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미세먼지는 매우 나쁨이다. 아침마다 날씨와 기온을 살피며, 꼼꼼하게 챙겨보는 것이 미세먼지 농도이다. 4월들어 매우 나쁨을 기록하는 날이 많은데, 이런 날은 앞이 뿌옇고 눈이 따가워 밖에 나서기 꺼려진다. 이제 미세먼지는 기후변화를 체감하는 주요 인자因子가 되었고, 우리 생활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봄은 미세먼지와 함께 온다.
꽃이 피는 순서는 성재여행에서 이렇다. 매화꽃 향기가 봄을 재촉하면 산수유, 개나리, 목련이 피고 진달래, 자두 살구, 철쭉이 뒤를 따른다. 그러던 것이 올해는 꽃이 2주 정도 일찍 피었다. 더하여 이곳 저곳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피워내 순서를 예상하고 즐기던 재미가 그만큼 줄었다. 꽃 피는 시기의 교란은 지구온난화가 몰고 온 생태계의 변화 때문이다.
최근 기후변화에 대한 전 지구적 위험을 평가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6차 보고서’가 발표됐다.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18년 배출량 대비 40% 줄여야 한다. 현 정부는 임기 중 낮은 감축률(총 감축량의 25%)을 잡고, 다음 정부에 3배 높은 75%를 배정했다. 기후문제를 할수만 있다면 미루고 미뤄 다음 세대로 떠넘기려는 속내이다. 유럽이나 미국이 오래 전부터 기후변화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강도 높게 탄소배출을 감축하는데 비해, 우리나라는 별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나 수출 비중을 생각하면 기후변화 대응은 빠를수록 좋고, 지금보다 몇 배의 노력과 재원 투자가 필요하다. 기업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지만 수출을 하는 기업들은 탄소배출 감축이 불가피해졌다. 제품을 만드는 전 과정에서 탄소 배출량이 계산되고, 이때 사용한 전기는 청정에너지임을 입증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수출 시 탄소국경세를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기업에서는 환경친화적이면서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고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일이 최대 관심사이다. 소위 ESG(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 경영인데, 이는 더 나은 세상을 향한 세계적 가치 담론으로 삶에서, 현장에서 변화를 만들어 내고 실천하려는 기업차원의 움직임이다.
기업이 생존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하여 ESG 경영을 하는 것처럼 개인도 이에 버금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지구온난화는 이상 기온 현상과 미세먼지 농도를 갈수록 악화시키고 있다. 꽃이 피거나 과실을 거두는 시기가 종잡을 수 없는 등 생태계가 교란되고 있다. 햇볕이 모든 사람에게 골고루 비추듯 기후변화 문제는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것으로 한가롭게 정부만 쳐다볼 상황이 아니다.
따라서 기업의 ESG 경영을 개인의 삶에 빌려 쓰는 것도 현실적인 방안으로 보인다. 우리는 각자 자기 삶에 있어 1인 기업가이다. 개인의 ESG는 기업에서 지배구조 개선에 해당하는 G를 Garden(정원)으로 대체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 한마디로 기후문제는 나부터 실천한다는 인식을 가지고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는 공간으로 정원을 활용하자는 것이다.
개인 ESG에서 (E)는 환경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다. 우리 생태계는 인간과 물질, 에너지, 생명체의 살아있는 시스템으로서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다. 중병을 앓고 있는 지구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인간과 문명의 폭력성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한다. 지구는 미래 세대에게 잠시 빌려쓰는 것으로 우리가 책임진다는 자세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다음은 사회적 책임(S)이다. 우리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가능한 분야부터 당장 실천해야 한다.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걷기나 자전거 이용을 확대하며 육식보다는 채식 위주의 식단으로 전환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먹는 것의 일부는 텃밭에서 얻고, 지붕이나 벽면에 태양광을 설치하여 에너지를 자립할 수 있다. 창의력을 발휘하면 할 수 있는 분야는 많다.
기후변화를 체감하고 사회적 책임을 실천할 수 있는 공간인 정원(G)은 소유 여부나 크기보다 자연과 더불어 상생하고 공존하려는 노력이 핵심이다. 실내에서 반려 식물을 기르거나 아파트 단지에서 이웃과 함께 정원을 보살피는 것 그리고 산이나 공원을 찾는 등 자연과 가까이 하는 일이다. 각자 주어진 여건에서 정원을 만들거나 세상에 있는 정원을 마음껏 활용할 수 있다.
성재여행은 ESG를 시행하는 공간이다. 지속가능한 실천을 위해 마을 사람과 귀농귀촌한 젊은이들이 함께할 수 있는 활동을 찾고 있다. 성재여행과 마을 그리고 주변의 자연 환경을 활용하기 위함이다. 정원에서는 실망하는 법이 없다. 누구든 정원에 들어서는 순간 꽃과 나무의 초대장을 받은 것이다. 자연의 환대는 여전히 살갑다. 그러니 기후변화 속에서 ESG를 실천해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