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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三國志) |
삼국지(三國志) (270) 드러나는 군왕의 풍모
유장은 유비가 성도로 오고 있다는 소리를 듣자, 그 길로 의관을 정제하고, 익주목의 인수(印綏)와 문적(文籍)을 가지고 남은 신하들과 함께 성밖으로 영접을 나왔다. 이미 성문 앞에 도착해 있던 유비는 유장 일행이 나타 나자 말에서 내렸다. 그리고 아무런 말도 없이 유장의 앞으로 다가 가자, 그 뒤를 공명을 비롯해 장비가 따랐다. 유장은 유비가 그의 앞에 이르자, 시종이 들고 있던 익주목 인장을 손수 들어 유비에게 건네며 말한다. "유 황숙, 이건 익주목의 인장과 장부요. 지금부터 서천은 황숙의 것이니, 서천 백성들을 부디 잘 다스려 주시오." 유비가 이를 받아 공명에게 건네 주고 돌아서며, 유장의 두 손을 마주 잡는다. 그리고, "불의가 아니었소. 익주는 부득이하게 취한 것이니, 날 원망하지 마시오." 하고, 침울한 표정으로 말하였다. 그러자 유장은 실성한 사람처럼 웃다, 울으며 뇌까렸다. "응 ? 어,어,엇 ! 히히,하하핫 !...하아,하아, 핫 !.. 원망 ?... 하늘과 땅을 원망하고 날 원망해도... 오직 유황숙만은 원망하지 않겠소 !...흑,흑,흑 !...." ... 유비가 이렇게 성도에 입성하므로써 익주는 완전히 평정되었다. 공명이 유비에게 말한다. "서천에 두 주인이 있을 수 없으니, 이제는 유장을 형주로 보내심이 좋을 것 같습니다." 유비가 고개를 기울이며 대답한다. "내 서천을 얻었기로 유장을 어찌 먼 곳으로 보낼 수 있겠소 ?" "주공이 그런 나약한 감상을 가지신다면 어찌 천하를 경륜하실 수가 있겠습니까 ?" 공명은 어디까지나 반대였다. 유비도 그런 사정을 모르지 않아, 잠시 생각하다 대답한다. "선생이 그리 말씀하시니 그럼, 유장을 형주로 보내기로 하겠소." 유비는 유장을 형주로 보내기 전에 조촐한 주안을 마련한뒤, 그를 진위장군(振威將軍)으로 봉하고 많은 선물을 주어 일가친척과 함께 형주로 떠나게 하였다. 그런 뒤에 유장의 근정전(勤政殿)에 들어가 그가 일하던 집기와 문서등을 살펴 보다가, 유장이 그려놓은 여러장의 미인도 뭉텅이를 들어 보며 혼잣말을 하였다. "참으로 한심한 군주 같으니라고 ! 이런 자가 서천을 다스리며 매일 음주와 향락에 빠져있었다니, 정말 한심하기 짝이 없는 자로군 ! 이런 자는 군주의 자격이 없어 !" 유비는 들고 있던 미인도를 그대로 집어 던져 버렸다. 그때, 병사 두 사람이 황권을 붙들어 가지고 유비의 앞에 대령하였다. 병사가 황권에게 소리친다. "꿇어라 !" 그러나 황권은 그자리에 꼿꼿이 서서, "머리가 잘려도 무릅은 못 꿇는다 !" 하고, 당당히 말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병사들이 황권의 장딴지를 꺾어 꿇어 앉히려고 하였다. "그만 물러가라 !" 이를 지켜보던 유비의 명이 떨어지자, "예 !" 병사는 대답을 한 뒤, 황권을 그자리에 세워둔 채로 물러간다. 그런 뒤에, 유비가 황권을 쏘아보며 자리에 앉자, 황권은 의식적으로 유비의 눈길을 피하며 허공을 쳐다보았다. 유비가 황권에게 냉철한 어조로 물었다. "당신이 바로, 황권, 황공형이오 ? 궁금한 점이 있어 여기까지 오게 한 것이오." "말하라." 대꾸하는 황권의 태도 역시 냉랭하였다. "듣자하니, 성내 모든 대신들이 유장을 버리고 도망을 했다 던데, 당신만은 유장의 곁에 끝까지 남아 있었다고 하는데 맞소 ?" "그렇다 !" "뿐만 아니라, 당신이 장송을 참수해, 그의 목을 나에게 보내라고 했다던데, 그것도 맞소 ?" "주공의 배신자를 어찌 가만 두겠냐 ?" "그리고, 낙봉파의 매복을 지시한 것도, 당신 계책이라고 ?" "그렇다 ! 유비, 당신이 그때 적로마에 타고 있었다면... 하 ! 그때, 네가 없어서 한이었다 !" "뭐라구 ?" 유비가 탁자를 <탕 !>하고 치면서, 노여움을 보이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흥 ! 허허허헛 !....하하하핫 !..." 황권은 허탈과 통쾌한 웃음 사이의 혼란한 웃음을 웃어 보이면서 장하를 돌아보며 외친다. "도부수들은 어딧느냐 ! 당장 와서, 내 목을 베어라 !" 그러면서 단하로 걸어 내려간다. 유비가 그의 뒤에 대고 말한다. "황공형 ! 당신은 익주 최고의 충신이오 ! 황권이 서천을 통제한 것은 강동의 장소와도 같소 ! 서천 오십사개 주의 군량과 조세, 군마와 무기를 속속들이 꿰고 있었다지 ? 이곳 서천을 황공형이 뒷받침 하지 않았다면, 벌써 몰락했을 것이라는데 맞소 ?" "그래 !...분명 그랬겠지, 허나 이젠 이 꼴이 되어 버렸으니... 허망한 군주와 간신들을 탓할 수밖에... 이 아름다운 강산을 망쳤으니 !...나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네 !.... 으 흐흐흑 !..." 황권은 그 자리에 우뚝 서서, 지나간 일들을 회상하며 오열하였다. 유비가 황권의 뒤로 천천히 다가가서 그의 옆으로 나란히 선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여기 서신이 있으니 한번 읽어 보시오." "서신이라니 ?" "당신 손에 죽은 이가 남겨놓은 유서요." "으, 응 ?" 그때까지 유비에게 곁눈질 조차 주지않던 황권이었다. 그러나 유비의 이 말을 듣는 순간, 황권은 유비를 비로서 똑바로 쳐다보며 묻는다. "누구지 ?" "방통, 방사원 !" 황권은 그 말을 듣고서야, 비로서 유비의 손에 들린 서신을 받아, 펼쳐 든다. 유비는 황권이 서신을 받아 들자, 황권의 뒤로 다시 돌아섰고, 황권은 펼쳐든 서신을 읽기 시작하였다. 그 서신은 방통이 낙봉파로 떠나기 직전, 유비에게 남긴 유서로 그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주공 ! 신이 죽으면 주공께서 서천을 칠 명분이 생기실 것입니다. 서천은 예로부터 문재(文才)가 많은 곳이니, 서천을 취하시면 적재적소에 그들을 등용하여 서천을 다스리게 하십시오. 특히, 황공형은 서천 최고의 탁월한 인재이니, 신의 죽음때문에 그를 원망하지 마시고, 반드시 그를 등용하여 한실 재건에 힘쓰시기 바랍니다. 충신은 귀합니다. 황공형이 주공을 위해 쓰이지 못한다면 신은 죽어도 눈을 감지 못할 겁니다. 방통.' "어, 엇 ?..." 황권은 서천을 치러 앞장서 오던 유비의 군사 방통이 남긴 유서를 움켜잡으며, 눈물이 쏟아질 듯한 <쾡>한 눈이 되면서 유비를 돌아다 보았다. 그때, 유비도 돌아서며 황권을 똑바로 응시하였다. 황권은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채로, 유비의 시선을 피했다. 그때, 유비가 두 손을 모아 올리며 말한다. "유비가 감히, 청하겠소. 당신을 우장군(右將軍)에 봉할 테니, 서천의 민정(民政)을 관장해 주시오." 황권은 생각지도 못한 방통의 서찰을 읽은 데다가 유비의 이런 청을 받자, 비로서 눈물을 떨어뜨리며 유비의 앞에 두 무릅을 꿇었다. "유황숙 ! 신이 목숨을 바치겠습니다 !" 이렇게 말한 황권은 그대로 엎드려 유비에게 복종과 다짐의 절을 해보였다. 유비가 황권의 두 팔을 손수 잡아 일으키며 말한다. "방사원이 구천에서 기뻐할 것이오." 성도에 입성한 며칠 후, 유비는 스스로 익주목(益州牧)이 되어 모든 장수에게 논공행상을 내렸다. 엄안(嚴眼)을 전장군(前將軍)에 봉하고, 법정(法正)은 촉군(蜀郡) 태수로 삼고, 동화는 중랑장(中郞將)으로 삼아, 외치(外治)를 튼튼히 하고, 황권(黃權)을 우장군(右將軍)에 봉함과 동시에 서촉의 조세, 군량 등, 민정(民政)을 관장하는 내치(內治)를 맡겼다. 그밖에 투항한 장수들에게도 모두 다 벼슬을 주어 중용하였다. 그리고 생사를 같이해 오던 장수들에게도 새로운 칭호를 내렸는데, 군사, 공명(軍師 孔明), 탕구장군 한수정후 관우, 정원장군 신정후 장비, 진원장군 조운, 정서장군 황충, 양무장군 위연, 평서장군 도정후 마초(平西 將軍 都亭侯 馬超) 등, 서천 정벌에 공이 있었던 어느 누구에게도 논공을 내리지 아니한 사람이 없었다. 특히. 마초는 관우, 장비와 함께 제후의 격(格)에 걸맞는 칭호를 내림으로써 그의 공을 높이 치하 하였다. 유비가 이렇게 논공행상을 마치자 촉군 태수로 등용된 법정이 공명과 협의하여 서촉 현실에 적합한 조례와 규약을 제정하여 익주목 유비에게 올렸다. 이 문제를 의논하기 위해 공명이 유비를 찾았다. 유비는 내실에 군사 방통의 제단을 만들어 놓고, 위패를 세워놓고 향을 피운 채 고요히 그 앞에 앉아있었다. 공명이 그 모습을 보고, 방통의 제단에 향을 피우고 절을 한 뒤, 돌아서 주군 유비를 향했다. 유비가 공명에게 나직한 소리로 입을 열었다. "공명, 기억하시오 ? 융중에서 천하평정에 대해, 내게 한 말 말이오 ?" "기억합니다. 첫째, 형주를 취하고, 둘째, 서천을 취하며, 셋째, 천하를 취한다." "그렇소. 이제 두 번째 목표를 이루었소. 천하 삼분계의 절반에 왔지...선생에 대한 감사는 말로 다 못하오." "헌데, 어찌 우울해 하시는지요 ?" "봉추 방사원과 이천 여 병사들의 시신이 모두 낙봉파에 묻혀버렸소. 오늘, 제를 지내려고 제물을 가지고 갔지만 대체, 사원의 시신이 어느 것인지 분간할 수가 없었소... 공명, 이대로만 하면 정말 천하를 통일할 수가 있겠소 ?" "주공..천하대란이 근 백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천하의 백성들은 통일을 갈망하고 있습니다. 천하를 통일하는 사람은 성군(聖君)만이 가능하고, 주공은 하늘이 내린 성군이십니다." "음...하늘의 뜻을 저버릴 수는 없지..." "다음 단계는 서천과 형주를 양생시키는 일입니다. 군사와 백성을 강하게 하고, 군량과 무기를 적재해 놓고, 때를 기다려 백만 대군을 인솔해 장안과 낙양, 허도를 순차적으로 도모 하시면, 천하가 태평하게 될 것이며, 주공께서는 비로서 대업을 이루시게 될 것입니다." "음... 좋소..." 유비는 공명에게 천하 삼분지계에 대한 자신의 의지를 이렇게 펼쳐 논의한 뒤에, 비로서 탁자위에 문서에 눈길을 주면서 말한다. "이것은 법정이 나에게 올린 서천의 새로운 조례요. 읽어 보셨소 ?" "예, 법정이 이걸 기초하기 전에 저와 상의했습니다. 저는 형벌에 관대하자는 법정의 의견에 찬성합니다." "왜요 ?" "사백 년전, 고조께서 한중에 오셨을 때, 약법삼장(略法 三章)이라는 세가지 법령을 제정했습니다. 성심, 애민, 조세경감.. 백성들은 이 은덕에 감격해 하며, 고조를 도와 대업을 이루었습니다. 이제, 주공께서 서천에 오셨으니, 과거 고조께서 한중에 왔을 때 처럼, 무엇보다 형벌을 줄여, 민심을 얻어야 합니다." "그러나 이 조례는 다시 제정하는 것이 좋겠소." "어째 그러십니까 ?" "법정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오. 과거 고조께서 형벌을 줄인 것은, 바로 진시황의 지나친 폭정 때문에 백성들의 원성을 컷던 지라, 그것과는 반대되는 정책을 실행한 것이오. 허나 유장 부자는 촉국을 다스리면서 법을 집행함에 있어서 위엄이 없었소. 관용을 위신으로, 순종을 은혜로 여겨 군신의 도리가 무너지고 조정의 권위를 떨어드리는 등의 폐단이 심했소. 때문에 형벌에 관대해서는 절대 안될 것이고 오히려 그 반대로 행하여야 하오. 엄격한 형벌을 적용해, 위엄을 갖추고, 서천의 상하 공과를 분명히 하되,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적용해서 관리와 백성이 의법준수 하게 하여, 수년 뒤, 기초가 잡힌 다음, 다시 관대하게 바꾸는 거요." "주공, 인의를 근본으로 삼아오지 않으셨습니까 ?" "공명... 인의에도 대인과 소인, 대의가 있고 소의가 있소. 한실 부흥이 눈 앞인데, 나는 기쁨 속에서도 걱정이 태산이오. 한실의 기풍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삼강오륜을 되돌려야 하니, 부득이 하지만 그리해야 하오. 한나라 사백 년의 기반에 비하면 내가 베푼 인의들은 보잘 것 없는 것들이오. 이제... 엄격한 율법으로 나라를 다스린다면, 이는 소의를 버리고 대의를 취하는 것이오. 공명, 서천의 조례를 다시 기초해서 보여주도록 하시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지요." 공명은 유비가 건네는 법정이 기초하여 올린, 서천 조례가 쓰인 문서를 받아들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유비가, "선생은 그만 나가 보시오. 나는 사원과 함께 있겠소." 하고, 말한다. 공명이 자리에서 일어나 방통의 위패 앞에 술을 한잔 따라놓고, 유비를 향해 반절을 해 보인 뒤에 방을 나와 돌아섰다. 그리고 방문을 닫으면서 깨닳았다. 자신의 주군, 유비는 더이상 예전의 주공이 아니며, 이미 진정한 군왕이 되어 있다는 것을 .. -다음편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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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감사합니다
감사히 잘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