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클럽
34
먼저 교실로 온 해성은 가방을 자리에 놓고 자리에 앉아 있는 혜원에게 갔다. 그녀는 턱을 괴고 무언가 생각하고 있었다. 해성이 그녀를 톡, 하고 쳤다. 그제야 눈을 돌리는 그녀다.
“왔냐?”
하고는 무뚝뚝하게 말하고는 나가자, 라고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해성과 그녀는 옥상으로 올라갔다. 그러나 저번에 폭력 사건으로 옥상문이 굳게 잠겨있었다. 둘은 인상을 찌푸리고 계단을 내려가 담벼락으로 갔다. 그곳은 그들의 두 번째 흡연장소였다.
“선도 있으면 어떡하지?‘
해성의 말에 혜원은 어이없어서 피식 웃었다.
“”걱정되냐?“
“넌 걱정 안 되냐?”
“별로.”
“학주가 너 예뻐해도 담배 피우다 걸리면 넌 그동안 쌓았던 범생 이미지 다 무너져 버릴텐데?”
그녀가 피식 웃었다.
“교문 지도하느라 바쁠텐데.”
그녀가 담배 하나를 꺼내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개박살 날까봐 겁나냐? 박해성도 은근히 소심하구나? 쿡.”
그녀는 벽에 기대 서서 담배를 피웠다. 해성은 ‘에이씨’ 하며 담배를 피우며 투덜거렷다.
“이번에 담배 피우다 걸리면 부모님 소환인데. 벌점 졸라 많이 쌓였을 거다. 양현자가 준 것도 포함해서 한 10점 되나? 저번에 부모님 소환하고 엄마가 얼마나 잔소리를 해댔는데. 우리 엄마만 그러냐? 아빠도 졸라 뭐라고 그러고 니네 아줌마도 나한테 잔소리 해댓어. 연속으로 잔소리 들어봐라, 졸라 귀 따가워.”
해성의 투덜거림 따위는 이미 그녀의 귀에 들리지 않았다. 혼자서 골돌히 생각에 잠겨 있는 탓이다.
“은주아, 밟아버릴 거다.”
“뭐?”
“밟아 버릴 거라고. 다시 서열 1위 되찾을 거다. 되찾아서 유수진, 구가을, 양재선 전부 죽여버릴 거다. 양은영이랑 나 배신했던 애들 모조리 패버릴 거다. 윤서현 그년도 깝친 죄 톡톡히 치르게 해줄 거다. 씨발년들, 내가 찌그러져 있으니까 존나 개같이 보이나봐.”
“힘으로는 백날 맞서봤자 상대도 안 될텐데?”
“힘으로 안 해. 머리로 할 거다. 그년 속 뒤집어 놓을 거다. 보란 듯이 야금야금 갉아 먹어 줄 거다. 그래서 스스로 무너지게 만들 거야. 뭐든지 빨리 진행되면 빨리 끝나게 돼 있는 거거든.”
“가능할까?”
“힘은 기르면 돼. 농구도 하고, 운동도 하고 그러다 보면 힘은 생기기 마련인 거거든. 너도 비축해놔. 지금은 아니어도 언젠가 쓸 데가 있으니까. 나중에 김석균 꺾을 수 있게.”
아직은 꿈 같은 이야기일 뿐이다. 그러나 불가능한 일도 아니었다. 기회는 다시 한번 주어질 것이다. 주아도 석균도 언젠가는 스러질 날이 반드시 올 것이라고 믿었다. 그녀의 눈빛은 새로운 복수심, 그리고 새로운 시작으로 빛나고 있었다.
***
체육시간. 체육 실기 평가가 끝난 직후라 오늘은 자유시간이었다. 남자들은 농구를 하고, 여자들은 피구 시합을 했다. 팀은 혜원과 주아 팀으로 나뉘었다. 주아팀에 피구를 잘하는 여자들이 많이 몰렸다.
“신혜원 집중 공격해, 알겠지?”
“무조건 신혜원 맞춰.”
“오케이.”
주아팀의 타깃은 혜원이엇다.
“존나 세게 맞춰. 머리, 배, 다리 등등 세게 공격해, 알겠지?”
“오케이~”
“완전 재미난 피구 시합이 되겠군.”
주아파는 작전을 짜면서 무척 즐거워하고 있었다. 혜원이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본느 것이 그들의 목표였다.
이윽고 시합이 시작되었다. 시작하자마자 주아팀은 혜원을 집중공격했다. 혜원은 이리저리 잘 피하면서 그들의 목표는 자신이라는 것을 금방 깨달았다.
주아팀의 또다른 작전, 혜원을 타깃으로 잡되 그 주위에 있는 애들부터 먼저 없애버리는 것이다. 그들은 혜원이 있는 쪽으로 공을 세게 패스하면서 일부러 그녀를 위협했다. 그러곤 정작 다른 쪽으로 공을 던제 다른 아이를 맞혔다.
“신혜원 존나 잘 하는데? 왜 이리 잘 피하냐?”
“저년 피구 잘하잖아.”
“혜원이 농구도 잘하는데..”
다래가 그들의 말을 엿들으며 혼자 중얼거렸다. 공이 다래에게 패스되었다. 주아의 눈빛이 그녀에게 향했다. 세게 던지라며 눈짓을 보냈다. 다래는 혜원을 보았다. 혜원은 약간 지쳐 있는 듯했다. 맞힐 생각도 처음부터 없던 다래는 주아에게 패스해버렸다.
주아는 혜원쪽으로 공을 던졌고, 그녀 옆에 있던 여자가 맞았다. 어느덧 혜원의 팀은 모조리 아웃 되어 혜원 혼자만이 남게 되었다. 그녀를 향한 주아팀의 집중공격이 가해졌다. 그녀는 이리저리 잘 피해다녔지만 계속 노려진 터라 많이 지친 상태였다. 게다가 공의 속도 또한 빨랐다. 빠르게 날아오는 공을 겨우겨우 피하고 있었다.
철퍼덕. 혜원이 넘어지고 말았다. 주아팀은 이때가 기회라고 생각했다. 공은 주아에게 속히 던져졌고, 주아는 주아파들과 눈빛을 교환하고는 씨익 입꼬리를 올렸다. 그러곤 혜원의 얼굴쪽을 향하여 공을 세게 던졌다.
탁. 공은 혜원의 얼굴에 정통으로 맞고 튕겨져 나갔다. 그녀가 괴로워했고, 주아와 주아파는 만족스러운 듯 씨익 웃었다. 주아팀원들도 그녀를 보며 고소해했다.
“혜원아, 괜찮아?”
선주와 은서가 그녀에게 다가와 물었다. 그녀가 가린 얼굴을 뗐다. 그녀의 코에선 피가 흘렀다. 그걸 보고 주아팀은 더욱 고소해했다. 다래, 들, 자영을 제외하고는.
“괜찮아.”
혜원은 화장실 가서 휴지로 코를 막고는 다시 게임에 임했다. 이번에도 역시 타깃은 혜원이었다. 주아팀은 다른 애들을 하나씩 제거한 뒤 혜원을 홀로 남겨두었다. 또다시 혜원이 홀로 남겨지자 다시 집중공격이 시작되었다.
공이 혜원에게 넘어왔다. 주아에게 패스한 공이 넘어가 버린 것이다. 그녀는 공을 가슴에 품고, 주위를 살폈다. 저쪽은 5명, 자신은 한명이었다. 주아가 자신을 타깃으로 잡았다면 그녀는 주아를 타깃으로 잡을 생각이었다. 그러나 주아를 공격하지 않고 주아의 옆에 있는 은영에게 공을 세게 던졌다.
탁. 그녀의 공이 은영의 복부를 맞추었다.
“으...”
은영이 배를 움켜 잡으며 괴로워하며 신음소리를 냈다. 은영이 그녀를 쏘아보앗다. 그녀는 무표정한 얼굴로 가만히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 외면해 버렸다.
공은 주아의 손으로 넘어가 버렸고, 주아는 그녀를 향해 공을 힘껏 던졌다. 그녀는 가까스로 공을 피했다. 공은 뒤에 서 있던 여자에게 던져졌다. 사이드에 서 있던 주아팀의 나라가 몰래 그녀에게 다리를 걸었고, 그녀는 넘어지고 말았다. 이를 틈타 주아는 그녀의 얼굴에 다시한번 공을 정통으로 맞혔다.
“혜원아!”
선주가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그러곤 주아를 노려보았다.
“너무한 것 아니니?”
“피구하다 보면 그럴 수 잇는 거 아니야? 안 그래, 신혜원?”
혜원은 입술을 꾹 깨물었다. 주아는 비죽이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은영이도 저 기지배 때문에 다쳤는데.”
주아는 이렇게 말하고는 몸을 돌려 휙 가버렸다.
“혜원아....”
“괜찮아.”
혜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사이드쪽으로 걸어가 벽에 기대고 앉았다. 그녀는 한쪽에 앉아서 얘기하고 있는 주아를 쏘아보았다.
‘은주아, 네 년이 잘난 척하는 것도 이젠 끝이야.’
***
체육 시간이 끝났다. 교실로 들어가려는 그녀를 주아파가 또 가로막고 섰다. 그들은 그녀를 체육관 뒤쪽으로 끌고 갔다.
“너 일부러 그랬지?‘
은영이 독기를 품으며 쏘았다. 혜원은 무표정한 얼굴로 둘을 응시했다.
“뒈지고 싶어서 그러지, 너?”
어디서 났는지 새리가 배구공 하나를 가져왔다. 그들은 잘 됐다는 듯 씨익 비소를 흘리며 그녀의 배를 향해 공을 던졌다. 처음에는 견딜만 했으나 이내 그녀의 얼굴이 고통스럽게 변해갔다. 신음소리 하나 내지 않는 그녀엿지만 얼굴에서 표가 나는 건 어찌하지 못했다.
그녀의 얼굴, 그녀의 몸들이 점점 멍으로 얼룩져가고 있었다. 아파서 아픔으로 느껴지지도 않았다.
“재밋지, 신혜원?”
“즐겁지?”
그들이 비죽이고 있었다. 혜원은 가늘게 눈을 뜨고 그들을 바라보았다. 자신들의 고통을 즐기고 이젠 그 모습이 너무도 익숙했다. 그녀의 시선은 주아에게로 향했다. 주아는 웃고 있었다.
네 그 웃음도 이젠 끝이야.
그녀는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