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송은 그길로 장로를 찾아갔다. 장로는 마초가 보내온 보고서를 읽다가 양송이들어오는 것이 보이자, 의식적으로 몸을 흔들여 유쾌한 웃음을 지어보인다. 그러면서 양송을 향해,
"하하하하 ! 이보게, 이것좀 보라구, 마맹기가 유비와 접전을 치루면서 한발자욱도 못 가게 하고 있어 ! 이런 훌륭한 장수가 있으니, 유장이 동,서에서 협공을 하게 하면 유비는 필패(必敗)할 것 아닌가 말야 ! 하하하하 !... 맹기, 음 ! 기대했던 것처럼 잘 싸우고 있구만 !"
하고, 말하면서 너무 좋아서 장중을 왔다갔다한다. 그러자 양송은 걱정이 가득한 소리로 장로를 부른다.
"주공 ? .."
"응 ?"
평소와 다르게 자신의 유쾌한 기분을 알아주지 않는 양송의 어투에 장로가 궁금증을 가지고 대꾸한다. 양송이 말한다.
"유비가 패하더라도 익주가 반드시 주공의 것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엉 ?"
장로는 전혀 기대하지 않던 대답이 돌아오자, 갑자기 궁금증을 넘어 침울한 표정으로 양송의 대답을 재촉한다. 그리고 양송을 들여다 보며, 다시 묻는다.
"이봐, 그게 무슨 소린가 ?"
양송이 즉각 입을 열었다.
"생각해 보십시오. 마초가 왜 한중에 투항했습니까 ? 조조에게 패하고, 서량 근거지를 잃고, 몸둘 곳이 없어서가 아니었습니까 ? 그러니 한중에는 잠시 머물러 있는 형편인데 주공의 군사를 빌려, 서천을 치러 나갔으니, 이것을 기회로 서천을 치고나면 서천을 근거로 독립하려 하지 않겠습니까 ?"
"뭐야 ? ... 응, 듣고보니 그렇네 ! 그렇다면 무슨 증거라도 있는가 ?"
"밀정의 말로는 마초가 지금처럼 가맹관까지 거침없이 가설랑 승부를 내지 않고 시간을 끄는 것은 유비와 모종의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는 겁니다. 유비는 마초가 한중을 치게 하면서 독립시키고 자신은 서천을 가지려고 하는 것이지요. 때문에 승부를 내지 않고 질질 끄는 겁니다. 지금은 누가, 한중을 갖고, 누가 서천을 갖냐를 싸우고 있을 뿐, 일단 양자가 합의를 하게되면, 서천과 한중을 나눠서 치게 될 테니, 마초든, 유비든 주공을 공격하려고 나설 겁니다. "
"아 !... 그래,그래, 그래 !... 맞어 ! 맞어 !...지금은 마초가 나서면 안돼, 자, 이러지. 즉시 내 명을 전하게, 지금 조조가 한중을 공격하고 있으니 당장 철군하라고. 그래서 마초가 돌아오거든 엄벌에 처하세 !"
장로는 양송의 충격적인 말을 듣고, 장중을 서성이다가 이렇게 말하였다. 그러자 양송은 즉각,
"알겠습니다 !"
하고, 대답하고, 명을 실행하기 위하여 밖으로 나갔다. 한편, 한중으로 철수하라는 장로의 명을 서찰로 전해받은 마초가 인상을 찡그리며 마대에게 말한다.
"장로가 철군을 하라는군."
"왜요 ?"
마초는 대답대신 서찰을 동생에게 내밀었다. 마대가 서찰을 펼쳐들자 마초가,
"조조가 기습을 했다고 한다."
하고, 말하자, 마대는 서찰을 읽다말고 내던진다.
"그럴리가 ? 조조는 적벽대전의 원수를 갚으려고 삼강으로 진출해 손권과 싸우려고 할 것인데, 어찌 한중을 공격한단 말입니까 ? 사실이라고 해도, 장로가 미리 알았을 텐데요."
마초는 서찰을 받아보고 크게 실망했다. 그것은 유비를 친다는 명목으로 장로의 많은 군사를 얻어, 자기 부하로 만들었는데, 애써 얻은 기회를 그대로 날려버리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하여 공을 세운 다음에 돌아가겠노라고 통지를 하고 가맹관을 목전에 둔 군영에 그대로 눌러앉았다. 이런 소식은 장로에게 전해졌다. 장로는 마초가 보내온 서찰을 집어 던지며 대로하였다.
"뭐 ? 감히 철군 명령을 어겨 ? 게다가 군량까지 보급해 달라고 ? 이럴 수가 !.."
장로는 흥분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때 양송이,
"주공 ! 마초가 명을 어긴 것은 반역의 뜻이 있어서입니다. 대비하셔야 합니다."
"아,아 ?... 이러세, 자네가 직접 달려가 마초에게 전하게, 안 와도 좋으니까, 앞으로 한 달 이내에 세 가지 문제를 해결하라고. 첫째, 서천을 취하고. 둘째, 유장의 목을 가져오고, 셋째, 유비를 격퇴하라. 이를 못 해내면 군량을 끊겠다 !"
"알겠습니다 !"
양송은 장로의 세가지 명을 적은 서찰을 가지고 마초의 군영을 찾아가 이를 보였다. 마초는 군령장을 읽고난 뒤, 분연히 자리를 떨쳐 일어나 양송에게 외친다.
"세 가지 모두, 하나도 쉬운 것이 없는데, 이걸 어찌 한 달 안에 해결하란 말이오 ? 나 보고 죽으라는 말 밖에 더 되오 ?"
그러자 서슬퍼런 마초의 불만을 곁에서 직접 듣게 된 양송은 움찔하였다. 그리하여 가능한 마초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는 의미의 웃음을 보이며 대꾸한다.
"허허허.. 장군, 그런 뜻이 아니오. 장군이 주공 앞에서 군령장을 쓰고 가면서, 유비와 제갈양을 한 달 이내에 생포하겠다고 하였으나, 벌써, 몇 달이 지났는데, 여기서 멈추고 꼼짝도 하지 않고 있으니, 주공께서는 장군을 아끼시어 그냥 돌아오라고 말씀하시는 거요."
"안 돌아간다면 ?"
"아 ? ... 군량과 군수품이 모두 한중 경내에 있소. 군량이 없다면 어찌 전쟁을 하실꺼요 ?"
마지막 순간에 마초가 열 불을 받아 따지고 들자, 양송은 마초의 전쟁 수행에 있어서 최대 약점인 군량과 군수품 보급을 들고 나왔다.
그 소리를 듣자, 마초가 낙심천만하며 자리에 주저 앉아 버린다. 그리고 현실적인 소리를 한다.
"주공께 전해주시오. 즉시 철군하겠소."
"아하 ! 그래야 맞지요, 아마 주공께서 삼십 리는 마중을 나와 주실 것이오."
양송은 이렇게 공치사를 하고, 먼저 한중으로 돌아갔다. 마초가 동생 마대에게 말한다.
"한중으로 돌아가자. 유비의 습격에 대비해 군수품은 남겨두고 몸만 빠져 나가, 최대한 빠른 속도로 한중으로 철군한다."
"알겠습니다."
마초는 철수를 위장하기 위해 군량과 군수품을 군영에 그대로 남겨둔 채, 어둠이 짙은 새벽에 군영을 떠났다. 그리하여 빠른 속도로 한중으로 들어갔다.
이런 소식은 마초의 동태를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있는 감시꾼에 의해 한중으로 속속 보고되었다. 장로가 양송을 불러 묻는다.
"마초가 철군을 하는데 사흘만에 벌써 한중의 변경을 지났으니, 이들의 철군이 너무 빠른 게 아닌가 ?"
"염려되는 점이 바로 그겁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과연 철군일까요, 진군일까요 ?"
양송이 장로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하자, 장로의 의문이 크게 증폭되었다.
"응 ? 그게 무슨소린가 ?"
"전에는 철군을 명했는데도 갖가지 구실을 대면서 오질 않았는데 이번엔 이리 급히 오다니 ? ...혹시, 다른 속셈이 있는 것은 아닐까요 ?"
양송은 장로의 궁금증을 더욱 일으키는 어투로 대답한다. 그러면서 장로의 결심을 촉구한다.
"아, 아 ! 아무래도 수상합니다. 즉시, 마초의 진입을 막아야 합니다 !"
그 말을 듣자, 장로가 불현듯 빠른 어조로 명한다.
"그래, 맞어 ! 즉시 관문에 수비를 늘리고 마초의 한중진입을 막도록 해 !"
"알겠습니다 !"
이리하여 즉각 한중으로 들어오는 관문마다 봉쇄를 명하는 엄명이 떨어졌다. 아무것도 모르는 마초는 철군하는 병사의 선두에 서서 부지런히 말을 달리고 있었다.
그리하여 한 관애에 이르니 관문은 굳게 닫혀있는 것이 아닌가 ? 마대가 관문을 올려다보며 소리친다.
"들어라 ! 나는 전장군 마대다 ! 철군중이니 관문을 열어라 !"
그러자 관문위에서는,
"들이지 말라는 주공의 명이오 !"
하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마대는 황당하단 어조로,
"철군을 명 한 상황인데 어찌 못 가게 하느냐 ?"
하고, 물으니, 또다시 황당한 대답이 돌아온다.
"방법은 있소, 무기를 버리고 빈 손으로 들어오시오 !"
"무엄하다 ! 우릴 적으로 보느냐 ?"
마대가 흥분한 어조로 이렇게 따지고 들자, 거두절미 관문위에서는 화살이 날아온다.
"어엇 !"
"으윽 !"
마대와 함께 아무런 방비없이 선두에 나섰던 부하들이 관문 위에서 날아온 화살을 맞고 말에서 떨어진다. 그와 동시에 마대도 왼 팔에 화살 한대를 맞았다.
"물러서라, 물러 서 !"
마초는 상황이 예사롭지 않음을 간파하고 관문앞으로 나갔던 군사를 뒤로 물렸다. 마초는 철군을 멈추고 세운 군막에서 치료중인 마대를 보고 말한다.
"대체, 장로가 무슨 속셈으로 우리 이렇게 공격하는 것이지 ?"
"아무래도 형님을 의심하는 것 같습니다."
"틀림없이 양송 그놈 짓이야. 언행도 수상한 데다가, 날 경계하는 기색이 농후했어 !"
마대의 대답에 마초는 이렇게 대꾸하며 분개하자 마대가,
"형님 ! 상황이 상황인 만큼, 우리는 살아 나가야 할 길을 찾아야 합니다. 유비와는 대척상태인 데다가 장로는 우리와 등지고 있으니, 장차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
"허 !...."
아닌게 아니라, 마초도 방금 전에 장로의 명으로 당 한 예기치 않은 상황은 생각지도 못한 황당한 일로써 그 대책을 선듯 내놓을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마초는 외마디 탄식을 내지르며 군막안을 서성이었다. 그 순간, 수하 장수가 들어와 보고한다.
"장군 ! 제갈양이 장군을 뵙겠다며 찾아 왔습니다 !"
"뭐야 ?"
마초는 눈을 희번떡 뜨며, 군막밖으로 시선을 주었다. 그리고,
"제갈양 ?"
하고, 다시 한번 물었다.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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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감사히 잘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건강 유의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