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다시래기처럼 적당히 놀고 적당히 즐겨야 할 것을 기생(창부)이나 무당, 스님들을 불러 밤새도록 지나치게 거하게 놀고, 과도한 사치(경상도, 전라도, 충청도 풍속이 장례에서 사치스러움이 심했다 한다.)를 부린 것을 효를 다했다 생각하는 잘못된 사고방식과 폐풍(弊風)이 심해져, 그것만 못하면 박장(薄葬)이라 놀리고, 돈이 없는 사람들은 아예 장례조차 치르지 못하는 웃지 못 할 상황들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상황이 이러니 나라에서 어찌해야 하겠습니까. 폐풍을 근절시키기 위해 말(전례 방식 장례 치르기 금지)을 안 들으면 강제로 귀양을 보내 백성들이 두려워하고 더 이상 사치스러운 장례를 치르지 못하도록 막았답니다.
그래서 진도 다시래기처럼 축제 분위기였던 우리 전례 장례문화가 사람들의 의식에서 점차 사라지고 퇴색되었던 겁니다.
그거 혹시 알아요?
예전에는 상여가 나갈 때 소리꾼에게 돈을 찔러줘야만 관을 멘 사람들이 발걸음을 움직일 정도였습니다.
돈을 안 주면 그 자리에서 땡깡을 부리거나 멈춰서는 꼼짝을 안했습니다.
현 숙 : 아, 사주단자 들어올 때 함진아비가 걸을 때마다 돈 봉투를 줘야 신부집으로 걸어오듯 말이지요?
조문덕 : 그겁니다. 항상 지나친 것은 모자란 것만 못합니다. 잘못된 행위의 후유증이 결국에는 죽음은 끝이고, 슬픔이며, 곡을 해야 예를 다했다는 정반대의 사상으로 흘러가게 만들었습니다. 선조들의 맥(脈)이 사라졌습니다. 정도를 지키지 못한 사람들의 의식이 문제였습니다.
이제라도 바뀌어야 합니다.
지금이라도 장례에 대한 올바른 해석과 진정한 의미를 깨우쳐야만 왜곡된 장례문화를 바꿀 수가 있습니다.
그걸 여러분이 하셔야 합니다.
그래야만 앞으로 장례로 인한 폐단들이 사라질 수 있습니다.
그건 그렇고, 그날 상주였던 회원분도 평소에 내가 한 말이 있다 보니, 마음속으로는 슬펐지만 억지로라도 같이 웃고 그랬습니다.
같이 갔던 절친한 친구들도 같이 히히더커리며 농담까지 하더군요.
그런데 어디선가 이상한 소리가 자꾸 들려오네요? 뭐라고 하나 잘 들어보니 참나... 이러는 겁니다.
'아이고, 지켜워 죽갔네~. 빨리 돌아가고 싶다...' 얼마나 마음으로 간절하게 외치던지 그만 웃음이 나서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옆에 같이 있던 상주가 눈이 휘둥그레져서는 왜 그러시냐고 물어보더군요.
그래서 내가 지스님이 겉으로는 엄숙하게 목탁을 치고 염불을 외지만 속으로는 힘들다고 투덜댄다고 말을 해줬지요.
다들 박장대소(拍掌大小)를 하고 난리가 났습니다.
우하하 하하... 스님도 사람인데 얼마나 지겹고 힘들었으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겠습니까.
현 숙 : 와하하 하하... 아이고 배야... 원장님, 그 스님 가짜 아니에요? 어떻게 남의 초상집에 와서 그런 짓거리를 할 수가 있어요?
조문덕 : 그러게나 말입니다. 회원의 고모되시는 분도 불도가 센 분이시라 불경(佛經)에 대해서는 통달하셨거든요.
상을 치르는 날 스님 옆을 지나가는데 영~ 불경 소리가 이상하더랍니다.
이건 독경(讀經)도 아니고, 웅얼거리듯이 이상한 소리만 지껄이고 있더래요.
그분은 '아이고, 이거 가짜가 왔구나.' 하고 일찌감치 눈치를 채셨답니다.
참나... 영혼을 천도시키는 엄숙한 자리에서 그런 마음을 가지고 의식을 치르니 어디 제대로 천도가 되겠습니까.
동 욱 : 그러게 말입니다. 천도가 된다는 게 이상한 일인 거겠죠.
조문덕 : 그게 다 사람들의 부질없는 욕심 때문에 벌어지는 일입니다. 필요없는 형식이고, 집착일 뿐입니다.
현 숙 : 저희 어머님도 어떨 때는 절에 가서 사실 때가 많아요. 스님들이 하시는 말씀은 모두 맞고, 거기만 가면 몸도 안 아프고 좋으시다며 저희도 가자고 하시거든요.
어머님 때문에 하는 수 없이 몇 번 같이 가긴 했지만, 어머님과 달리 저희는 몸이 피곤해지고 힘들었어요.
조문덕 : 그게 다 천도가 되지 못한 영가들이 모여 있어서 그렇습니다.
천도도 안 되고, 갈수록 사람들을 쫓아온 혼령들만 득시글거리니 기운이 나쁠 수밖에요.
그리고 두 분 같이 체가 맑으신 분들이 가면 혼령들이 잔뜩 달라 붙어서 오는 겁니다.
특히, 인등을 켜놓은 곳이나 영가를 모셔놓은 곳은 아주 심각합니다.
현 숙 : 아, 그래서였구나. 원장님께서 말씀하시니까 이제 알겠어요.
동욱 씨 내가 그랬잖아, 인등 켠 곳에 가 기도하고 오는 날은 이상하게 더 정신이 없고 어지럽다고. 나 그런 날은 이상하게 구역질이 나 밥도 잘 못 먹어. 내가 아팠던 게 다 이유가 있었던 거야.
원장님, 그러면 저는 어느 대(代)까지 묻어야 되나요.
조문덕 : 부모님은 모두 살아계십니까?
현 숙 : 저희 친정어머니는 살아 계시는데요, 아버지가 돌아가셨어요.
저를 끔찍이도 사랑해 주셨지요.
아버지는 좋은 곳에 가셨을까요?
조문덕 : 음... 아버지 무덤을 먼저 해야겠군요. 그곳에서 날아오는 기운의 영향이 제일 많습니다.
현 숙 : 정말요? 그러면요, 아버님 무덤에 묻을 히란야 한 세트 가져갈게요.
참 히란야는 어떻게 묻어야 하나요?
무덤을 파는 겁니까?
조문덕 :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봉분(封墳)에는 전혀 손을 대지 않아요.
무덤에서 한 30cm정도 떨어진 위치에 팔방(八方)으로 히란야를 묻으시면 됩니다.
히란야가 에너지 진을 쳐서 탁한 기운을 정화시키고 다른 떠돌이 영들이 침범하는 것을 막아 줍니다.
현 숙 : 저희 친정 오빠한테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어머니와 먼저 의논을 해봐야겠어요. 잠시만요.
잠시 밖으로 나가 어머님께 전화를 하고 있었습니다.
현 숙 : 원장님, 어머님이 하라고 허락 하셨어요. 무덤에 손은 안 댄다고 말씀드리니까 괜찮다고 하시네요. 무엇보다 제가 건강해질 수 있다고 말씀드렸더니 그렇게 하라고 허락을 해주셨어요.
제가 자꾸 아파서 어머니가 걱정을 많이 하셨거든요.
그런데요, 오빠한테는 아직 말하지 말래요.
저희도 약간 걱정을 하고 있었는데...
동욱씨랑 몰래 묻고 와야 되겠어요.
조문덕 : 그러시죠. 초가을이라 날씨도 선선하고 시원해서 잘 됐네요.
그리고 묻고 나서는 꼭 전화를 해 기운이 달라졌는지 확인을 받으세요.
그리고 더 확실하게 하기 위해, 며칠 내로 날짜가 잡히면 천도식을 해드리겠습니다.
현 숙 : 네, 잘 알겠습니다. 오늘 말씀 너무 감사합니다. 묻고 나서 전화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