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있게 나이 든다는 것!
‘내가 웰다잉 두려움 버리기’라는 책을 쓰고 나서 나를 사랑해 주시는 연세가 드신 나의 독자 한 분이 있다. 그 분의 이름이 청초 전한준 선생님이시다. 그 분의 연세는 올해 일흔 다섯인데 아주 건강하시고 에너지가 넘치는 분이다. 내가 쓴 그 책을 읽으시다가 저자를 한 번 만나봐야겠다 생각하고는 나에게 연락을 했고, 내가 그 분을 찾아 가겠다고 약속을 했다. 만나기로 약속한 날, 나와 나의 아내가 그 분의 그 서당을 방문했다. 그 분은 초등학교 교장선생으로 계시다가 정년퇴직을 하고는 한자를 더 깊이 연구하고 후학을 가르치기 위하여 서당을 운영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내가 쓴 책에 관하여 이야기를 시작했고, 이어 세상사는 이야기와 그 분의 삶에 대하여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분이 사는 곳은 등촌동인데 사무실이 있는 신설동으로 매일 지하철로 출∙퇴근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하철을 타고 오가는 것을 너무 좋아하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지하철 안에서 작곡을 하기 때문에 시간가는 줄을 모를 정도로 매일매일이 즐겁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작곡한 이백육십 여 곡을 모아둔 작곡집을 꺼내어, 신명이 나 재미있게 설명해 주었다. 그 분의 사무실에는 전자키보드가 있었고, 직접 연주도 하면서 작곡을 하거나, 작곡한 곡을 연주한다고 하셨다. 작곡은 주로 지하철에서 하는데 스마트폰으로 한다고 했다. 이전에는 악상이 떠 오르면 메모를 하거나 그렇지 못하면 잊어버리곤 했는데, 지금은 스마트폰으로 바로 작곡을 할 수 있어 너무 편하다고 하면서 좋아했다.
그러고는 자신이 지은 책이나 자료를 주시면서 하나씩 설명을 해 주었다. 또 지금도 많은 교수,
학자들과 교류를 하면서 공부를 한다고 했다.
이야기를 하고 있는 중 한자 공부를 하는 다른 두 분이 왔고, 우리는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참 더 이야기를 더 나누다, 그 분은 자신이 저자를 초청했기 때문에 저에게 식사를 대접하고 싶다고 하여 우리는 식당으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다.
식당으로 가면서 그 분은 퇴근 준비를 했다. 신사복 위에 등산 점프를 입고 그리고 베낭을 짊어지었다. 그리고 묵직해 보이는 등산용 신발로 갈아 신었다. 식당을 향해 같이 걷는데 바닥에서 ‘쓰거럭 쓰거럭’ 소리가 났다. 그 분의 신발에서 나는 소리였다. 그분의 신발을 보니 신발창은 군인용 신발보다 더 두꺼운 밑창에다 쇠로 된 징이 박혀 있었다.
아내와 나는 크게 웃었다. 그랬더니 그 분이 왜 그렇게 하고 있는지 설명을 해 주었다. 나이가
들면 체력이 떨어지게 마련이고 특히 하체가 먼저 약해져 넘어지기 쉽다고 했다. 자신이 노력하
지 않으면 건강은 어느 누구도 도와줄 수 없다고 말했다. 근래에 친구들이 많이 먼저 저 세상
으로 간다는 이야기를 하시고는, 잠시 입가에 쓸쓸한 엷은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는 세상에 공짜가 없다. 어느 누구도 건강은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는 얻을 수 없다고 웃으면서 말했다. “앞으로 내가 얼마나 살지 모르지만 사는 동안 건강하게 살아야 되지 않겠냐?” 그러면서 자신은 지하철 계단을 오르내릴 때도 운동한다고 생각하면 다리가 아프지도 않고, 힘이 들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우리는 저녁 식사와 함께 막걸리 한 잔을 하면서 세상사를 논하는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다. 함께 했던 다른 분들이 먼저 가고도, 우리는 한참 더 이야기를 하느라 시간가는 줄을 몰랐다. 식당에 손님들의 수가 점점 줄어들어 그때서야 시간이 많이 지난 줄을 알았다. 우리는 같이 웃으며 “파이팅” 하고 소리를 치고는 그 자리에서 일어섰다. 밥값을 계산하려 종업원에게 물었더니 그녀는 웃으면서 선생님이 벌써 계산을 다 하셨다고 했다. 나는 “선생님 오늘 저녁 감사했습니다. 다음에 제가 대접하겠습니다.“ 라고 인사를 하고 헤어져 집으로 돌아왔다.
나는 집으로 돌아오던 중 많은 생각을 했다. 내가 열심히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많이 부족함을 알게 되었다. ‘인생수업에는 끝이 없다.’는 진리를 다시 한번 깨닫는 귀한 시간이었다.
집으로 돌아와 “청초 선생님 만나 뵙게 되어 감사합니다. 좋은 말씀 고맙습니다. 건강하십시오.”라고 문자를 보냈더니, “感謝합니다. 時間 내 주시고 좋으신 말씀 고맙습니다. 靑艸 全漢俊” 라는 회신이 바로 왔다.
그 후 바쁘게 시간에 쫓겨 지내다 보니 문자나 전화도 한번 못 했는데, 어제 아내 편으로 청초 선생님이 내 글의 한 부분을 작곡하여 보내 온 것이다. 너무도 감사한 일이다. 선생님께 연락하여 언제 식사라도 하면서 연주를 듣고 싶다.
멋있게 나이 든다는 이런 것이 아닐까? ‘나를 낮추고 다른 사람에게서 최선의 것을 발견해 낸다는 것’ 말이다.
청초 선생님 고맙습니다. 건강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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