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4월의 고향방문이야기(1)-이윤희

[내고향은화령이다]

이번 모국 방문에서 고향인 시골을 간 것은 그 감회가 남달랐다.

부모님이 계신 곳이니 당연히 가야하지만
이곳 뉴욕에 있는 고향사람들을 위해서
여기 저기 다니며 사진도 찍고 체험한 것은
나 자신으로서도 좋은 경험이었다.


우선 임곡으로 갔는데 입구에 자갈체취를 위해서 산을 파 낸 곳이 큰 운동장만 하였으며
마무리를 잘 해 놓아 거기다 별장을 지어도 좋을 것 같다.
도로는 시골 구석구석까지 다 포장되어 차로 다니기에는 전혀 불편함이 없었고
꼬불 꼬불한 시골길은 드라이브하는 즐거움도 약간은 있었다.

고개를 올라 정상에 이르니 왠 할아버지 한 분이 길가에 있는 도시형 소파에 않아 있는데,
처음엔 누굴 기다리나 생각했었다.
헌대 옆에 큰 글씨로 "여기서 노인을 태우지 마시오"라고 쓴 입간판을 보았다.
추측컨대 치매에 걸린 노인이 어떤 이유로 길가에 나와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차를 태워 달라는 것을, 사정을 모르는 타지인들이 서비스한답시고
태워서 서울 가는 큰 길가나 화령시장에다 모셔다 드리는 바,
친인척은 그 노인을 찾으러 번거로운 다리품을 팔아야 했던 모양이다.
지금도 그 수염이 허연 할아버지의 표정이 눈에 선하다.
미동도 않고 지팡이를 꼭 잡고 않아서 도로를 응시하는 모습은 영영 돌아 오지 않는
자식을 기다리는 그 마음이 아닐까?
안타까웠다. 하지만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네.

예상은 했지만 임곡은 사방이 산으로 둘러 싸인 지대 높은 분지였다.
흠, 난을 피해서 임시로 몸을 숨기기에는 좋았으리라.
하지만 이제는 여느 시골과 다름 없이
과수농사며 비닐하우스등 생계를 고민해야하리라.
헌데 여기서 화령중.고등까지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는 것은 보통 고역이 이니었겠다.

임곡을 나와서 평온을 돌아 장자동으로 향했다.
봉황산과 구병산의 중간 협곡을 따라 한참을 드라이브하니 갈림길이 나오는데
보은쪽으로 가는 길과 화북으로 가는 곳으로서
일단 보은 쪽으로 가니 고개를 하나 넘게 되며 고개넘어 장자동에는
민가가 몆호 있으나 정말 산골이었다.

화북쪽으로 오는 길도 마찬가지로 협곡으로 농사지을 땅도 변변치 않은 걸 보고,
옛날 우리가 어렸을 때만 해도 이 골짜기마다 가득 사람이 살았다 생각하니
왠지 감회가 새로우며,
시대를 이끌어 가는 사람들이 좀더 똑똑해지고 정직해져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골짜기가 특히나 우리 화령에는 많은데 갈골도 그중 하나이다.


새삼 생각 나는 단어가 종말이다. 아울러서 혹세무민이 떠 올랐다.
흠, 종말이란 무시무시한 관념을 바탕으로 잘 한다고 한 것이 결국엔 혹세무민이라...

정감록에 이르기를

조선땅에 전란을 피할 수 있는 열 곳이 있는데
그 십승지중 속리산 남쪽 십리 밖 증항이 최고라 했것다.

헌대 남쪽으로 십리 밖이 어디냐를 놓고 의견이 분분했으리라.
어떤 이는 상현으로 이사오고 어떤이는 보따리 이고 매고 처자식 데리고
장자동으로, 임곡으로 , 갈골로 갔으리라.

더 자세히 부연하자면,

천지가 개벽하는 때에 즉 종말이 왔을 때,오직 살아 남을 수 있는 방법은
살 수 있는 곳으로 피난을 가는 것이라 하였다.

그러니 화령으로 살려고 들어 온 것은 그당시로는 최선의 선택일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종말은 없었고 척박한 토양에 손바닥 만한 농토를 가지고
농사 지으니 곡간은 바닥나고 사람들의 마음은 황폐해져 갔으며,

참을 수 없어서 먼저 떠난 사람들 중 그래도 성공했다는 분들이
다시 고향와서 집도 새로이 짓고 조상들의 묘처도 손보고 하고 있지 않은가!

내 고향 화령은
농업으로 승부를 걸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곡천 이운기님 말대로 사방으로 물이 흘러 나가는 지형이니
재물을 모을 수 있는 곳은 아니다.
반대로 바깥에서 모은 재화를 갖고 와서 편안히 살며 음풍농월하기에 적합한 곳이이라.
고향 출신들이 유독 건축업에 많이 종사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고향 땅의 정기가 세기 때문에 거친일이 적성에 맞고 성공할 확률도 높기 때문이리라.


장자동에서 동관으로 넘어가는 고개가 비재인데 막 산을 내려오는 백두대간등반대를 만났다.
대학생들로서 백두대간종주를 하고 있으며 오늘은 화령재에서 여기까지 왔다고 한다.
나는 미국에 사는 동포라 소개하며 백두대간이야기를 나누니 무척이나 신기해 한다.
미국서 어찌 어런걸 다 아느냐는 투라 인터넷을 통해 관련글들을 보았다고 하니
미제는 나쁘지만 아저씨같은 분도 있다는 걸 처음알았다 하여 다같이 웃었다.

차를 몰아 동관으로 넘어 와서 화북으로 가는데
아니다 다를까
갈령재에서 또 다른 백두대간등반팀을 만났다.
몆마디 이야기를 나누고 사진찍고 하는데 목말라 하기에 마침 차에 있는 음료 아침햇살과
막걸리를 꺼내 나누어 먹으니 그 일행들 하는 말 ' 오늘 귀인을 만나 횡재한다'고 오늘의 운세에 나왔는데 참말이네하여 다들 웃었다.
흠 그럼 나는 귀인 즉 귀하신 몸이란 말인가, 과히 기분이 나쁘지는 않도다.

나중에 들은 이야긴데
백두대간족속(관에 종사하는데 그 양반은 이렇게 표현했다!) 때문에
119구조대가 죽을 지경이라 하더이다.
사연인즉
이 족속들은 밤 낯 없이 등산을 하는데
종종 산악사고가 나서
핸드폰을 이용한 구조요청이 오는데
오밤중에 산꼭데기까지 뛰어 가는 것을 한두번 하면
미운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하더이다.


화북 상오리에갔다가 돌아오며 차안에서 주위 산천을 둘러보는데
곳곳에 휴대폰용안테나가 세워져 있고 사통팔달 포장된 도로가 뻗어 있는 것이
이젠 분명 더이상 오지는 아니다.
헌대 발전된 모습을 보고 기뻐해야 할진데 기분이 왜 이리 착찹할까?
당연히 이럴 수 밖에 없다고 인정하면서도 무언가 배반당한 것 같고 아쉬우며 허전하다.
운전을 하는 동생은 형의 이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운전에만 열중이다.
무심이라...

잘 포장된 길을 조용한 자가용을 타고 매끄럽게 달리니 미안한 마음도 들었었다.
나는 이 길 닦고 다리 놓는데 보탠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 사실아닌가?

집으로 와서 곡차를 한잔하며 저녁에 고향친구들을 만날 것을 생각하였다.
- 이천 오년 사월 마지막날에 미국 뉴저지에서- 이윤희

[dongsic shin]

정말 바쁜 일정속에서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가셨구만 !!자넨 분명 귀인일세 ~~난 고향떠난지 몇십년이 되어도 그렇게 돌아댕기질 못했으니 고향이란곳은 나에게 참으로 혹독한 시련을 격어야 했던곳이었지 그래서 남다른 추억이 넘 많아 그곳을 잊질 못하지~~!!!!!!!!

[종인]

귀인 혼자 재미있는곳 다 구경했네.

[이옥화]

먼 곳에잇다 그리워 하던 곳이라 누구보다도 좋은 느낌이로 여행 햇 겟군 앞으로도 자주 올수 잇으며 하는 바램이다 한국은 여름비가 종일 촉촉히 내려 수목은 푸르름이 짙고 능쿨 장미가 절정인 계절 아름다운 내 고향 좀은 그립지 연목이랑 통화햇어 모르는 번호라 누군가 햇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