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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희정의 아웃사이더] 제 69회 황금사자기 결산 리포트
선린인터넷고가 29일(월) 목동구장에서 펼쳐진 대구 상원고와의 결승에서 7-2로 승리, 38회 대회(1980년)이후 35년 만에 황금사자기 우승기를 들어 올렸습니다.
나이트경기로 치러진 결승전. 초반 기선은 상원이 잡았습니다. 2회 상대 수비수의 연속 실책을 틈타 첫 득점에 성공했고 김륜모(2학년.3루수)의 우전안타로 추가점을 보태 2-0으로 앞서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곧바로 반격에 나선 선린인터넷고는 단숨에 승부를 뒤바꿨습니다. 선두타자 안준모(3학년.1루수)가 상대 선발 변준호(3학년.사이드암)의 3구째를 받아쳐 우측 담장을 넘기는 홈런으로 추격의 물꼬를 텄고 이어 안타 없이 볼넷-희생번트-몸에 맞는볼- 볼넷으로 만루 기회를 잡아 이우상(3학년.좌익수)이 중전안타로 동점을 만들어냈습니다. 이어 상대 수비의 허를 찌르는 김규성(3학년.유격수)의 스퀴즈 번트로 3-2 역전 , 이후 다시 만루에서 홍성호(3학년.우익수)의 좌중월 펜스쪽으로 흘러가는 깊은 타구로 주자 3명을 모두 불러 들였습니다.
상원 선발 변준호는 2회를 채 버티지 못하고 신준영(2학년.좌완)에게 마운드를 넘겨줬으나 역시 역부족. 실질적인 에이스 전상현(3학년.우완)까지 조기 투입했으나 홍성호에게 적시타를 내줘 총 6점을 내주고 말았습니다.
반면 선린인터넷고 선발 김대현(3학년.우완)은 2회 야수의 3개 실책으로 2점을 내줬지만 이후부터는 안정을 되찾아 실점없이 6,1이닝 동안 3피안타 3사사구 1탈삼진 2실점(무자책)을 기록했습니다. 이후 마무리로 나선 이영하(3학년.우완) 역시 3.2이닝 동안 11명의 타자를 맞아 1피안타 5탈삼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습니다.
선린인터넷고는 7회 홍성호의 희생플라이로 한 점을 추가 우승의 쐐기를 박았습니다.
이 날은 1차신인 명단 발표일이기도 했습니다. 경기 시작 30분 전 3루 관중석에 자릴 잡은 선린인터넷고 응원석은 이영하와 김대현이 나란히 두산과 LG의 지명됐다는 사실을 스피커를 동원, 알리고 축하의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제 69회 황금사자기 결승전의 관전 포인트는 마운드와 짜임새의 대결. 결과는 최정상급 투수 2명을 앞세운 선린의 압승이었습니다. 마운드에 대한 믿음은 타자들에게도 자신감을 안겨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선린 원투펀치 MVP-우수투수상 나눠 가져
디펜딩 챔피언 서울고, 개인상 3개 휩쓸어
MVP는 김대현이 받았습니다. 사실 이영하와 준결승까지 선발과 마무리로 나서며 나란히 2승씩을 챙기고 방어율도 비슷했으나 선발 출격한 김대현이 5.1이닝 무자책점으로 3승 평균자책점 1.17(5실점 3자책)로 최고의 선수로 선정됐습니다. 우수투수상은 2승 평균자책점 1.64(5실점 4자책)을 기록한 이영하, 수훈상은 결승전에서 3타수 1안타 4타점을 쓸어 담은 홍성호(3학년.우익수)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고 구원으로 나와 6이닝 1실점(1자책)을 기록한 전상현은 감투상을 받았습니다. 전상현은 이번 대회 전 경기 등판 마무리로 나와 1승 평균자책점 2.66(4실점 3자책)을 기록했습니다. 선린인터넷고 1루수 겸 5번 타자 안준모(19타수 11안타)는 5할 7푼 9리로 타격 1위를 차지했고 넥센 1차 지명을 받은 서울고 포수 주효상은 최다타점상(9타점)을 수상했습니다. 최다 홈런상은 1회전 안산공고전에 이어 상원고와의 준결승에서 좌월 투런포를 터트린 임석진(서울고3.3루수), 최다도루상은 5개를 기록한 최원준(서울고3.유격수)이 받았습니다.
선린 35년, 상원도 27년 만에 정상도전
두 팀 모두 학교명 바뀐 뒤 첫 결승행
선린인터넷고는 1945년 선린상고로 출발 1988년 선린정보고고에서 2001년 지금의 교명으로 바뀐 이후 우승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선린하면 박노준-김건우 두 선수가 먼저 생각납니다. 1980년대 초 전국을 평정했던 이들의 활약상은 지금도 자주 회자되곤 합니다. 그 이전에도 서울권의 강호로 군림하며 많은 선수들의 선호하는 학교기도 했습니다. 이 학교 출신 현역선수로는 권오준,손시헌,김용의,윤희상, 최윤석.김진형 등 각 구단에 골고루 퍼져 있습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선 주춤했습니다. 이 학교 출신으로 프로에서 뛰고 있는 현역선수로는 권오준,손시헌,김용의,윤희상, 최윤석.김진형 등이 있습니다. 선린은 작년부터 괜찮다는 평을 들으며 우승 후보로 분류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저런 흉흉한 일들로 어려움을 겪은 터라 이번 우승이 더 값지고 남다른 의미를 부여합니다.
주말리그 2패 뒤 4연승을 내달리며 조 2위로 대회에 참가한 선린인터넷고는 강릉고(6-2), 경북고(8-2), 경주고(2-1) 동산고(4-3)를 차례로 꺾고 상원고까지 물리쳤습니다.
대구 상원고도 이 대회 정상을 차지했던 건 1988년이 마지막입니다. 당시 상원이 아닌 대구상고시절이었으니 학교 이름이 바뀐 이후 결승행은 처음이었습니다. 상원고는 효천고(7-3), 마산고(2-1) , 장충고(9-1) 서울고(5-3)으로 꺾고 선린과 만났습니다. 3명의 투수를 적절히 활용하면서 작전수행 능력이 뛰어난 선수들의 활약이 돋보였으나 140대 중후반의 패스트볼을 앞세운 올해 최고의 투수 공략에 실패,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습니다.
이렇게 2015년 황금사자기는 막을 내렸습니다. 먼 훗날 프로 경기 못지않은 뜨거운 모교 응원단의 함성 속에서 또 많은 취재진이 지켜보는 가운데 치러진 결승전을 떠올리게 되겠죠. 하지만 거슬러 올라가 보면 이런저런 일들도 많았습니다. 대회기간 드러나지 않았던 이야기들을 들춰 꺼내 볼까 합니다.
고교 전국대회 역사상 처음으로 신월구장에서 개막
과연 이것이 최선이었을까?
이번 대회는 개막일부터 나흘간 신월구장에서 경기를 치렀습니다. 대학대회 예선 정도가 개최되긴 했어도 고교전국대회가 이곳에서 열린 건 처음입니다. 신월은 원래 사회인 야구를 주로 하는 곳입니다. 그런데 19일부터 10경기가 치러졌습니다. 총 35경기 중 28.6%를 여기서 치른 셈입니다. 물론 초반이라 큰 무리는 없다고 단정 지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언론사가 주최를 하는 명실상부 고교야구 최고의 대회를 치르기에 열악했고 초라했습니다. 그라운드 주변에 철망이 설치 되어 있긴 하지만 게임에 집중하기 어려운 환경입니다.
일정은 늦어도 신년 초엔 정해 놓고 장소도 확보해야 합니다. 그런데 작년 말부터 대한야구협회는 마땅히 마쳤어야 할 일정 관리보다 협회 임원과 사무국장 사이의 내분으로 시끄러웠고 새 수장 선거전에 목을 매는 등 밥그릇 싸움에 집중했습니다.
대회를 서울에서 치르기로 했다면 KBO의 정규시즌 일정 중 넥센이 홈으로 사용하는 날짜에 맞춰 조절했어야 합니다. 전용구장이 없는 현실에서 구장 확보, 물론 여의치 않았을 겁니다. 그래도 명색이 전국대회인데 말입니다. 양천구 신월 3동에 위치한 서서울 호수공원내에 있는 신월구장은 대회가 열린 나흘간 주변 주택가로부터 갖은 민원이 들어왔습니다. 주차장이 협소해 길가에 불법 주차를 해 놓은 학부모들의 차량으로 또 주변에서 시끄러운 소음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왔습니다. 하루에 몇 번씩 협회관계자가 머리를 조아리며 게임을 강행해야 했습니다.
고척돔구장이 곧 완공예정입니다. 교통편, 유지비 등 많은 고민을 껴안고 있는 넥센이 서울시와 협의단계에 있지만 최종결정을 내리지 못한 상황. 만약 넥센이 수용한다면 목동구장을 아마전용구장으로 사용 할 수 있게 됩니다. 신월구장에서 열린 고교전국 대회가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길 바랍니다.
대진에 울고 웃고
실력보다 감독의 뽑기 실력이 성적을 좌우한다?
전국대회 개최를 앞두고 늘 감독자 회의를 열어 대진을 정하는 수순을 거칩니다. 그라운드에서 던지고 치고 달리는 플레이 보다 어쩌면 감독들이 차례로 제비뽑기를 하는 이 순간이 훨씬 더 긴장된다고 합니다. 대진운에 따라 목표 이상의 성적을 올릴 수도 있고 초반 강팀을 만나 조기 퇴장을 해야 하기도 합니다.
첫 스타트를 어떻게 끊느냐가 고교야구에서는 중요한 변수가 됩니다. 물론 게임을 해 봐야 알 수 있지만 대체적으로 현장에선 중요하게 여깁니다. 눈에 띄는 점은 같은 권역권 팀끼리 1회전에서 맞붙은 경우가 빈번했다는 것입니다. 소래고-장안고(경기권), 광주진흥고-인상고(전라권), 김해고-마산고(남부권) 이외에도 주말리그에 한 조에 속하지는 않았지만 같은 서울권인 장충고-경기고, 신일고-청원고가 이에 해당됩니다.
대진을 꾸리기 전 가급적 동일 권역 팀끼리는 맞붙지 않도록 하는 건 어떨까요? 물론 전체는 불가능하겠지만 한번 고려해 볼만 합니다. 대진이 정해진 뒤 협회는 게임 시간을 정합니다. 토너먼트로 진행되는 터라 휴식일에 대해서도 각 팀 감독들은 민감한 반응을 보입니다. 실제로 8강까지는 공평해 보이지만 4강에 나설 경우 왼쪽에 있는 팀은 하루를 쉰 뒤 준결승전을 치를 수 있는 반면 오른쪽에 속한 팀은 연이어 경기를 치러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선린인터넷고가 상원고에 비해 유리한 위치에서 게임을 치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소소한 일이라 치부하고 지나칠 수 도 있지만 가급적 볼멘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공평하게 일정을 꾸리는 것도 협회의 역할이 아닌가 싶습니다.
명승부 속출, 이것이 야구다
전력평준화 현상 가속화
해마다 스카우트들은 ‘예전만 못하다’ 며 고교야구의 전체적인 질적 저하를 언급합니다. 어이없는 본헤드 플레이나 훈련부족이 여실히 들어나는 작전수행 능력 등을 보고 한탄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완벽하진 않아도 재미와 기대감을 안겨주는 경기도 있고 내용적으로 형편 없어도 흥미를 자아내기도 합니다. 올해 황금사자기 대회에서도 그랬습니다.
김대현-이영하를 앞세운 선린인터넷고 그리고 역시 전국 최고의 투수 최충연-박세진을 보유하고 있는 경북고의 16강전 게임은 TV 중계가 잡히지 않은 것은 두고 두고 아쉽습니다.
누가 최고의 투수인지를 가늠할 수 있는 기회였을 뿐 만 아니라 봉황대기 우승팀과 강력한 우승후보로 손꼽히는 선린인터넷고의 승자와 패자가 어떻게 갈릴 지 게임 전부터 큰 관심이 모아졌습니다. 결과는 선린의 8-2승. 경북고 선발 최충연(3학년.우완)이 초반 제구불안으로 실점을 내주며 기대보다는 싱겁게 종료됐습니다.
경주고는 8강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뤄냈습니다. 팀이 해체되었다가 재창단 한 지 5년. 그러나 경북,상원.대구 등 주변의 명문팀에게 밀려 선수 수급에 어려움을 겪으며 전국에서 선수를 받아 팀을 꾸린 경주고는 이번 대회에서 서울의 강호 충암고(10-2)신일고(5-2)를 차례로 격파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이는 김표승(2학년.사이드암)이라는 에이스가 있기에 가능했습니다. 김표승은 30일 발표된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에 참가하는 대표팀 명단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1회전에서 휘문고를 10-9로 꺾고 16강에 진출했던 광주동성고는 다시 서울팀 경기고를 만나 5-1로 게임을 내주며 다음을 기약해야 했습니다. 올해 전라권의 약세는 이미 알려진 이야기입니다. 그런 와중에 전승을 거두고 전라권 1위로 대회에 참가했던 동성고는 짜임새 있는 조직력과 기동력을 보여 광주권 고교의 자존심을 지켰습니다. 특히 2학년 야수들의 활약이 컸다는 점에서 내년 시즌이 더 기대되는 팀이라는 평을 들었습니다.
매년 전국대회에서 서울 및 경기권이 강세를 보이는 현상을 보여왔습니다. 물론 팀이 많아 그만큼 참가팀이 많기 때문에 가능하기도 했지만 풍족한 선수들을 확보, 아낌없는 지원 덕분이기도 합니다. 이번 대회 8강엔 선린,동산,서울 ,인천,장충까지 총 5개 팀이 올랐습니다. 예년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반면 지난해 청룡기 3연패를 달성하는 등 최근 몇 년 동안 서울권을 넘어 전국 최강으로 손꼽히던 덕수고는 경북고에게 덜미를 잡혀 1회전 탈락의 수모를 겪기도 했습니다.
디펜딩 챔피언 서울고는 2연패를 노렸습니다. 지난해에 비교하면 마운드가 약한 편이지만 워낙 빼어난 야수들로 채워져 있어 내심 기대해 볼 만 했습니다. 첫 스타트(안산공고 11-1)를 가볍게 끊은 뒤 지난해 결승전에서 격돌했던 마산용마고와 난타전 끝에 12-11로 승리, 이어 유신고에게도 3-3 동점에서 9회 역전에 성공 5-4로 이겼습니다. 8강에서 만난 인천고는 10-2 7회 콜드게임으로 가볍게 제쳤습니다. 그러나 결승행을 눈앞에 둔 상원고전에서 덜미를 잡히며 2연패의 꿈이 좌절됐습니다. 그렇지만 선발로 제 몫을 다한 김태오(서울고3.좌완), 1학년이지만 최고구속 143km/h까지 기록하며 마무리로 나서며 팀의 승리를 지킨 강백호 등 전학년이 고른 활약을 펼쳤다는 점에서 차기 대회 강력한 우승 후보로 예상해 봅니다.
제 69회 황금사자기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도 역사의 한 페이지로 남게 됩니다. 이 대회를 통해 모두가 한 단계 더 성장했기를 바랍니다.
오는 13일(월)부터는 제49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가 목동구장에서 펼쳐집니다. 이 대회에서는 또 어떤 추억과 이야깃거리가 생길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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