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남미녀 배우의 정석,
로버트 테일러와 비비안 리가 주연했던
<애수>라는 영화는 오래 전에 보았고
당시는 내가 어렸던 시절이라
사랑이니 뭐니도 잘 모르면서 보았던 영화지만
그 아련미가 마음을 저미듯 슬프게
와닿았던 기억이 있다.
<애수>의 여주인공 마이라는
자아가 강하고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는
다른 이들을 곤경에 몰아넣고도
눈 하나 깜박 하지 않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의
스칼렛 오하라와는 완전히
다른 캐릭터의 여인이었다.
운명의 거센 바람에 힘 없이
꺾이고 만 한 송이의
꽃과 같았다고 할까?
여리고 순수하기만 해서
그토록 절절하게 사랑했던 남자를
놓아버리고 끝내 죽음으로
최후를 맞이했던 가여운 마이라를
비비안 리는 완벽하게 소화해 냈다.
1차 대전의 공습 중 워털루 다리 위에서
우연히 마주치게 된 영국군 장교 로이와
발레리나 마이라는 첫눈에 반하고
이내 서로를 뜨겁게 사랑하지만
야속한 시대는 두 연인의 행복을
가볍게 짓밟아 버렸다.
가혹하게도 결혼하기로 한 바로 그 날에
갑자기 전선으로 떠나게 되어
기차에 몸을 싣게 된 로이를 만나기 위해
마이라는 중요한 발레 공연까지 빠지고
기차역으로 서둘러 달려갔지만
안타깝게도 둘은 한 마디도 나누지 못했고
로이를 태운 기차는 떠나버렸다.
무단으로 공연을 빠진 마이라는
결국 그 일로 해고를 당하게 된다.
어려운 시대였고, 궁핍의 시대였다.
일자리를 잃은 마이라는 지독한
가난에 시달리게 되었으며
끼니를 거르는 것은 물론 몸이 아픈데도
약을 살 돈이 없는 지경이 되었다.
하지만 그토록 기다렸던 로이를
전사자 명단에서 발견하게 된 데다가
친구 키티가 자신의 약을 사기 위해
매춘을 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마이라는 마음이 무너져버린다.
그녀는 자포자기하는 심정이 되어
내몰리듯 매춘녀의 길을 택하게 된다.
로이를 처음 만났던 워털루 다리 위에서
하룻밤 손님을 맞이하려고 서성이는
마이라의 초췌한 모습과 비참한 마음.
삶은 무기력하게 흘러갔고 이어졌다.
로이와 결혼을 약속하고 나서
마냥 행복하기만 했던 짧은시간들은
마치 먼 옛날의 동화였거나 아니면
지난 밤밤의달콤한 꿈과 같이
깨고나면 슬픈 것이었다.
그러나 가혹한 운명은
거기서 끝난 게 아니었다.
로이가 살아서 돌아왔고,
그녀를 찾아온 것이었다.
환히 웃으며 그에게로
달려갈 수 없는 처지가 되어버린
그녀 앞에 두 팔을 벌리고 나타난 로이.
이제 양심의 가책과 갈등과 번민이
쇠약한 그녀에게 새로운
괴로움이 되어버린 것이다.
행복도 칼날이 될 수 있는 것일까?
그토록 기다렸던 연인과의
재회가 날카로운 통증을 동반한
기쁨이 되었다니...
이런 운명의 장난이 있을까.
부푼 마음으로 결혼을 서두르는
로이에게 순결한 신부가 될 수 없는
그녀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싶었다.
사랑하기 때문에 떠난다는 말이
언어의 유희에 불과한 것은
아니었다.
적어도 마이라에게는.
달리는 군용트럭에 몸을 던지는
마이라는 자신의 영원한 사랑을
그렇게 표현했다.
한 장의 작별 편지를 남기고서 말이다.
마이라를 잃고 그녀를 만났던
워털루 다리 위에 서서
마이라가 주었던 행운의 마스코트를
손에 쥔 채 깊은 회상에 잠겼던
그 남자, 로이는 끝내 독신으로
살아가는 삶을 선택한다.
흔하고 흔한 통속적인
러브 스토리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살아서는 결코 맺어지지 못한
두 연인의 슬픔과 아픔이
내게로 생생히 전해져 오는
아름다운 슬픔의 영화였다.
비비안 리는 외모만 뛰어난 것이
아니었다.
연기력도 눈부신 미모만큼이나
뛰어났으며 연기에 진심이었던
명배우라고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스칼렛 오하라도 될 수 있고
마이라도 될 수 있는 배우가
바로 비비안 리였다.
담백한 고전 흑백영화들에 담겨있는
인생의 통찰과 마음을 적시는
아날로그 감성이 나는 참으로 좋다.
맴도는 여운과 감동을 주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빠르게 발전하여
세련되고 현란한 디지털 효과가
넘쳐나는 요즘의 영화와는 다르게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볼거리가 떨어지고
전개가 느릿느릿하여 답답할지 몰라도
인간의 내면을 터치하는 깊이와
삶의 의미를 잠잠히 생각해 보게 만드는
묵직한 무게감이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두 연인이 서로의 얼굴을 응시하며
올드 랭 사인(Auld Lang Syne)에 맞춰
아무 말 없이 댄스를 하는 장면은
로맨틱하면서도 먹먹함이 깃들어 있는
최고의 명장면이 아닐까 한다.
바이올린 연주자들이 차례로
촛불을 끄고 마지막 연주자만
홀로 바이올린을 켤 때의
선율은 어찌 저리 부드러운지.
짙어가는 어둠도 꿈결 같기만 하고
연인의 얼굴은 별처럼 빛나 보인다.
마치 내가 그 주인공이 되기라도 한듯
애틋한 감정으로 사로잡는
매혹적인 장면이 아닌가.
애수(Waterloo Bridge)의
Auld Lang Syne
https://youtu.be/YDAdN_wsp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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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친구들--9월 21일(목) 출석--고전영화의 아름다움<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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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고양)369
넌
요즘
출석부를
아주 꽁으로 먹네?
@서해바다(서초) 동네주민 잘 만난 덕분이지~~
부럽나? ㅋㅋ
오늘 출부에 출석이나 하셔~~
@한동안(고양)369 헤헤~~
우리는 믿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