쎄브란스병원 암수술
22년 2월9일 수술날이다.
그 힘든 항암치료를 견디고 수술대에 오른다.
한양대학교 담당교수의 각별한 치료를 받고 수술은 큰병원에서 하는것이 좋을듯하다는 암시가 있었다.
형님께서 김승제위원장에게 그간의 사정을 이야기하니 곧바로 쎄브란스병원 재단이사장에게 전화하여 바쁜 병원의 수술일정을 조정하여 받은 수술날이다.
첨단로봇수술을 10여시간 동안 받으면서 중환자실로 옮겨지는 급박햐 상황도 있으셨다. 수술중에 심정지상황이 벌어져서 수술이 중단되고 중환자실에 옮겨졌다가 심장박동이 되살아나 급하게 수술이 마무리되었다.
위와 식도의 1/3을 잘라내고 식도와 소장을 연결하는 수술은 완벽하게 수술되었다는 소식이다. 이제 다른부위에 암세포만 없으면 된다.
수술후 정밀검사
항암치료 13차~30차
다시 시작된 항암치료다. 수술후 정밀검사에서 발견된 대동맥에 자리잡은 암세포를 치료해야한다. 수술과정에서 심정지로 인하여 최초의 수술계획에서 대동맥까지 말끔하게 청소하는 과정을 포기할수밖에 없었다고한다.
수술전 항암치료와 마찬가지로 2주간 격으로 치료하고 회복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위절재수술로 소화기능을 상실한 상태이기 때문에 음식섭취가 힘들다. 온갖 영양소로 만든 죽조차도 소화시키기 힘들다. 그렇게 점점 야위어지는 몸으로 또다시 그 힘든 항암의 과정을 견뎌야 한다. 약해진 몸은 항암치료가 불가능하다. 혈소판치수 백혈구치수 등등 모든게 비정상이다. 쇠약해진 몸으로 암세포와 싸워야한다. 복수가 차오르고 위급한 상황이 반복되었다. 복막에도 암이 전이되어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코로나까지 걸려서 위급중환자로 격리치료까지 받았다. 24차항암을 마치고 잠시 좋은 모습 보이실때는 모두가 기적이라며 기뻐하기도 했다. 몸에 약성분이 빠지면서 돌아오는 미각 때문이었는데 치료되는 것으로 믿었다. 그렇게 회복되는줄 알았는데 10월 이후 갑작스럽게 몸상태가 나빠지셨다. 더는 항암치료도 불가능하다. 마지막 희망은 미국의 신약뿐이다. 피를 뽑아 미국으로 보내어 형님에게 알맞는 치료제를 선택하는 마지막 과정이다.
언제나 그랬듯이 좋은약으로 치료받으시길 기도한다.
골수검사/결과
오랜시간 받은 항암치료 때문에 형님의 몸상태는 너무나 망가져버렸다.
얼굴 손발이 붓고 저리는 증상 때문에 골수암이 의심되어 받는 검사다. 긴 시간 항암치료를 받게되면 면역력이 떨어지고 골수암으로 전이되는게 일반적이다.
형님도 항암을 24회나 받은 이후로 증상이 골수암과 똑같은 상태였다.
골수채취 시간은 30여분 얼마되지 않았지만 결과를 기다리는 시간은 피말릴뿐이고 좋은 소식에는 암을 극복한 그 자체의 느낌이다.
골수암으로는 전이되지 않았고 다시 희망을 가져본다.
형님의 목소리도 힘차게 들린다. 그 약한 몸으로 30차까지 항암주사는 계속되지만 효과는 없어보인다.
항암신약치료1차/2023년 1월19일
고대하던 미국의 혈액검사 결과를 보는 날이다. 아침 일찍 작은형님께서 모시고 도착한 쎄브란스병원!
형님의 혈소판수치가 너무 낮아 어떠한 데이터 찾기도 불가능하다는 내용이다.
맥없이 돌아와야하는데 작은형께서 지푸라기를 잡았다. "이제는 방법이 없습니까" 애걸하는 작은형의 질문에 비싸지만 새로나온 신약을 써보자는 답변을 듣고는 "돈이 문제가 아닙니다, 당장 치료합시다"하여 시작된 항암치료다. 기적은 언제나 가까이에서 순간 일어난다.
항암신약치료2차/1월26일
새벽녘에 하얀눈이 제법 내렸다.
아침 7시경 출발 신촌에 8시경 도착 채혈하고 10시 30분에 담당교수 진료다.
그간 몸상태를 설명하고 통증에 대한 처방을 듣는다.
형님은 심한 통증에도 진통제의 내성이 걱정되어 대도록이면 복용하지 않고 견디고 있었다.
담당교수는 형님의 증상을 듣고 좀더 강한 진통제를 처방하겠다면서 죽도록 힘들면 순간적으로 고통을 줄여주는 마약성 진통제까지 처방한다고 설명해준다.
두가지 모두 마약성 진통제 이고 좀더 독할뿐이다. 특별한 진료가 없어보여 진료실 밖으로 나왔다. (형님은 내가 없는 상황이되자 담당교수에게 당신의 남은 시간을 묻고 답을 들었다고 한다)
병원 진료과정은 기다림의 시간이다.
12시가 넘어서 항암주사를 맞으신다. 복막과 대동맥의 암세포를 집중치료하는 주사다. 작은 주사액 하나가 400백만원이 넘는다. 다행히도 할인되어 268만원 이라고 한다.
항암주사를 맞고 혈액암병동으로 옮겨 아침에 채취한 혈액검사 결과를 듣는다. 그동안 힘들었던 백혈구수치 혈소판수치 등 모두 정상에 가까운 수치가 나왔다는 반가운 결과를 듣고 형님의 얼굴이 밝아졌다.
돌아오는 내내 농담도 하시고 좋아보인다.
약정서와 유언/신약3차항암
수원 한양정형외과에서 아침 8시에 천왕동 사무실로 출발한다고 한다. 점점 심해지는 진통으로 입원하고 있었다. 형님의 최초 암진단 병원이고 한양대학교 진료를 추천하고 항암치료 과정에서도 많은 도움을 받고있던 병원이다. 신약2차주사를 맞고 시골에서 요양하는데 심해지는 통증에 처방받은 약을 먹었지만 진정되지 않고 선망증까지 보여 급하게 수원병원을 찾았던거다.
그 아픈 몸으로 형님을 힘들게 했던 천왕동 건물의 지분을 매수한 한일가스 홍회장을 만나서 얽혀있는 복잡한 문제를 사생결단 해결해야하는 중요한 날이다.
내일 항암주사를 맞아야 하기 때문에 오늘 만나서 어떻게든 실마리를 풀어야 하는 숨막히는 날이다.
한일가스 측에서 먼저 만나자고 해서 조금은 희망을 가지고 만나는 자리다.
아침일찍 천왕동에 가서 보일러를 켜놓고 기다리는데 9시경 형님께서 도착하셨다. 괜찮아보였다. 한일가스에서 박전무가 온다는 이야기에 실망감이 크다.
약속시간이 지나고 10시가 되도 나타나지 않는다. 검정색 차 라는 이야기에 까만색차만 들어오면 시선을 집중시킨다. 드디어 왔다. 반갑게 웃으며 인사드리고 형님께 안내했다.
음료수를 들고 자리에 앉아 이야기에 집중해본다.
깜짝놀랐다.
안정운수 13억을 대위변제하겠다는 확약서를 내밀면서 이유를 설명해준다.
한일가스에서 안정운수 지분을 매입하기로 계약을 하였는데 안정운수의 일방적인 계약무효 통보에 그동안 법정다툼이 있었고 최종 승소했지만 안정운수의 막무가내 억지로 시간을 낭비하다 해결책으로 형님께서 안정운수 지분에 가압류한 13억을 대위변제하고 자기들이 가압류하여 압박하는게 최고의 방법이라는 설명이다.
형님께서 가압류하신것도, 한일가스에서 안정운수 지분을 인수한다는 것도, 박동수전무께서 언질을 주셔서 급히 내용증명서를 보내고 가압류를 하도록 도움을 주신분이라는 것을 알게되었다.
이제서야 안심이되고 의문이 해소되었다.
구정 설명절에 형님께서 한일가스에 선물을 전해주라는 이야기를 듵고 도무지 이해가지 않았는데, 형님께서는 박동수전무 만큼은 끝까지 믿고 계셨다. 그 누구도 한일가스에서 월급받는데 누구편이겠냐고 고개 졌고 있었기 때문이다.
선물을 가지고 갔던 상황에서도 형님의 전화를 받지않아서 더더욱 의심할수박에 없었는데 형님의 믿음이 옳았다.(소장을 준비하면서 이때 가압류하라 한것은 안정운수와 소송으로 이어지면서 순간적인 감정에서 형님에게 말한 실수였고 형님에겐 13억을 찾을수 있는 희망이 되었다)
오후에 형님은 전여사님을 찾았다. 한일가스에서 형님의 대출연장시 제공하던 지분담보를 더이상 제공하지 않겠다는 내용증명을 받아들고 사정도해보고 아마도 빌기까지도 했을것으로도 상상된다.
45억 대출연장을 못하면 형님의 모든것이 날아가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45억을 만들어주신분이다.
암투병에 꼬여버린 평생의 재산을 지켜야하는 최악의 시간을 형님께서는 홀로 풀어가고 계셨다.
형님의 모든것을 꽤뚫어알아버린 홍회장은 형님의 항복만을 기다리는 순간이었는데, 45억 큰돈을 불과 몇일사이로 구해 대출금을 상환해버렸으니 아마도 기절하지않았나싶다.
전여사님께 오늘 있었던 이야기를 설명하고 확약서까지 복사해드리면서 그동안 얽혔던 지난일들을 웃으며나누고 건강회복만을 빌어주신다. 감사합니다 전여사님!♡!
저녁 숨죽이는 시간이다.
형님께서는 앞으로 남은시간이 얼마되지 않는다 고 말한다. 나하고 같이갔던 2차항암때 진료상담과정에서 특별한 이야기가 없어보여 조금 빠르게 진료실을 나왔는데, 그때 형님께서 남은시간이 얼마나 됩니까'라는 질문에 의학적 시간은 4월 경이 1차고비고 다행히 넘겨도 몇달뿐이다'라는 소견을 들었다고 한다, 형님은 지금까지도 그래왔듯이 1%의 희망도 붓들겠다 치료에 최선을 다하겠지만, 미리 준비할것은 해야된다며 그간 생각하신 유언을 남기신다.
천왕동 9~11(전)~딸 장은경에게
천왕동 9~1 지분 1/4, 천왕동 오피스텔~형제들에게 증여한다. 편찮으신 큰형수님의 치료비와 사후비용, 집안의 대소사에 쓰고/오피스텔은 장은경에게
등등으로 유언하시면서 형제들이 협의하여 더 좋은 방안으로 사용하라 한다.
서천군 판교면 금덕리 전 2필지~장현석에게(작은형은 매매하여 치료비에 쓰시길권유)
문산면 신농리 산 1000평~가족 선산/장현성
문산면 신농리 답 1200평(아버지소유)~형제모두 상속포기 차후 조카들 상속
시초면 초현2리 답~구덕환 51% 장세민 나현성 공동49%
정읍시 소성면 등계리 산 150평은 빠졌음
말씀하시는 내용을 핸드폰으로 녹음하면서 흘러내리는 눈물을 참고 보이지않으려 몸부림친다.
얼마남지않은 시간 어떻게 형님을 마주할까, 미치겠다.
형님 고생하셨습니다, 하지만 꼭 반드시 회복하십시요.
다음날 아침 형님은 신약3차항암주사를 맞았다. 암세포만을 집중치료하기 때문에 혈소판 백혈구 모두가 정상이다.
고성규변호사
고등학교 동창이다. 성균관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증권회사에 취직하였다가 뒤늦게 공부하여 변호사 직업을 가지게되었다.
자주 만나는 친구는 아니었지만 페북에서는 누구보다 잘통하는 친구다.
형님의 천왕동 관련 문제는 재판을 통해서 해결해야 한다. 얼마나 걸릴지 모르는 재판을 친구에게 의뢰하려고 형님몸이 불편한 관계로 변호사를 불렀다.
사실관계를 설명해주고 형님께 인사시켰더니 그 짧은시간에 사건의 요지를 파악하고 형님께 소송의 준비과정을 설명한다. 궁금해하시는 몇가지 궁금증에 명쾌한설명을 들으시면서 형님얼굴에 미소가 보인다. 오랜만에 보여주는 자연스런 미소다.
담보설정 해지와 토지매매대금 13억을 받아내야 하는 소송이다. 형님께서는 천왕동에 서울남부교도소가 들어오면서 수용당한 공장이축권을 가지고 있었다. 10년을 넘게 끌어온 것이 이축권딱지의 활용이다.
너무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형님은 자금 문제가 생겼고 해결책으로 땅을 팔수밖에 없었다. 그 땅의 매수자가 한일가스와 안정운수다. 땅을 팔고 건물을 지으면서도 행정의 지연 개발분담금에 대한 오판으로 또다른 자금이 발생되어 헤어나오지못할 궁지에 빠지기도 하였다.
그 힘든 과정을 이겨내고 마무리과정만 남았는데 하늘도 무심하게 '암'이라는 너무 큰 시련을 또 받아든거다.
한일가스와 안정운수는 아픈 형님께서 잘못되는 날만을 기다리는 눈치다. 하루빨리 소송하는 일 만이 문제를 풀수있는 지름길이다. 소장에 대한 증거물을 하나하나 확보확인하면서 한일가스의 욕심을 알게되었고, 그동안 원만하게만 풀어가려했던 형님의 마음을 그들이 역이용하여 왔고, 매일매일 형님께서 잘못되길 학수고대하는 더러운 인간들이다.
소장
2월 27일 납품일로 충주에 가는데 카톡으로 소장이 왔다. 두근거리며 소장을 읽어보니 대체적으로 맞게 쓰여져 있다. 몇군데만 보완하면 되겠다했는데 형님도 같은 생각이셨다. 변호사는 대략적 내용 일뿐 갖가지 증빙서류들을 첨부하여 다시 작성한다며 준비해야 하는 서류 목록을 문자로 보내왔다.
법원 법무사사무실 은행 여러곳에서 증빙서류를 발급받고 몇일동안 형님 사무실에서 찾은 계약서류 확약서등등 재판에 필요한 서류들을 변호사에 복사해주었다. 갑작스런 호출에 변호사를 만나 의문스러운 내용에 설명하면서 소장이 완성되어 갔다.
2023년 3월 6일 몇일간 준비하고 정리한 내용으로 서울 남부지방법원에 소장을 전자송달 접수시켰다.
설정해제건과 13억 청구소송을 분리하였어야 했는데 마음이 조금 무거웠지만 어찌됐든 후련하다.
첫공판까지 3개월은 기다려야한다는 변호사의 설명에 어쩌면 첫공판에 형님께서 못보실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어떻게든 돈을 만들어 체납세금 부터 해결해야 한다. 3월 말까지 연장시켜놓은 부동산공매를 막아야 한다.
신약4차항암
지난 3번의 신약주사가 효과를 보는듯 형님의 몸상태가 많이 좋아지셨다. 식사량도 늘고 더더욱 좋은 대변까지 보고계셨다. 아직도 통증때문에 온몸이 땀으로 적시는 상태지만 이제는 참을수있다고 웃으며 말한다.
수많은 시간을 암세포와 싸우면서 형님께서는 약복용의 부작용을 감지하게 되었다. 12월달 부터 시작된 통증에 처방된 약을 복용하면서 몸상태가 하루하루 심해지는 느낌을 받고 는 절망의 생각뿐이었다. 그리고 찾아온 감기기운에 감기약을 먹었는데 신기하게도 통증이 완화되고 잠도 잤다는것을 알게되었다. 그러면서 통증이 오면 감기약을 복용했고 귀신같이 통증이 완화되는 경험을 한다. 쎄브란스병원 주치의가 처방해준 약은 마약성분으로 암환자에게 주는 마지막 약이었다. 그 독한 약을 먹으면 선망증에 통증도 가시지않았다고 한다.
귀신이 곡할노릇이지만 형님에겐 기적의 약이다.
재산정리
모두 정리해야한다는 현실을 형님도 인식하고 있다. 당신의 피눈물이 범벅되어 있는 천왕동 재산이다.
불과 10여일 만에 모든것을 던져야하는 결정을 해야 한다. 27억이 넘는 39~1의 1/4 지분, 20억이 넘는 93~11 토지를 얼마나 받고 정리될지 모르겠다.
새벽 5시 20분경 딸 은경이와 통화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통증때문에 주무시지 못하고 앉아있다가 받는 딸 과의 전화다. 고통을 이겨내며 투병하는 동안 나약해져버린 형님의 현실을 가늠할수있는 통화였다.
불쑥 녹음이나 하지않을까 하는 의구심도 들었다.
37살 나이임에도 딸자식으로 어떤것도 없었고 바라지도 않았다. 유언하려고 불렀는데 갑자기 데리고 온 남자, 혼인신고 까지 했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형님께서는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부모재산을 탐하는 어리석은 딸자식으로 생각하고 괴로워했다.
투병중인 2년동안 형님카드로 5천여만원이나 써버린 딸이다. 형님은 치료비가 없어 돈을 빌리고, 형제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눈물흘리셨던 상황에서도 그랬으니 부끄러울뿐이다.
명함을 달라고하는 나에게 "저는 얼굴이 명함 입니다' 라는 답변, 형님께 진실을 말하고 용서를 구하라'는 말에 어쩌면 동생이 형 일수도 있다, 장인 앞에서 연기라도 할까요'라는 소리를 듣고는 분노하지않을수 없었고 용서할수도 없다. 그런 딸자식을 결혼시켰고 사위를 보았다.
고통을 참고 숨죽이는 이 새벽녘에 불쑥 전화해서 투정부리는 딸자식을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할뿐이다.
신약4차 결과
신약4차를 마치고 치료결과를 알아보기 위해 3월3일 검사를 하고 9일 결과를 확인하는 날이다.
신약의 효과는 분명해 보이지만 참기힘든 진통은 여전하고 밤새 뜬눈으로 보내기 일쑤여서 불안함은 어쩌지 못하겠다.
부디 좋은소식 전해받기만을 기도한다. 오늘 결과에 따라 천왕동 재산정리가 분명해진다. 최악이면 모두 던져버려야 한다. 자꾸만 시간을 보지만 소식이 없다.
11시 40분 형님의 전화다. 암세포가 조금 커져있고 임파선이 부어있는 상태라는 아픈 소식이다.
기다렸다가 5차항암주사를 맞는다며 전화를 끊으신다.
기적은 없는걸까, 많이 아프다.
요몇일사이 좋아보였던 것은 확연했지만 그건 돈의 효과였을 것으로 보인다. 암세포만 공격하고 정상세포에는 어떤 유해없이 치료하기 때문에 몸상태는 좋아보이는게 당연하다.
오늘 또다시 주사약을 바꿨다고 한다. 이번에는 제발 머리카락이 빠져주길 바란다. 지금까지 독한 주사를 맞았지만 남들 다 빠지는 머리카락이 형님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머리카락이 안빠지는건 어쩌면 항암주사 효과가 미미한것 아닐까하는 초조함 때문이다.
형님의 특이체질 때문으로 좋아했지만 지금은 제발 머리카락이 빠져주길 애원한다.
밤사이 잘잤고 임파선도 조금 작아졌다며 나를 위로하신다. 아침모습 형제들과 공유하고 같이 웃고싶어 사진을 찍는다.
전여사님 전화다, 형님의 체납세금를 해결해아 다른것도 풀어갈 수 있다. 도움주실분은 전여사가 유일하다.
천왕동 형님재산의 핵심은 밭에 있다, 350여평뿐이지만 도로쪽에 위치하여 반드시 소유해야 다른 땅이 살아나게끔 형님께서 분리해놓으신거다. 바로 옆에 땅주인도 귀기울이고 있다.
화요일쯤 형님의 소장을 가지고 구로세무서에 상담하여 실마리를 풀어야 한다.
기부통장
몇일을 고민하다 떠오른 생각이다.
평생 피땀으로 만든 형님의 천왕동 재산을 어떻게 지키고 관리해야 할지 고민하다 장현복의 기부통장을 생각해냈다.
오래전에 방송에서 "체험삶에현장" 이란 프로가 있었다. 사회적으로 기부문화를 활성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명사들이 하루동안 사회여러곳에서 일하고 받은 돈을 모아 년말 불우이웃을 돕는 취지로 만들어진 프로였다.
그때 내가 생각해낸 것이 기부통장이다.
어린 초등학교 시절부터 개개인이 기부통장을 만들어언제어디서얼마라도 조금씩 평생동안 기부한다면 정말 대단한 일이다. 그 대단한 일을 많은 국민이 실천한다면 나라개벽이 일어나고도 남는다. 그 기부통장을 아들손자가 이어간다면 그 또한 축복의 서사시다.
꿈틀거리며 잠자려고 뒤척이다가 그 생각이 다시 떠올랐다. 피눈물범벅된 형님의 돈을 빛나게 하자!
갑작스레 맞이해야할 형님의 마지막 시간을 대비하여 매일저녁 형님하고 생활하며 이야기 나누지만 혹시라도 오해하실까봐 유언공증이야기를 말씀드리기가 어려웠는데 내일아침에 정리해서 상의드려야겠다.
재판하게된 13억원만이라도 형님이름으로 통장을 만들어놓고 이자만을 가지고 지역의 어려운 학생들에게 조금씩 여러명에게 도와주는 형님의 기부통장이다.
나는 이 통장의 원금을 증액하는 일에 매진하면 된다.
3월 14일 월요일 충주 거래처에 납품가는데 한일가스 박전무의 전화가 끊겼다. 전화했다가 급히 끊은것같다.
화급히 형님께 전화드렸는데 통화중이다. 아마도 소장이 전달되었나보다. 충주일을 마치고 형님을 뵈었는데 한일가스에서 보증담보 설정을 풀어준다는 이야기다.
다음날 박전무와 통화에서도 같은 내용이다. 법무사를 통해서 설정해제하면 법무사비용을 부담하고 일부 소취하하면 된다는 이야기다. 이젠 안정운수만 남았다.
하루가 다르게 통증이 심해지는 불안한 시간이지만 어떤 뚜렷한 대책도 없이 제발 형님께서 좀더 버텨주시는게 최선의 대책이다.
전여사님께 소송내용을 설명하고 천왕동 땅 문제를 상의드렸다. 누구도 필요없고 오직 전여사께서 풀어주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니 긍정적인 답이다.
어쩔수없는 매매가격, 빠른시간에 마무리 까지 해야한다 하고 돌아왔다.
새로맞은 항암주사는 효과가 없는듯 통증이 심해지고 있다. 간병인을 통해 앞전에 맞았던 옵티모주사액을 구해 밤늦은 시간에 맞기시작한다. 주사액이 비싸도 어쩔수없다. 시간과의 싸움이다. 형님 제발 힘내주세요.
유언공증을 더는 늦출수없다. 하나은행 개봉지점을 찾아 유언대용신탁에 대한 상담은 힘들다는 답변이다.
압류되고 대출까지 있는 재산은 신탁하는 비용을 산출하기 어려워 안되겠다는 답변이다.
이졘 공증뿐이다.
오늘도 형님은 쎄브란스병원 김형일교수의 면담을 다녀왔다. 당신의 남은 시간을 확인하였을 텐데 아무말도 없다. 다리 발 주물러드리는데 공증에 대해 말한다. 얼른 준비해온 내용을 전해주니 읽어보시고 별말씀없이 월요일에 마무리하자고 한다. 한일가스에선 쉽게 설정해지 안해주겠다며 판결받아 해결하라는 박전무의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끝까지 형님의 시간과 싸우겠다는 계산이다.
천왕동 건물과 밭의 정리도 매우 어렵게 꼬여있다. 건물은 공동지분으로 나뉘어져 있어 분할하려면 길을 만들어 기부채납 해야하고, 밭은 일부를 포장해서 주차장으로 사용하고 있어 원상복구 없이는 등기이전이 안되고, 원상복구 하면 마트운영이 불가능하여 계약위반이 되는 상황이다. 조카 은경이와 형수의 상속포기 각서를 첨부하여 가등기매매 후 2031년 경에나 정리하는 방법뿐이다.
3월 23일 새벽 5시다. 병원에 가려고 씻으려는데 세면대에 짧은 머리카락이 많이 보인다. 뭐지 하며청소했는데 어제부터 형님의 머리카락이 빠진다는 간병인 이야기다. 제발 이번에는 주사액이 몸으로 흡수되어 치료되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채혈하고 진료까지 두시간 이상 기다려야한다. 지하주차장에서 쉬는 동안 연세대학교 교정을 찾았다. 학생들 발걸음이 총총긜음이다. 학교 뒤편에서도 학생들이 끝없이 내려온다. 우정학사가 보인다. 부영건설 이종근회장은 국내외에 수많은 기숙사를 지어주셨는데 그 건물이 우정학사다. 안양에 있는 내 모교 신성고등학교도 우정학사를 기부받은 이후 명문고등학교로 성장했다. 그 훌륭하신 분도 탈세혐의로 수년을 옥살이하셨다.
김민교교수의 짧은 진로시간, 모든게 정상이어서 항암주사를 맞을수있다는 설명이다. 형님의 아이고 감사합니다 소리가 반복된다. 2시간 기다렸다 2시간 30분 주사를 맞는다. 주사를 맞으면서도 통증은 여전하다. 간병인은 쉼없이 다리를 주무르고 있다.
어제밤에 는 잘주무셨는지 얼굴이 좋아보였다. 미역국에 밥을 드시겠다며 식탁에 오자마자 구역질을 한다.
약으로 진정시키고 식사를 하면서 부영 이종근회장 이야기를 꺼냈다. 훌륭하신 분인데 어찌되서 노구에 교도소에서 고생하셨다고 했는데 형님께서 말을 받는다.
어느해 어버이날에 구로구 봉사회원들과 음식을 만들어 천왕동남부교도소를 찾았는데 그때 부영그룹 이종근회장, STX그룹 강덕수회장과 함께 식사했어다고 한다. 형님께서 오랜시간 천왕동남부교도소 교정위원으로 봉사하면서 겪은 이야기다.
형님은 공증시간을 오후4시 예약하고 수원병원에서 검사를 받아봤다, 폐에 물이 찼다는 진단으로 우울해져있다. 형님의 의학적 시간이 맞아가는 몸상태를 확인하는 시간이다. 고향친구 두분의 증인과 함께 공증을 마무리하고 돌아와 옛일들을 추억하는 시간, 잠깐 웃으며 아픔을 달래지만 모두의 눈가엔 눈물뿐이다.
수원병원에서 혐님의 폐에 물이찼다는 아픈 이야기에 두분형님도 아파하신다.
형님은 사력을 다하여 안정운수를 설득하고 있다. 4월 2일 드디어 안정운수 사장을 만나 어떻게 할지 이야기를 듣는다. 뜻밖에도 형님에게 어떠한 피해도 없게 하겠다면서 문제는 한일가스에서 돈을 언제 풀어주는냐가 관건이라고 말한다. 그동안 못준 이자만이라도 서둘러 만들어주겠단다. 10억 설정해지에 필요한 인감증명서도 떼어주겠다고 약속했다. 한일가스와 안정운수의 싸움에서 본의아니게 형님이 피해보는 상황이되버렸다며 안타까워 한다.
4월 6일 항암주사도 맞았다. 힘들게 하루하루 고통을 견디며 소송의 마무리 만큼은 보겠다는 의지로 투병하는 듯 하다.
4월 14일 부터 형님의 혈압이 뚝 떨어졌다. 어떤때는 70대로 떨어진다. 그동안 버텨온 것은 정상적인 혈압 덕이 었는데 갑작스레 떨어진 혈압 때문에 초긴장이다.
4월 20일 항암주사 만큼은 맞아야하기 때문에 수원병원에서 검사를 받고 원인을 찾아본다. 아마도 계속되는 진통에 먹었던 진통제의 부작용으로 보인다.
19일 나는 진도로 향하고 형님은 집으로 돌아오신다.
코로나 때문에 취소됐던 진도바닷길축제가 4년만에 열린다. 물장화 재고불랑 소진하기 위해 꼭 가야하는 행사다. 힘들게 내려온 진도 행사장 분위기가 냉랭하다. 불법 노점상을 엄격하게 단속한겠다는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있고 하얀줄로 원천차단해놓았다. 그래서인지 노점하려는 상인은 한명도 없다. 해마다 장사하던 곳에 주차하고 상황을 살핀다.
행사가 시작되고 아침부터 주차장에 차들이 줄을있는다. 물건을 정리하려는데 지역 주민으로 보이는 사람이 여기서 장사할수 없다고 한다. 행사에 필요한 물장화 인데 어쩌겠냐고 대답하고 대꾸하지 않으니 가버린다. 그런데 가지고 온 물건이 엉망이다. 4년을 쌓아두었더니 곰팡이가 너무 심하다. 싸이즈별로 정리하자 손님이 왔다. 변색등으로 반품된 물건 이라 설명하고 5천원에 파는것이라 했더니 몇개 사가신다.
행사요원들이 찾아와서 노점하면 안된다고 한다. 여기아니면 아까운 물건 모두 폐기해야 한다. 재료비라도 회수하려고 서울에서 내려왔다며 물건을 정리하자 안된다고 하고 돌아간다. 물건만 정리해놓고 오후 두시 이후 부터 장사하면 된다.
한시쯤 점심으로 국밥 한그릇 먹고 노점장소에 돌아와서 상황을 살핀다. 관광객들이 제법 돌아다닌다. 물장화로 갈아싣고 손님을 불러본다.
형님은 몸상태가 생각보다 괜찮아 항암주사를 맞았다는 소식이다. 24일 검사를 하고 이후 치료과정을 결정해야 한다. 이틀간 버려야하는 물건으로 120여만원 벌었다고 하니 몸조심하라신다.
바닷길이 열리지 않아 이상해서 확인해보니 행사를 한달전에 했어야하는데 날씨관계로 연기했다 고 한다.
서울까지 6시간 쉬지않고 올라왔지만 많은 사람들을 접촉해서 형님에게 갈수 가 없다. 그동안 밀려있는 일들 산적해 있지만 말할수도 없다.
5월4일 검사결과를 보러간다. 부디 좋은소식 전해받기만을 기도하며 형님을 배웅한다. 오늘 하우수 배수로를 덮고 쌓아뒀던 스크랩을 치우고 덮었던 합판들을 교체해야 한다. 배수로를 파내고 정리하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났다. 형님한테서 여러통에 전화가 왔었다. 화급히 누른 전화에 언짢은 소리는 당연하다. 바빴던 상황 전하고 형님 목소리에 귀기울였지만 별말씀없이 끊으신다. 좋은 소식 없었나싶어 걱정뿐이었는데 또다시 걸려오는 형님의 전화다. 느낌없이 받았는데 진단 결과를 말하지않았다면서 항암치료가 엄청 잘되었다는 소식이다.
기적이다. 그동안 투병과정을 곁에서 지켜본 증인으로서 희망으로만 바라던 일이 현실로 다가왔다. 너무나 기쁘고 꿈같은 오늘이다.
담당교수 조차 믿기지않는 검사결과를 받은거다. 상식적으로는 4월 이고 늦어도 몇달뿐이라는 의학적 판단을 형님은 무서운 의지로 극복해내고 있다.
제발 형님의 머리카락이 빠지는 항암주사를 맞아야 한다는 느낌이 정답이 되가고있다.
옵디브주사
독일에서 개발한 식물성 면역강화 항암주사액이다.
형님께서 치료받은 신약1차치료제 였고 좋은 느낌을 주었던 주사였는데 치료효과가 보이지않아 중단한 치료제다. 새로 맞기 시작한 주사는 화학성항암주사액으로 엄청난 독성 후유증으로 힘들어하실것이 분명하여 면역력이라도 보완되길 목적으로 영양제 맞으시듯 두번 두번 두달동안 집에서 맞으셨다. 이번 항암치료의 효과는 병원의 항암주사와 병행하여 항암주사효과를 극대화 시킨 것으로 추측된다. 치료효과가 분명하다면 이 방법뿐, 이제 희망이 생겼다.
7월 25일
구급차로 수원병원으로 간다
쎄브란스병원에서는 코로나 때문에 누구도 볼수없어 마지막 남은 시간 보고싶은 사람들 만나게 해드리는 생각이고 천왕동 재산을 정리할 시간이다.
형님께서 몇분에게 전화하고 약속되면 내가 만나서 가격을 제시하고 그분들의 의중을 들어보는 것 뿐이다.
아무런 결과없이 몇일이 지나버렸다.
형님의 다리에서는 진액이 흐르고 끊임없이 주물러드리면서 옛날 들을 떠올리며 이야기나눈다,
너무나 뚜렷하게 기억하는 60여년 기억들이다.
"오백이든육백이든 던져라" 너무 늦었다. 누구에게도 팔수없는 지분구조 형질병경 등등 때문이다.
이제 전여사 뿐이다.
형님에게 지분 1/4을 15억에 넘기고 7억을 빌려서 세금을 해결하자 말씀드리니 알았다고 하신다.
전여사님도 어떻게든 해결하자고 하신다. 급히 변사무장에게 내용을 설명하고 수원병원에서 계약하는 것으로 약속을 잡았다.
수원병원에서 형님을 보자마자 눈물흘리시는 전여사님을 진정시켜드리고 형준이와 전여사 형님의 시간을 가지시라고 병문을 나왔다.
변사무장께서 도착하고 계약서에 지장을 찍고 서류들을 갖추어서 등기하는 일만 남았다.
8월 14일 전여사님 딸 가족이 카나다로 떠나기전에 대출 등등 많은이들이 남았다. 은행에서 서류심사하는 시간에 고향 양구에 인사다녀오신다고 떠났다.
나도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인지라 미루어졌던 일들을 하고 병원에서 함께해야한다.
몇일사이 병원에서 은경이의 이해못할 행동을 전해들으면서도 예상하지 않았던 일이 벌어졌다.
형님의 임종을 앞두고 은경이의 문자를 받은 전여사는 은경이 동의없이는 아무것도 할수없다는 설명이다.
부모의 임종을 지켜야한다는 전언에도 간호사실에 돌아가시면 연락하라는 미친년이다.
위급한 상황을 넘기고 괴씸하고 분하여 연락을 단절하였더니 사람들을 데리고 와서는 짐승보다못한 개망나니짓을 형님은 보고 말았다. 국가공권력의 무서움을 알게해야한다는 말만 되낸다.
장례식장에 모시면서 마지막 얼굴을 확인하는 시간에도 나타나지 않고서는 잘못된 부고장을 만들어 돌리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서슴없이 저지르고 발인하는 날에는 아프다는 핑계로 나타나지 않고 사모제도 지내지 않은 이튿날에 사망신고부터 해버린 미친년이다.
요양병원에 형수님을 찾아갔더니 면회제한 조치로 만날수도 없었다.
"수신제가 치국평천하"를 자꾸만 떠올랐다.
모든것이 형님의 업보다. 난 그런 형님께 인생을 맡겼고 무일푼이 된 현실 또한 내 업보다.
내가 확신하는 것은 형님께서 건강하셨고 재산을 정리하실 수 있었다면 내 청춘의 몫은 분별해주셨을거라는 믿음이다.
어제부터 시간나는대로 형님 사무실을 정리하고 있다. 시골 아랫방에 형님의 공간을 만들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