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2회 수업만 하기로 마음먹고 경주 건천 대곡리에 아담한 집을 짓고 살겠다는 생각을 하고, 땅을 사서 집을 짓겠다는 결정을 하는 데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래서 30평짜리의 소박한 철근콘크리트 집을 지었다.
이 집을 지은 지 만4년이 된 올봄에, 공부방 겸 차방 또는 guest room으로 활용하려고 본채에 붙여서 곁채를 증축하기로 계획했다. 화장실과 독립 보일러 및 부엌을 갖춘 원룸식 10평을 짓기로 결정하고 설계를 맡겼다.
아래의 완성된 도면은 끝내 주지 았았지만, 완전한 도면을 나중에 주겠다면서 우선 뽑아 준 설계도이다. 시공은 설계사가 추천해 준 업자에게 맡기기로 했다. 세 곳의 건설업자에게 견적을 뽑았다. 170만원 혹은 370만원 정도의 견적 차이가 났다. 가장 높게 견적을 뽑은 사람이지만, 설계하신 분을 믿고, 그 분이 추천한 시공업자에게 맡기기로 했다. 물건을 모르면 가장 비싼 것을 선택하라는 어른들의 가르침을 생각하면서.
그러나 이 선택이, 시공과정에서 엄청난 마음 고생을 가져다주고, 평생의 애물단지를 끌어안고 살아가게 될 첫단추가 될 줄은 이때만 해도 생각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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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튼튼한 구조물(200*200)로 설계를 해 놓았다.. 잉여 자원이라 탓하더라도 튼튼할수록 좋다는 생각에 구조물을 세울 때까지만 해도 구조물만큼이나 기분까지도 든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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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그러나 집의 형체가 거의 갖추어지고 있을 때서야 이 구조물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설계와는 달리, 동쪽으로는 처마가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지붕 옆에 판넬을 붙여서 벽을 만들어놓았다.
시공자는 나타나지 않고 하청업자만이 와서 공사를 하기에 처마를 어떻게 할 것인가 걱정된다고 하였으나 시공업자가 알아서 할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시공과정에 동쪽면의 누수가 염려된다고 지적하였고, 실제로 누수가 나타났는데도 하청업자는 문제가 없다고 하면서 공사를 진행하여 여기까지 왔다.
'전원주택과 조경' 카페의 어느 두 분께서, 밖으로 노출시켜 놓은 H빔 구조물 때문에 겨울철 결로를 걱정하셔서 이 문제도 시공자에게 말했으나 무시하고 공사를 진행하였다.
3. 아래 사진들은 시공업자가 완공되었다고 선언한 시점의 사진들이다. 기가 막혀 말이 나오질 않았다. 여기까지 오도록 설계를 무시한 시공도 한두 건이 아니었다.
북쪽 적벽돌 치장을 하지 않은 것, 이중창을 달지 않은 것과 페어글라스를 넣지 않은 것, 화장실 환풍기를 달지 않은 것, 지붕 단열재를 150미리가 아니라 50미리로 넣으려 했던 것 등등. 창문과 환풍기, 단열재는 수정했지만 북쪽 벽돌 치장 문제는 가슴을 달래면서 수용하기로 했다.
3.1. 남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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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비가 온 후의 남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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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북쪽 :; 보이지 않는 부분이라면서 도면과 견적을 무시한 채, 벽돌 치장을 하지 않은 것을 양보해 주었는데, 이 모양으로 공사를 끝내려고 했다. 할 말을 잊었다. 개념이 있는 사람인지 의심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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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마무리가 전혀 안 된 상태로 공사가 완성되었다고 하니, 무척 화가 났다. 가장 우선적으로 미관상의 하자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였다. 그리고 지붕 두께도 비로소 직접 재어 보니, 두께가 150밖에 되지 않았다. 지붕 콘크리트 두께를 테크플레이트 200(125+75)으로 하지 않고 150(75+75)으로 한 것이다.
설계도면 대로 재시공할 수는 없다하더라도 겉모습만이라도 제대로 해 놓으라고 요청했다. '하필이면 이런 사람을 소개했느냐'는 무언의 하소연도 할 요량으로, 설계하신 분도 모셨다. 옥상의 담은 없애고 학사모처럼 지붕을 만들어 본채 귀퉁이를 떠받치는 모습으로 지어달라고 했건만, 설계를 변경해 그려달라고는 하지 않았었다. 시공업자에게는 설계도를 직접 건네겠다고 하여, 당연히 시공업자에게는 완성된 설계도를 넘겼으리라 믿었다.
나에게는 지붕단면도를 주지 않았던지라, 처마 길이가 어떻게 되느냐고 물었더니, 작은 평수는 지붕단면도가 없단다. 그리고 이런 슬라브집은 처마가 없는 건물이란다. 설계 도면의 외관 모습에는 분명히 처마가 있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왜 이렇게 반응하는지 모르겠다. 가제는 게편이라서? 건축설계상의 관행을 알 수 없었으니, 가타부타 할 수는 없었다.
지붕 두께에 대해서도, 처마 둘레에 AL판을 접어서 붙이고, 동쪽 처마도 AL을 접어 모양이라도 내어 달라고 부탁했다. 그런데 이번에도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마무리 했다면서 해 놓은 작업이 또 이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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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더 이상은 시공업자를 믿을 수 없었다. 막대금을 지불하지 않은 상태여서 그나마 위안이 되었다. 하는 수 없이 구조팀으로 하청을 받아 시공했던 사람을 불러, 추가로 공사비를 지불하고 동쪽도 처마 모양을 냈다. 멀리서 보면 그런 대로 처음 계획했던 모양이 나온 셈이다. 그러나 가까이에서 보면 누더기가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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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입주를 하였다. 그런데 햇살 때문에 실내가 뜨거워서 에어콘을 틀지 않고는 잠시도 들어앉아 있을 수 없었다. 그래서 추가 비용을 들여서 파고라와 어닝을 달았다. 두께가 얇은 지붕 때문에도 실내가 뜨거울 것이라는 생각에, 이를 보완하기 위해 지붕에 정자도 하나 올렸다. 생각지도 못한 추가 비용이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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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공사를 시작한 지 4개월을 넘긴 시점에서 비로소 어느 정도 마음에 차는 모습으로 완공이 되었다. 그런데 이게 웬 일인가. 비전문가인 내가 우려해서 문제를 제기했던 바가 현실로 나타났던 것이다. 연 이틀 내린 비에 한 바가지나 되는 물이 탁자 위에 흘러내려 흥건하다. 누수가 생긴 것이다. ㅜ.ㅜ 실리콘으로 예상되는 곳을 땜질했다.
8. 문제는 빗물 누수에 그치지 않았다. "전원주택과 조경"이라는 카페에서 어느 분이 H빔 노출구조를 사진으로 보시고, 겨울철 결로에 의한 누수를 걱정하셨다. 그래서 공사를 하는 과정에서 시공업자에게 그런 사실을 말했으나 아무런 이상이 없다면 무시하고 공사를 진행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카페 분들의 지적이 맞았다. 12월 중순이 되자 결로에 의한 누수가 생겨 빗물처럼 샌다. 시공자는 환풍구를 뚫어서 해결해 보겠다고 한다. 열의 손실은 고사하고 그렇게라도 해 보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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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업자는 이번에 제대로 못 지었다면 그것을 경험 삼아 다음에 잘 지으면 된다. 그러나 건축주는 평생을 안고 가야 할 집이 아니던가? 시공업자를 원망한다고 해서, 이 애물단지를 안고 살아가야 하는 마음에 위안이 될까?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