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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우롤축제에서 공연을 봤을 때이다. 옆에 앉아 있던 네덜란드 아주머니는 공연이 끝나자마자 정말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나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질문에 “아마 문화적 차이가 아닐까요...”라고 말끝을 흐렸지만, 나 역시 공연 내내 박장대소를 하는 관객들이 꽤나 신경이 쓰였던 터였다. 도대체 뭐가 그리 재미날까? 유쾌한 공연이기는 했지만 시종일관 박장대소를 할 만한 공연은 아니었다. 비단 그 공연뿐만 아니라, 우롤축제에서 열리는 거의 모든 공연장에서 대부분의 관객들은, 마치 과장된 리액션을 보여야 하는 코미디 프로그램 방청객처럼 즐거워하고 탄성을 질러댔다. 그렇다면 일상 공간들을 활용하는 도심형 축제들은 어떨까? 과천한마당축제를 예로 들어보자. 과천한마당축제는 인구 6만의 작은 도시에서 펼쳐지는 거리예술축제로 과천시내 공원과 평상시에는 방치되어 있는 넓은 공터를 주요 공간으로 삼는다. 또한 시내의 다닥다닥 붙은 빌딩 사이나 평상시에는 차량들로 점유된 왕복 6차선 차도가 무대가 되기도 한다. 과천은 우롤축제나 춘천마임축제에 비해서 공연할 장소를 찾는 것조차 쉽지 않고 관객들 역시 다소 다른 양상을 띤다. 앞서 “자, 이제부터 축제를 즐길 준비가 되어있습니다!”류의 관객들보다는 사전 정보를 토대로 보고 싶은 몇몇 공연들을 점검하고 공연장소를 부지런히 찾아다니는 공연 중심 관객과, 그저 출퇴근할 때나 장을 보러 가는 길어 잠시 멈춘 사람들도 있다. 사람들은 왜 축제를 찾는가? ‘OO축제’를 찾는 사람들은 ‘OO’이란 콘텐츠를 접하기 위한 것이 주요목적이겠지만 더불어 축제성에 노출되고자 하는 기대감이 클 것이다. 그렇다면 거리예술축제에 있어서 ‘축제성’이란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축제성=흥겨운 난장’이란 공식이 성립되어있다. 더 깊이 들어가 ‘흥겨운 난장’에서 떠들썩함을 걷어내 보면, 축제성이란 일상적 공간이든 비일상적 공간이든 비일상적 ‘환경’에서, 공연자든, 함께 공연을 보는 관객이든, ‘타인과의 소통을 통한 해소’를 의미한다. 프랑스 극단 ‘두 번째 참여그룹’의 예술감독 엠마 드루엥이의 ‘거리예술 관람객의 구분’이란 글을 소개하는 것으로 글을 마치고자 한다. 지나가는 사람들, 약속 장소에 온 사람들, 결국 끝까지 남아있지 않는 사람들, 집에서 창문으로 또는 발코니에서 모든 것을 보는 사람들, 잡혀가기를 기다리는 사람들, 잡혀가는 사람들, 잡혀가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 이해는 못하지만 무료라서 남아 있는 사람들, 유모차가 들어올 수 있고 아기가 울어도 괜찮아서 온 사람들, 배우를 보고 전율하는 사람들, 혼란스러워 하는 사람들, 배우를 밀고 싶은 사람들, 너무 시끄럽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좋아하지 않지만 남아 있는 사람들, 모두 모여 있어서 온 사람들, 핸드폰으로 통화 중이지만 다 보고 있는 사람들, 배우의 자리에 서고 싶은 사람들, 누가 돈을 내는 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 유혹의 기회를 엿보려는 사람들, 소매치기하려는 사람들, 배우를 방송에서 봤다고 확신하는 사람들, ‘그 사람들’(?) 이 너무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쳐다보고 있지만 아무것도 보지 못하는 사람들, 구경하고 있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사람들, 쳐다보지만 아무것도 보지 못하는 사람들을 비웃는 사람들, 대본이 별로라 생각하는 사람들, 여기에 잘 서있는 사람들, 온 김에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 이 기회에 자신을 돋보이려는 사람들, 이득을 보는 사람들, 자신의 웃는 모습을 들킬까봐 두려워하는 사람들, 난장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두려워하는 사람들, 바쁜 사람들, 꾸미고 나온 사람들, 애완동물을 집에 두고 나온 사람들, 아무것도 보지 못 하지만 다 듣고 있는 사람들, 온 김에 이웃사람을 구경하려는 사람들, 비평을 하는 사람들, 시작하기도 전에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물어보는 사람들, 어린이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결말을 알고 싶어 하는 사람들, 처음부터 보지 못한 사람들, 아무것도 듣지 못하는 사람들, 걷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들, 화면으로 보는 것 보다 늘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화해하려고 온 사람들, 차를 세우고 싶어 하는 사람들, 안 올 거라고 얘기했던 사람들, 그 사람들, 불꽃놀이를 기다리는 사람들 2007년 과천한마당축제 학술행사 ‘관객의 위치는 어디인가’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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