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려야 할 역을 졸다가 지나치는 바람에 다시 되돌아가 겨우 내리고는 한 발자국 한 발자국 땅에 힘을 주며
느릿느릿 걸으려니까 아침 8시 경에 드디어 집 도착, 기절하고는 어스름해질 때 깨어났습니다.
저에게는 두 번째 상영회였습니다.
습기없이 선선한 날씨, 태풍이 오기 전에 부는 특유의 숨찬 바람(근데 태풍 사라졌다죠?ㅎㅎ), 기분 좋게
상영회하는 곳으로 갔습니다. 드문드문 하늘을 메우는 검은 구름 때문에 간간히 신경이 쓰였지만요.
밴드공연은 못봤어요.
아쉬웠죠. 왜 난 겔름을 피우는 것일까 자책을 했습니다.
하이라이트 상영회.
하이라이트 장면이 왜이리 많은지 원......
상영회를 하는 동안 왜 난 엉덩이에만 살이 없는걸까, 속으로 아파하며 자세를 바꿔가며 화면 속의 눈부신 장면을 뒤쫓았고
미처 화면 속에 나오지 못했던 눈부신 장면을 머리 속으로 뒤쫓느라 무척 바빴습니다.
경이가 환하게 웃는 마지막 장면.
전 항상 그 웃음이 슬프게 보였는데 그날은 기쁘게 보이더라구요.
시각이라는 것이 이토록 주관적이라니.
경이의 웃음이 기쁘게 보여서 저도 기뻤습니다.
비록 하이라이트 상영회이긴 했지만 전 편을 다 봤다란 생각에 뿌듯한 느낌이 드는 한 편,
이유 모를 허탈감이 느껴지기도 하고
이런 상영회도 꽤 괜찮다란 생각이 들기도 하고
아, 벌써 밤이네 하는 생각이 들어 하늘을 한 번 쳐다보기도 하고
이제 뒷풀이 가겠군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자리에 일어나서 올라오려는데 팔다리가 떨리고 균형잡기가 힘들어서 엉덩이 아픈 것도 잊고
자리에 앉고 싶어졌어요. 눈으로 앉을 자리를 찾으면서도 슬쩍 웃음이 나왔어요.
'나이는 이렇게 먹는 거군.'
1차는 선비골로 갔습니다.
오프모임에 처음 오신 분들은 아마 다 느끼셨을 거에요.
넘실넘실 일렁이는 낯설음의 파도. 큰 섬이건 작은 섬이건 제 자리를 찾지 못해서 오는 뻘줌함.
전 네멋 오프모임이 처음은 아니지만 워낙 존재감이 없게 생긴 인상일 뿐만 아니라
주변머리도 없어서 갈 때마다 낯설기 때문에 자주 접하는 느낌이었죠.ㅎ
그런데 다행히도! 제가 아는 분들이 상영회에 오셔서,
그 섬에 쉽게 정착해서는 크게 웃고 농담을 하고 잔을 부딪히며 유쾌하게 술을 마셨습니다.
아는 일행분들은 선비골에서 헤어지고
상영회 후에 집으로 가시려던 걸 붙잡은 복수를 꿈꾸다님과 함께 2차 방석집으로 가서 술을 마셨습니다.
그곳에서 보여주셨던 바부팅이님과 희망군의 춤!
노래방 못가서 아쉬웠습니다.^^
그리고 뒷풀이 일행들은 어스름이 깔린 새벽에 네멋정류장으로 향했습니다.
저와 복수를 꿈꾸다님은 노인 복지회관 현관 계단 한 쪽에 쭈그려 앉았습니다.
몇몇 분들은 정류장 주변을 배회하시고, 몇몇 분들은 마음에 드는 자리를 찾아 앉으셨습니다.
이를 제외한 일행분들은 술과 안주를 어느새 마련해 온 돗자리에 조용히 풀으며 3차를 준비하셨습니다.
정류장에서 3차를 즐기시는 분들을 졸린 눈으로 바라보는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왜 여기 있나. 매번 쉽게 어울리지도 못하면서
매번 잘 알지도 못하는 이들과, 누구 하나 나에게 이곳에 와야 한다고 강요한 적도 없는데
왜 난 낯선 이들과 새벽을 맞이하는가. 난 여기 왜 있지.'
그래서 복수를 꿈꾸다님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전 여기 왜 있는 걸까요? 참 신기해요."
"...... 있고 싶으니까요."
문제는 복잡하지만 답은 간단합니다.
전 고개를 끄덕거렸습니다.
왜 있고 싶을까 생각하게 되면 또 고민하게 되겠지만, 그건 어리석은 것일 수도 있지만.
3차 하시는 분들 틈에 끼어 맥주를 두어 잔 마셨습니다.
전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 서툴어요.
지금까지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지만
오프 때 가면 매번 반갑게 혹은 무심하게 맞이해 주시는 분들께 고맙다고 인사하고 싶어요.
그리고 같이 있어준 복수를 꿈꾸다님 고마워요. 뒷풀이 안가신다고 했으면 혼자 잔을 기울이고 있었을 것이고
정류장 풍경을 사람들과 멀찍이 떨어져 바라보고 있었을 거에요.
전 괜찮으나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따'일 듯한 풍경으로.^^
후기입니다.
전 그날 느꼈던 걸 다 쓰고 싶었어요.
그런데, 정리가 안되서 머리 속에 스틸 사진처럼 박힌 것만 그것도 추려서 씁니다.
역시, 다 쓰지 못하는 군요.
역시.
앗. 글구 이건 꼭 써야했는데 빠뜨렸어요.
"희망님. 일 저질러줘서 쌩유~~^^"
첫댓글 응, 있고싶으니깐 있는거야! 진진양! 다음엔 나랑도 술한잔!
고단수님과도 술 한잔!
있고싶으니까 있는거죠.. 그렇게 몇년 뭉개면 그것도 익숙해 진다는.. ㅎㅎ
같이 그렇게 뭉개지고 싶은 것도 한 바람이라죠.^^
몇년(?)된 저도 여전히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은 서툴러요....예전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마찬가지..^^ㅋㅋ
왠지 암울한 꼬리말인데요. ㅎㅎ 그럼, 같이 서툴어요~~
정말 그런것 같아요..있고 싶으니까..어색하게라도..서툴게라도..낯설게라도..어정쩡하게라도 그렇게.. 함께하고 싶으니까..맘이 그렇게 하라하니까. 후후![~](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진진님..다음엔 우리 얼굴만 보지말구 얘기도 나누고 술잔도 부딪혀요.![^-^](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3.gif)
** 히.
얘기도 나누고 술잔도 쨍~~ㅎㅎ
만나서 반가워서 ^^ 담에 또봐
반가웠습니다. 또 뵈요~
진진님 반가워요!
미우님 반가워요!
저 닉 바꿨어요 ㅎㅎ 어색해도 홀로 섬에 있는거 같아도.. 마음이 하고 싶은데로^^
사실.. 갠적으로 이 닉이 더 잘 어울려..ㅎㅎ 선씨가 좋아요..난..복씨보다..ㅎㅎ 담배하는 닉네임..ㅎㅎ
예전의 복꿈님이신가 부당~
네 얼마전까지 '복수를꿈꾸다'였어요 ㅋ
마음이 하고 싶은데로^^ 근데 닉 바꿨으면 알려주시지. 무심코 선하늘이라고 썼다가 복수를 꿈꾸다로 다시 바꿔썼다는...ㅡㅡ;;
뭐 그래도 전 변함 없는데요.. 복수를꿈꾼다 이나 선.하.늘..이나 ㅎㅎ
진진님 작년 투어 멤버 저도 있잖아요 ㅋㅋㅋ 담에 또 뵈용~ 복꿈님이라 두분이 해줬던 좋은말씀 감사 합니다.
무신 말씀을 해 주셨을 꼬..궁금하네요..ㅎㅎ 오마니 불호령만 아니었으면 함께 했을 터인데..ㅠㅠ
무슨 말했는지 전부 기억이 나요.. ㅎㅎ 넥스트님 말씀하실때 정말 행복해보인거 아시죠 *^^*
아..ㅎㅎ 아는 분들은 그분들이 아니었어요. 근데 저 무슨 말 했는지 기억이 안나는데요. 진짜 취했었나봐....ㅜㅡ
진진님이 무슨 말씀하셨는지 전 기억해요 ㅋㅋ 궁금하시면 물어보셔요^^
진진님 실수하신건 아니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