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에서 본 기억이 있는 다큐인사이드 아내의 정원을 찾아 다시 보았다. 다시 보아도 처음 본 것 처럼 설레였다.
이북에서 1.4후퇴때 넘어와 결핵을 심하게 앓은 병약한 안할머니는 키가 큰 양할아버지를 만나 결혼해 서울에서 살다
이북 먼 고향 정원이 그리워 경기도 오산 호수가로 내려와 정원 가꾸기를 시작한다.
1977년부터 40여년간 83세에 이르도록 오직 꽃과 함께 사는 아내의 정원이 소개되었다.
꽃을 가꾸는 며느리를 두고 시아버님이 아들보다 딸보다 네가 제일이다 하며 칭찬해 주시며 참나리꽃을 선물로 주셨는데 그 나리꽃을 보면 시아버지가 생각난다는 할머니. 나리꽃대에는 유난히 진딧물이 많이 꼬이는데 할머니는 그 진딧물을 손으로 받아 잡아주는 보습을 보며 놀랐다.
어느 한 꽃 이름을 불러주면 다른 꽃이 서운해 할까봐 "얘들아~"하고 부른다는 오동통하고 얼굴은 동글납작하고 말이 느릿느릿 하는 교양있는 할머니다. 아무리 연출을 한다 해도 인자한 모습이 한눈에 보이는 그런 할머니.
반면 키큰 할아버지는 활동적이고 호탕하신듯 하였다. 여행을 좋아하고 바깥나들이를 좋아하시는, 그리고 '꽃은 보고 있으면 뭘해! 먹을게 나와야지.' 하면서 과일이며 옥수수 등 먹거리만 신경쓰는 할아버지.
양할아버지는 세상 가장 쉬운 재배가 옥수수라며 옥수수와 토마토를 따 소박하고 격식있게 차린 샐러드를 20여년 먹는다는 아름다운 노부부였다.
술패랭이꽃처럼 가여웠을(병약) 때 '사랑의 묘약'으로 키가 큰 양할아버지를 만났는데, 할아버지는 평생 해준게 병원행과 바깥심부름 밖에 없다고 하며 '키 큰 사람은 일을 잘 못해' 하며 웃었다.
할머니는 10년 정도밖에 못산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 요양차 시골로 내려왔는데, 20년이 넘었다며 인자하게 웃었다.
풀을 뽑아주는 것은 물론 진 꽃을 정리해 그 아래 다른 꽃이 피어나도록 끊임없이
정원일을 하고 계셨다.
꽃들은 서로의 자리를 내어준다. 예쁜꽃이 정원에 가득 피면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어주는 키 큰 할아버지.
정원의 계획과 설계를 위해 직접 그리고 적어둔 할머니의 기록은 실로 놀라웠다.
겨울에는 정원일 대신 바느질 퀼트를 하신다. 손주에게 집은 못 사줘도 아름다운 정원과 이야기가 있는 작품을 퀼트로 만드셨는데 실로 놀라웠다.
천으로 그린 흉내낼 수 없는 작품이었다. 보고만 있어도 흐뭇해지는, 그 손주 또한 할머니를 아주 자랑스럽게 여김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복을 주는 복수초로 시작한 봄부터 수선화, 진달래, 술패랭이, 나리, 마타리, 뻐꾹채, 등 수 많은 꽃들이 가득한 여름을 지나 가을 서리꽃과 겨울 눈꽃은 그야말로 아름다웠다.
닭들은 정원 곳곳에 알을 낳았으며, 참새들은 떼로 몰려와 닭 모이를 빼앗아 먹고, 꽃들은 소리없이 서로서로 피어나는 평화로운 아내의 정원.
좋아해서 하는 일이라 해도 한결같이 정성을 다하는 모습이 어찌나 아름답던지 나는 보고싶을 때마다 또 볼 것이다.
지금 당장 할머니처럼 할 수는 없다 할지라도 할머니를 보며 '아름답습니다. 훌륭합니다. 멋지십니다.'를 되뇌입니다.
이 이야기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할머니의 아름다운 말씀.
"꽃은 순수하잖아요. 백일된 애기처럼. 꽃을 보며 사람답게 살았고, 이 아이들 덕분에 자연의 아름다움을 이해하며 살았고, 정말 행복했다고."
첫댓글 꽃도 정성이고 여간 노력해서는 정원이라는 이름을 얻기 힘듭니다. 자식 돌보듯 돌봐야 정원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습니다. '아내의 정원' 저도 검색해서 보겠습니다. 저는 다큐를 좋아합니다 사람과사람들 자연의철학자들 같은 다큐를 좋아합니다. 제 취향 저격입니다
다른 한편은 아버지의 정원 이홍훈 대법관을 지내셨던... 퇴직하면 홀로 조용히 작은 정원들, 수목원들을 맘껏 다니리라 생각해뒀는데 혼자 첫발을 아직 못내밀었습니다. 댓글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