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은 <월간 목회>에 100회 연재한 「목회자를 위한 우리말․바른 말」의 제70회에서 일부 발췌한 것입니다.
‘쪽발이’란 말
“오늘이 쪽발이 왜놈들이 우리나라를 삼킨 국치일(国恥日)이로구나. 그런데 신문 방송들은 잠잠하고 있으니….”
“할아버지, 왜 일본 사람들을 ‘쪽발이’라고 하지요?”
“너 일본 나막신 ‘게다’나 일본 집신 ‘조리’를 본 일 있니?”
“아, 나무판대기 밑에 각목을 붙이고 엄지와 검지발가락 사이에 [ㅅ] 자 모양의 끈을 꿰고 신는 일본 나막신 말씀이군요.”
“맞았다. 일본인이 신는 나막신이나 짚신은 모두 발가락 사이에 끈을 꿰어 신게 되어 있고, 버선도 거기를 갈라놓았기 때문에, 왜놈들을 욕할 때 ‘쪽발이’라고 말했단다.”
“아, 그렇군요. 그런데 일본 나막신과 우리 나막신, 일본 짚신과 우리 짚신을 비교해보면 아주 재미있어요.”
“무에 재미있느냐?”
“우리 것은 정교하게 만들었는데, 일본 것은 모두 초기단계에 머물러 있는 반제품 같아요. 짚신을 예로 들면 우리 짚신은 총을 박아 신발 모양으로 만들었는데, 일본 것은 바닥만 만들어 발가락에 꿰어 신도록 만들었고, 나막신도 그래요.”
“호! 역시 피는 못 속이는가보구나.”
“녜에?”
“내가 가르쳐주려고 하는 것을 네가 미리 다 말해버리다니, 기특도 하다.”
“할아버지가 가르쳐주시려고 한 게 무엇인데요?”
“내가 외할머니에게서 들은 얘기, 우리나라가 일본에 문화를 전해준 얘기를 하려고 했는데.”
“할아버지의 외할머니가 한말의 의병장으로서 대마도(對馬島)에서 순국하신 면암(勉庵) 최익현(崔益鉉, 1833~1906) 선생님의 따님이시라는 얘기는 들었는데요.”
“맞다. 내가 어려서 그 외할머니에게서 한일 관계사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옛날 일본이 미개했을 적에 우리나라에서 기본적인 문화를 전수시켰단다. 그 증 몇 가지만 들어보마. 벌거벗고 사는 그들에게 옷 만드는 법을 가르쳐 줘도 따라서 하질 못해, 대충 시침질해서 만드는 상복(喪服)을 전해주어, 일본 귀족인 다이묘(だいみょう, 大名)들이 입는 옷이 상제들이 입는 굴건제복(屈巾祭服)의 형태란다.
짚신도 뒤의 복잡한 과정은 생략해서 만들어 신게 하였고, 나막신도 네 말대로 나무판대기 밑에 각목을 붙이고 시옷 자 줄을 매어 신게 하였단다.
냉면은 육수 국물 없이 무를 갈아 넣은 물간장에 메밀 국수를 찍어 먹게 하였는데 이게 모리소바(もりそば)란다.
불고기는 양념에 재질 않고 생고기를 썰어 철판에 구워서 기름소금에 찍어 먹도록 하였는데, 이게 철판구이, 뎁빵야끼(てっぱんやき,鉄板焼)란다.
밥은 주먹밥으로 먹게 하였는데 그게 오니기리(おにぎり)요, 김치는 간단한 백김치만 가르쳐주어 일본의 김치는 지금도 백김치 뿐이란다.”
“우와! 그렇군요. 복잡한 것을 질색하는 일본인들에게 딱 맞는 방법으로 전수하였군요.”
“글자도 마찬가지다. 일본의 글자인 [가다가나, 片かな]도 우리가 한자를 이두로 읽을 때 토를 달아 쓰던 한자의 조각글자이고, 그들이 [신대문자(神代文字)]라고 신사(神社)에 모시고 신주처럼 받들며, 입시 철이면 학생들의 참배를 받는 속칭 <아히루 문자, あひる 文字>는 한글과 비슷하기 때문에, 오찌아이(五郷清彦)라는 자는‘한글은 일본에서 건너갔다’라는 망언을 하였지만, 이 글자는 고조선의【가림토(加臨土) 문자】란다.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들 때, 박제상(朴済相)의《징심록, 澄心録》에 나오는 가림토 문자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만들었다고 기록되어 있단다.
세종실록 25년 계해(癸亥) 12월, 훈민정음 첫 발표문을 보면,
‘이 달에 상(上)께서 친히 스물 여덟 자를 지으시니, 그 자는 고전(古篆)을 모방한 것이다.’
라고 하였고, 훈민정음 제작 원리를 설명한 정인지의《해례서》에 보면
‘계해년 겨울에 우리 전하께옵서 정음 스물 여덟자를 창제하시고, 간략하게 예를 들어 보이시면서, 이름지어 가라사대 <훈민정음>이라 하시니…글자는 옛날 전자(篆字)를 본 따고….’
라고 하여 가림토 문자를 본 따 창제하셨음을 명시하였단다.”
§게다(げた, 下駄)
【명】①일본 나막신. wooden clogs. ②복자(伏字). 인쇄용어로서 교정을 낼 때 해당 활자가 없을 경우 짜 넣는 궤도(軌道)조각 같은 복자(伏字). ―をあず(預)ける. 상대에게 그 처리를 일임하다. 모든 것을 맡기다. ―をはかす. ①사물을 실질 이상으로 잘 보이게 하다. ②값을 에누리하여 차액을 덕보다. 대금(代金)․임금의 일부분을 약취하다.
§조리(ぞうり, 草履)
【명】짚신. 볏짚으로 만든 신. 가는 새끼를 꼬아 날을 삼고, 총과 돌기총으로 울을 삼아서 만듦. straw sandals. ―とり(―取り) 짚신잡이. 옛날 일본의 사무라이 집안에서 주인의 짚신을 들고 따라다니며 시중을 들던 하인. ―むし(―蟲) 짚신벌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