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계에 있어 2007년은 파격적이고, 어떤 면에서 충격적인 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그 덕 (책임이랄까?)의 반은 KBS를 가리키면서 인정해야 할 문제다. 정 사장이 앞으로 어떻게 되든, 그의 정치적 관계가 무엇이든, 과거의 실수가 뭐든 간에 2007년의 KBS는 그냥 성공이라 할 수없어도, 아주 재미있고 소중한 도전의 해라고 해야 한다. 연기대상의 후보 리스트나 몇몇 하반기 드라마에서 느껴졌던 냄새 (특히 못된 사랑)로 따지면 아마 2008년이 많이 달라질 의심이 있긴 하지만, 일단 엄청난 과도기를 개념으로 버티는 것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한류의 거품이 터지고 나서 여의도는 충무로처럼 핑계로 삽질하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볼때 충무로의 2007년이 중간의 퀄리티가 사라지는 해였다 (별빛속으로 같은 "작은 영화"는 특별히 좋았고, 스타감독의 작품은 나름대로 다 좋은 영화였는데, 산업영화의 평균 퀄리티는 아마 1997년 이후 최악이라 할 수 있다). 이제야말로 충무로만에 집착하는 배우의 우월감이 사라져야 할 때가 왔다, 올해는 그 "벽"을 파멸시킨 몇몇 작품이 분명히 있었으니까. 그런 면에서 KBS의 덕은 컸다.
일단 다양성으로 승부한 해였기 때문에. 시청률이야 그런 성취를 증명하지 못했고, 미래의 KBS는 점점 이 특별한 해에서 벗어날지도 모르지만, 노력과 도전이 항상 남아 있을 것이고, 역시 그 작품을 만든 사람이 갑자기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오락이나 예능, 시사 프로는 내가 판단할 바가 아니지만, 드라마와 한국사 傳 같은 보석만으로 KBS의 임팩트는 대단했다. 단막극의 유산을 지키는 마지막 "성 (?)" 드라마시티 사상 최고의 해라 할만큼 이 2007년은 다양성과 작품성 면에서 너무나 인상적인 시기였다. TV 문학관이나, 심청의 귀환과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몇가지 질문같은 특집도 그냥 명절 때 스크린에 던진 작품이 아니고, 뭔가를 남기고자 시작했던 프로젝트처럼 느껴졌다. 역시 구분은 할 수 밖에 없다: 가끔 배경 노이즈로 보는 TV소설은 아직도 3방송사의 유일한 "버틸만한" 일일극이고 (특히 방송중 아름다운 시절), 임성한의 막장 천국보다 KBS1의 일일극은 인내심이 있었으면 그리 지옥 같은 (?) 경험이 아니겠지만, 역시 노란 손수건 같은 의미가 있고 깊이가 느껴지는 일일극은 보기 드문 일이다, 특히 무개념의 수다에서 아무나 데리고 연기를 시키는 미우나 고우나 같은 쓰레기.
아직도 자기만의 맛을 보여주는 KBS 주말사극이 보이지 않는 것은 분명히 문제다. 그런 면에서 오랜만에 KBS 주말사극을 집필할 김수현은 아마 가볍고 개념 없는 주말극의 러시에 어느 정도의 안정감을 줄 선택이다. 그래도 가장 큰 문제는 주말 대하드라마의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다. 대왕세종이 그럴만한 판단하기에 너무 이르지만, 일단 고대사에서 벗어나고, 사료가 가득 찬 시기에 집중하는 것은 좋은 출발점이다. 단막극과 개념 역사 프로를 제외하면, KBS의 힘은 바로 미니시리즈였다. 거의 모두가 한자릿수란 민망한 (?) 시청률로 끝나는 것은 아쉽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작품성에 집중하는 KBS 드라마 팀에게 박수를 보낼 수 밖에 없다. 마왕, 한성별곡, 경성스캔들, 사육신, 아이 엠 샘, 꽃 찾으러 왔단다, 얼렁뚱땅 흥신소, 인순이는 예쁘다까지, 같은 해에 이 다양성을 보여준 방송사를 본 적 있나? 비록 다 수준급 드라마가 아니었지만, 시도라도 신선했고, 평균으로 따지면 올해 최고의 대본은 바로 KBS 드라마에서 찾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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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출연 상 (Best Cameo)
기준: 2007년에 방송된 드라마에서 특별출연 했던 배우
Honorable Mention #2
전현 (전임이판 역 - KBS 한성별곡 正)
이건 카메오보다 중요한 단역이랄까? 황집사도 몇회 밖에 안 나왔는데, 그냥 한편으로 따지면 전임이판의 임팩트는 대단했다. 내게 전현의 "얼굴"이 "전현의 얼굴"이 된 계기는 불멸의 이순신이었는데, 이 분은 KBS 대하사단 중 늘 인상을 남기는 케이스다. 이렇게 빠른 전개에 빠진 드라마에서 효과적인 카메오는 불가피한 상황이었는데 (3회에서 정진의 폭탄 카메오도 그렇고), 발성이라든가, 자세? 눈빛? 물론 그 주옥 같은 대사로 연기를 좀 덜 잘하는 배우도 빛났을 것이지만, 아주 효과가 대단한 캐릭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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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발군 男 (Male Breakthrough of the Year)
기준: 2007년에 방송된 드라마에서 출연했던 남배우
난 있지? 신인상은 싫다. 그 이유는 뭐 신인배우가 수준이하라는 개념이 아니다, 거의 모든 신인상을 타는 배우가 신인이 아니기 때문이지. 단편영화든, 단막극이든, 400억짜리 고급차로 데뷔하했던 간에 다 같은 데뷔고, 늘 그 배우들한테 소중한 기억일 것이다. 게다가 아역 출신이 그냥 잠깐 공부에 집중하려고 연기생활을 중단하고, 나중에 다시 나타나면 뭐 신인인가? 아니지. 그런 면에서 발군이 중요하다. 신인이 아니겠지만, 그냥 지나가는 얼굴에 이름을 붙이는 계기가 생기면, 그 사람이 참 연기 잘했구나, 싶을 상황이겠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의 발군 중 신인이 아닌 케이스도 있지만, 자기 재능만으로 무명 시절에 점점 벗어나는 배우야말로 주목받을만하다.
Honorable Mention #1
조한준 (채널CGV 정조암살미스터리 - 8일)
사도세자라 하면, 저절로 대왕의 길의 임호가 생각나겠다. 그건 임호가 멋진 연기를 해준 덕이기도 하고, 그때까지 묘사됐던 사도세자보다 좀 더 "파격적인" 캐릭터였기 때문이기도 한데, 2007년 그런 생각을 완전히 바꿨다. 8일은 동시에 사극 사상 최초의 개념 있는 혜경궁의 묘사를 보여줬지만, 드디어 한중록의 한계에서 벗어난 사도세자도 인상적인 시도였다. 아마 박종원 감독과 친분이었기에 이 드라마에서도 캐스팅됐는데, 알고 보니 아주 역할에 빠지는 성향이 있었구만. 네이버 DB에서, 파라다이스 빌라에서 맡은 역할에 대해서: "촬영 당시, 박종원 감독에게 인물 분석에 대한 레포트를 열 번 이상 제출할 만큼 역할에 남다른 열성을 보였으며, 신인답지 않은 침착함으로 대담한 살인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우메, 그 영화 다시 봐야겠네.
Honorable Mention #2
진이한 (KBS 한성별곡 正, KBS 얼렁뚱땅 흥신소)
아직도 생각난다, 한성별곡 캐스팅 소식이 나왔을 때 내 첫 반응: 이 분 대체 누구냐? 난 원래 뮤지컬이나 연극 출신에 대한 편견이 있는데, 뭐 그렇다고 아주 생 구라도 아니지. 대부분 연극 출신은 뿌리가 탄탄한 출발점으로 시작하니, 가수 출신이나 다른 배우보다 좀 더 빨리 연기에 익숙해진다. 물론 드라마가 시작했을 때 그의 연기에 대한 불만이 많았지만, 갈수록 그것이 오직 다양한 모습 중 하나일 뿐인 걸 여러 사람이 인정하기 시작한 사실이 되었다. "어엉~ 진짜 아프다"는 소리로 등장하는 꺼벙이에서 칼을 뽑고 자기 운명에 다가가는 상규는 같은 사람이 아니었다. 아니, 같은 사람이었는데, 그 사람 안에서 빛나는 두 차별된 색조였다. 흥신소에서 그 카메오도 잘 해냈는데, 다음 캐스팅이 기대된다. 이분도 또 다른 오만석이 될 냄새가 나니까.
수상
한정수 (KBS 마왕, KBS 한성별곡 正, SBS 왕과 나)
얼굴없는 미녀에서 김혜수의 옛 애인을 맡은 건 좀 놀랍고 (난 왜 그 영화의 남성 캐릭터가 하나도 기억 안 나니?), 정두홍 감독 사단이었던 건 절대로 놀라운 일이 아니었지만, 이렇게 좋은 배우인 줄 누가 예상했겠나. 아니 좋은 배우, 잠깐. 아직도 한계가 느껴지고, 어떤 면에서 거친 연기를 하는 친구지만, 가능성이 정말 하늘을 찌르겠다. 30대 배우 말이다. 올해는 좀 시끄럽고 깡패에 가까운 대식 (마왕)을 하다가 좀 더 그 "게바라 정수" 이미지에 가까운 역할을 맡았는데 (한성별곡), 좀 더 조용하고 눈빛과 표정연기가 중요한 역할을 하면서 폭도 보여주었다. 정두홍이 말했듯이 정 원하면 액션 스타가 될 가능성이 있는데, 난 볼수록 정말 괜찮은 배우가 될 것이다 싶지. 왕과 나의 채찍금표를 맡을만한 배우는 그리 많지가 않았는데, 이건 참으로 발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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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발군 女 (Female Breakthrough of the Year)
기준: 2007년에 방송된 드라마에서 출연했던 여배우
Honorable Mention #2
김하은 (KBS 한성별곡 正)
박진영이 나서서 홍보를 시작했을 때 다들 좀 걱정되었겠다. 이분은 원더브라와 비를 만들어버린 사람인데, 또 뭔 짓을 했나 싶었겠다. 난 원래 박진영과 음악 취향이 정반대지만, 전체적으로 호감 가는 케이스인데, 음악계가 드라마계를 침략하는 것은 역시 반대할 수 밖에 없다. 근데 뭐 김하은은 가수출신도 아니고, 옛날 몇몇 영화에서 출연했던 사람인데, 그냥 편견을 버리고, 그의 연기를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막상 첫 회를 보니 좀 너무 발랄하고, 마치 일본 드라마를 보는 맛이었지만, 생각해보니 그의 눈에 어떤 이상한 결심이 보였다. 그리고 점점 회상에서 벗어나고, 현 나영에 도달한 그 과도기를 잘 잘 표현했다, 특히 마지막 2-3회에서. 그 느낌은 바로 8일에서 두 젊은 캐릭터가 부족했던 맛이었다, 주제의식을 생각나게 하는 그 사람 냄새. 최근에 드라마시티에서도 출연했더니 연기가 그대로였다. 박진영이 스타성의 야망을 버릴 수만 있다면, 이건 물건이다, 특히 사극이란 제일 어려운 장르부터 시작했기 때문에.
사극 MVP (Sageuk's Most Valuable Player)
김명수
[대조영의 검모잠, 한성별곡 正의 황집사, 왕과 나의 양성윤]
단 골손님이라면 나 같은 사극 중독자한테서 이 장르의 수많은 장점이 뭔지 한 천번 들었겠다. 근데 사극에서 연기하는 배우의 입장에서, 특히 수십 캐릭터에 집중하는 정통사극이라면, 가끔 보상 없는 일이 될 수도 있다. 따지고 보면 평생 거의 사극만에서 연기하는 배우도 있고 (특히 KBS 대하사단이라면), 5년, 10년 지나다가 비중이나 인기의 발전이 하나도 안 보이는 경우도 많다 (뭐 그 반면 연기를 무섭게 못하면서 아직도 사극에서 캐스팅된 사람도 있다는 불만을 할 수 있겠지만). 그것은 배우가 직접 지배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닌데, 비중이 거의 없어도 뭔가를 남기는 케이스도 있다. 그들 중 하나는 분명히 김명수다. 여명의 눈동자부터 출발하는 그의 스토리를 몇번 쓴 것 같은데, 특별히 주목받을만한 점은 불멸의 이순신의 와키자카를 제외하면, 아직도 작은 역할로 활동하는 배우라는 사실이다. 가끔 캐릭터만 한 100명이 나타나는 사극에서 작은 역할로 나오면, 사람이 자기를 기억할 확률은 거의 없다.
근데 매번 김명수는 그 정반대의 인상을 남긴다. 한성별곡이라면 불과의 2회였다. 대조영에 서 좀 더 중요한 역할이었지만, 역시 하이랜더 설인귀에 비교할만한 수준이 아니다. 양성윤? 비중이 좀 더 좋은데, 따지고 보면 편당 몇 분이라도 나오면 운이 좋은 날이다. 그래도, 나올 때마다 임팩트가 느껴진다. 인생만사 일장춘몽이라든가, 그가 만가를 부르는 그 매력적인 장면, 그 사람냄새와 퇴폐의 죽이는 짬뽕. 사극 연기는 바로 이렇게 해야지. 짧은 기간이라도 힘 있게, 캐릭터의 마음을 이해하고 폭탄처럼 열기만으로 연기하는 것. 짧고 너무 고립된 순간인걸 탈이지만 (그니까, 주인공이 아니더라도 중대한 주연이라도 좀 시키자, 너무 아깝지), 그 짧은 순간을 늘 가치가 엄청난 장면으로 변화시키는 그의 노력 때문에, 김명수는 바로 이 2007년의 가장 가치가 있는 사극 "선수"다.
완소 男연기상 (Best Male Actor)
기준: 2007년에 방송된 드라마에서 출연했던 남배우
2006년 수상: 오만석 (신돈)
Honorable Mention #1
수상
이천희 (KBS 한성별곡 正)
트레킹하는 카메라, 그를 포옹하는 몇 기생들, 퇴폐의 연기와 슬픔의 빨간색 불빛이 그의 마음을 가면처럼 숨긴다. 그의 눈은 화산같은 에너지를 표현하지만, 아무 말도 안 하면서 그는 카메라를 쳐다본다. 그 순간, "퇴폐만오"의 탄생은 바로 이천희가 그 "단계"를 넘어간 증명이 되었다. 한 2-3년 전부터 연기를 기가막히게 하기 시작한 이천희가 발군이라면 좀 그렇다, 좋은 연기는 기대하고 있었으니까. 근데 이 수준? 이 같은 열기? 아, 그건. 그건 아마 이천희 팬들도 기대 못했을 것이다. 태풍태양때부터 뭔가 바뀐 듯 싶다 했더니, 이 드라마를 통해 그 어마어마한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발성, 눈빛연기, 캐릭터를 이해하고 적절한 순간에 그 매력을 발휘할 줄 아는 개념까지. 그 날부터 별이 탄생했다. "스타"가 될 수 있는지는 모르지만, 솔직히 관심이 없다, 시간이 얼마든지 있으니까. 일단 이것만 인정하자: 본좌들만의 세계로 가는 기차, 이천희에게 훗날의 여행이 아니라. 지금부터 출발한다.
완소 女연기상 (Best Female Actor)
기준: 2007년에 방송된 드라마에서 출연했던 여배우
2006년 수상: 손예진 (연애시대)
Honorable Mention #1
도지영 (KBS 한성별곡 正)
사극에 있어 이 2007년은 참 놀라운 발견이 많은 해였다. 사도세자와 혜경궁에 대해 벌써 말했지만, 한성별곡의 또 다른 매력은 바로 드디어 기생을 제대로 묘사하는 것이었다. 그냥 사랑 타령에 빠지고, 자기 팔자 때문에 가슴아픈 운명에 빠진 여인이 아니고, 때때로 아름다운 창녀, 필요할 때 선수와 함께 정치에 대한 얘기를 나누는 해어화, 가끔 그냥 그 가면 뒤에 아픔과 슬픔, 기쁨과 행복으로 사는 미완성 인간의 수많은 색깔. 오랜만에 도지영 (혹은 도지원)을 사극에서 만나는 것은 너무 반가웠고, 역시 이 역할로 좀 힘든 시절을 극복했던 사실을 듣고 나니 역시, 좋은 작품의 힘도 그런 것이다. 이 것들아, 이분도 좀 캐스팅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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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극본 (Best Screenplay)
기준: 2007년에 종영된 드라마
2006년 수상: 정하연 (신돈)
수상
박진우 (KBS 한성별곡 正)
15년 전에 그 신기한 세상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고 살짝 그 빛을 쳐다봤을 때 느낀 그 "뭔가." 그것은 학교에서 무시해왔고, 절대로 예상하지 못한 존재였다. 역사에 대한 그 관심. 사랑이랄까? 중독? 집착? 뭐든 간에, 책에서만 읽었을 때 아무 효과가 없었지만, 갑자기 영상으로 보니 상상의 창문이 열기 시작했다. 그 순간부터 사극이 보여준 틀린 면과 "왜곡," 적절한 묘사를 살펴보려고 읽었던 수많은 책들. 인터넷 시대가 시작했을 때 회가 끝나고 이름과 날짜를 검색하고, 같은 시기를 다루는 사극을 비교하고, 그 날들은 결국 사관이란 것을 확립한 순간이었다. 아마 사극을 무시했다면 여태까지 사관조차 없었을 것이다. 모든 성취를 떠나서 한성별곡이 소중한 이유는 바로 사극 처음 봤을 때 느꼈던 그 역사 사랑을 다시 화산처럼 생각나게 하는 힘이었다.
회가 끝나고 대본을 읽고, 실록을 살펴보고, 가끔 야사도 읽어보고, 미친놈처럼 시를 쓰고 있듯이 리뷰의 한마디에 신경 쓰는 그 집착은 걸작만이 나왔을 때 가능한 상황이다. 박진우는 단순한 스토리부터 출발하면서 바로 역사의 흔적과 유산, 사극의 도리와 매력이 뭔지 보여주었다. 메시지가 모든 것을 포위하고, 디테일이 시대적 냄새를 내고, 인물이 그 시대의 사관을 보여주고, 그 엄청나게 신선한 패러다임은 그저 신기하기 그지없다. 장편은 물론, 몇 단막극 제외하면 아무 경험이 없는 작가가 이런 드라마를 쓰는 것 그 자체가 아마 10년만에 나타날 "기적"이지만, 낮은 시청률이라도 KBS가 개념의 "ㄱ"라도 있으면 계속 박진우 작가를 키울 것이다. 아니 뭐, 혼자서 다 할 수 있지만, 이 같은 불후의 명작이 그놈의 5% 때문에 사라지기에 너무 아까운 보석이다. 바람의 나라에서 다시 뵐 그 날이 너무 기대된다.
베스트 연출 (Best Director)
기준: 2007년에 종영된 드라마
2006년 수상: 김진민 (신돈)
수상
곽정환 (KBS 한성별곡 正)
걸작을 만들기 전에 그 사람의 마음이 뭔지 늘 궁금하다. 이 드라마를 준비하면서, 제대로 된 사전제작이 뭔지 보여준 이 작품 말이다. 곽피디는 (한성별곡 팬에게 그냥 "사자머리횽"이지만) 느낌이 어땠을까? 내가 걸어가는 길이 올바른 길인가? 성공 안 해도 그 개념, 작품성과 드라마가 전달해야 할 메시지로 승부하는 그 마음이 통할까? 스타를 무시하고, 가능성이 큰 젊은 배우와 재능이 엄청난 중견 연기가 가득한 그 파격적인 캐스팅은 성공할까? 고민 고민 고민. 갈등, 두려움. 설렘. 그리고 막상 드라마가 시작했다. 막가자는 발기자들은 화제성이 될만한 그 부분만에 집중하다가 드라마를 무시했고, 디씨와 사극 마니아를 제외하면 결국 드라마는 대중의 무시를 당했지만, 무엇이 남았을까?
그 소망.
이 같은 프로젝트를 믿고, 그런 마음으로 승부하며, 정말 퀄리티 작품을 만들자는 그 결심, 고집, 배짱만이 안 사라지면, 언젠가 이 같은 걸작이 나타날 그 소망. 첫 인터뷰에서 보여준 그 배짱부터 감독판 DVD에 신경 쓴 그 마음까지... 사자머리횽. 고맙습니다.
본좌 女상 (Best Female Veteran of the Year)
기준: 2007년에 방송된 드라마에서 출연했던 여배우
2006년 수상: 나문희 (굿바이 솔로)
Honorable Mention #1
정애리 (채널CGV 정조암살미스터리 - 8일, KBS 한성별곡 正)
이렇게 비슷한 시기를 다루면서 비슷한 편에 서 있었던 역할을 맡고, 이렇게 다양한 캐릭터를 표현하는 것은 처음일 것 같다. 그 동안 정애리는 사극에서 출연해본 적이 있지만, 이 같은 임팩트는 본인도 오래 기억할 일이다. 먼저 너무나 인상적인 정순왕후로, 몇 개월 후에 사상 최초의 개념 있게 묘사된 혜경궁으로. 따지고 보면 그의 연기는 비슷했지만, 두 캐릭터에 다른 맛이 났다. 둘 다 가문을 위해, 비열한 선수들의 약육강식에서 살아남기 위해 큰 희생을 하는 여인이지만, 혜경궁에 가문과 아들 사이에서 나타난 사도세자란 갈등으로, 정순왕후는 늘 당파 사이에서 눈치를 봐야 할 가면을 쓰는 선수로 느껴진 그 매력은 개념 대본만의 덕이 아니었다.
본좌 男상 (Best Male Veteran of the Year)
기준: 2007년에 방송된 드라마에서 출연했던 남배우
2006년 수상: 전광렬 (주몽)
Honorable Mention #1
안내상 (KBS 한성별곡 正, MBC Dramanet 별순검)
평생 자기 대단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좋은 연기만을 보여주고, 그 열기를 보여줄만한 캐릭터를 못 만나는 배우는 많다, 특히 나이 먹을수록. 작품 선택도 중요하지만, 결국 우니 나쁘면 소용이 없고, 가끔 좋은 관계는 작품성보다 중요하다 (그건 안내상이 계속 문영남의 막장 드라마에서 출연하는 이유겠지?). 백윤식이 지구를 지켜라! 못 만났으면, 그의 무서운 연기는 소수의 마니아만 아는 상황이었을 것이다. 한성별곡은 안내상에게 바로 그 상황이었다: 자기 안의 불타는 열기를 보여줄만한 그 기회. 아마 그 기회를 놓쳤으면 평생 후회할 것 같은 상황이었을 것이다. 그건 정조이기 때문이 아니라, 이 같은 정조였기 때문이다. 역사의 파토스와 사람 냄새를 동시에 이리도 힘 있게 보여주는 임금, 작년에 공민왕을 맡은 정보석 때도 똑같은 상황이었지만... 아. 이게 바로 연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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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드라마 (Best Drama of the Year)
기준: 2007년에 종영된 장편 드라마/미니시리즈
2006년 수상: 신돈
스터리 - 8일
03. 얼렁뚱땅 흥신소
KBS - 함영훈 연출, 박연선 극본 - 예지원, 류승수, 이민기, 이은성, 박희순
흥신소가 이렇게 재밌었던 이유는 아마 아주 단순하고, 어떤 면에서 뻔한 개념으로 움직였기 때문일 것이다: 코미디는 배우와 감독, 작가가 자기 농담에 웃으면서 만드는 작품이 아니다. 대신 박연선, 함영훈과 모든 배우들은 그 단순한 개념에 집중하면서 질문에 도달했다. 왜 웃음이 나올까? 내가 행복하기 때문에. 그래서 이 드라마의 진정한 목표, 그 황금은 바로 행복을 찾기 위해 캐릭터가 점점 반성하고, 탐험하며, 서로에게 도움이 되면서 발견하는 자기 정체성 찾기 게임에 참여하는 것이었다. 단순한 여행이지만, 그 목표에 도달해서 느낀 카타르시스는 엄청난 기쁨의 순간이었다. 코미디는 어이없는 개그를 보면서 억지로 미소를 짓는 것이 아니라. 행복해서, 매력적인 캐릭터의 웃긴 순간, 좀 더 슬픈 순간, 그리고 마지막에 그들이 진정한 황금을 찾았을 때 우리한테 준 그 보상이 느껴져서 미소를 짓는 것이 바로 코미디다.
02. 하얀거탑
MBC - 안판석 연출, 이기원 극본 - 김명민, 이선균, 김창완, 이정길, 김보경
감독판인데도 이렇게도 변함이 작은 작품은 처음 본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거의 완벽했으니까. 하얀거탑이 도달했던 꼭대기는 바로 이 2007년에 여의도가 필요한 성숙함이었다. 사전제작? 스타성 캐스팅에서 벗어나는 건? 다양성? 다 좋은데. 이 드라마는 사전제적도 아니고, 큰 스타 하나라도 캐스팅했고, 따지고 보면 그리 신선한 인프라로 시작하지 않았지만, 사회생활의 이면을 이리도 성숙하게 묘사했던 이 드라마는 모든 여의도 식구들에게 (특히 MBC!) 엄청난 가치의 교훈이었다.
01. 한성별곡 正
KBS - 곽정환 연출, 박진우 극본 - 안내상, 이천희, 진이한, 김하은, 정애리
여태까지 이 걸작에 대한 수많은 생각들, 이론 (때때로 일리가 있고, 아마 대부분 엉뚱한 구라였겠지?), 에피소드 쓴 적 있는데, 이 시점에서 남아 있는 것이 무엇일까?
2007년 최고의 드라마. 당장 다시 보고 싶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