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회 생코 독서토론회 정리문
일시: 10월 14일(화) 8 ~ 10:30
장소: 놀몸연극놀이연구소
텍스트 : <과거의 거울에 비추어>1장
참가자 : 들풀님, 바우님, 고구마님, 강순영님, 김신기철님, 황유진님, 윤동희님, 멩이
사회 : 멩이
바우님: 문명이 자연과 멀어지는 것 같다. 꼭 필요한 것과 아닌 것을 선택적으로 하는 것, 기계에 의존하는 것보다 쓰임새에 맞게 도구로 사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 요즘 신발장을 만들면서 판자와 각목을 잘랐는데 손톱으로 자르니 힘들긴 한데 자른 선을 봤던 느낌이 참 좋았다. 기계가 아닌 도구를 쓴 느낌의 다름, 차이가 책에서 말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들풀님: 시골에서 도구, 기계를 쓰면서 쑬 수밖에 없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편리하다는 점에서 삽과 포크레인의 매력에 끌릴 수밖에 없다. 작년엔 깨 등을 털 때 막대기를 썼다. 올해는 앞집에서 도리깨를 빌려줘 손쉽게 털었다. 작은 힘으로 많은 일을 할 수 있었다. 어디까지 도구를 사용해야 할까 그 한계를 고민하고 있다.
동희님: 대안경제학은 해법이 될 수 없다는 얘기가 있다. ‘살림살이 경제학’이야기가 그렇다. 노동가치의 시각이 문제 있는 게 아닌가. 일리치는 근본적인 시각인 것 같다.
고구마님: 최근 고구마를 캐는데 참 힘들었다. 친척들이 같이 3일 동안 240박스 캤다. 호미질을 7시부터 6시까지 계속 하면서 기계 생각을 했다. 어른들은 고구마 상처 때문에 기계 대신 손으로만 캤다. 박스당 2만원이면 잘 받는 건데 투자비 생각해보니 마이너스더라. 기계로 빨리 했으면 하고 생각했다.
강순영님: 책이 부게 있게 보였다. 우리가 너무 많이 의존하는 삶을 살고, 본능, 능력을 잃어가고 있는 것에서 옛것을 비춰보자는 의미 같다.
김시기철님: 책이 자본주의 얘기를 많이 한 것 같다. 중세 농노는 지금보다 예정된 삶을 살았다. 오늘날 사회적 불안이 천년전보다 더 큰 것같다. 최근 몇 년 고민해오던 자본주의 고민과 통하는 것 같다.
동희님: 선험적으로 선택하기 전에 갇혀 있다. 삶의 구조 전체에 대한 성찰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연극놀이의 두 원칙이 상상과 변형이라고 한다. 하지만 상상도 어느 정도 갇혀 있다. 진보사관과 대안도 상상의 폭이 좁다는 생각이 든다.
대안경제와 정치적 개혁 등 논의가 있지만 근본적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는 것 같다. 이것이 일리치의 시각 같다.
들풀님: 저희는 한원식 선생의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 3끼 식사에서 2끼 식사로 줄였다. 2끼 먹으며 더 자유로워졌다. 안 먹어도 된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아이들이 학교를 안 가고, 직장을 그만 둔 것도 일리치의 영향이 있었다. 의료와 교육에 돈이 가장 많이 드는데 의식주가 스스로 해결되면 삶의 두려움도 없을 것 같다. 아이들과 의식주 자립을 공부했다. 책은 어렵지만 ‘간디의 오두막에서’처럼 욕망에 묻힌 본질을 잊지 않게 해주는 책이다.
김신기철님: 정년 보장 직장 그만두고 1/10수입이자만 두렵지는 않다. 보험 없이 살아도 자신감이 생긴다. 자유활동가로서 살려고 한다.
들풀님: 가진 것을 하나씩 놓으며 너무 좋았다. 돈이 없으면 어떨까?
바우님: 한원식샘의 농사를 보며 팔지 않아도 즐겁게 살 수 있구나 생각이 들었다. 돈을 벌고는 있지만 돈을 벌기 위해 일하지는 않는다.
들풀님: 사건 자체는 문제가 아닌데, 문제로 삼는 생각이 문제가 되는 게 아닌가?
동희님: 자발적인 가난이 있지만, 원치 않은 가난으로 사는 자들에게 놓아버려라 하는 것은 가혹하지 않나? 억눌린 자들에 대한 해결이 필요하지 않나? 나의 문제 해결로만은 힘들지 않은가 생각한다. 간디의 신발한짝 일화를 보며 한쪽 발은 이쪽 한쪽 발은 저쪽에 걸친 어쩡쩡한 사람들도 있다. 국가의 복지시스템이 해결할 부분이 아닌가.
들풀님: 가난과 노동해방을 생각해본다. 가난은 상대적인 것이지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현대사회에 절대적 가난은 없다. 노동은 즐거운 일어야 한다.
동희님: 가난이 환상이라는 말은 맞는 것 같다. 욕망의 추구가 많았던 것 같다. 연극놀이에서 추구하는 것이 놀이와 학습과 노동이 통합된 삶이 아닐까? 세 가지 모두 진짜 모습은 아닌 것 같다. 고민은 하지만 거부까지는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것 같다.
유진님: 협동조합 일을 하다가 채불문제로 그만두게 되었다. 당장 받아야 한달 사는 도시생활의 절박함이 있다. 학교교육에 모순이 많다. 20대는 자격증에 목숨 건다. 당장 급하다. 있어야 살지 않나?
김신기철님: 각자의 상황에 따라 다를 것이다.
바우님: 3년 정도 돈을 벌지 않았다. 90년대는 노동운동하는 친구 자취집에 기숙하며 살았지만 비참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내 삶의 목적이 그것이어서 걱정이 되지 않았다. 정말 하고 싶은 일의 즐거움은 서로가 도움이 되는 지점에서 만나진다.
들풀님: 우리의 방식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고구마 4박스로도 풍요로웠다. 관점의 차이다. 너무나 다른 기준에서 시작한 것 같다. 우리의 방식은 이러하다고 계속 얘기할 뿐이다.
영준님: 엔트로피를 읽고 이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우주의 관점에서 보면 인류는 사소하다. 일리치는 인류애가 강한 것 같다. 엔트로피는 실제로는 없는 개념일 뿐이지만 유용하다. 인류의 문명은 에너지를 너무 많이 소비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실제 효율성이 효율성이 아니다. 철이나 밀만 예로 들어도, 거기 투입되는 기계, 석유, 복잡한 공정 등 지나치게 소모적이다. 기계 1 대 10의 엔트로피를 소모한다. 효율과 편리로만은 자원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지속하기 어렵다. 사람도 너무 많다. 이런 상황에 과거로 회귀는 불가능하다. 해결하기 어렵다.
동희님: 현재방식으로는 어렵다. 하지만 현재 식량 생산량은 충분한 상태라고 한다. 기계 사용을 줄일 수 있다. 전면 거부는 힘들지만 완화는 가능하지 않겠는가?
영준님: 범지구적 질병이나 전쟁으로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오면 변화가능성이 있지만, 임계점에 도달해 터지면 방향이 바뀔 것 같다.
동희님: 언어에 대한 이야기도 눈에 띈다. 딴지일보가 좀 상스런 어법으로 언론역할을 수행했던 적이 있다. 기존질서의 답답함을 깼다. 요즘 젊은세대의 문법파괴 현상은 그렇게 잘못된 게 아니다.
바우님: 울산과 경북의 사투리가 다른데 나는 이게 섞여 의식화된 적이 있다. 표준어 확산은 학교와 텔레비전의 교육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지방방송 아나운서가 사투리 쓰면 정상인데 웃긴다.
유진님: 의사소통문제가 있다. 의사소통을 위해 토착어를 놓게 되는 것 같다.
바우님: 국가의 시스템에 의해 소외 시킨다. 서울지향 등이 어릴 때부터 내면화되고 그런 따돌림을 못 견뎌 편입된다. 이 때문에 자기 생각도 없어진다.
동희님: 언어가 가진 네트워크를 생각해보면 참 신기하다. 언어의 동질성을 이야기할 때 자발적인가 강제적인가는 중요하다. 유모어가 통하는 것과 공동체에 속하는 것의 관건이 된다.
영준님: 표준어 때문에 군대에서 힘들었다. 언어에는 역사와 문화가 함축되어 있다. 언어에 담긴 말의 함축도 그렇지만, 카톡의 생소한 것들을 보며 수많은 약어의 채택과 확산을 받아들이게 된다.
멩이: 언어는 소통의 도구이면서 지배의 도구이다. 말 자체가 지배의 속성을 강하게 가지고 있다. 말과 담론을 지배한다는 것은 곧 의식과 사회를 지배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삶을 배반한 말의 세계에서 우리는 살게 된다. 우리가 공부를 하고 우리의 말을 하고, 우리의 담론을 형성하려는 것도 바로 이런 말의 모순에서 비롯된다. 처음 바우님과 들풀님의 도구에 대한 이야기를 하셨는데, 그것은 다음 시간에 논의를 이어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생코의 중간 평가와 이후 어떻게 할지에 대한 논의가 있었습니다. 다양한 분들의 참여는 좋으나 책에 대한 밀착도와 중심이 되는 멤버들이 약화되면서, 멩이는 생코1기를 마감하고 휴지기와 10회 정도 기별로 운영해가는 방법을 제안했지만, 발제를 강화하고 생코를 계속 유지해가는 것으로 결론이 났습니다.
다음 토론 공지입니다.
10/28일 독서토론 모임 공지
일시 : 10월 28일(화) 7시
장소 : 놀몸연극놀이연구소
텍스트 : <과거의 거울에 비추어> 2~5장
사회 : 장영준님
발제 : 2장(고구마님), 3장(홍유진님), 4장(윤동희님), 5장(들풀님)
참가를 희망하시는 분은 미리 책을 구해 읽어오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