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하시 위빠싸나 명상 / 박성현
불교 수행 전통에는 수많은 명상법이 있으나,
이를 크게 집중명상과 통찰명상의 두 가지 범주로 구분할 수 있다.
집중명상(concentration meditation)은
특정한 대상에 주의를 집중함으로써 모든 망념을 멈추게 하여
산란한 마음을 고요하게 안정시키는 방법으로서,
止法 혹은 사마타(samatha) 수행으로 부른다.
진언이나 만트라를 사용하는 명상법이 여기에 속한다.
반면, 통찰명상(insight meditation)은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관찰하고 알아차림으로써
존재의 실상을 체득하는 지혜를 얻는 수행법이며,
觀法, 위빠싸나 명상(vipassana meditation),
마음 챙김 명상(mindfulness meditation),
혹은 사념처(四念處) 수행으로도 불린다. (김정호, 2004a).
위빠싸나 명상은 불교의 초기경전 중
대념처경 (Maha Satipatthana Suttanta)에 자세히 설명되어 있는
불교의 전통적인 명상수행법으로서 지금도 그 전통이
미얀마, 태국, 스리랑카 등 동남아 불교권 내에서
유지되어 오고 있다. (거해스님, 1997).
위빠싸나(vipassana)는
빠알리어의 위(vi)와 빠싸나(passana)의 복합어이다.
vi는 ‘여러 가지’의 의미를 갖는데
특히, 불교에서는 모든 현상의 세 가지 자연적 성품인
무상(無常), 무아(無我), 고(苦)를 뜻한다.
passana는 ‘꿰뚫어 본다.’라는 뜻이다.
위빠싸나를 쉽게 풀이하면
‘자신의 몸에서 일어나는 정신적-신체적(물리적) 현상의 성격을
정확하게 이해하려는 노력’을 말한다(Mahasi Sayadaw, 1978).
위빠싸나 수행의 목표와 사념처(四念處) 수행에 관한 정의를
대념처경의 내용을 통하여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각묵스님, 2003).
‘비구들이여 이 도는 유일한 길이니, 중생들의 청정을 위하고,
근심과 탄식을 다 건너기 위한 것이며,
육체적 고통과 정신적 고통을 사라지게 하고,
옳은 방법을 터득하고, 열반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다.
그것은 바로 네 가지 마음 챙김의 확립이다.
무엇이 네 가지인가?
몸에서 몸을 관찰하며 머문다.
세상에 대한 욕심과 싫어하는 마음을 버리면서 근면하게,
분명히 알아차리고 마음 챙기는 자 되어 머문다.
느낌에서 느낌을 관찰하며 머문다.
세상에 대한 욕심과 싫어하는 마음을 버리면서 근면하게,
분명히 알아차리고 마음 챙기는 자 되어 머문다.
마음에서 마음을 관찰하며 머문다.
세상에 대한 욕심과 싫어하는 마음을 버리면서 근면하게,
분명히 알아차리고 마음 챙기는 자 되어 머문다.
법에서 법을 관찰하며 머문다.
세상에 대한 욕심과 싫어하는 마음을 버리면서 근면하게,
분명히 알아차리고 마음챙기는 자 되어 머문다.’(p15-16)
대념처경의 경전 내용에 의하면, 위빠싸나 명상이란
분명한 알아차림, 마음챙김, 집중된 주의력
그리고 지속적 주시 등의 작용에 의해 네 가지 대상인
몸(호흡, 동작, 신체감각 등), 느낌(즐겁고 괴로운 느낌 등),
마음(생각, 의도, 탐욕, 분노 등) 그리고
법(몸과 마음의 근본적 특성)을 관찰함으로서,
욕망과 고뇌를 벗어나게 하는 수행법이라고 할 수 있다. (안승준, 1993).
위빠싸나 명상은 현재 미얀마, 태국, 스리랑카 등
동남아의 여러 수행센터에서 수행과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봉인사, 보리수선원, 호두마을, 담마선원을 위시한
위빠싸나 수행센터들이 운영되고 있다.
위빠싸나 명상의 구체적인 수행법은 사마타 수행의 병행여부,
마음 챙김의 대상과 방법, 명상의 수행순서 등에 따라
마하시 방식, 파아욱 방식, 고엔카 방식, 모곡 방식,
쉐우민 방식 등으로 다양하게 구분되고 있다. (지산스님, 2005).
여기에서는 Mahasi Sayadaw에 의해
미얀마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마하시 방식의 수행법의 특징을 살펴보고자 한다. (김재성, 2002).
마하시 방식의 특징은 첫째, 좌선할 때 호흡에 동반되어
생겨나는 복부의 움직임을 일차적인 마음 챙김의 대상으로 삼는다.
마하시 수행법의 두 번째 특징은 좌선과 행선(行禪)에
동일한 비중을 두고 있다.
여기에서 행선은 걷는 동작에 마음을 집중하여 관찰하는 것을 말하나,
넓게 보면 몸의 모든 동작이 포함되고 있다.
즉 좌선이 중요시되는 만큼 좌선 이외의
모든 몸의 동작에 대한 관찰도 강조되는 점이
마하시 수행법의 특징이다.
마하시 수행법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수행자는 듣고, 냄새 맡고, 맛보고, 만지고, 생각할 때 마다
이들을 관찰하여 이러한 사실을 ‘봄, 봄’ ‘들음, 들음’
‘냄새, 냄새’ ‘맛, 맛’ ‘닿음, 닿음’ ‘생각, 생각’이라고 알아차리도록 한다.
처음에는 분명하고 쉽게 지각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하는데,
호흡을 할 때 마다 배가 일어나고 꺼지는 이 운동은
항상 분명하게 일어나므로 이 호흡의 움직임을 의식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배의 움직임을 보는 동안 마음이 다른 곳을 방황하거나,
또는 상상, 회상, 생각, 계획, 행복을 느낌, 싫증을 느낌 등으로
달아날 때 마다, 놓치지 말고 모든 현상들을 마음속으로 알아차린다.
마하시 명상법에서 수행자는 잠에서 깨어나는 순간부터
몸의 움직임, 세수하는 행위, 음식을 먹는 행위 등
매순간 모든 움직임을 부지런히 주시해야 하며,
몸의 감각들, 느낌들, 생각, 욕구, 의도 등 모든 정신적 현상들이
나타날 때마다 바로 알아차리는 것을 강조한다.
특별히 자각되는 몸과 마음의 현상이 없어질 때는
다시 배의 일어남과 사라짐을 주시하는 것으로 되돌아가는 과정을
반복하게 된다.
마하시 수행법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위빠싸나 명상은 몸의 움직임(호흡 시에 일어나는 배의 움직임)에
대한 알아차림을 근간으로 하여, 느낌, 사고, 욕구, 감정 등
마음의 현상을 즉각적으로 알아차리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이러한 수행을 통해 집중력과 알아차림의 능력이 배양되면,
일상적인 의식상태에서는 인식할 수 없는
미세한 몸과 마음의 작용에 대해서 보다 분명하고
즉각적으로 알아차릴 수 있게 된다.
이러한 끊임이 없고 분명한 알아차림은
몸과 마음의 현상에 대한 통찰을 낳게 된다.
통찰 경험의 내용은 내적 경험에 관여하는
몸과 마음의 작용을 구분해서 이해하게 되는 것과,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들의 특성인
무상, 무아, 고의 특성을 이해하는 것이 포함된다.
무상의 체험이란
‘모든 현상은 끊임없이 생겨나지만 반드시 사라진다’는
것에 대한 통찰이다.
무아는 ‘몸과 마음의 현상을 내가 원하는 데로 할 수 없으며,
그 현상의 성질대로 생성되었다가 소멸된다.’ 는
것에 대한 자각을 의미한다.
이러한 자각은 모든 현상에 대해
나 혹은 내 것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음을 체험적으로 이해하게 한다.
고에 대한 통찰은 ‘이와 같이 무상하고 무아인
일체의 현상을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에게 좋은 것은 유지하고,
싫은 것은 배제하려는 욕망과 집착이 고통을 만들어낸다’는 깨달음이다. (박성현, 박정숙, 2006).
박성현 <서울불교 대학원대학교>
[출처] 목야뜨락 | 작성자 목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