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2 김포-하네다
퇴근과 동시에 5호선에 몸을 싣고 김포로 향했다. 제주에어, 한성항공, 아시아나,대한항공....
국내선과 익숙한 김포공항은 인천공항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서울(김포) - 도쿄(하네다)-상해(홍교)를
잇는 나름 동북아의 허브공항임을 자처하지만 인천공항에 위세에 밀려 국제공항의 느낌이 조금은 윤색된
기분이었다. 그런들 어떠하랴... 도쿄까지 무사히만 갈 수 있다면 지하철로 1시간 30분밖에 안걸리는
접근성이 인천공항보다 돋보이는 김포의 자랑거리였다.
8시 20분에 출발하는 일본항공 마일리지 항공권은 올해가 유효기간이라 어쩔수 없이 사용해야하는 불가피한 상황
이었다. 하지만 고환율로 인해 배보다 배꼽이 더큰 여행이 될 우려에 처해버렸다. 더군다나 일본애들도 맘대로
못간다는 북해도가 아니었던가?
공항세로 11000엔을 선 결재한 후, 950원대에 환전한 4만1천엔, 그리고 추가로 환전한 만엔이 이번 여행의 총경비였다.
홋카이도 패스 3일권으로 14000엔을 써야하고, 삿포로 국제 유스호스텔 3박으로 9600엔을 써야해서 조금 빠듯할 지
몰라 카드도 한장 가져왔다. 이제 8시 20분 출발 비행기에만 탑승하면 도쿄를 거쳐 하코다테로 북해도 여행이
시작되는 것이다.
기내식 먹는 즐거움은 구름위를 산책하는 것과 더불어 몇안되는 기내의 재미였다. 일본항공은 언제나 이런 모양새의
도시락이 나왔다. 에비스 맥주와 함께하는 2시간의 비행은 금새 지나갔다. 더군다나 적벽대전 1이 스크린에 나오는
것이 아니던가? 10시간은 기본인 유럽노선에 비한다면 2시간여의 단거리 노선은 그야말로 산책코스였다.
하네다 공항에 도착한 후 하네다 모노레일을 타고 하마마츠쵸역에서 내린 후 다시
신주쿠로 이동하기 위해 지하철표를 구매했다. 원래의 계획은 하네다에서 노숙을 하는 것이
었는데, 5년만에 도쿄의 도심을 다시 확인하고자 무한 방랑을 시작하기로 한것이었다.
수속을 마치고 23시를 조금 넘겨 지하철에 올랐다.
늦은 지하철에 오르는 양복쟁이들의 모습은 서울과 다를 바 없었다.
신주쿠에 도착하자 어느덧 시간은 자정을 넘었다. 도쿄 환락의 중심, 신주쿠
가부기쵸를 중심으로 소프란도(한국식 안마)와 각종 섹스 쇼가 벌어지는 곳인데
이곳도 경기를 타는지 예전 모습과 다르게 호객꾼들만 눈에 띨뿐 한산하기만 했다.
시간도 보낼 겸 속도 풀겸 식당에 들어가 메뉴를 선택했다.
이름도 멋진 '삼색정식' 야끼우동과 볶음밥, 그리고 우동이 함께하는 이 메뉴의
가격은 530엔....나중에 생각해 보았지만 이번 여행의 최고의 메뉴는 바로 이 녀석이
아니었나 생각되었다.
삼색정식의 주인공 가게는 서서 먹는 조그만 식당이었는데, 저렴한 가격과 나름
푸짐한 메뉴 덕에 자정을 넘긴 시간에도 많은 사람들이 왕래하였다.
한국이 일본보다 천국인 것은 '김밥천국'이 있다는 것....무엇보다도 이번 여행에서
느끼게 된 진실의 하나였다.
숙소를 잡지 않은 이유는 하코다테행 7시 비행기를 놓칠 것 같아서였다.
저렴한 pc 방과 찜질방이 있다는 것도 얼마나 행복한가를 느끼는 순간이었다.
24시간 카페에 들어가 달달한 아이스크림을 시킨 후 짐도 내려놓고 일정도 확인하면서
시간을 보냈는데, 어느덧 3시를 향하고 있다. 하지만 맥도날도에서도 담배피며 식사하는
흡연왕국에서 살아남는 것은 비흡연자인 나에게 큰 고통이 아닐 수 없었다.
어느새 노숙자 카페가 된 이 카페에는 첫차를 기다리는 젊은이들과 갈곳 없이 담배만 피워되는
방랑자들로 가득찼다.
온몸이 담배연기에 가득찬 후 나는 짐을 꾸려야했다. 여행 시작도 전에 질식사할 것 같은 위험으로
정처없이 걷기 시작했다. 나름 정처없는 발걸음 이었지만 시원한 날씨와 조용한 도심이 어우러져
나름 산책과 어울렸다. 신주쿠역을 조금 벗어나자 어느새 다카시마야 타임스퀘어점이 눈에 보였다.
5년전 모습 그대로 자리잡고 있는 백화점을 보니 기억이 새롯새록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 길을 그대로 따라가면 요요기, 시부야,하라주쿠,오모테산도,록폰기까지 이어지는 도쿄 중심 중의
중심이 등장하는 것이었다. 우리네로 얘기한다면 종로에서 신촌까지 걸어간다고 해야하나....
한참을 걷다보니 인적은 드물고, 차가운 공기가 익숙해졌다. 어느새 도착한 젊음의 거리 하라주쿠.
요즘 뽀로로에 푹 빠져있는데, 녀석에 비한다면 덜 귀엽지만 난 요즘 이런 캐릭터가 좋아진다.
나이를 거꾸로 먹는것인지....현실에 부적응하며 과거로 회귀하는건지 보면볼수록 미소를 자아냈다.
종로 3가 금강 제화 건물의 위치라고 해야하나....하라주쿠에서 오모테산도로 이어지는
4거리의 명당자리에 있는 콘돔가게에 도착했다. 5년전에도 느낀 것이지만....
이 좋은 위치에 콘돔가게하니 의아했지만 나름 변신을 추구하며 자리잡고 있는 것을 보면
오카모토 초박형 콘돔매니아들이 사뭇 많은듯 했다.
3시간 가까이 걸어 도착한 록폰기....배용준을 만나기 위해 수많은 여성들이 장사진을 이루었던
장소 록폰기에 도착했다. 역시나 이 한밤에도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나라는 손에 꼽을 수 있을듯했다.
새벽녁에 맞이하는 맑은 공기와 산책은 조금은 힘들지만 나를 돌이켜 볼 수 있는 ...이런저런 상념 속에 마음이
풍요로워지는 순간이었다.
한 걸음 한걸음이 가져다 주는 즐거움은 여행이 주는 진지한 선물이 아닐 수 없었다.
첫댓글 박수를 보냅니다...짝짝짝...주어진 시간을 너무 잘 활용하시네요... 건강하게 다녀오시길 바랍니다 !~홧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