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에 다시 보는 권정생 그림책 (5월 28일 화요일)
<<강냉이>>(권정생 시 김환영 그림 |사계절)
6월이면 이 그림책이 떠오른다. 요맘때쯤 시골 밭에서는 옥수수가 한창 쑥쑥 크고 무르 익고 있겠다. 강원도에서도 옥수수를 강냉이라고 한다. 하루 하루가 다르게 쑥쑥 키가 커가는 옥수수가 신기했던 기억과 노란 옥수수알이 통통해지며 익어가기를 기다려본 어릴적 기억이 모락 모락 되살아나면서 책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강냉이’는 '옥수수'의 복수 표준어로 이 책은 시 그림책이다. 권정생님이 초등학교때 쓴 시를 김환영 그림으로 이미 모두에게 잘 알려진...
표지 바탕색이 황토색이었다가(2014년) 연두빛으로 산뜻하게 바뀌서 2018년에 재발행되었다.(개인적으로 재방행된 책이 아이의 마음이 오롯이 느껴져서 훨씬 좋다)
책을 읽는 내내 땅을 파고 옥수수 알을 심는 아이가 되어 있었다.
조금은 읽기 어색한 사투리여도 괜찮았다. 사투리가 현재와는 아주 먼 그 시대 그 배경으로 나를 바짝 당기는 느낌이었다. “생야는 구덩이 파고..”에서 생야를 형아로 해석했는데 권정생 선생님의 형이름에서 따온거란다. 생소한 단어가 있어도 생야를 형아로 해석하든 상관없었다. 그림으로 충분히 상상하고 끼워 맞출 수 가 있었다.
싯구 글귀 한자 한자 모두 마음으로 파고 들었다. “모퉁이 강낭은 저꺼짐 두고” 에서는 그냥 멍했다. 혼자 두고 오지 않았다는 것을 저희끼리 (옥수수 끼리라고 해석, 또는 그림에 등장하는 강아지와 노란 병아리도 해당 될 수 있겠다는 생각) 두고 왔다는 아이의 말이 그냥 두고 왔다는 말보다 몇 백배는 아이가 품었던 옥수수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크게 다가온다. 아이가 옥수수를 두고 떠나는 속상한 마음과 미안한 마음이 한꺼번에 느껴졌다.
평상시 그림물감이 굳어진 듯 붓자국이 남아 질감이 느껴지는 듯한 투박한(?) 느낌의 그림을 그닥 선호하지 않는 편이었다. 하지만 <<강냉이>>에서의 그림은 짧은 시구에서 느끼지 못한 아이 마음을 그림으로 꽉 채워진 느낌이다.
참혹한 전쟁은 글로 표현하지 않아도 전쟁에 대해 들은 그 어떤 설명보다 전쟁이 피부로 느껴온다. 그림 대비로 자연스럽게 느껴지게 한다. 아이가 떠올리는 옥수수가 잘 자라 주었을꺼라는 희망 섞인 환상과 전쟁으로 모든 것이 뭉게져 버린 절망적 현실을 이미지로 대비시킴으로써 전쟁의 참혹함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이외에도 똑같은 배경이지만 다르게 표현한 그림, 마을풍경 묘사등 여러 군데 그림 대비가 있었다. 짧은 싯구와 글 없이 그림으로만 전달하는 묵직한 울림도 교훈적이지 않고 물 흐르듯 자연스럽다.
전쟁이 나고 강냉이를 두고 가야하는 아이의 머뭇거림에 누군가가 피난길을 재촉하는 “어여-”
라는 글 하나를 네페이지에 걸쳐 할애했다. 글없이 그림으로만 보여준 긴 공백 끝에 오는 글 ‘어여-’가 더 애잔하게 와 닿는다. 손글씨체 글자가 그림과도 이야기와도 잘 어우러진 느낌이다. 김환영 작가가 직접 쓴 것 같다. (직접 썼다고 함)
가장 압권은 마지막 페이지다. 사방이 포탄이 터지는 전쟁과 피난의 복새통중에서도 오로지 옥수수 생각뿐인 아이의 마음을 너무 잘 표현해서 가슴이 먹먹해 진다. 땜빵 머리를 한 코흘리개 아이가( 표지그림에서는 콧물이 옥수수 알맹이 인줄 알았다. ) 응시하는 어둠 저 너머로 여운이 길게 뻗어간다. 몇년전만해도 남북정상회담으로 술렁거리는 화해 분위기에 아이가 응시한 어둠 너머로 희망이 읽혔는데.... 오늘은 잘 모르겠다. ㅠㅠ
<<강냉이>>도 <<강아지 똥>>만큼이나 아이들에게 꾸준히 사랑받는 책으로 거듭나기를 바래본다.
<<오소리네 집 꽃밭>> (권정생 글 정승각 그림 | 길벗어린이)
회오리바람을 타고 읍내 장터까지 휩쓸려 갔던 오소리 아줌마, 부리나케 집으로 돌아 오는 길에 우연히 발견한 학교 담장 너머 꽃밭.
오소리 아줌마는 집으로 돌아오기가 무섭게 남편을 졸라 꽃밭을 만들자고 수선을 떤다. 그런데 오소리 아저씨가 괭이질을 하는 곳마다 들꽃들이 제자리를 지키고 있어 도무지 꽃을 새로 심을 수가 없다. 그제서야 오소리 아줌마는 자기 집 주변을 다시 돌아 보게 된다. 잔대꽃, 도라지꽃, 용담꽃, 패랭이꽃... 사방이 온통 꽃천지인걸 이제서야...
“우리 집 둘레엔 일부러 꽃밭 같은 것을 만들지 않아도 이렇게 예쁜 꽃들이 지천으로 피었구려.”
“겨울이면 하얀 눈꽃이 온 산 가득히 피는 건 잊었소?”
오소리 내외가 산마루에 나란히 걸터 앉아 언제나 그래 왔듯 변함 없이 자신들을 감싸고 있는 들판을 내려다 보는 마지막 장면이 인상적이다.
권정생님이 우리에게 넌지시 던지는 조언이 아닐까. 멀쩡한 내 꽃밭은 보지 않고 남의 꽃밭만 부러워 하는 나의 모습을 돌아보게 한 책이다.
나에게도 시시때때로 회오리 바람은 불어온다. 보이지 않는 겨울 꽃밭은 쉽게 잊고, 남들 것이 나아 보이고, 남의 꽃밭을 늘 부러워하며 살아간다. 그때마다 나는 귀여운 오소리 아줌마를 떠올린다.
첫댓글 뒤늦게 올리는 기록이기 보담 그냥 발제글만 올려요.
함께 본책도
이야기도 많이 나눴는디 ㅠㅠ
담부텀은
기록 꼭 기억할께염~~
감상글에 큰 울림이 있네요. 6월 25일에 나눴어야 하는 그림책이었는데...하는 생각이 드네요. 같이 참여 못해서 아쉬웠는데, 감상글로 위안을 삼습니다.^^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