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에서 할인점 이후의 새로운 성장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슈퍼마켓 시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노하우로 무장해 슈퍼마켓 업계 1위를 지키고 있는 LG유통의 ‘LG수퍼마켓’과 올해 슈퍼마켓 사업에 뛰어든 삼성테스코 홈플러의 ‘수퍼익스프레스’는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할인점보다 더 섬세하고 빠른 경영이 요구되는 슈퍼마켓 시장에 양사는 영업통들을 배치, 신사업의 승부수를 펼칠 예정이다.
LG수퍼마켓의 홍재모 부사장과 홈플러스의 이상천 전무이사가 새로운 수장들. 두 명의 수장은 다소 대조되는 흥미로운 전력을 지녔다.
홍 부사장은 LG패션과 상사 등에서 오랜기간 백화점 대상 영업을 담당한 인물. 그만큼 납품업체와 협력사와의 관계에 정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LG백화점에서 상품부문을 책임졌던 만큼 현직 MD들보다 상품 선별에 까다롭다는 일화도 알려져 있다. 홈플러스이 이 전무이사는 거꾸로 홈플러스 1호점 점장을 지낸만큼 점포 영업의 귀재로 알려져 있다. 지점장들의 사기 충전, 점포의 영업전략을 발로 뛰며 익힌 것으로 유명하다. 전진에 배치된 슈퍼마켓 담당자들을 만나 경영전략과 영업 차별화 방안에 대한 계획을 들어봤다.
■ LG유통 홍재모 부사장
“출점 가속화, 1등 진면목 보일 것”
불황일수록 투자 … 이마트 등 경쟁사와 차별화 전략 강조
LG유통의 홍재모 부사장실 벽 한쪽에는 각종 할인점과 슈퍼마켓의 전단이 가득 붙어 있다.
고객의 입장에서 매일의 시장상황을 확인하기 위한 것. 패션과 상사, 백화점 분야에서 오랜 기간 익혀온 ‘빠른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팽팽한 긴장감을 늦추지 않으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불황이 업계 1위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도 나타냈다.
LG수퍼마켓은 6년만에 수도권과 영남 지역을 기반으로 78개 점포를 이미 출점한 상황. 지난해 7월 구축한 중부물류센터(충청 연기군 소재)를 거점으로 내년에는 호남과 중부 지방 출점도 가속화할 계획이다. 18일 인터뷰 직전 진행된 점장회의에서도 홍 부사장은 ‘항상 공부하는 점장, 서비스로 무장한 영업맨’의 정신을 역설했다고 한다.
홍 부사장은 “ 대형 할인점 등이 슈퍼마켓 시장에 속속 진출하고 있지만, 각 점포의 차별화된 상품과 서비스로 슈퍼마켓 업계 1위로서의 진면목을 확실하게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마트의 온라인 시장 공략이 가속화되고 있다. 인터넷 슈퍼마켓과의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는데 대응전략은 무엇인가.
분명 시장 자체에 이마트의 영향력이 미칠 것이다. 그러나 LG유통은 이미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ESM(이-슈퍼마켓)의 기반을 갖추었다. 특히 내년도에는 LG마트 등 할인점과 LG백화점과의 연계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다. 이마트가 들어온다고 해서 LG수퍼마켓 시장 자체가 흔들리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삼성테스코 홈플러스의 수퍼마멧 시장 진출도 가속화되고 있는데, 차별화 전략은 무엇인가.
수퍼익스프레스가 80-150평대의 소형 매장의 슈퍼마켓인 반면 LG슈퍼마켓은 250평 이상의 매장의 대형 슈퍼마켓이다.
또 LG수퍼마켓이 1km이내 상권으로 영업을 하기 때문에 상권이 겹쳐 경쟁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결국 중요한 것은 서비스와 상품 구성의 차별화가 아니겠는가.
-효율성과 비용 절감을 위한 인력 조정, 글로벌 소싱 등에 대한 계획은 무엇인가. 참고로 홈플러스는 신선식품의 무인판매 시스템을 도입했는데.
먼저 글로벌 소싱은 당연히 강화해야 한다고 본다. 준비를 많이 하고 있고 내년부터 속도를 높일 계획이다. 매장별 수익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소비자들이 원하는 서비스 방식으로 접근하려고 한다.
-영업직과의 의사소통은 어떻게 되고 있는가.
최근 점장들을 격려하고, 점원들에 대한 포상금 제도 확대, ‘박수회의’ 등을 통해 내부의 분위기 살리기에 힘쓰고 있다. 가시적 결과로 최근 고객들의 칭찬의 글도 많이 올라오고 있고, 내년부터는 더 좋은 결과가 나오리라고 생각한다.
-매장 면적의 다양화, 할인점으로의 겸업에 대한 계획은 갖고 있는가.
슈퍼마켓을 어떤 시스템으로 이끌고 갈지, 한국 상황과 주변 선진국의 상황을 면밀히 살피면서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문제라고 본다.
다만 기타 유통업체와 슈퍼마켓의 차별화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LG이숍과의 연계 등 인터넷 몰과의 샵인샵 형태의 운영 전략은 무엇인가.
내년 2월까지 소비자들이 더 편하게 인터넷 슈퍼마켓을 이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다. 또 다양한 사이트와의 제휴도 추진중이다.
-대형 슈퍼마켓이 지역 상권과 공존하면서 지역경제 발전에 이바지하는 방안은 갖고 있는가.
가장 좋은 품질의 상품을, 합리적 가격으로 공급하고자 한다. 또 지역 주민과 공생하는 업체를 만들어가려고 한다. 예를 들어 LG수퍼마켓 하남점의 경우 인근에 재래시장이 있지만 서로 발전하는 모델을 만들어 가고 있다.
-지역 밀착 경영, 고객 맞춤 마케팅 계획은 무엇인가.
‘고객 만족’이 가장 중요하다. LG수퍼마켓의 보너스 카드를 통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 CRM(고객맞춤마케팅)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또 차별화된 상품 기획을 통해, 지역고객이 원하는 상품과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다.
■ 홈플러스 이상천 전무이사
“틈새시장,선진 시스템으로 공략”
고급 서비스, 빠른 영업에 승부수 … 영남권 출점 강화
삼성테스코 홈플러스의 이상천 전무이사는 ‘시간경영의 귀재’로 불린다.
그러나 여기서 ‘시간’은 단순한 시, 분을 절약한다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이 전무에게 붙는 별명 속에는 ‘할인점 홈플러스 1호점을 이끈 산 증인’ ‘짧은 시간내에 성과를 이끌어내는 추진력’등의 의미가 담겨 있다.
이 전무가 홈플러스의 신규사업인 ‘슈퍼마켓’을 맡은 것도 이러한 별명과 무관치 않다.
슈퍼마켓 ‘수퍼익스프레스’는 빠른 영업, 할인점의 틈새를 뚫고 들어가는 민첩함이 반드시 필요한 업종이다. 편의점, 슈퍼마켓, 할인점에서 자신이 직접 점장으로 유통현장에서 뛰면서 성패를 경험한 것도 이 전무의 경쟁력으로 꼽힌다.
이 전무는 “수퍼익스프레스는 할인점 홈플러스의 노하우를 활용하고, 올해 8개, 내년에 20개, 2006년에는 30개 출점을 목표로 전국 네트워크를 구축할 것”이라며 “특히 홈플러스 기반이 있는 영남권 출점을 가속화할 것”이라며 속도 경영의 의지를 밝혔다.
-업계 1위인 LG수퍼마켓과의 경쟁이 불가피하리라고 본다. 차별화 전략은 무엇인가.
상권이 일부 겹칠 수는 있지만, ‘수퍼익스프레스’는 할인점과 대형 수퍼마켓과는 또 다른 고객층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아파트 인근 주변 고객들이 원하는 것은 ‘구색을 갖춘 충실한 상품 구성’ ‘서비스’이다.
얼마전 고객조사 결과를 살펴보니, 고객들은 현대적이고 위생적인 점포를 선호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이미 할인점에서 검증을 받았듯이 원스톱 쇼핑이 가능한 유통 센터 운영의노하우를 구축했다.
-올해 출점한 점포들의 경우 30대의 젊은 점장들이 포진해 있다. 앞으로의 인력 배치 계획은 어떠한가.
작은 점포일수록 고객과의 유대관계, 점장의 능력이 성패를 결정짓는다.
역동적이고, 추진력이 강한 인재들을 배치하려고 한다. 기민하고 치밀한 영업능력도 점장들의 필수 요건이 될 것이다. 점장들의 역량에 따라 인센티브도 확대할 계획이다.
-매장 면적의 확대나 영업 시간 변화도 있을 수 있나.
작은 점포일수록 본사와의 독립성은 떨어진다. 즉 물류비용, 관리비용 등이 연동되고 의존도도 높다. 따라서 수익성을 가장 중요하게 여겨, 올해 8개 매장의 실적을 기반으로 결정하려고 한다.
24시간 영업 또한 가능하다. 경쟁이 치열해지면 영업시간 연장방안을 분명 검토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영업시간 연장은 관리비용와 연관돼 있다. 이에 따라 시행시기와 구체적 방법은 고객들의 욕구와 효율성에 기반해 판단할 문제다.
-할인점 홈플러스와 수퍼익스프레스 매장내 제품 구성과 가격 정책은 어떻게 진행되나.
다소의 차이는 있을 수 있다. 할인점은 유통기간이 다소 길고, 저렴한 제품이 주를 이루지만 수퍼익스프레스는 간편하고 배송기간이 더 짧은 제품들이 많다.
예를 들어 할인점에 동일 품목의 7개 브랜드가 있다면 수퍼익스프레스에는 압축된 3-4개의 브랜드를 판매할 것이다.
-아파트 상권내 고객이 할인점이나 인근 대형 슈퍼마켓으로의 이탈하는 것을 막기 위한 방법은 무엇인가.
물론 신선식품 등 질높은 상품 구성이 필요하고, 홈플러스 훼미리 카드를 적극 활용해 고객들의 구매 성향을 파악해 맞춤 서비스를 할 것이다.
-홈플러스의 ‘가치경영’은 수퍼익스프레스에 어떻게 적용되는가.
수퍼익스프레스는 아파트 고객들이 좀 더 편하고 즐거운 쇼핑을 할 수 있는 센터 역할을 할 것이다. 매장 내에 단순히 식품만 진열하지 않고, 요리메뉴를 제안하고 필요한 양념류까지 함께 전시한 것도 주부들의 반찬준비 부담을 덜어주려는 서비스 정신에서 시작됐다.
-수퍼익스프레스를 통한 소매업계 순위 변동도 가능하다고 보나.
삼성테스코 홈플러스는 소매업계 1위가 될 충분한 역량이 있다. (웃음) 이제 유통업체가 내부 사업을 다각화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고, 수퍼익스프레스도 홈플러스의 성장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본다. 슈퍼마켓은 비록 매장이 좁지만, 그 대신 얼마나 충실하게 운영을 하느냐에 따라서 결과도 크게 달라질 것이다. 지역내 밀착 경영으로 고객에게 인정받는 수퍼익스프레스가 되도록 노력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