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 2003/05/26
역시 안개는 평범함을 신비로움으로 바꾸는 마술사
^^ 빗속에서의 두륜산 산행^^ - 악번 278 : 라병태-
어제 저녁부터 내리는 비가 결국은 오늘 아침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한동안 주중에 내려 좋았는데 요번 주는 결국 일요일에 확실히 내리뿌고 있네.. 쩝쩝
05:20에 일어나 밖을 나가보니 어제보다 더 요란타. 30여분을 뒤척거리다... 결국은 아침도 못 먹은 채 집을 나선다. 첨으로 산행할 때 굶고 간다. 06:15 길 위에 차 한 대가 서있다. 아마 우리가 탈 차량이리라. 아직은 사람이 없다. 만약 여러 명이 돌아간다면 나도 갈리라....^^ 사실 오늘 비는 무섭다.
나 자신 산에 초보는 아니지만, 장마 때와 그냥 오랜만의 빗속 산행 등을 구분도 하고, 바위산이냐, 그냥 육산(흙산)이냐도 구분하지만, 오늘 산행지는 많이 신경 쓰이는 산행지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무척 망설여지는 것이다.
작년에 그 폭우와 태풍 속에서의 장대비를 맞으며 산행을 고집한 나이기에 어느 정도 비에 대해서는 안다고 하는데도 두려운 건 어쩔 수 없다. 오늘은 그때와는 달리 나보다 휠씬 나은 산악회 선배님들과의 정기산행이기에 안심은 되지만 비, 그 자체가 부담되는 건 사실이다. 시간은 흘러 버스세대가 도착, 인원정리가 시작된다. 나도 집이냐, 산이냐의 기로. 결국은 산이다. 왜냐 나는 산꾼 이기에......
06:35 99명의 대인원을 실은 두 대의 해남행 버스는 빗속을 가르며 남도의 땅 해남으로 긴 여행을 나선다. 세대가 가기에 어중간한 인원이기에 결국은 한 대는 돌려보내고... 비는 그칠 줄을 모르고 내린다. 적은 잠이지만 막상 눈을 붙이려니 잠이 오지 않는다.
오늘 산행지인 두륜산. 내가 아는 건 바위산이고, 남도의 세 개의 바위산 중 하나라는 것과, 유명한 대흥사와 서산대사와 사명대사의 여정이 있다는 것 정도의 기본 지식이 전부다. 그러나 내가 알고픈 산의 정보는 비이고, 바위길이 얼마나 미끄럽나 안미끄럽나이고, 계곡으로 오를 시 계곡물을 안고 가느냐, 아니냐가 최 관건이다. 길은 나의 걱정과 달리 정해진 길로 잘도 달린다. 아마도 5~6시간은 걸리리라. 산행시간은 겨우 4시간 정도.
진영휴계소, 순천 I.C, 벌교를 지나고 있다. 비 내리는 남도의 들녁엔 초록색의 모 대신에, 가을 같은 누런 보리가 넓디넓은 들녁을 가득 채우고 있다. 예전의 경주의 모습이지만, 이젠 이름그대로 예전이다. 비와 보리밭이라..... 이 동네는 이모작을 하는 관계로 가능한 사항이다.
12:20 해남땅에 들어선지 약간 되었다. 안내방송이 없어 목적지가 얼마나 남았는지 알 수 없지만, 얼마 남지 않은 건 기분으로 느낄 수 있다. 눈에 익은 입구-서너번 지나간 적이 있는 두륜중학교의 담벼락-옆으로 차는 달린다. 이 길로 해서 오소재를 넘어 신기로 해서 제4장춘교로 갈 것이다. 비는 여전히 내린다. 오늘 산행 출발지는 제4장춘교라한다. 오름이다. 아마 오소재 이리라. 힘겹게 차는 깊은 엔진음을 토해낸다. 그런데 차는 오소재에서 멈추는 게 아닌가?
곧, 하차하라한다. 아니 여기서 산행인가. 비로 인해 산행코스가 변경되었단 말인가?. 그럼 미리 안내라도 해주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곧이어 하차. 다행히 비는 내리지 않고 안개가 우릴 대신 환영한다. 이곳이 두륜산인가!. 그런데 또 이상한 장면의 연속이다. 오를 생각은 않고 식사를 하는 게 아닌가. 시간은 분명 중식시간이다.
그러나, 이곳은 제대로 된 능선이 아니다. 안개로 인해 산높이를 알 수도 없거니와 바로 식사 후 산행을 한다면, 얼마나 힘이 드는데.... 하는 생각을 하는데 대다수 먹고 가자고 하여 중식을 먹는다. 밥이 제대로 넘어 갈리 없다. 몇 숟가락 먹다 말고 짐을 정리한다. 대다수가 그런 것 같다. 식사후의 바로 산행이라.... 그리고 긴 오르막길. 사람 잡는 일이다. 다행이라면, 비가 내려 위의 부담을 줄여 준다는 것.
12:45. 산행 시작이다. 길옆으로 물 흐르는 소리가 제법 크게 들린다. 길은 생각 외로 잘 정리가 되어있어 풀잎으로 인한 빗물걱정은 없다. 5월의 우중산행은 감기와 친척이기에 조심해야한다. 제법 올랐지만 높이를 알 수 없다. 비오는데도 불구하고 산행을 하는 회원들이기에 발걸음도 아직은 활기차다. 방향은 남서쪽, 지금 온도는 16℃. 여전히 안개 속이다.
맑은 날이면 경치하난 끝내줄 동네이건만 오늘은 모든 걸 각자의 상상 속의 경치만 담은 채 나중에 다른 두륜산 그림과 비교해 봐야하는 아쉬운 산행길이다. 산죽이 길게 늘어선 길을 계속 오른다. 안개 속을 비는 여유있게 우리들의 몸을 자신의 몸으로 살짝 살짝 감싸며 지난다. 아직은 그 기분이 좋다^^ .
13:20 능선 길. 방향은 좌측으로 꺾는다. 잘 정리된 헬기장이 나온다. 바람이 이번엔 우릴 환영한다. 비와 함께.... 이젠 싫다. 벗어두었던 우의를 꺼내 입는다. 모자도 덤으로 쓰고, 다시 걸음을 옮긴다. 다시 헬기장이 나온다. 아니 무슨 동네인데 헬기장이 이리도 가까워....
이정표가 보이고 노승봉 0.2km이란 팻말이 보인다. 지도를 한번 본다. 비에 젖지만 봐야한다. 그럼 첫 번째 헬기장 바로 전이 오십재. 우리는 기련봉 능선이 아니라 7~8부 능선을 타고 오른 게 아닌가? 이거야 안개 속이니 알 수가 있나. 낙남때의 2·3·4구간이 이런 안개 속 산행이 아니었나. 답답하다.
13:43. 커다란 바위 앞이다. 여전히 안개 속이다. 비는 내리고 바위구간이라.... 거기에다, 바람까지....우측의 바위아래를 통과해야한다. 노승봉인가보다. 바위에 작은 쇠받침과 스텐 쇠사슬, 굵은 밧줄로 안전을 확보는 해놓았지만 오늘같이 비바람 부는 날에는 위험하기 짝이 없는 시설 인 것 같다. 바위 길보다 더 미끄러운 쇠받침은 실수로 미끄러질 경우는 상상이상의 사고다. 모든 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 아침의 갈등으로 해서 장갑을 가지고 오지 않은 것(배낭 안에 비싼 게 있긴 있지만 아까워서, 충분히 올라갈 능력도 되고 해서)이 후회된다. 순서를 기다리며 힘겹게 오른다. 갈수록 비바람은 능선에선 제 세상을 만난 듯 거세지는 느낌이다. 드디어 정상. 커다란 바위이다. 주위의 조망을 느낄 수 없는 게 아쉽다.
다시 길을 나선다. 잠시 가니 암릉, 내리막이다. 모두 순서를 기다리는 사이로 바람이 세차게 몰아친다. 긴 시간을 이러면 정말 위험하겠다. 이런 구간엔 산행부대장이나 기타 경험이 많은 사람이 있어 보조를 해주었으면 하는 기분이 든다. 다행이 무사히 쉽게 잘들 내려가고 있다.
13:55 가련봉이란 비석이 보인다. 685m. 역시 암봉이다. 답답한 상황이다. 모두 이 비람이 부는 곳에서 무슨 짓을 하고 있는가? 한번의 실수는 다시 되돌릴 수 없는 엄청난 재난과 연결될 수 있는 이곳에 이 사람들은 정말 이 상황을 제대로 알고 즐기는 것인가. 아니면 그냥 하나의 산행과정이라 생각하고 받아 들이는걸까. 아니면 무대포 산행일 정도의 고수인가. 하긴 이모든 사항이 고수들만이 할 수 있는 상황들이 아닌가....
이곳은 쇠 받침대에 쇠줄까지 있으니 난 더 두려운데..... 나만 바보 같다. 비 젖은 바위능선을 지난다. 이름 모를 나무와 풀잎들이 주위에 있는 남도의 아름다운 산이지만 지금은 그럴 여유가 없다.
14:45. 헬기장이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다. 아직 정상은 가지 않았다. 대략 거의 다 온 것 같은 데....이곳이 만일재인가. 안내도에 그런 표시가 되어있고, 바로 앞이 두륜봉이다. 이곳의 정상은 도대체가 헷갈린다. 아까의 가련봉이 주봉 같은데 또 두륜봉이란 지명이 있으니..... 일행이 나뉜다. 우리들 6명 정도는 두륜봉을 오르기로 하고 오른다.
14:55잠시 오르니 드디어 두륜봉의 명물인 구름다리가 철 계단위에 자그마한 모습으로 모습을 드리운다. 안개 속의 바위굴다리... 한세월을 살아왔음에도 아직은 견딜 수 있는 듯, 비바람 속에서도 의연하게 그 모습을 소중하게 간직한 구름다리를 뒤로한 채, 정상-두륜봉-을 오른다.. 원래 모든 것은 신비로울 때가 가장 궁금할 때가 아닐까?
맑고 쾌청한 날 이곳 두륜산을 올랐다면, 다른 월출산이나, 기타 이산에 비견될 암산에 의해 이곳의 신비로움은 신비가 반감 아니 10/1도 채 되지 않을 수 도 있다. 모든게 궁금해야 다음에 한번 더 오지.... 워낙 멀어 쉽지가 않지만...
드디어 두륜봉 정상이다. 그러나 정상은 주위를 나무로 담을 쌓은 바위덩어리이다. 실망. 하긴 안개 덕에 모든 게 실망 투성이지만...
하산 길은 원래의 만일재를 택하지 않고 진불암으로 택하기로 합의. 바로 하산을 시작한다.
하산길은 오름보다는 쉽다. 바람도 없고 흙과 간간히 바위가 있지만 빠르게 진행한다. 안개 속의 미아가 되기 싫다면 빨리 확실한 장소를 알기 전에는 쉬지 않는 게 좋을 듯해서 계속 걸음을 재촉한다. 지금까지 한번도 쉬지 않은 건 날씨 탓이다. 그러나 이젠 배낭의 재고도 정리할 때다. 낙엽길이 제법 미끄럽다. 한참을 내려갔나. 이정표가 보인다. 진불암 0.35km 등이 보인다. 이제 제대로 찾은 것 같다. 일행과 함께 가져온 소지품을 사이좋게 나누어 마시고 기분이 좋을 즈음 어느 듯 오늘의 최종목적지인 대흥사에 도착
16:15 대웅보전 앞이다. 넓은 절터엔 여유가 넘친다. 대찰이 우리나라에 어디 한 두군데랴마는 이곳은 정말 여유가 있게 모든 게 배치가 잘된 것 같다. 연못, 대웅보전, 박물관, 안개에 가려진 남도의 대찰 다운 면모이다. 특히 남도특유의 법당 앞의 야자수와 청, 홍 단풍나무는 인상적이다. 시간이 빠듯한 관계로 다시 걸음을 주차장으로 돌린다. 아스팔트주위엔 아름드리 동백나무가 빽빽하게 숲을 이루고 있고 신선한 숲길은 정말 하산길 우리를 기분 좋게 해준다. 길엔 우리들 몇 명밖에 없어 이 또한 즐겁다. 혹, 우리가 가장 꼴지? 뒤를 돌아보니 서서히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려는 두륜산.
지금은 안개로 그 모습을 감추어야 한다. 그래야 그 궁금증을 못 이겨 다시 찾지 그러지 않으면, 바쁜 이내몸 언제 다시 이곳을 찾으리오.
정말 비속의 4시간 남짓한 산행이다. 그러나 위험 천만한 산행이기도 했다. 다음에 이런 기회가 있다면....... 난, 포기다. 쓸데없는 도전은 화를 자초하기에.....용기가 없는 겁쟁이라 놀려도 괜찮다. 대신 나 자신의 조건이 그대상과의 조건이 비슷하다면 도전을 하겠지만, 오늘같이 산행시간 과 거리등이 맞지 않을 경우는 과감하게 물러설 것이다. 산이 이산하나만이 아니기에..... 먹거리가 기다리는 주차장은 멀기만 하지만 양옆 숲길은 그 거리를 충분히 보상하므로 즐거운 마음으로 걸음을 재촉한다. 다행히 비는 그쳤다. 쩝쩝....
먹고 출발한 시간이 17:43 이제 갈길 1000리 길이다. 12시전에 도착 할려나.... 우리야 쉬면 되지만, 운전하시는 두분 기사님은..... 생각만 할뿐이다..... 피곤함에 잠시 눈을 감는다. 비는 다시 세차게 내리고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