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어 가는 식탁
이지호
오늘의 목소리를 기억해야 한다
식탁 위에 차리는 따듯한 음식은
너의 오늘을 위하여
나는 너의 이름을 부를 뿐
여기에 오늘은 우리에게 미래가 되어
우리 안에서 식어 가리라
너를 부르면 물결만이 대답하는 시간
마중 나가도 오지 않는 너의
여기는 어제의 집이 아니요
어제의 바람이 아니다
서둘러 가 버린 길
챙기지 못한
무너지는 억장과 사랑을 풀어놓는다
장조림과 잡채도 가득 담았다
기막힌 울음이 다녀가고
지독한 죽음의 냄새가 덮어 버린
팽목항 밥상엔 갈매기도 기웃거리지 않는다
자본주의의 거인이 아이들을 잡았다
나사 잃은 회전목마처럼 사람들 사이 여울목
식기 전에 밥 먹어라, 이것아
오지 않을 미래가 식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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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호
2011년 《창작과비평》 등단. 『말끝에 매달린 심장』 『색색의 알약들을 모아 저울에 올려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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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10주기 추모 문집]식어 가는 식탁/이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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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01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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