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0년 전의 일이다.
나는 "곳호"의 명화 <별빛이 쏟아져 내리는 밤, Starry night > 을 본 기억을 잊을 수가 없다.
1999년 일본경제신문사主管으로 “파리- 오르세”미술관전이“고오베”에서 시작되어 9월14일부터는
동경-上野(“우에노”)공원의 국립서양미술관에서 열린다는 기사를 보고, 여름휴가를 아껴두었다가
同展이 끝나기 전(12월12일),12월 6일 오후 KAL 705편 18:40분발로 김포공항을 떠났었다.
딴 볼일이 있어서가 아니라 오로지“오르세”미술관전의 명품들을 보고 싶어서였다.
"파리”와 “마드리드”출장가서“오르세”미술관과“프라도”미술관을 찾은 일이 있었으나
현직에 매인 몸이라 워낙 시간이 없어, 겨우 한 두 시간씩 주마간산 식으로 본 것이 못내 아쉬움으로
남아 있던 차에, 이웃 東京에서“오르세”미술관전이 열린다는 소식이 필자를 안달 나게 만든 것이다.
이제 여행이 자유로워진 시대여서 東京정도는 서울서 釜山 다녀오는 기분인 것이다.
동경의 친구 "마쯔오카"군이 예약해둔 "닝교쬬"의 "깃쵸"호텔에 투숙, 이튿날 아침 바로 "우에노"로 향했다.
그림 보고싶어 동경엘 혼자 미친 듯 달려온 내 자신이 아무래도 정상이 아니란 생각이 들기도 하였으나
"우에노"의 초겨울 안개낀 정경에 모든 상념이 파묻히고 . . .긴 줄을 선 끝에 미술관 입장.
수 많은 명화들, 그 중에서도“반-곳호”의『별빛이 쏟아져 내리는 밤,“아루루”』가 압권이었다.
멀리 떨어져 있어도 가장 먼저 눈에 확 밀어닥치는 것이 이 그림이다.
화면전체가“코발트-블루”의 시원한 느낌을 주면서, 그림의 半을 차지하는 밤하늘 풍경,
빛을 발하고 있는 무수한 크고 작은 별들 속에서도 주먹크기만한 감귤크기로 번쩍번쩍 빛나는
낯익은 북두칠성의 쏟아져 내리는 별빛이, 화면중앙을 가로지르는“아루루”시가지의 불빛과 어우러져,
“로느”江 수면위에 어른거리는“오렌지”색수(色繡)를 놓으며 달려온다.
보고 있노라면 출렁거리는 장대 같은 빛의 그림자가 심장에까지 파고 들어와 숨을 멈추게 하는 것이다.
별빛과 불빛의 그림자를 찬란한 어둠의 빛으로 승화시키는 빛과 색채의 마술사!
밤의 인상주의자라고도 불리는“곳호”가 수많은 밤을 새워가며 피워낸 名花가 이 그림이다.
백여 년 전 南仏의 古都“아루루”의 밤은 틀림없이 칠흑같이 어두웠을 것이다.“곳호”는 해가 지면 촛대를
켜들고 낡아빠진 밀짚모자를 쓰고 나가 그 불빛 밑에서 밤의 풍경을 그리곤 했다고 한다.
「낮보다도 밤의 편이 생생한 色彩가 풍부하다고 생각되는 때가 종종 있다」
(1888년 9월 8일자, 동생“테오”에게 보낸 편지 내용 중)
「夜景이나 밤의 효과를 실제 그 장소에서 그린다는 것이 대단히 나의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금주는 그리고, 잠자고, 식사하는 것 이외는 전혀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30호 畵布의 견취도(見取圖)를
동봉한다. 겨우“가스”등의 불빛으로 실제의 밤을 그린“星空”, 하늘은 청록색, 물은 감색,
지면은 검붉은 자주색이다. 市街는 청색과 자주,“가스”등은 황색으로,
그 반사되는 빛은 금 갈색에서 녹색이 섞인 청동색으로 그렸다.
청록색의 넓은 하늘에는 大熊座가 녹색과 장미 빛으로 빛나고, 그 짙은 담갈색 빛은 “가스”등의 황홀한
금색과 대조를 이룬다. 前景에는 두 사람의 戀人이 그려진 아주 작은 모습도 들어 있다」
(1888년 9월 17일자, "테오"에게 보낸 편지)
"반-곳호"의 <Starry Night>,
사진이 시원치 않아 잘 보이지 않지만, 그림 오른 쪽 귀퉁이에서 두 사람의 연인이 밤경치를 즐기고 있다.
"곳호"때도 북두칠성은 남"프랑스"에서도 잘 보였던 모양이다.
그림 배경이 된 현재의 ""아르르"시의 "론"강
"로마"시절부터의 고도 "아르르"풍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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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호”자신이 이 그림을 동생 앞으로 쓴 편지 속에서 이렇게 文面으로 묘사하고 있다.
“곳호”는 1888년 2월 21일 동경하던 신천지 南仏의 古都“아루루”에 마침내 온 것이다.
공기는 明澄(명징)하고 밝고 명랑한 색채로 넘쳐나는 이 거리에서
그는 점차 건강을 회복하며 자신의 회화철학(繪畵哲學)을 확립했던 것이다.
이 그림이 완성된 것은 다음해인 1889년 봄 무렵이라고들 한다.
“프랑스”미술관과학연구소가“렌트겐”촬영 등 조사결과, 여러 번 修正-加筆해 그린 흔적이 있다고 한다.
“알버트-보임”이라는 미국의 美術史家는
지금부터 118년 전인 1888년 9월의“아루루”에서의 星座의 위치를“시뮬레이션”으로 재현하여 본바,
선명하게 빛나고 있는 북두칠성 위치는 실제와 거의 마찬가지여서“곳호”는 자신의 눈에 비치는
그대로를 충실하게 그린 것으로 결론짓고 있다.
밤의 천체가 이처럼 鮮烈히 그려진 회화는 미술사상 그렇게 많지 않다.
초기“르네쌍스”화가인“지욧토”가“할레”혜성을“프레스코”화중에 그린 적이 있고
빛과 어둠의 세계표현에서 훌륭한 성과를 올린 화가로는“도울”이나“렘브란트”등의 先人들을
꼽을 수 있으나 그들이 “곳호”처럼 밤에 집밖으로 나가 실경(實景)을 그렸던 것은 아니다.
“곳호”야 말로 유일, 정통의「밤의 인상주의자」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화가인 것이다.
“보나르”는
「회화(繪畵)라는 것은 작은 거짓을 엄청나게 반복하여 커다란 진실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라고 했는데, 이러한「작은 거짓」에“곳호”를 비롯한 인상파화가들의 마법(魔法)이 숨겨져 있는 것이다.
“곳호”는 이「작은 거짓」에 얼마나 괴로워하며 하루하루를 화폭과 싸워나갔던 것일까!
결국“곳호”는 되풀이되는「작은 거짓」에 질리고 질려“쌍-레미”의 정신병원으로 가야만 했던 것이 아닐까.
그리고 “피스톨”자살이란 극단의 길을 택해 스스로의 고뇌를 끝내버렸던 것이 아닐까.
인상파나“곳호”의 색과 빛의 선명한 효과를 노린 회화는,
보는 사람의 관능이나 직감에 강하게 호소하여 커다란 감동을 불러일으킨다고 할 수 있다.
현실보다도 오히려 상상의 허구가 보다 진실에 가깝다는 실감이“곳호”의 그림에서 느껴지는 것이다.
있는 그대로의 세계를 재현시키는 데에는 사진이 제격일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眞實이라는 면과 부딪히면, 있는 그대로만 가지고는 부족한 것이다.
인간의 진실이란,
있는 그대로 존재하는 객관의 세계와 느끼는 인간의 마음까지도 포함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곳호”도 결코 있는 그대로의 세계만을 화면에 재현시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느낌까지 아울러 표현 즉
순수한 야성으로 돌아가 오감으로 느끼는 <자신의 진실>을 그리려고 무진 애를 쓴 것이다.
물감이란 결국 자연의 색과 꼭 같을 수는 없다. 그런 면에서“곳호”의 색칠하기(그림 그리기)도
「작은 거짓」의 연속이라 할 수 있고 그것이 한 점의 작품으로 결실을 거두었을 때,
단순한 “컬러”사진만으로는 맛볼 수 없는 강한 감동이 엄습해 오는 것이다.
그의 색도「의사색(疑似色)」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불빛을 본 나방들처럼 거기에 빨려드는 것이다.
"곳호"가 느꼈던 진실에 눈을 뗄 수가 없어진다고나 할까!
“곳호”는 원래대로의 물감이나 안료를 사용하지 않고 스스로 혼색하여 만든 中間色(자신이 느껴 마음에 드는 색?)을 사용하여 색채의 대비와 조화,“발란스”를 취하는 것이다.
「작은 거짓」을 반복하여「커다란 眞實-感動」을 만들어 내고자 오늘도 수많은“곳호”의 후예들이
정혼을 불사르고 있을 것이다.
나는 이 <Starry Night>를 동경서 연 이틀을 출근하다 시피 감상했다.
전시장을 돌다가 다시 이 그림 앞에 서곤 하기를 수 십 번은 했을 것이다.
보고 있노라면 그림의 세계에 빨려 들어가 꿈을 꾸듯 환상에 젖곤 했었다.
<Starry Night>를 본 이후, 나는 지금도 밤의 한강 다리를 건널 때마다 "곳호"가 생각나고
어른 거리는 불빛, 물빛 위에 <별빛이 쏟아지는 밤>을 머릿속에 그리곤 한다.
지금은 어디 가야 이 그림을 볼 수 있을 런지 알 수가 없다.
아마 전 세계를 돌아다니고 있을 것이다.
소장자는 "파리"의 "오르세이"미술관이다.
개인소장품이었던 것을 1995년에 "오르세이"미술관이 거금을 주고 구입하여,
"뉴욕"의 MOMA(현대미술관)를 비롯한 전 세계순회관람을 시키면서,
아마 벌써 본전 이상의 관람료 매상을 올렸을 것이다.
"곳호"는 종생 살아생전 굶주렸으나, 죽어서 그림 몇 점으로 후세들을 먹여 살리고 있는 것이다.
문화의 위력이다!
동갑내기 예우 남유소 화백이 <범초 회갑선물>로 그려준 범초의 "캐리커쳐" .
특출한 재능에 비해 별 욕심없이 가난하게 사는, 착하디착한 南裕昭!
자신의 화실에서 술 한 잔 하다 기분 내켜 즉석에서 먹으로 10여 분만에 그렸다!
그는 특히“크로키”에 강하다.
************************************* 범초.
첫댓글 선생님의 눈으로, 고흐의 그림을 생각하며 야경을 바라보고 싶어지는.....다른곳에서 그림 퍼왔습니다....
인상파 화가들의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연암박지원 선생의 글 <까마귀의 날갯빛>이 떠 오릅니다. 빛에 따라 같은 색이라도 다르게 변하는 모습을 까마귀 날갰빛의 변화를 통해서 말하고 있는 연암을 보면 프랑스 인상파의 이론적 배경을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문화의 동시대성도 같이 느껴졌던 연암의 글이 다시 생각나는 선생님의 글에서 곳호에 대한 애정이 깊이 전해져 옵니다.
시대를 선취하며 사셨던 연암 선생의 혜안이 <빛의 변화>까지도! 인상파화가들이 일본의 부세화(우끼요에)가 "가쯔시카호꾸사이"나 "샤락" 등의 영향을 많이 받았던 것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그러고 보니 영향은 미처 못 주었을망정 연암선생의 <빛에 대한 생각>이 인상파의 스승이나 진배 없네요!
맞아요!(무릎이 절로 탁 쳐집니다^^) 연암의 글을 보면 마치 6미리 카메라로 동영상을 찍어보여주듯 섬세하고 실체적이지요^^ 정조는 문체반정으로 몰아세우고 경계하였지만^^ 오늘날의 시각으로도 무척이나 모던한 진보주의자같아요^^
범초님의 무한 열정이 느껴지는 고흐 사랑입니다. 인간적인 고흐를 느끼고 갑니다. *^^*
"고흐" 일생이 너무 애잔해서 늘 제 가슴을 적십니다. 당시 친 삼촌이 해군제독이었는데도 일체 도움을 청하지 않았던 자존심, 자신의 생각과 틀리면 추호의 타협이 없었던 영혼이 너무나 고결해서 화가 나기도 하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