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남기고 가는 속삭임
이젠 가을도 마지막 여운을 남기며
긴 여정의 길을 떠나려고 한다.
나그네의 발길을 독촉하듯이
선듯선듯한 찬바람이 옷깃을 여민다.
금년 한 해 동안 나(我)와 많은 대화를 나눈
우리집 식물들의 표정을 보며
가을은 그냥 말없이 길을 떠나는 나그네가 아니란 생각을 해 본다.
블루베리 잎새에
빨간 열정의 느낌표를 남겨 두었다.
여름동안 초록의 잎이었는데
열심히 살아온 지난 이야기를 잎새에 곱게 물들이며 담아 두었다.
옥상에 있는 화분에는 노랗게....혹은 빨갛게 단풍이 들고.......
감나무의 감들은 이곳으로 이사를 와서
노란 옷을 벗고는
부끄럼도 잊은 듯
속살을 내어놓고 곶감으로 거듭나려고 변신중이다.
맛있는 곶감으로 변신하도록
아내의
연출솜씨에 박수를 보내본다.
이곳 상주도 된서리가 4번이나 왔었는데.....
소나무(흑송) 그늘에 숨어지내던 백일홍 꽃이
찬서리에 죽지 않고 살아 남아 마지막 생명의 불꽃을 사르며
지난 여름날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듯......
기왓장에 심어 놓았던 와송은 꽃대를 세우고
잔잔하게 작은 꽃들을 피우고 있다.
계절은 겨울의 문턱이건만
꽃들은 마지막 열정으로 꽃을 피우고.......
스티로폼 상자에 흩어 놓았던 홍옥의 타원형 잎새에서는
무수히 많은 새생명이 태어나서
넓은 자리로 이사를 시켜달라고 한다.
위의 어린 생명들을 지난해 기왓장에 옮겨 심어 놓았는데......
이녀석은 전시회에 내어 놓아도 눈길을 많이 받을 수 있는 작품으로 거듭나 있다.
울집의 다육이는 100% 잎꽂이를 해서 자체적으로 번식을 한 것이다.
초기에 바로 작품으로 되지는 않지만
기다림의 미학은 작품으로 거듭 태어날 듯......
다육이를 판매하는 꽃집에는 죄송~~ㅋ
다육이는 누구나 관리가 쉬운 장르인 듯......
너무 많은 사랑을 하여 물주기를 자주 하면 망하겠지만
식물생리를 알면 다육이처럼 관리하기 쉬운 녀석들은 없을 듯......
사철꽃베고니아는 여전히 꽃을 피우며 이쁜짓을......
아뷰틸론
앞베란다에는 가을이 저만치 가기전에 화분숫자가 늘어나고.......
밖의 화분중에 월동력이 부족한 식물들은 안으로 이사를 왔기 때문이다.
누군가 버려 놓았던 목기린을 데려다가
화분갈이을 하고 물주기를 하며 관리를 했더니
어느새 잎도나고 꽃이 피면서 예쁜표정으로 인사를 한다.
재활용이라 그런지 더 예쁘보이네 ㅎㅎ
석부작으로 관리를 하고 있던 홍옥도 빨갛게 물들고.......
이녀석은?????
에공~ 이름을 알았는데....ㅋ~~
가을은 이렇게 가끔은 잊을 수 있어야 한다는 교훈도 남겨두고 ......
사랑초는 오늘도 보라색 잎새와 연분홍색 고운꽃으로 창밖을 보고 있다.
가을대추는 앞베란다에서 주름살을 하나 둘 늘여가며
체중줄이기를 하고 있는데......조만간에 먹거리로 변신을 할 듯^^**
마당의 좁은 화단에는
옹기종기 여러가지 이름들이 가을이 떠남을 아쉬워하며
고운잎새에 빨간 편지글을 적어 놓고 있다.
기왓장의 야생화들도
아름답던 순간들을 추억속에 남겨놓고
겨울나기를 위해 몸을 최대한 움츠리고 있다.
베란다의 화분을 오밀조밀 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사랑방을 만들어 주어야 하는데.....
우선 밖에 있는 녀석들 이사시키기 바빠서......미쳐 정리는 되지 않고......
다음주에는 시간이 나려는지......ㅎㅎ
아프리칸바이올렛(세인트포니아)은 여전히 보라색 고운 잎새로
변함없이 예쁜 표정을 짓는다.
뒷편의 화단에는
부지갱이풀(울릉도취나물)이 하얀 꽃을 피우면서 가을을 노래하고.......
황금매자나무의 잎새도 이젠 노랗게 단풍이 들었다.
오가피나무의 열매는 수확의 손길을 기다리고.......
국화는 고운향기를 토하면서
부지런한 벌꿀과 사랑이야기를 하고 있다.
포트멈(단추국화)는 향기가 없는 듯......주변에 벌이 없고^^**
구절초에는 달콤한 꿀을 맛보는 벌이 함께하고......
맥문동은 동그란 진주보석처럼 고운 열매를 달고.....^^**
소국은 정말로 많은 품종이 분화되는 듯......
별로 관리를 하지 않아도 몇 가지의
품종들이 각각 아름다움을 꽃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녀석은 분재국으로 활용해도 좋은 녀석인데......
금년에는 국화쪽으로는(대국은 한 포기도 만들지 않았음)
관리를 하지 않았음에도
몇 송이의 꽃을 피우면서 지난날의 아쉬움을 달래 준다.
국화는 꽃을 피우는 가을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을 원한다.
금년에는 포기를 했는데.....내년에는 어떻게 해야할 지.......
오 헨리의 [마지막 잎새]에 등장하는 담쟁이넝쿨이다.
조만간에 마지막 잎새마져 떨어질 듯.......
가을은 국화향 그윽하게 남겨두고 저만치로 가고 있다.
친구들과의 우정만큼 깊어만 가는 가을날에 잠시
시간을 내어 오랜만에 우리집의 식물들과 혼자만의 대화를 나눠본다.
*
가을은 열매도 남겨 놓았다.
더덕은 꼬투리를 벌리면서 조만간에 씨앗들을 지면에 뿌릴 듯......
*
주말농장에 파종을 위해 화단의 씨앗들을 채종하고......
참고로, 위의 사진은 더덕꼬투리 7개에서 나온 씨앗들이다.
씨앗은 다음주에 파종이 될것이며
내년 봄에는 파란 속삭임으로 새싹들이 돋아날 듯......^^**
가을은 고운단풍과
새생명을 간직한 씨앗들의
아름다운 속삭임은 남겨두고 저만치로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