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균 교수 연재
'환망공상과 기이한 세상' 29.
지적설계론과 주인공 신학 대행 스님의 기이한 생물학
과학은 우주와 생명을 무한한 질서를 지닌 경이로운 대상으로 보게 만들지만
과학에 대한 무지는 우주와 생명을 무한히 자유로운 망상의 원자재로 만든다.
대행(大行) 스님을 추종하는 무리들이 그의 가르침을 모아 경전을 만들었다. 크기와 모양이 기독교 성경과 비슷한데, 검은 색으로 장정을 하고, 측면에는 금박을 입혔으며, 실로 제본하였다. 글씨가 몹시 커서 내용이 책 크기를 따라가지 못한다. 체제는 기독교 성경처럼 번호를 붙인 장과 절로 구성되어있다. 한 구절을 경의 다른 부분과 비교해 보도록 교차주도 갖추어져 있다. 책명은 거창하게도 ‘한마음 요전’이다. 이 책은 한마음(一心)을 구현한 대행 스님의 행장기(行狀記)이기도 하다.
대행은 이 한마음을 ‘주인공’이라고 부른다. 또 주인공을 ‘참나’라고 부른다. 주인공은 전지(全知 omniscient)·전능(全能 omnipotent)·편재(遍在 omnipresent)하고 시공을 초월한 존재이므로, 기독교 신과 같은 존재이다.
뿐만 아니라 주인공은 나와 세계의 ‘주인(Lord)'이며, ‘진리’요 ‘빛’이요 ‘생명’이요, ‘알파(시작)’이자 ‘오메가(끝)’이다. 기독교신약에 등장하는, 영락없는 기독교 신이다. ‘나를 곤경에 빠뜨리는 것도 곤경에서 구해주는 것도 주인공’이라고 하니, 기독교 구약 욥기의 야훼 하나님이기도 하다. 우주가 생기기 전부터 존재하고 우주가 다 없어져도 존재하는 불생불멸(不生不滅), 부증불감(不增不減), 불구부정(不垢不淨), 지고지락(至高至樂)한 존재이다. 주인공은 만물의 근원이고 만물이 그로부터 비롯되므로, 아리스토텔레스의 제일원인(第一原因 The First Cause)이다. 주인공은 일체 모든 사물과 생물이 될 수 있으므로, 인도 바라문교(婆羅門敎 Brahmanism)의 브라흐마(梵) 전변설(轉變設)이기도 하다.
대행의 사상은 바라문교와 기독교가 혼합된 괴이한 사상이다. 부처님의 근본가르침인 무아론(無我論)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전형적인 유아론(有我論)이다. 이상은 ‘한마음 요전’에 나타난 주인공에 대한 대행의 철학이며, ‘주인공 신학’은 대행이 평생 설한 핵심사상이다.
‘한마음 요전’ 첫 번째 쪽에 주인공에 대한 ‘믿음’이 천명(闡明)되어있다. ‘내 주인공만이 모든 병고액난(病苦厄難 질병과 재앙으로 인한 괴로움과 어려움)을 녹일 수 있다’는 등의 주인공에 대한 오종(五種)신앙이 제시되어있다(하지만 병은 주인공이 고치지 못한다. 맹장염에 걸리면 그 즉시 병원으로 가서 수술을 받아야 하며, 충치가 생기면 치과에 가서 신경치료를 받아야 한다. 대행 자신도 치과치료를 받은 바 있다. 치료가 잘못 되어서 볼이 움푹 들어가는 부작용이 생겼다고 불만을 표한 적이 있다. 주인공에게 맡기지 않고 병원에 들른 업보인지 궁금하다). 대행은 ‘모든 것을 주인공에게 맡기라’고 가르친다. ‘모든 것을 하나님에게 맡기라’는 유일신교의 신앙고백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I. 대행 스님의 진화론에 대한 치명적인 오해
이 책 '한마음 요전‘에는 UFO와 수성, 금성, 화성, 목성에 살고 있는 외계인 등 기괴한 내용들이 여기저기 당당하게 자리잡고 있는데, 그중 진화론도 있다. 제8장 ‘윤회와 진화’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등장한다. 진화론에 대한 황당무계한 내용이다.
<<예를 들어 꼬리가 있는데 그 꼬리가 불필요하다고 느끼게 됨으로써 꼬리가 사라졌고, 날개가 필요하다고 느끼게 됨으로써 날개가 생긴 것이다.>>
(생물학적) 진화라는 단어를 제목으로 사용했지만, 옳게 사용한 것이 아니다. 위 내용은 대행이 어설프게 얻어들은 진화론이 엉터리라는 것을 증명한다. 라마르크의 용불용설(用不用說 획득형질이 유전된다는 설: 예를 들어 지게꾼의 굵은 다리가 자손에게 유전된다는 설)조차 성립하지 않는데, 어떻게 대행의 지향(志向)진화론(intentional evolution)이 성립하겠는가. 마음제일주의 진화론이다.
수영선수들은 손발이 커지기를 원하는데 정말로 커지는가? 아마 이들은 손가락 사이나 발가락 사이에 커다란 물갈퀴가 달리길 소원할지도 모른다. 만약 대행의 지향진화론이 참이라면 이런 소원을 가진 선수들은 물갈퀴가 생길 것이고, 그러면 올림픽 금메달은 따 놓은 당상이다. 하지만 수영선수들의 우람한 어깨와 커진 폐나, 테니스선수들과 야구선수들의 커진 한쪽 팔은 절대로 유전이 되지 않는다. 마음이 특정 육체기관을 불편하게 생각한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해서 생기는 것도 아니다. 지렁이나 박테리아나 단세포동물은 마음이 없다. 없는 마음이 무슨 수로 필요와 불필요를 느낀다는 말인가?
대행 스님은 진화론을 공부 좀 하시라. 종교인들은 혹독하게 비판을 받을 필요가 있다. 어설픈 말도 안 되는 소리를 과학용어로 포장해서 선량한 대중을 미혹(迷惑)하기 때문이다. 어리석은 대중(무명중생 無明衆生)은 ‘성직자가 잘 몰라서 한 소리’인 줄 모르고 진리인양 맹목적으로 추종한다. 어떤 사람을 믿다가 믿음이 임계치를 넘어가면, 그다음부터는 그 사람 말이라면 무조건 다 믿는 기이한 현상을 ‘광신’이라고 한다. 오직 인간에게만 있는 현상이다.
날개는 처음부터 지금의 완전한 상태로 생긴 것이 아니다. 학자들은 깃털의 기능이 처음에는 체온유지작용 또는 달리기나 나무를 오르는 데 도움을 주는 보조작용이었던 것으로 추정한다. 즉 초기기능은 비행(飛行)이 아니었으며, 다른 목적으로 쓰이던 깃털이 변해서 날개가 되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대행이 생각하듯 날개가 필요하다고 느껴서 날개가 생긴 것이 아니다. 뿐만 아니라 새의 조상인, 2억 년 전에서 6,500만년까지 1억3,500만년 동안 지구를 지배하던, 공룡들은 당시 아직 존재하지 않던 날개라는 물건을 상상할 수조차 없었다. 그런 기능을 할 발달한 뇌가 없었기 때문이다. 공룡보다 자그마치 6,500만년이나 더 진화한 불세출의 만능천재 레오나르도 다빈치(Leonardo da Vinci 1452-1519)조차도 하늘을 나는 비행기를 상상할 수 없었다.
양력(揚力)이나 프로펠러나 제트엔진을 상상할 수 없었던 것이다. 기껏, 이미 존재하는 동물의 날개를 모방한 인공날개로 하늘을 날고자 했다. 아직 존재하지 않는 것을 상상해내는 것은 그만큼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대행은, 그 멍청한 공룡들이 당시 아예 존재하지도 않았던 날개가 필요하다고 느껴서 날개가 생겼다고 주장하니, 이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 지금도 날다람쥐는 새 날개 같은 완벽한 형태의 날개가 없이 겨드랑이 막을 펴고 활강(滑降 glide)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