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정떡갈비
소문난 송정동 떡갈비거리에서 떡갈비 맛을 본다. 어느새 광주 얼굴음식이 된 떡갈비를 고향에 와서 먹는 기분이다. 맛도 모양도 제대로인 떡갈비를 만났다. 이런 것이 행운 아닌가 한다.
1.식당얼개
상호 : 송정떡갈비
주소: 광주시 광산구 광산로 29번길1
전화 : 062-944-1439
주요음식 : 떡갈비, 육회비빔밥
2. 먹은날 : 2021.6.14.저녁
먹은음식 : 한우떡갈비 22,000원
3. 맛보기
떡갈비는 전국에 분포하고 유명한 곳도 많은 음식이다. 인근 담양도 떡갈비로 유명하다. 그러나 이처럼 거리를 조성하고 일대가 자연발생적인 떡갈비 음식점인 곳은 많지 않은 거 같다.
갈비는 갈비살을 중심으로 한 고기를 다져서 만드는 음식이다. 중국음식에 사자두(스즈토우, 사자머리)라는 음식이 있다. 간 고기를 커다란 완자처럼 둥글게 만들어 튀기고 소스를 뿌린 음식이다. 고기 덩어리이므로 값도 비싸 나름 고급음식으로 친다. 그러나 그 요리를 먹을 때마다 항상 느끼해서 한 덩어리를 다 먹지 못하고 아쉬웠던 기억이 있다.
떡갈비는 다르다. 특히 담양의 떡갈비도 좋지만 이곳은 더 좋은 거 같다. 마지막 한입까지 달게 먹을 수 있다. 고소하고 쫄깃하고 질기지 않으면서 단맛은 표면으로만 남아 고기 속살을 먹는 데 방해가 되지 않는다. 개운하게 풍부한 고급의 맛이 입안 가득 퍼지는 맛을 어찌 다 형용하랴.
맛의 고향 남도에서 먹으니 더욱 맛이 난다. 떡갈비만 달랑 나오면 이렇게 풍부한 맛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전라도답게 다양한 찬이 풍성하게 맛도 잘 갖추어서 나온다.
역시 같은 음식도 전라도에 와서 먹어야 제맛을 즐길 수 있다. 풍성한 곁반찬과 맛깔스러운 솜씨, 거기다 양도 푸지다. 전라도 음식은 많은 반찬과 높은 솜씨와 풍성한 양을 갖추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여기서도 그 특징이 예외없이 다 보인다.
떡갈비 맛을 제맛 내는 반찬들이 한층 빛내준다.
쫀득거리면서 깊에 맛이 배인 갈비살의 맛이 외양으로도 드러난다. 순수 한우떡갈비살이어서 쫀득하고 깊은 맛이 더한 거 같다.
찬의 배치가 재미있다. 부추, 전라도 말로 솔이 김치와 나물로 변신해서 다 나왔다. 풍미가 다르다. 부추나물 오랜만에 만나니 더 좋다. 나물 한 가지에도 전라도 솜씨가 살아 있다.
무도 변주를 보인다. 초절임쌈무, 무나물, 무 재료 찬이 두 개나 나온 셈이다.
깔끔하고 맛나다. 묵은 솜씨 아니면 이런 맛 내지 못한다.
들깨무청나물. 새큼한 맛이 일품이다.
홍어무침. 광주는 잔치에 홍어 없으면 안된다. 삭지 않은 홍어, 약간 단 맛이 강하다. 그래도 솜씨가 느겨진다. 아쉬운 건, 제 끼니 음식이 아니란 것. 모두 다 제 끼니 찬을 만들 수는 없겠지.
묵은지. 개인적인 취향은 묵은지를 좋아하지 않지만, 한입에 제대로 된 음식인 줄은 알겠다. 묵은지를 이렇게 신맛이 나면서도 탱탱하게 보존할 수 있다는 것은 몇 단이나 되어야 할까. 대단한 맛이다.
잔멸치조림. 어디서나 잘 어울리는 국민 밑반찬이다. 적당히 잘고 적당히 간이 맞아 좋다.
돼지갈비탕. 좀 섭섭하다. 탕맛이 좀 개운하지 못한 거 같다. 돼지떡갈비와는 잘 어울리겠지만, 한우떡갈비와는 확실히 안 어울리는 거 같다.
당귀나물까지. 생야채가 아주 싱싱하고 다양하다. 풋풋한 야채가 입맛을 저절로 나게 한다.
밥이 금방 해내와 김이 모락거린다. 통통한 쌀알에 쫀득거리는 식감이 좋다. 갈비와 맨밥만도 아주 흐뭇한 맛이다.
원산지 표시다. 일반 떡갈비는 한우와 돼지고기를 섞어서 한다. 원가절감과 기름지고 풍부한 맛을 위해서다.
수많은 유명인사가 다녀간 흔적이다. 유명인사라고 해서 맛을 다 알겠냐마는 일단 그들의 정보력을 신뢰하면 이집이 맛집이라는 것을 입증하는 방법 아니겠냐는 논리가 가능할 거 같다.
아래는 송정동 떡갈비골목
송정동 떡갈비골목
4. 먹은 후
1) 송정떡갈비 골목 소개
광주 송정동에는 20여 개의 떡갈비 전문점이 모인 골목이 있다. 송정동 떡갈비 골목의 음식점들은 저마다 고소하고 쫄깃한 떡갈비 맛으로 손님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관광객이 찾아들고, 호남 지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이라면 반드시 한 번은 들러 가곤 한다.
송정 떡갈비는 여러 가지 면에서 보통의 떡갈비와 다르다. 보통 떡갈비는 소고기를 이용하지만, 이곳은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섞어 만든다. 원래 송정 떡갈비도 소고기를 이용하다가 1990년대 후반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재료비가 인상되자, 음식 값을 올리지 않기 위해 돼지고기를 섞어 메뉴로 내놓았다고 한다. 육질이 서로 다른 돼지고기와 소고기가 만나 환상의 궁합을 만들어내며 송정 떡갈비가 탄생한 셈이다.
이 외에도 떡갈비에 곁들여지는 뼛국은 송정의 독특함이 그대로 드러나는 음식이다. 돼지 뼈와 다시마, 무 등을 넣고 오랫동안 끓이는 뼛국은 이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메뉴다. 떡갈비 한 접시에 뜨끈한 국물 한 그릇 후루룩 마시면 하루 종일 속이 든든하다.(대한민국 구석구석 전재)
떡갈비는 이제 소고기를 넘어 돼지고기, 오리고기를 넘어 육류나 생선일반으로 확대되는 요리방식이 되었다. 먹기 편하고 맛도 좋아 어린이 노인이 다 즐길 수 있는 음식이면서, 맛을 집약적으로 볼 수 있어 성질 급한 사람에게도 좋다. 그러면서 우아하게 먹을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그래서 궁중 기원설도 나왔다. 왕이 체통없이 갈비를 뜯어 먹을 수 없어 떡갈비를 먹었다는 것이다. 하여튼 상당히 이전부터 떡갈비를 먹어왔음이 분명하다.
갈비를 다져 떡 모양으로 만든대서 떡갈비다. 그런데 얼마전에는 남원에서 미꾸라지로 이런 요리를 개발했단다. 일명 '춘향떡갈비'다. 남원추어탕은 서울 추어탕과 달리 갈아서 만든다. 서울 추어탕은 원형 그대로가 나와 먹기 부담스러운데, 이제 떡갈비 모양이면 미꾸라지 식용이라는 부담을 완전 떨칠 수 있을 거 같다.
이렇게 갈아서 혹은 좃아서 떡모양으로 납작하게 해서 조리하는 것은 떡갈비라는 명칭으로 보편화되었다. 요리의 일반명사가 된 것이다. 떡갈비의 무한진화다. 한식의 진화, 음식 한류로 이어질 것이다. 진화는 경쟁력이다.
2) 전라도음식, 남도음식
전라도 음식이라고 행세하려면 맛, 솜씨, 양을 다 갖춰야 한다. 전라도 유명음식점은 어딜 가나 이 세 가지가 다 갖춰져 있다. 식당에서 이 셋을 다 갖추려면 원가가 높아진다. 전라도는 풍부한 식재료에 솜씨 있는 인력이 있고, 사회적 인프라를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활용할 수 있다. 서울에 비해 집세가 저렴한 것도 큰 강점이다.
서울에서 전라도만큼 좋은 음식 맛보기 힘든 것도 원가 상승이 큰 요인으로 보인다. 전주 용진골목에서 막걸리를 마시며 물어봤다. 이런 음식점 전국 어디에나 갖다 놔도 모두 최고 맛집이 될 거라고. 그러자 주인 아주머니는 곧바로 부정했다. 절대 그럴 일 없을 거라고. 이 골목 식당은 모두 식자재를 공동 구매 한다고, 그래서 원가를 최대한 낮추어서 이 값에 팔 수 있는 거라고.
이제 맛있는 음식은 전라도에 맡겨야 하나. 어쨌든 전라남북도가 이렇게 음식벨트를 조성하고 있는 것은 나라의 큰 자산이다. 광주 떡갈비거리에 와서 전라도의 힘을 다시 확인한다. 음식문화 외에 전통문화 및 기타 여행을 유혹하는 문화적 자산을 확대하여 음식관광의 중추 몫을 제대로 해내기 바란다.
3) 옥의 티, 잔소리 : 동류 찬의 상차림
부추 찬 두 개, 무 찬 두 개, 소고기 떡갈비에 돼지갈비탕, 이런 이중주가 좋은 거 같지 않다. 먹기도 지루하고 영양도 겹친다. 유태인은 소고기와 우유를 같이 먹지 않는다고 한다. 적어도 7,8시간의 간격을 두고 먹는데, 소에 대한 예의를 갖추고, 몸에서 동류가 흡수되는 것의 중복을 피하기 위해서란다.
우리는 가끔 닭고기와 달걀을 같이 먹는다. 그럴 때는 조금 찝찝한 기분이 느껴진다. 과학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는지는 짚어봐야 하겠지만 심리적 부담이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다. 상차림 찬을 기획할 때 한번쯤 고려해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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