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서전(36) 전과자가 된사건

[이수복]

36 전과자가 된사건

  사업을 하면서 한번쯤 감옥에 가는것은 당연한일이다, 하는것이 그당시의 상례로 되어있었다. 그렇다고 

내가 감옥까지 갔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내가 청계천에 공급하는 반도체의 원자재가 어떤 수입업체(무역업)

를 통해 들어오는물품이었는데 그업체에 문제가 생긴것이다. 아마 그당시 (1975년도) 신문을 통해서 알려진

일본 으로부터의 폐유 수입사건이 그것이다.소위 일본에서 처치곤란한 산업 쓰레기들을 한국에 들여와 불법

으로 처리한 것이 문제가 되었는데 그반도체원자재도 따지고 보면 산업쓰레기에 해당이 되었던것이었다.               

폐기물 위장수입사건	1975년경 국내수입업자가 폐유기용제 등 산업폐기물 5,000여톤을 일본의 업체로부터 처리비용을  받고, 원자재로 가장하여 수입하였다. 세관통관 과정에서 이 사실이 발견되어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으며, 이를 수입한 수입업자는 형사처벌되었고 수입된 폐기물은 정부의 예비비를 지출하여 처리하였다. 이페기물은 부산의 모처리업체에서 처리하는 과정에서 인근에 악취 등을 유발시켜 또 한 번의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
폐기물(Solid waste)	더 이상의 사용 용도가 없어 버리는 물질을 통털어 폐기물이라고 하며, 생활쓰레기와 같이 유해성이 없는 일반폐기물과 중금속 등을 함유한 지정폐기물로 구분하고 있다

 그당시 물의를 일으켰던 기사 내용이다. 어느날 아침 형사 두명이 내사무실로 들이닥처와 사무실 책상위에

있던 장부, 서류등을 보자기에 줏어 담고 나는 그들로 인해 연행을 당하고 말았다. 남대문 경찰서 경제사범

담당 형사들이었다. 경찰서 에는 나말고 반도체 검사의뢰를 나에게 한 회사 사장 두명도 이미 와있었다.

미처 나와의 대화가 없었던 처지라 내 눈치만 보며 불안에 보이는 눈치였다.

  조서를 꾸미기 시작하면서 청계천 반도체관련 상인들이 한둘씩 경찰서에 불려 들어오고 있었다. 미리 입을

맟춘상태이었는지 모두 나를 모르는척 하면서 조사에 임하고 있었다. 내입장에서는 그저 손님이 의뢰한 미검사

반도체의 규격 분류를 한것에 불과했었지만 그원자재 수입원이 폐유와 같이 산업쓰레기로 되어있기에 공범(?)

으로 몰릴수 밖에 없었다. 나는 기술적인 입장에서 예를들어 100W 전구를 생산하여 그규격에 맞지않아 불량

처리되었지만 다시 검사하여 80W 로 합격이 되어 그규격으로 상품화한다는 설명을 자세히 하였다. 

  어떻든 경찰서로 한번 불려들어오면 경제사범 일 경우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없던것이 그당시의 추세이었다.

조사원들은 그저 땡잡았다 하는것이 그들의 이야기 었다. 그날 집에는 돌아가지 못하였지만 유치장 대신

남대문경찰서옆에있는 그랜드 호텔이 우리들의 구치소이었다. 나를 제외한 두사람의 사장들은 우리들을 감시

하기 위한 세사람의 형사들을 극진히 대하고 특실 셋을 정하고 진수성찬의 저녁식사도 마치고 한방에 형사

한명 우리한명씩 들어가 잠을 청하였다.다음날 나는 일단 귀가 하고 몇일후 검찰실로 출두하여 함께 조사를

받았는데 조사라기 보다 잡담만 하였던 것으로 기억된다.이미 이 두사장들은 높은 사람들에게 손을 써놓은

것같아 나에게는 순수히 범죄(?)를 시인해달라는것이었다.

  나로서는 참으로 황당한일이었지만 할수없이 그들이 만들어 놓은 씨나리오데로 따라갔었다. 죄명은 “부당경쟁 

 방지법 위반”이었다. 벌금형으로 그당시 나에게는 30만원 이내려젔지만 이미 그사장들이 납부를 해놓았다. 억대의

 자금들이 있는 사업가도 아닌 나는 참으로 어이없게 경제사범 전과자가 되고 말았다.

 회사에서 여러모로 필요해서 구입 운영한 자가용차를 운전기사가 깜박하여 정기 자동차 등록 갱신시기를

놓지고 말았는데 그당시 이사항은 형사범죄로 되어있어 나는 자동차 소유주로인해 성동경찰서 형사과에

호출을당해 출두하였는데 형사들은 나를 완전히 범죄자 취급을 하면서 벌금형을 내렸는데 이 엮시 전과자가

되고 말았다.

 이두가지 전과기록이 미국이민올때 문제가되어 법원으로부터 벌금 완납증명서를 첨부하는 일도 있었다.

 

 어느날 경리로부터 입금된돈을 받아 액수를 확인하는데 이상한돈을 발견하여 경찰서에 신고를 하였는데

그돈이 위조지폐이었던 사건도 있었다. 그렇다고 나의 전과기록이 감해지는것은 아니었다. 남대문 경찰서

에서 조사를 하였던 그형사는 그이후에도 나에게 꾸준히 연락을 하면서 나를 도와준다는 핑계로 수시로

용돈을 받아가곤 하였던것이 그당시 형사들의 일과(?) 이었던것같다.

  박정희정권인 그당시 한국은 국가 산업발전에 전력을 다하고 있었다. 불행하게도 육영수여사가 총에맞아 서거

하는 사건이 일어났지만 한국의 수출산업의 전진은 끈임없이 지속되어젔다. 그일환으로 구미,창원,울산,여천,포항

온산공업기지 및 거제조선기지등 일곱게소의 산업기지를 제정하고 정부에서 적극 지원하는 정책을 시작하였다.

이것이 오늘날의 산업발전의 동기가 되었다해도 과언은 아닐것이다.

 이와같은 국가시책을 국민에게 널리 알리고자 창경원 옆 국립 과학관 입구에 산업전시관을 건립하기로하고

과기처주관으로 이건물내부의 전시물을 설치하기로 하였다. 나는 과거 KIST 에 근무했을 당시 국립과학관

설치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수많은 과학 실험 전시물을 개발제작하였었다. 이와같은 실적으로 내회사에

산업 전시관 공업기지 Display 공사를 수의 계약으로 맡게 되었다.

 

  일곱개의 공업기지를 실물축소로 제작하는 아주 규모가 큰 프로젝트였었다. 내회사 의 주동하에 미군의협조로

한국의 입체지적도를 입수,조각가에게 ,또한 항공촬영 협조를 대한뉴스에 의뢰하여 공업기지 안내설명 영상물을

 제작하는등 종합 전시물 이었다. 막대한 예산이 소모되었지만 나에게는 별로 이익이되지를 않았다. 관공서 일이란

워낙 옆으로 세어나가는 돈이 많아 기술자인 나로서는 그저 일만 바쁘게 돌아갔지 경영자로서의 재질이없는 나는

사업적으로는 형편없었다. 그당시 주위 사람들에게는 부러움을 받고 엄청난 이익이생겼으리라 오해를 받았지만

믿거나 말거나 그렇지 못했다는것을 회고록을 통해 말하고 싶었다.과거의 이런 실적에도 불구하고 미국에 이민와서

그렇게도 고생하고도 70이다 된나이에 정부에서 나오는 돈으로 그야말로 국가공무원의 여유가 전여없는 기초생활

자가 된것이 그증거이다.

 금전적으로는 실패자가 되었지만 내가 한일들에대해서는 후회가 없다. 산업전시관 에는 이것뿐이 아니라

삼성전자의 국가헌납 설치물 “모래에서 TV 까지”라는 전시 물 제작도 수의계약으로 하기로하였다.

  삼성전자로서는 대외 선전을 겸한 사회헌납의 뜻이 담은 이사업은 매우 까다로운 계획아래 이루어젔다. 나는

삼성전자의 모든 공장을 마음데로 들락거리며 사진촬영을 감행했으며 전문 하청업체의 선정에도 전문성이있고

많은 실적이있는 업체를 택 하였다. 거의 매일 삼성 전자 판촉과 담당직원을 상대하느라 남대문로에있던 삼성

전자본사에 출퇴근을 하다싶이 하였고 공사현장, 하청업체를 점검하느라 정신없는 하루하루를 보냈었다.

 담당직원이 우리회사에 올때마다 융숭한 대접도해주었고 같이 놀아주기도하였다. 하루는 이직원이 워낙

즐기는 “고스톱”자리도 마련하여 간부 직원과 내 처를 포함하여 내집에서 술자리를 마련해놓고 즐기는데

나는 원래 도박성이있는 게임을 좋와하는 편이 아니었지만 청계천 업자들, 공무원들과의 교제상 할수 없이

배우게 되었다. 그날도 여러판을 돈이 오가며 게임을 하는데 나와 그직원 둘이 “섰다” 에서 마지막 까지

남게되었다.나는 삼팔 광떙을 잡아 무적의 상태이었지만 내집사람 에게 슬쩍 보여주면서 “아무래도 이걸로는

안되겠지 ?”하고 죽고말았다. 접대용 화토라는것이 이런것이었다.

 공사마무리단계에 삼성전자 각공장 에서 나온 실무자 다섯명에게는 완공검사를 마친후 창경원 근처 중급

요정에 특별이 부탁하여 아가씨 들을 대기시켜놓고 술자리 가 끝나는데로 근처 여관에서 성대접도 해주었다.

 오늘날 생각해보면 사회악이란 행동을 거의 해보았고 공무원들의 치부도 다 들여다본것 과 같은 순간이었던

것같다.

  추석때는 과학관장(차괸급)실을 방문하여 007가방에 가득채운 현금도 전달하였고  그때 그돈은 윗전까지

전달된다고 하는 이야기도 직접 들었었다. 50년이나 흘러간 지금에는 소위말하는 공소시효도 다 지났고 내가

하나하나 밝혀도 피해보는사람은 없으리라 믿는다. 관공서의공사는 일이 마무리되면 대개 즉시 공사비가

지불이 되는데 한국은행 수표로 받게된다. 한국은행 본점에서 현금을 수령하는데 잉크냄새 가 물씬나는 새

지폐로 받게된다.이돈을 우리회사 동네의 은행에 저금을 한다음 2-3일 있다가 인출하면 헌돈으로 찾게되는데

이런돈이라야만 뒷돈 거래가 가능하다. 즉 받는놈(?)들에대한 배려이었다.

  내나이가되면 이런 경험을 한사람들은 많이 있을꺼라 생각되지만 대기업체의 횡포에대한 나의 증오는 말할수 없는

배신감으로 지금도 차있다.나는 삼성전자 담당 사원과 열심히 뛰어 다니며 다른 기업체에 뒤지지않는 훌륭한 전시물

을 제작시켰 다고 자부하였지만 이 프로젝트는 애초에 정부로부터 강제기부형식으로 시작되어서 그런지 최종결재금

이 즉시에 지불이 되지를 않았다. 담당직원이 애를써서 결재를 올려주었지만 이런핑계 저런핑계로 계속 연기를

시키고 나는 어떻게든 마련하여 하청업체들에게 공사비를 지불하여 주었다.삼성전자 본사 경리부에서 농성을 부리다

싶이 하여 몇달만에 받은 수표는 그당시 알다싶이 6개월짜리 연수표이었다.참으로 대기업의 Dirty 한 행실이었다.

이런 대기업의 연수표를 현금화해주는 “와리깡” 을 하고 나니 6개월이자와 수수료등을 제한 나머지 액수만 받게되어

참으로 겉으로 만 근사하게 보이는 실적을 이루고 말았다.

 

   나의 한국에서의 마지막프로젝트라고 할수 있는 산업전시관 공사는 이렇게 씁쓸 하게 끝이났고 1979년

7월 19일 대대적인 전시관 개관식이 열렸었다. 원래는 박정희 대통령이 개관 테잎을 끈기로 하였으나

육영수여사 서거등 정세가 불안한 와중이라 첫째딸 박근혜양이 아버지를 대신하여 참석하였다. 나와 악수를

하면서 박근혜양은 “저도 전자공학과를 나왔는데요 아무것도 모르겠어요.”라고 말을 하였다. 박대통령의

한국의 산업화 일환으로 실력이 되지않는 자기딸을 서강대학 공대 전자공학과로 입학을, 아마도 특채(무시험)

로 하였던것으로 기억된다.

                           ( 다음에 계속)

[이정인]

"왜 이럴까? 왜 이래야만 하는가 ? " 고뇌하면서 살아온 우리 젊은 날의 아픈 기억들이구나 . 그때는 우리가 젊었고 순수하기때문에 이렇한 사회적인 악취를 견뎌내기에 더 힘들었는지 모르겠다. 이런 오물덩어리같은 사회를 보면서 고민하는 나에게 " 쓰레기 더미위에서 핀 장미가 더 아름다운거야 "하면서 위로하던 선배의 생각이 난다.

[박충건]

너무나 젊고 순수했던 탓이었나?. 전과자까지 되었다니...그 재능을 키워주고 인정해 주지 못한 현실이 안타깝구나.

[이명홍]

70년대 한국 산업 현상을 실감나게 표현 했다.
그리고 이민 갔구면. 좀 더 참고 버티면 큰일을 할수 있었을것 같았는데.
점점 더 기대 되는 회고록이다. Thank 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