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치볼의 밤 외1편
심금련
피의능선에서부는바람,언제나아프다.
경계를 넘나들던 전쟁의 영혼들
산이 되어 성큼성큼 말을 건네면
입 닫은 마을들 쫑긋 귀를 세운다
청춘을 시래기로 엮어낸 허리 잘린 무
밭이랑에 누워 침묵으로 답하고
눈이 내린 듯 달밤, 무밭만 하이얗다
을지전망대 아래 어느 농막에선
냉장고 앓는 소리, 55초마다 새는 수돗물 소리
영혼의 이야기에 간간이 입을 연다
국군 유해 몇 점이 발견될 때마다
얼기설기 맞춘 뼈의 마디마디
그리움과 슬픔이 펀치볼을 채운다
그들의 영혼을 베고 잔 펀치볼의 밤,
시큰시큰 아프다.
*펀치볼: 강원도 양구군 해안면의 특이한 지형, 육이오전쟁때 피의 전투가 치열했던 곳
소나기
심금련
햇빛을 따라 정오 즈음 외출했다
백화점 한 바퀴, 지하상가 두 바퀴
새 옷으로 가득한 쇼핑가방
예고도 없이 쏟아지는 비
서둘러 산 빨강 우산이 빛나는 오후
총알택시로 다다른 집
빨랫줄엔 운동복 혼자 비를 맞는다
‘엄마가 절 낳고 5일만에 집을 나가셨대요’
갑자기 생각나는 제자의 말 한마디
세상을 다 잃은 듯 닮아 있다
빨래를 다시 세탁하고 말리면서
운동복에게도, 따듯하게 손잡아 주지 못한 제자에게도
소나기처럼 젖어드는 미안함
이젠 어른이 된 그녀
엄마를 만나 이 비를 피하고 있을까
*심금련약력:
한림대학교 평생교육원 시창작반 수료
현재죽리초등학교근무
*'시를 뿌리다'시문학회 회원
첫댓글 심선생님! 시에서 띄어쓰기를 안 했는데 '일부러' 그런 것인가요?
아니라면 제대로 해 놓으려고 그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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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심선생! 문자 받고 띄어쓰기 전부 해 놓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