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2. 12.
회사 전화를 착신으로 돌려놓고 딸아이와 둘이 광명 가다.
오랜만에 타는 지하철의 재미도 없이 그냥 졸면서.... 구로까지 가서 내렸다.
내려서 다시 7호선으로 갈아타려는 것만 생각하고 내리고 보니
하안 1단지 상가 앞까지 버스를 한번에 타고 가도 되겠다고 제안하는데
나는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
그래서 남 먼저 태워주고...차 번호까지 친절하게 안내하는 아이와 함께 시누네 댁 조상 모실 음식 만들어놓고
부랴부랴.....갔던 길을 다시 되짚어 돌아온 시간...늦은 여덟시.
구로에서 잽싸게 자리를 차고 앉았는데 몇 정거장 가지않아 옆자리가 비었다.
웬 아줌마?
녹양은 어디쯤이냐고 묻는 아줌마에게서
큰오빠의 딸 혜자가 생각났다.
조금 모자라서 단어가 딸리는 그래서 그냥 죽을때까지 언니랑 오빠랑 그냥 그렇게 살아야 하는 인생.
그러니까...
그 아줌마는 몇개의 단어를 가지고 녹양가는 지하철이 맞냐고 묻는 거였고..
다른거 생각할 거 없이 저런 사람도 서울에서 지하철을 타고 경기도까지 갈 수 있구나 생각하고 졸고 있는데
자꾸 묻는다.
어디까지 가냐...
한국사람들은 궂은 일은 안 하려고한다.
지금 일자리 때문에 인천 다녀오는 길인데 아침 열시부터 밤 열시까지 식당에서 설겆이 하는데 130만원.
어차피 연길서 혼자 나와 있으니 먹고 자고가 되는 곳이었으면 좋겠다는 그녀의 전 직장은 모텔 청소였다고 했다.
먹여주고 재워주고..
일만 하면 되는 거였으니까 누군가랑 대화할 일이 없어 한국말을 제대로 배우지 못했단다.
중국엔 사람이 많지만 집 없는 사람이 없단다.
그래서 집 없는 사람들을 보면 웃는단다.
한국에서 130만원 벌어서 중국에서는 한달에 10만원이면 생활비가 되서 처음엔 금새 돈을 모을 수 있을것 같았는데
그만큼 물가가 비싸더라고 했다.
내가 자기 나이와 비슷하게 보였던가 말 걸기에 좀 편해 보였었던 가 보다.
내리면서 한국사람 아무에게나 돈 빌려주지 말라고 했더니...한번 당했단다. ㅋ
강아지랑 둘이 하루를 보낸 남편과 셋이 서둘러서 저녁식사하고 내일을 떡장사를 위한 이른 취침.
2010. 2. 13.
회사와 관련없는 전화만 디립따 온다.
전화 받기 싫다.
늘상 같은시각 알람.
여섯시에 일어나서 강아지 산책시키고 아침 식사하고 광명으로 출발한 시간 이른 일곱시 반.
서울시내보다 띠엄띠엄 있는 전철 시간 맞춰 나가도 제 시간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어제와 같은 구로 역 도착.
어제는 503번을 타고 광명실내체육관 앞에서 내려 걸어 갈 만 했었는데
오늘은 춥다.
503번을 막 보내고 정류장에 도착해서 기다렸다가 탄 버스 5714.
똑 같이 하단 1단지 상가가는 버스인데 노선이 다르다.
구로공단 덕분에 외국인 체류자들..
중국동포들이 많아서인지... 간판에 한자들이 즐비하다.
알아 볼 수 있는 한자도 있고...모르겠는 한자도 있고...(쇠金자가 아래에 두개...위에 하나 얹힌듯 한 글자가 뭔지 아는사람?
알려주면.....고오맙지...^^)
돌아 돌아 가니까 시간은 오래 걸리지만 구경꺼리는 더 많고 볼 만 했다.
어제의 반대편...
상가쪽에 내려서 장사 시작한 시간 10시.
작년 추석보다 주머니에서 나오는 돈의 속도가 빠르다.
사겠다고 맘 먹으면 머뭇거림 없이 즉시 사 간다.
바빳다.
인절미가 불티나게 팔리고..
만원짜리 片(떡)이 제법 나간다.
떡국 1관짜리는 있어야 먹겠다며 사가는 사람들의 표정이 작년과는 다르다.
늦은 여섯시 반..
대충 정리하고 타고 갔던 대로 버스타고 전철 타고...
피곤했던지 졸음도 제대로 오지않는 눈을 감고 있었다.
그 사이 정체를 알 수 없는 아저씨가 눈을 감고 작대기를 짚어 가며 한 차례 지나갔고
나?에게 무언가를 열심히 설명하는 아저씨 때문에 눈을 뜨고 봤더니
바늘귀에 실 꿰는 장난감같은걸 보여준다.
2천원이란다.
가끔 지하철을 타고 다니면서 쓸만한 것을 건져 오는 경우도 있기때문에
낚이지 말라고 얘기하는 아이의 얘기를 무시하고 샀다.
지가 바늘에 실을 꿰어 줄 건데 뭐하러 사냐고..
(바느질은 해야하는지 지가 없을땐 어떡할건데....ㅡㅡ;;)
너무 비싸다고 했더니 나한테 목이 아프도록 설명하는건 200만원어치도 넘는단다.
재밋는 아저씨다.
나 같은 사람을 찾아서 떠나는..........
가는 길은 멀기만 한데 내 집을 찾아오는 길은 금새인것 같다.
피곤하다.
하루 종일 하지않던 일을 해서 등짝도 결리고 인절미 무친다고 콩고물을 하루 종일 만져서 손 끝이 가실가실하다.
어젯저녁에 셋이서 친 고스톱 점수대로 치킨을 한마리 시켜 맥주 두캔에 쓰러져 자다.
2010. 2. 14.
밤 새 어떻게 된 건지...
알람소리에 깼는데 일어나기가 싫다.
20여분 밍기적 거리다가 일어나서 강아지 산책시키고 목욕시키고...그리고 나도 목욕하고 아침 준비.
시누네 집에서 데려온 녀석이라....
그 집에 있던 '까까'(깜이 엄마)가 아파서 한달전에 죽었단 얘기를 듣고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는데...
강아지를 데려가야하나 말아야 하나..
혼자 두면 한 참을 짖을텐데...명절이라고 모인 빌라 사람들한테 민폐 끼치지 않으려면 데려가야하고..
명절치레로 씻기긴 했는데 녀석은 분명 외출하리라 알고 있을텐데....안데려 간다는 것도 그렇고..
한달전에 자식같은 녀석 보내고 겨우 마음 편해졌는데 데려가면 시누..시누남편...마음이 편할까..
꾀가 빤한 녀석이라 까까가 죽었다고 이야기하면 다 알아 듣고
힘들어 하는건 아닐까..
데려갔다.
외출이 힘들었던지 녀석은 돌아와서 지금껏 쓰러져 잠만 잔다.
이른 아홉시 반 광명으로 출발....광명 도착해서 둘째 시숙 태우고 시누네로....
목이 파인 옷을 입었더니 수술자욱이 보기 싫었던지 스카프를 하라고 이른다.
어제 그제 나 따라 다니며 일 한 딸에게 10만원을 건네주는 시누의 얼굴이 작년보다 편하다.
괜히 떡집이 바빳던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
참 다행 스러운 일...
일부러 준비한 아구찜에 점심식사를 하고 이런저런것들을 챙겨서
성산대교를 건너서 내부순환도로와 동부간선도로를 타지않고 일산으로 해서 북한산 뒤...송추쪽으로 돌아 집에 도착하기까지
딱 두시간 걸렸다.
웬수같은 명절이 끝났다.
떡국은 집에 와서 끓여 먹었다.
다시마와 양파...그리고 버섯을 넣고 끓인 담백한 떡국이 아닌...
1년에 한번...쇠고기를 넣어 푹 곤 진국에 끓인 떡국이 먹고 싶어 하는 아이에게 기분 좋은 저녁....
치매와 건망증예방을 위한 고스톱....오늘 분 10회가 좀 전에 남편과의 확실한 점수차이로 끝냈다.
우리집 군인아저씨는 강원도에 내린 폭설 덕분에 며칠을 뺑이 쳤는지
오늘 하루 종일 전화 한번이 없다.
첫댓글 지금쯤 명절 끝 편안한 휴식을 즐기고 있을라나...
명절....12일 중국으로 떠나는녀석 송별회... 13일.. 인천공항..중국으로 떠나는 녀석 뒷모습보고...14일 새벽에 직원 집에 보내고..난 낮에 무진장 밀리는 길에 있다가 노래방 손님도 못 받구...ㅎㅎㅎㅎㅎ... 그리고..오늘...이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