을 듣자, 순간 오만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아닌게 아니라 자신은 아버지에게 온갖 회유와 협박에 시달리지 않았던가 ? 조비는 아버지에게 당했던 절체절명의 순간 순간이 영화의 한 장면 처럼 (그때는 영화가 없었지만.. 가령 그렇다는 애깁니다) 떠올랐다. "아 ! ...." "하하하하 !..." 조비는 물끄러미 사마의를 바라보다가, 허탈 반 웃음을 웃어 보였다. 그리고, "선생, 어떻게 선생께선 내 아버지를 훤히 꿰뚫고 계십니까 ?" 하고, 감탄의 소리를 내뱉었다. 사마의가 두 손을 모아 올려 조비에게 보이며, "이런 말씀을 드린다고 승상께 무례하다는 탓은 하지 마십시오." 하고, 말한다. 그러자 조비가 흥미로운 미소를 지으며, "말씀하십시오 !" 하고, 사마의 두 손을 자기의 두 손으로 감싸쥐었다. 그러자 사마의는, "승상 자신도 잡아떼고 부인하는데 도가 튼 군주니까요 !" 하고, 말하면서 조비에게 아버지 흉을 본 것에 대한 사죄의 표시로 넙죽 절을 해보였다. "하하하하 !...하하하하하 !...." 조비는 사마의의 말에 발을 구르며 좋아하였다. ... 그시간, 자형 황규를 고자질 하여 마등 제거의 일등 공신이 된 묘택은 승상부로 불려와 조조를 알현하고 있었다. "묘택 ? 이번에 큰 공을 세웠으니, 고마운 뜻을 표하겠다. 그런 공이라면 장군직을 받아도 모자라지." 조조가 이같이 말하자, 묘택은 그 자리에 엎드려 연실 절을 하면서 경망스러운 어조로 거푸 말한다. "아,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 ... 소인, 청이 하나 있습니다." "말해라." "승상께서 명하시어 황규의 소첩을 제게 주도록 해주십시오." "으 헤헤헤헤 !..." 조조가 특유의 웃음을 웃어 보이며, "정말 대단하구나, 네가 왜, 자형을 팔아먹었는지 이제야 알 것 같다. 난 내 평생 주인의 수하가 처첩과 놀아나는 것은 못 본다. 왜냐구 ? 내겐 정실이 하나, 첩실이 둘, 소첩 아홉까지 모두 열 둘이 있다. 만일 내 수하가 내 첩실과 놀아나다 나를 노린다면 나는 꼼짝없이 당할 것 아니겠나 ?" 하고, 말하자, 이를 듣는 묘택의 얼굴이 굳어지기 시작했다. "응 ?" "아, 아니 ?" "그러니 널 살려 둔다면 내가 어찌 수하들을 가르치며 천하인을 교화하겠냐 ? 으 헤헤헤 ! ... 여봐라, 묘택을 끌고가 참하라 !" "아, 아,아 !...승상 ! 살려주십시오 ! 살려주십시오 !..." 조조의 명이 떨어지자 순욱이 밖을 향해 손짓을 해보이고, 명을 수행할 군사 둘이 득달 같이 달려들어 묘택을 끌어낸다. "승상, 살려주십시오 ! 저 아니면 마등에게 당했을 겁니다요 ! 목숨을 구해드렸는데 제게 이러실 수가 있습니까 !" "이정도면 잘 해 준 것이다. 마등처럼 죽여서 개천에 버리지 않고, 너는 후히 장사를 지내도록 해 줄 것이니,.." 조조가 이렇게 말하며 손짓을 해보이자 ,병사들이 달려들어 묘택을 밖으로 끌고 나간다. "살려주세요, 승상 ! 승상~ !..." 묘택은 끌려 나가면서, 개처럼 울부짖었다. -다음편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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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감사히 잘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