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개혁 이것이 ‘핵심’ ①농협중앙회 신·경분리
2003-6-23
중앙회 신용사업 떼내야 협동조합 본래기능 회복
참여 정부 농정개혁의 성패를 결정할 주요 과제로 협동조합 개혁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농민단체의 개혁의지를 동력으로 자율적인 개혁을 유도하겠다는 참여정부의 언급속에 농민단체와 농협, 학계 등으로 구성된 농협개혁위원회에서는 농민들과 농협 사이에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농민들은 농협중앙회 신·경분리, 시·군지부 폐지, 품목별연합회 육성, 일선조합 개혁 등을 통해 농민이 주인되는 협동조합을 만들고자 하나, 농협중앙회측은 일선조합 구조개선에 무게를 두고 있다.
농협의 운영에 참여기회가 적고, 자료를 쉽게 얻을 수 없는 농민들을 위해 무엇이 올바른 개혁의 길이고, 무엇이 진정 농민이 주인되는 협동조합을 만드는 길인지 조목조목 점검하고자 한다.
경제·지도사업 농정기능 수행 ‘뒷전’
몸집만 거대…전문성·경쟁력 떨어져
지난 4월28일 구성된 농협개혁위원회는 6월16일까지 4차례 회의를 가졌으나 운영방식, 개혁과제 등을 놓고 대치하다 현재 농협중앙회 신·경분리를 비롯한 개혁과제를 검토중이다. 특히 농민단체들은 농협중앙회 신·경분리를 3년내 시행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반면 농협중앙회측은 자본금 부족을 이유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이어서 설전이 계속되고 있는 상태.
왜 농협중앙회의 신용·경제사업 분리가 필요하며, 과연 중앙회 신·경분리시 엄청난 자본금이 필요한가. 중앙회의 신용·경제사업을 분리하면 정말 농민이 피해를 입는가? 진실을 밝혀보자.
중앙회, 자본금 확충 이유 ‘난색표명’
전문가 “은행권 시각부터 탈피” 주문
▲왜 중앙회 신·경분리인가=현행 농협중앙회 체제는 농민과는 무관한 신용사업(시중은행)에 치중하면서 중앙회의 이익극대화를 추구함으로써 본래의 기능인 구매사업·판매사업·상호금융 연합기능과 농정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는 구조다.
또 현 중앙회는 지도·농업경제·축산경제·상호금융·은행금융·정책금융·공제·농신보 등 이질적인 사업이 한 법인, 한 회계로 통합돼 있으면서도 의사결정권이 소수 임직원들에게 집중돼 투명성이 취약하다.
특히 세계 어느 나라의 예를 보아도 중앙회의 본래 기능은 사업이 아닌 교육, 일선조합 육성, 농정활동인데도 중앙회가 은행금융을 비롯한 각종 사업을 동시에 수행하다보니 원래의 기능보다는 수익추구가 우선이 되고 있다.
이런 구조는 자율적인 협동조합이면서도 은행은 은행대로, 정책금융은 정책금융대로, 사업은 사업대로 관련 정부 부처의 통제에서 자주적일 수 없다. 게다가 모든 사업을 수행하다보니 어느 것 하나 최고의 전문성과 경쟁력을 갖추기는 요원한 상황이다.
따라서 농협중앙회의 신용·경제사업을 분리해 비사업적인 중앙회가 출자자인 일선조합, 농민조합원을 위해 지도·운동기능을 하고, 사업은 경제사업연합회와 신용사업연합회로 전환하며, 은행금융은 농협이 지배하는 협동조합은행으로 가면 된다는 게 농민들의 주장이다.
▲자본금 부족, 말이 안된다=농협중앙회측은 3년 내 신·경분리 하라는 농민들의 요구에 대해 자본금 확충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
신·경분리시에는 신용사업 현행 자기자본비율(BIS) 유지, 경제사업에서는 정부지도부채비율 200% 기준, 교육지원부문 필요 자본금을 충족하려면 3조6119억원을 추가로 확충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2002년말 현재 농협중앙회 자본금은 4조3941억원인데, 신·경분리 하려면 신용사업에 3조9959억원, 경제사업에 1조5012억원, 교육지원에 2조5089억원 등 총 8조60억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부족자본금이 3조6119억원에 달한다는 주장.
이를 확충하기 위해서는 중앙회 수익증대만으로는 12~36년이 걸리고, 중앙회가 매년 2000억원씩 수익을 늘려가더라도 3년내 분리하려면 정부가 3조원을 내야 한다는 논리. 만일 정부가 지원시 협동조합으로서 정체성 문제가 있으며, 재경부 소관으로 은행이 넘어갈 수도 있다는 우려도 덧붙이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논리는 농협중앙회가 신·경분리를 반대하기 위한 논리가 아니냐는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 농협중앙회의 자본금 조달 논리는 협동조합으로서가 아니라 시작부터가 은행권의 논리에 의해 비롯된 허구적 논의라는 비판이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관계자는 “자본금 조달 문제를 제기하는 것 자체가 협동조합으로서 모순”이라며 “농민들이 말하는 중앙회 신·경분리는 그런식으로 은행권적 시각에서 제기하는 자본금 조달 같은 지엽적인 문제를 뛰어 넘을 수 있는 농민적인 통제를 확립하는 방향의 개혁”이라고 말했다.
즉, 현행 은행권 제도로 자본금 등을 얘기할 것이 아니라 법과 제도를 그런 것이 문제가 되지 않도록 협동조합적으로 만들면 된다는 것이다.
장종익 한국협동조합연구소 소장은 “회원의 회비를 통해 지도사업을 담당하는 비사업적인 중앙회에 무슨 자본금이 필요하냐”고 반문하고 “개혁된 중앙회의 성격을 비출자법인의 운동체로 규정하면 중앙회가 주장하는 부족자본금은 2조5089억원 줄어든 1조1030억원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신·경분리된 중앙회는 비사업적·비출자법인으로 하면 되고, 신용사업의 경우 농촌지역의 시군지부와 지점을 일선조합으로 이전하는 한편 도시지역의 은행금융은 신용사업연합회가 지배권을 갖는 주식회사 방식의 농협은행으로 가면 된다는 것이다.
▲잘못된 적자논리=농협중앙회측은 신·경분리시 매년 2000억원이 소요되는 교육지원사업비(지도사업비)와 매년 1500억원씩 발생하는 적자를 정부가 보전해야 한다고 겁을 주고 있다.
그러나 지도사업비는 신·경 분리되더라도 각 연합회가 분담하는 방법이 있고, 신·경분리하면서 중앙회의 수익을 일선조합 강화방향으로 돌리면 해결할 수도 있는 부분이다.
그러므로 중앙회는 실질적인 지도사업비 지출내역, 시군지부 폐지시 경비절감과 일선조합 수익 예상 내역 등을 공개하고 토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한 경제사업 적자 문제는 농협중앙회 스스로 비효율을 드러내는 주장이라는 비판이다.
일본에서 경제사업연합체인 전국농협연합회(전농)은 흑자구조이다. 전문가들은 농협중앙회 경제사업의 적자는 원인이 높은 인건비와 관리비, 신용사업으로부터 대출시 과다한 회계간 이자, 불합리한 지도 사업비 및 공통관리비 부담금 때문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