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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三國志) |
삼국지(三國志) (264) 장비의 지략(智略)과 공명의 지략으로 이룩한 낙성 점령
이후로도 장비가 아무리 온갖 욕설을 퍼부으며 싸움을 걸어도 파군 현령 엄안은 성문을 굳게 닫은 채 일체 싸우려 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장비는 새로운 계교를 쓰는 수밖에 없었다. 장비는 군사를 모아 놓고 새로운 명령을 내린다. "너희들은 지금부터 산에 올라가 풀을 베어 오라. 그러면서 파군을 지나 낙성으로 빠지는 샛길이 있는지 알아보아라." 장비는 속히 이곳 파군을 지나서, 하루라도 빨리, 형님인 유비가 고군분투하고 있는 낙성으로 달려가, 돕고싶었다. 그리하여 그날부터 장비의 군사들은 날마다 산에 올라가 풀을 베어 오고 있었다. 엄안은 성중에서 그 소식을 염탐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상하다, 어째서 장비는 군사들에게 풀만 베어 오라고 하는 것인가 ?' 궁금증을 참지 못한 엄안은 십여 명의 부하를 장비의 군사로 변장시켜, 풀을 베는 그들 틈에 끼워 넣어 사정을 염탐해 오게 하였다. 엄안의 군사는 어렵지 않게 적진 속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며칠동안 산에서 풀을 베어 오던 군사들이 장비에게, "장군님, 구태어 낙성으로 통하는 길을 찾으실 게 아니라, 파군성(巴郡城)으로 직통하는 사잇길이 있으니, 그 길을 통하면 성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겠습니다." 하고, 보고하는 것이 아닌가 ? 장비는 그 소리를 듣고 눈을 커다랗게 뜨며 놀란다. "무어 ? 그런 길이 있었다면 진작 알리지 않고 이제서야 말하느냐 ?" "저희들도 그 길을 오늘에서야 알아냈습니다." "그래 ! 그렇다면 파군성을 단숨에 때려 부순 다음에 낙성으로 가야겠군. 오늘밤으로 행동을 개시할 테니, 모든 군사는 이경(二更 : 밤 9시~ 11시)에 밥을 지어 먹고, 삼경(三更 : 밤 11시 ~ 새벽 1시)에 출동하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춰라 !" 그리하여 모든 준비가 장비의 명령대로 <착착> 진행되었다. 그렇게 삼경에는 모든 군사가 달빛에 흠뻑젖으며 파군성으로 통하는 샛길로 출동하였다. 엄안의 염탐꾼들은 본진으로 돌아가 이런 사실을 즉각 보고하였다. 십여 명에 이르는 염탐군들이 제각기 돌아와 보고하는데 그 내용이 한결같으므로. 엄안은 손뼉을 치면서 기뻐하였다. "그래 ? 무식하고 어리석은 장비는 우리가 싸움에 응해 주지 않으니까, 샛길로 돌아서 우리를 치려는구나 ! 그렇다면 우리는 장비를 단숨에 섬멸시킬 대책을 세워야겠다." 엄안은 파성으로 통하는 샛길에 많은 군사들을 매복시켜 놓았다. 성미가 급한 장비가 분명히 선봉으로 내달려 올 것이고, 주력군은 뒤따라 올 것이 분명하므로, 적의 허리를 잘라 놓고 단숨에 장비군을 전멸시키려는 작전이었다. 이윽고 밤이 깊어지자, 장비가 선두에서 말을 타고 나타나고, 그의 뒤를 따라오는 군사들이 보였다. 엄안은 숲속에 숨어서 지켜보다가 장비의 주력부대가 나타나기를 기다려, 공격의 진고를 울리며 적에게 돌진하였다. 또한 길 양편에 숨어있던 복병들이 일시에 일어나며 장비의 주력부대를 포위하고 공격하였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 장비는 이미 선봉으로 멀리 가버린 줄로 알았는데, 그런 장비가 홀연 엄안의 뒤에서 나타나며, "엄안아 ! 도망치지 마라 ! 내가 너를 기다린지 오래다 !" 하고,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질 듯한 고함을 지르며, 달빛에 번쩍이는 장팔사모를 휘두르며 덤벼오는 것이 아닌가 ? 엄안은 혼비백산하게 놀랐다. 그러나 이미 사태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아니던가 ? 이에, 엄안도 장비에게 창검을 빼어들며, "마침 잘 만났다. 덤빌 테면 덤벼봐라 !" 하고, 외치는 수밖에 없었다. "하하하핫 !... 늙은 것이 하늘 높은 줄을 아직도 모르는구나 !" 장비는 그렇게 말하며 비호같이 달려들기가 무섭게 엄안의 허리띠를 움켜잡아 부하들에게 던져준다. "이놈을 단단히 묶어라 !" 엄안은 힘도 한번 못 써보고, 졸지에 장비의 군사들에게 포박을 당하고 말았다. 그러자 엄안을 둘러싼 병사들이, "파군 현령 엄안이 사로잡혔다 ! 무기를 버리고 투항하는 자는 살려준다 !" 하고, 일시에 소리쳤다. 그러자 매복에 나섰던 파군성 병사들은 두 말없이 손에서 무기를 떨어뜨렸다. 이로서 한밤중 달빛 아래 싸움은 이렇다할 큰 충돌 없이 장비군의 승리로 끝났다. 포로들을 수습하란 명령을 내린 장비가 엄안의 앞으로 다가와 호통을 내질렀다. "네가 이래도 항복을 안하겠느냐 ?" 엄안은 결박을 당한 채로 눈을 부라리며 장비를 마주 꾸짖는다. "너는 무사의 예절도 모른단 말이냐 ? 참된 장수는 목이 달아나는 일이 있어도 항복은 안하는 법이다 !" 장비는 그 말을 듣고 멈칫하였다. 그리하여 아무 말 없이 엄안의 뒤로 돌아와 그의 포박을 끌러 주며, "나와 함께 진중으로 돌아갑시다." 하고, 말하며 엄안을 앞세우고 파군성으로 향하였다. 장비는 엄안과 함께 파군성으로 들어가자, 그의 앞에 무릎을 꿇고 말했다. "노장군은 나의 무례를 용서하시오. 나는 이제사 장군이 호걸지사임을 알고, 나의 무례했음을 사과드리오." 엄안은 장비가 자신을 알아주는 데 크게 감동하였다. "오오, 장군이 패군지장인 나를 이렇게까지 융숭하게 대해 줄 줄은 정말 몰랐소. 장군조차 이처럼 사람을 알아주니, 유황숙과 관우같은 분들이야 얼마나 후덕하겠소." "고마운 말씀이오. 만약 장군이 우리 편이 되어 주신다면, 내가 형님께 잘 말씀드려서, 장군께 영광된 자리를 마련해 드리도록 하리다." "고마운 말씀이오. 나는 그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서 견마지로(犬馬之勞)를 다하도록 하리다." 엄안은 이렇게 말한 뒤에, 잠시 생각터니, "내가, 좋은 방법이 있는데, 아군과 적군이 서로 피를 흘리지 않고 낙성을 얻으면 어떻겠소 ?" 하고, 묻는 것이 아닌가 ? 장비는 그 말을 듣고, 귀가 번쩍 틔었다. "무슨 좋은 방법이 있으시오 ?" 그러자 엄안이 입을 열어 말한다. "여기서 낙성까지 가자면 적들이 수비하기 용이한 험한 협곡에 위치한 대소 관문(大小 關門)이 서른일곱 개가 있어서, 무력으로 밀고 들어가려면 백만군을 동원하더라도 용이한 일이 아니오. 허나, 내가 앞장 서 나가면서, '나 조차 항복한 것은 유약한 군주로는 백성들의 안위를 지킬 수 없기 때문이었으니, 너희들도 대항할 생각을 하지 말고, 유황숙에게 힘을 보태라' 고 설복하면 무난히 서른일곱 개의 관문을 지날 수 있을 것이오." 장비는 크게 감탄하며 엄안의 말대로 그를 앞세우고 진군하였다. 그러자 과연 저들은 엄안의 말을 듣고, '노 장군께서 저렇게 말씀하시는데야...' 하고, 저마다 항복을 하는 것이었다. ... 한편, 낙봉파에서 방통을 잃은 유비는 그의 원수를 갚기 위해, 혼신을 다해 낙성 공격에 나섰으나 실패하고 부수관으로 군사를 물린 뒤, 그날 밤으로 방통의 초혼제(招魂祭)를 지내며 그의 넋을 위로하며 통곡하였다. 그 자리에는 위연, 유봉, 관평 등도 함께 하며, "우리들은 죽음으로 낙성을 점령하여 선생의 원한을 풀어드리겠나이다." 하고, 눈물을 뿌리며 맹세하였다. 유비는 제사가 끝나자, 관평에게 서신을 주어 형주로 보내면서, 공명을 하루속히 서촉으로 오도록 명하였음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런 뒤에 유비는 부수관에서 농성(籠城 :성문을 굳게 닫고 칩거함) 하면서 공명과 장비가 지원군을 이끌고 나타나기만을 학수고대하였다. 그런 사정을 알고, 어느 날 황충이 말한다. "주공 ! 장임(張任)이 날마다 싸움을 걸어 오다가 이제는 지쳐버린 모양이니, 오늘은 우리 편에서 야습을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음... 그것도 좋은 생각이오." 유비는 백여 일의 농성을 풀고, 황충과 위연을 좌우군으로 삼아 이날 밤 이경에 적에게 기습을 감행하였다. 과연 장임은 수비를 소홀히 하고 있다가 불시에 야습을 당하는 바람에 여지없이 참패하였다. 장임의 군사들은 크게 당황하여 많은 무기와 다량의 군량을 내버리고 낙성으로 도주하였다. 그리하여 낙성으로 쫒겨가기가 무섭게 이번에도 성문을 굳게 잠그고 수비에만 치중하는 것이었다. 낙성은 험한 산성으로 여간한 공성장비로도 성벽을 타고 넘을 수 없는 견고한 성이었다. 낙성에는 동서남북으로 네 개의 문이 있었는데 남문 밖은 첩태 첩산이고, 북문 밖으로는 부수강이 흐르고 있었다. 그러기에 유비는 남문과 북문은 내버려 둔 채, 자신은 서문을 공격하면서 황충과 위연은 동문을 치게 하였다. 그 모양으로 동문과 서문을 공격하기를 사오 일, 그러나 장임은 성문을 굳게 닫은 채로 끄떡도 하지 않았다. 이렇다 보니 오히려 유비군의 피로만 높아졌다. 일방적인 공격이 닷새째 계속되는 날, 장임은 오란(吳蘭), 뇌동(雷同), 두 장수를 불러 말한다. "그동안 유비가 우리를 공격하느라고 군사들이 무척 피로에 지쳤을 것이오. 이제는 우리가 적을 단번에 무찔러 버릴 때가 된 것 같소. 오늘밤 우리는 성안의 군사를 총동원하여 적에게 반격을 가합시다. 오늘밤 이경에 군사를 둘로 나누어, 일군를 데리고 두 장군이 북문으로 나가 동문 쪽으로 돌아 황충, 위연의 무리를 섬멸해 버리시오. 나는 나머지 군사를 이끌고 남문으로 나가, 서문으로 돌아서 유비의 후방을 기습하도록 하겠소." 이리하여 이날 밤 이경에 장임 군은 두 패로 나뉘어 유비와 황충, 위연을 거의 동시에 공격하기 시작하였다. 워낙 장기간에 걸친 전투에 지쳐있던 유비군은 가뜩이나 불편한 산비탈에 군영을 치고 쉬고 있다가 서촉의 맹렬한 야습을 받고 여지없이 패주하였다. 유비는 처음 얼마 동안은 항전해 보았으나 적의 사기가 워낙 왕성한 데다가 숫자조차 많아서 당해낼 재주가 없었다. 그리하여 패잔병을 이끌고 후퇴에 후퇴를 거듭하고 있었다. 이렇게 얼마를 쫒기다 보니, 저 멀리 산중에서 일단의 군사들이 짓쳐 오는데 이를 본 유비가, "앗 ! 앞에도 적병이오, 뒤에도 적병이니, 이제 나는 꼼짝없이 죽게 생겼구나 !" 유비는 무심중에 그런 비명을 지르며, 다가오는 군사를 다시 한번 살펴 보니, 비호같이 말을 달려오는 사람은 장비가 아니던가 ? "오오 ! 익덕 ! 자네가 웬일인가 ?" 유비가 하도 기뻐서 떨리는 목소리로 외치며 장비를 향해 손을 들어 보였다. "앗 ! 형님 ! 여긴 웬일이시오 ?" 장비가 부리나케 말에서 뛰어내려 유비의 손을 마주 잡으며 놀라한다. "여기서 한가하게 애기하고 있을 때가 아니네, 적의 추격이 심하니 우선 싸울 준비를 해주게 !" "염려 마시오, 형님 ! 나와 엄안 장군이 있으니 백만 대군이라도 능히 막아내겠소 !" 장비는 곧 엄안과 함께 적을 맞아 나갔다. 유비를 추격해 오던 장임은 장비와 엄안이 달려오는 것을 보자, 급히 말머리를 돌려 낙성으로 들어가더니 또다시 문을 굳게 닫아 버리는 것이었다. 유비는 그제서야 장비를 돌아보며 묻는다. "자네는 무슨 재주로 형주에서 이렇게나 빨리 왔는가 ? "모든 공로는 엄안 장군 덕이지요, 엄 장군의 회유로 서른일곱 개나 되는 적의 관문을 지나, 피를 한 방울도 흘리지 아니하고 여기까지 왔소." 유비는 장비로부터 자세한 설명을 듣자, "오오 ! 엄 장군과 자네가 아니었던들, 나는 꼼짝 못하고 장임의 손에 죽고 말았을 것이네 !" 하고, 말하며, 그의 공로를 치하하는 의미에서 자신이 입고 있던 황금 쇄자갑(鎖子甲)을 벗어 엄안에게 주었다. ... 한편, 황충과 위연의 배후를 불시에 공격한 오란과 뇌동은 크게 이기긴 하였으나, 뒤이어 합류한 유비, 장비, 엄안 등의 지원군이 쳐들어 오는 바람에 급기야 포로로 잡히는 신세가 되었다. 이 두 장수는 엄안의 설득을 받고 그 자리에서 항복을 하고 말았다. 낙성으로 쫒겨간 상장군 장임은 오란, 뇌동 등 두 장수가 유비에게 붙잡혀 항복했다는 소식을 듣고 하늘을 우러러 탄식하며 앞날을 걱정해 마지않았다. "이제는 우리가 매우 불리한 형세가 되었으니, 최후의 일전으로 내일, 내가 군사를 거느리고 나가 싸우다가 거짓 쫒겨갈 것이니 오의와 유궤 장군은 그때에 적의 후방을 기습하오. 그러면 나도 되돌아서 그들을 협공하리다." 장임은 오의와 유궤에게 단단히 부탁을 하고, 다음날 아침이 밝자 군사를 이끌고 나가 장비에게 싸움을 걸었다. 그리하여 십수 합을 싸우다가 계획적으로 쫒기기 시작하였다. 장비가 도망치는 장임을 급히 추격하는데, 문득 등 뒤에서 함성이 크게 울리면서, 오의의 복병이 덤벼오는 것이었다. 때를 같이하여 장임도 되돌아서서 공격을 하는 바람에 장비군은 졸지에 앞, 뒤에서 협공을 당하는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장비는 진퇴유곡에 빠져 어찌할 바를 몰랐다. 포위된 적진 속에서 활로를 뚫어 보려고 좌충우돌 부딪쳐 보았으나, 적의 숫자가 너무도 많아 몸을 피할 데가 없었다. 이런 절체 절명의 순간, 갑자기 등 뒤의 적군 한가운데가 요란시끌하더니, 적군 한가운데를 갈라 헤치며 질풍신뢰와 같이 달려오는 일군이 있었다. "익덕 ! 나요, 조운 !" 조자룡은 그렇게 외치며 오의와 몇 합을 겨루더니 대번에 그를 사로잡는 것이 아닌가 ? 적들은 자신들의 대장이 어의없이 붙들리자, 갑자기 사기가 땅에 떨어졌다. 게다가 명망 높은 노장군 엄안이 '무기를 버리고 유황숙께 귀순하라 ! 무기를 버리는 자는 죄를 묻지 않는다 !' 하고, 소리까지 내지르니, 너도 나도 누구랄 것도 없이 창검을 내던지고 손을 들어 항복을 표해 보였다. 그러는 와중에 장임은 낙성으로 병사를 이끌고 들어가 다시 성문을 굳게 잠그는 것이었다. 장비는 싸움이 공전에 이르자 비로서 조자룡에게 묻는다. "아 ! 조운 ! 덕택에 내가 살았네 ! 그런데 군사(軍師)는 어디가고 자네만 왔는가 ?" "군사께서는 지금쯤 부수관에 도착하여 주공을 뵙고 계실 것이오. 오늘 싸움도 더이상 진행될 수 없겠으니, 이곳엔 철처히 경계토록 하고, 함께 주공과 군사를 만나러 부수관으로 가십시다." 장비와 조운은 적장 오의를 묶어 가지고 부수관으로 향했다. 두 사람이 부수관에 도착하니, 때마침 공명이 간웅, 장완, 등을 거느리고 유비에게 도착 인사를 드리고 있었다. 조운도 도중에서 사로잡은 적장 오의를 유비에게 보이면서 귀환인사를 올렸다. 유비가 오의를 보고 묻는다. "그대는 나에게 항복할 마음이 없는가 ?" "이미 사로잡힌 몸이니, 그밖에 무슨 도리가 있겠습니까. 덕망이 높으신 황숙께 오늘부터 견마지로를 다하겠습니다." 오의가 이렇게 대답하자 유비가 크게 기뻐하였다. 그러자, 공명이 옆에서 묻는다. "낙성에는 지금 어떤 장수들이 남아있소 ?" "상장군 장임을 비롯해, 유순과 보장, 유궤가 있을 뿐입니다." "그들의 용력(勇力)은 어떠하오 ?" "유순과 보장,유궤는 대단한 인물은 아니나, 상장군 장임만은 지모와 기략이 천하의 맹장입니다. 아마 그가 있는 한 낙성을 점령하기는 용이하지 않을 것입니다." "음 .... 그러면 먼저 장임을 사로잡은 뒤에, 낙성을 점령하도록 해야겠군 !" 공명이 이렇게 혼잣말 처럼 중얼거리자 그 소리를 듣고, 오의는 고개를 갸웃하면서, '헛참 ! 상장군 장임을 전혀 모르는 사람일세 !...' 하고, 속으로 혀를찼다. 그도 그럴 것이 오의는 공명이 어떤 사람인지 전혀 몰랐기 때문이다. 낙성 동쪽에는 금안교(金雁橋)라는 다리가 하나 있다. 다음날 공명은 그 부근 일대의 지세를 살펴보고, 황충과 위연을 불러 말한다. "금안교에서 동쪽으로 오 리쯤 가면 갈대밭이 있는데, 장군 위연은 창수(槍手) 일천 명을 거느리고 왼편에 매복하고 있다가 말탄 적병이 나타나면 모조리 찔러 버리오. 그리고 황충 장군은 도부수 일천 명을 데리고 갈대밭 오른쪽에 매복해 있다가 역시 말탄 적병이 나타나거든 인마의 다리만 잘라버리시오. 장임은 반드시 동쪽 산길로 나타날 것이니, 장비 장군은 일천 군을 거느리고 있다가 장임을 사로잡아 오시오." 공명은 마치 장기판의 기물을 희롱하듯이 작전 명령을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조운을 따로 불러 이렇게 명하는 것이었다. "조 장군은 금안교 북쪽에 매복해 있다가 장임이 나를 추격해 다리를 건너 오거든 그 즉시 다리를 끊어 버리오. 그런 뒤에 장임이 북으로 도망가지 못하도록 훼방을 놓으시오. 그래야만 장임을 생포할 수 있을 것이오. " 다음날, 공명은 사륜거(四輪車)를 타고, 허술하게 보이는 군사 백여명을 거느리고 낙성 앞에서 북을 치면서 나타났다. 성루(城樓)에서 바라다보니 공명은 학우선(鶴羽扇)을 들고, 초라하게 앉아 있는 것이 아닌가 ? '저런 군사를 가지고 우리를 치러 온 것을 보니' 공명은 듣던 바와 다르게 별 볼일 없는 존재로구나!' 장임은 마음속으로 교만한 생각이 들어서 용기가 솟구쳤다. 그리하여 무장을 한 채로, 말을 타고 성문을 활짝 열어젖히며 공명앞에 나타났다. 그리고 뺀줄뺀줄한 어조로 소리쳤다. "그대가 공명이라는 허명만 높은 작자인가 ?" 그러자 공명은 학우선을 들어 장임을 가리키면서 낭랑한 목소리로 꾸짖는다. "천하의 명장 조조도 내 이름을 듣고선 백만 대군을 이끌고 망풍도주(望風逃走 : 바람처럼 도망침) 하였거늘, 너 같은 피라미가 무엇을 믿고, 나와 싸우려고 하느냐 ?" 공명의 이 말은 서촉 상장군 장임의 자부심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었다. "무엇이 어쩌구 어째 ? 내 오늘 너를 붙잡아 너의 거름진 입에서 혀와 옥수수를 몽땅 뽑아 놓으리라 !" 장임은 분기탱전, 모든 군사에게 일제히 공격을 명하였다. 그러자 공명은 급히 말로 옮겨 타더니 허겁지겁 달아나기 시작한다. 장임은 이 기회에 공명을 잡아 최후의 승리를 거둘 생각으로 선두에 나서서 금안교를 건너 공명을 추격하였다. 그러다가 문득, '앗차 ! 내가 공명의 계교에 속고있는 것이 아닌가 ?' 하는, 생각이 들어서 말머리를 돌리려고 했을 때는 이미 금안교는 끊어지고 지나온 후방에는 적의 군사들이 불길처럼 짓쳐오는 것이 아닌가 ? "상장군 ! 후방에서 조자룡이 쫒아오고 있습니다. 어서 남쪽으로 피하십시오 !" 그러나 부하의 말을 듣고 남쪽으로 말머리를 돌리니, 갈대밭 속에서 적들이 수없이 쏱아져 나와 창과 칼로써 말을 찌르고 자빠뜨려 버린다. 그리하여 장임은 어쩔 수 없이 동쪽으로 도망을 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가까스로 강을 건너니, 멀리 들판에서 사륜거와 일단의 군사가 보인다. "저기 사륜거에서 부채로 나를 부르는 자가 공명이냐 ?" "네, 아까부터 쫒겨가던 공명이 틀림없습니다." "그래 ? ... 그렇다면 저자를 잡아라 !" 장임이 공명에 눈이 팔려, 부하에게 이같은 소리를 하면서 말을 달리려 하는 순간, 홀연 등뒤에서 장비가 하늘이 꺼질 듯한 고함을 지르며 장팔사모의 창끝 손잡이로 장임을 후려치는데, '휘잉 ! ~' 소리와 함께, 한 대 얻어 맞은 장임이 말등 위에서 고꾸라져 떨어졌다. "저놈을 묶어라 !" 명령일하, 장비의 범같은 측근 무사들이 말에서 뛰어내려 장임을 덮치더니, 순식간에 결박을 짓는 것이었다. 눈 깜짝 할 사이에 벌어진 일이라서 장임은 어안이 벙벙해 지고 말았다. 장임이 유비와 공명앞에 끌려나오고 보니, 성도(成都)에서 낙성을 지원하러 달려오던 장군 탁응(卓應)도 조자룡에게 사로잡혀 있는 것이 아닌가 ? 장임은 아뜩한 생각이 들었다. (아 아 !... 모든 것이 허사로구나 !...) 공명이 장임을 보고 말한다. "촉군 장수는 모두가 항복을 하고 있는데, 어찌하여 그대만은 끝까지 저항하는가 ?" 그러나 장임은 두려운 빛이 전혀 없는 얼굴로 대답한다. "충신이 어찌 두 주군을 섬길 수가 있는가 ?" 그러자 이번에는 유비가 타이른다. "인간사에는 천시(天時)라는 것이 있는 법이다. 그대는 충의만 있고 천시는 모르는가 ? 이제라도 내게 귀순을 하여 목숨을 보존 하는 것은 어떻겠나 ?" "나를 그만 욕보이고 어서 죽여라 ! 내겐 항복이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 공명은 차마 더 볼 수가 없어서, "과연 충신이로다... 주공 ! 충신을 더 이상 욕보일 수가 없으니, 어서 참하도록 명을 내리십시오." 하고 말하니, 유비는 마지못해 하며 장임을 참한 뒤, 그의 시신을 금안교 옆에 묻어 주고 충혼비를 세워 주라는 명을 내렸다. 다음날 유비는 엄안, 오의 등 항복한 장수들을 앞세우고 낙성 앞으로 갔다. 엄안이 성문 앞에 이르러, "속히 성문을 열고 항복하라 ! 낙성 백성들은 그래야만 목숨을 보존할 수가 있다 !" 하고, 외치니, 성루에서 유궤가 소리 높여 엄안을 꾸짖는다. "늙은 역적놈이 무슨 개수작이냐 !" 바로 그때, 한 장수가 유궤를 등뒤에서 떠밀어 땅에 떨어뜨려 버리고, 성문을 활짝 열어주는 것이 아닌가 ? 그 바람에 유비군은 물밀듯 성안으로 몰려들어갔다. 난공불락(難攻不落) 이었던 낙성은 이렇게 유비군 손에 들어왔고, 성루에서 유궤를 밀어 떨어드리고 성문을 열어 준 무양(武陽)출신의 장군 장익(張翼)은 유비에게 큰 칭찬과 함께 높은 직책에 등용되었다. -다음편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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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감사히 잘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