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현대 구단의 '부적절한 언행' ＜사과문 분석＞ 그리고 ＜보직해임＞

[피난민]

 
먼저, 아래의 내용들은 사과문을 접하신 많은 분들이 생각하고 계신 것들이 대부분이겠지만, 하나하나 그 의미를 분석해 보면서 혹시 놓치고 있거나 숨겨져 있는 의도는  없었는지 되돌아 보고자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아울러, 게시판에 많은 분들이 써주신 토막토막 소회들을 모아 한 번 쯤 전체적인 분석을 기록으로 남기는 일도 제법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서 적게 되었음을 양지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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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울산 구단의 (전)팀매니저와 일부 선수들이 행한 '사상 초유의 집단 인종차별' 사건에 대해 구단은 사과문 대응도 '사상초유'로 대응을 했습니다.
 
사과문을 꼼꼼히 살펴보면, 인종차별 행위에 대한 사과문인지 아니면 인종차별을 부정하는 해명문인지 제대로 알 수가 없습니다.
 
전혀 명쾌하지가 않습니다.
이름하여 '두루뭉술' - 구렁이 담 넘어가듯 쓰여졌습니다.
 
 
사과문을 하나하나 뜯어 보면서, 울산 구단은 선수들이 한 행위가 집단 인종차별 행위라는 것을 인정하기가 몹시 싫고, 어떻게든 의미를 축소시켜 표현하려 했다는 생각이 짙게 들었습니다.
 
읽는 사람들로 하여금 '인종차별 행위'에 대한 사과문이란 생각이 알게 모르게 스며들게 하면서도, 가해자들의 행위가 인종차별 행위라고 명쾌하게 인정하지는 않는 교묘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부적절한 언행'의 연장선상인 거죠.
 
아래 저의 분석을 보시면, '이렇게까지 해석을 한다고?" 라는 생각을 하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수 많은 대외 보고서와 사건 대처 문안들 그리고 셀 수 없는 민원대응 과정을 경험한 바로는, 저 사과문 한 장이 나오기 위해 상상하기 힘든 검토과정이 필요하고, 표현과 토씨 하나가 불러 올 파장을 매우 심도있게 검토합니다.
 
여러 날, 여러 번의 검토과정을 거쳐 저런 사과문 한 장이 나옵니다.
 
그런 배경을 바탕으로 뜯어 본 사과문이란 점을 이해하시고 읽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우선 아래 <사건 경위>부터 한 번 읽어 보시죠.
 

 
말 그대로 사건 경위입니다. 그러니 <구단 추가 징계내용> 외에 울산 구단의 입장은 담겨 있지 않습니다.
 
사과문에 포함시키긴 했지만 사과문과는 직접적인 관련은 없는 내용이기도 합니다.
독자들의 이해를 구하기 위해 넣은 것으로 이해를 하죠.
 
 
1. 선수이름을 A ~ D로 표현한 부분
 
이미 선수들이 누구인지 많은 언론을 통해 실명이 다 공개되었습니다.
 
실명으로 처리한 언론 기사가 잘못된 거라면 정정을 요청하고 익명처리를 요구해야 합니다.
 
가해자들이 (준) 공인이며,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니 안 했을 것이고, 그렇다면 사건 경위 속 인물들을 알파벳으로 처리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런데 왜 그랬을까요?
 
지면이 부족해서? 아직 누구인지 밝혀지지 않아서? 인권침해 때문에?
 
이 부분은 그냥 그래도 가해자들 인권을 생각해서 그렇게 처리했다고 넘어 가겠습니다.
 
 
2. 직원인 E관계자의 <보직해임>에 관하여
 
홍명보 감독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말하기를, (전)매니저는 <보직변경>을 했다고 했습니다.
 
기자가 잘못 표현했을 가능성?
 
아무리 왜곡된 기사를 쓰는 일부 기자들이 있다고 해도, 저 부분은 아주 단순한 사실관계이기 때문에 기자가 임의로 작성하거나 잘못 작성했을 가능성은 없다고 보는 게 타당합니다.
 
만약 잘못되었다면 기사 정정을 요청해서 수정을 했겠죠.
 
즉, 홍감독이 "응 그 사람 보직 바꿨어'라고 했기 때문에 보직변경이라 표현을 했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습니다.
 
홍감독이 잘못 알았을 가능성?
 
기사내용을 보면, "관련된 팀 매니저는 구단과 이야기해서 보직이 변경됐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홍감독 본인이 직접 구단과 얘기해서 구단에서는 보직을 변경시키는 조치를 했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잘못 알았을 가능성도 배제됩니다.
 
또 다른 기사에서는 보직해임을 <면직>이라 표현한 기사도 있었습니다.
 
아래는 관련 기사 링크입니다. 저 기사 말고도 본 기억은 있지만 굳이 더 찾지는 않았습니다.
 
https://v.daum.net/v/20230624191056430
[SPO 현장] '인종차별' 한 번 더 칼 빼든 홍명보 "울산 선수단 SNS 전면 금지…정승현 자체 징계" (daum.net)
 
홍명보 감독은 "재발 방지가 제일 중요하다. 팀 내적으로 SNS 전면 금지를 했다. 선수들도 동의했다. 선수들과 앞으로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 이야기를 했다. 관련된 팀 매니저는 구단과 이야기해서 보직이 변경됐다"고 설명했다.

 
<보직해임과 보직변경>은 매우 큰 차이가 있습니다.
<해임과 보직해임>도 어마어마 한 차이가 있습니다.
 
보직변경은 그냥 인사이동한 겁니다. 인사업무 하다가 자재업무 하는 거예요. 즉 징계라 볼 수 없는 통상적인 회사의 인사 과정일 뿐입니다.
 
보직해임이 되고 일정기간 업무없이 쉬고 있으면 급여도 줄어듭니다. 공무원을 기준으로 한다면 기본급만 받게 되고, 조금 차이는 있을지 언정 사기업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아무 일도 안하는데 100% 줄 리가요.
 
매니저 직위에서 내려온 것만 보면 보직해임이 맞긴 합니다. 하지만 그게 의미가 있으려면 일정기간 불이익을 줘야 맞는 것이죠.
 
이처럼 새로이 임명한 보직은 숨기는 꼼수를 부린 <보직해임>이란 표현이 의미하는 것은, 아무 것도 아닌 통상적인 회사일을 했으면서 마치 큰 징계를 준 것처럼 착각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습니다.
 
얼핏보면 '해임'이란 단어도 들어가 있고, 막연히 뭔가 불이익을 줬겠지 하는 식의 독자들 판단을 흐리게하는 교묘한 표현입니다.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보지만 홍감독이 잘못 말했거나 기자가 기사를 잘못 쓴 게 확실해 지면 위 내용은 무효로 하겠습니다.
 
다만, 처음엔 보직변경이었다가 여론을 의식해서 나중엔 보직해임을 하고 잠시 쉬게 조치한 경우라면 제가 말씀드린 의미가 크게 달라지진 않습니다.
 
 
3. C선수 1경기 자체 출전정지
 
이거 보면 웃음부터 나오지 않습니까?
 
FA컵 8강전에서 관련선수 4명이 모두 선발 투입되는 것을 리그 19라운드 대구전 출장정지라는 저 징계(?)와 결부시켜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드시던가요?
 
구단이나 홍감독은 해당 선수를 징계했다고 말했지만, 선발 4인방을 보며 많은 사람들은 짙은 의구심을 가졌고, 그 의구심은 리그 1경기 출장정지가 국대 친선전 후 휴식 차원의 조치였음에도 징계인 것처럼 꿰어 맞춘 거라는 의심의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리그 19라운드 대구전 센터백 선발은 김영권, 김기희 선수였습니다.
 
김영권 선수도 복귀했고 부상이든 휴식이든 그냥 한 경기 쉬게 한 것이면서, 마치 징계를 준 것처럼 말하고 있다는 의심을 강하게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사안을 엄중하게 봐서 1경기 출전정지 징계를 줬다는 말이 사실일 수도 있겠으나 그 동안의 울산 구단 행보를 보면 그런 의심이 들지 않으면 이상한 일입니다.
 
그래서 위 2번, 3번 사항은 독자들을 기만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는 표현들인 것입니다.
 
 
다음은 <사과문 본문>을 살펴 보겠습니다.
 

 
4. 지난 6월 11일 선수단의 SNS에 올라온 대화가 축구 팬들에게 알려지고 이것은 인종차별이라는 주장이 발생하면서 연맹 상벌위에 회부되었고, 지난 22일 연맹으로부터 징계를 받았습니다.
 
저 부분 설명에 앞서, 사과문 전체를 통해 그 어느 곳에서도 가해자들의 대화가 '(집단) 인종차별' 행위임을 인정한다는 명쾌한 표현이 없다는 점을 먼저 말씀드립니다.
 
위 4번 표현은 사과문의 백미이면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지만 많은 분들께서 잘 인식하고 계신 사항이라 길게 언급은 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인종차별'임을 명확히 인정하고 싶지 않은 구단의 고뇌(?)가 엿보이는 멋진 역작입니다.
 
저 표현이 제대로 전달되려면,
 
"지난 6월 11일 선수단의 SNS에 올라온 <집단 인종차별> 대화가 축구 팬들에게 알려지면서 (이것은 인종차별이라는 주장이 발생하면서) 연맹 상벌위에 회부되었고, 지난 22일 연맹으로부터 징계를 받았습니다."
 
이렇게 되어야 공감을 얻고 납득이 되겠죠.
 
그런데 왜 굳이 '주장'이란 단어를 넣어 표현을 했을까요?

네, 인정하고 싶지 않다는 의지를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밖에 볼 수가 없습니다.
 
왜냐 하면, 수뇌부가 저 정도 표현도 할 줄 모르는 바보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 외 나머지 부분 중에서도 언급해야 할 부분이 있지만 글이 너무 길어지기도 하고, 태국어 사과문이 없다는 비판 등이 기사를 통해서도 많이 나왔기 생략하겠습니다.
 
 
5. (울산)팬들에게 드리는 구단의 사과와 당부
 
이 것도 참 엽기적입니다.
 
저 글은 상식적으로 울산팬들에게 따로 쓰거나 팬페이지 등을 통해 알리는 게 맞는 일이지 어떻게 만인 앞에 쓰는 사과문에 담을 생각을 했을까요? 그냥 쓰는 김에 우리 팬들에게도 함께 쓰자고 생각했을까요?
 
어쨌든, 저 내용도 인종차별 사과문이라는 의미를 희석시키는 결과가 됩니다.
 
구단에서 의도했든 그렇지 않았든 결과적으로 그렇다는 얘기입니다.
 
 
6. 울산현대축구단은 인종, 성별 차이, 장애 여부 등에 따른 모든 차별을 반대하며 평등한 사회를 지향합니다. 이번 선수단의 발언으로 상처를 입은 당사자, 관계자, 팬들에게 정중한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울산)팬들에게 드리는 사과와 당부의 말씀 중 첫 문단입니다.
 
저 속에서도 가해자들의 행위가 인종차별이라고 인정하는 표현은 없습니다.
 
앞부분은 그냥 일반적으로 표현되는 통상어구일 뿐이며, 그들의 대화가 집단 인종차별 행위였다고 구체적으로 적시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러면서 뒷 부분은 '선수단의 발언' 이란 표현으로 슬쩍 넘어가고 있습니다.
 
'선수단의 인종차별 발언' 이 적절한 표현입니다.

앞 부분에 격언과도 같은 통상적인 표현을 적은 것은, 뒷 부분에 가해자들의 행위를 적시하기 위한 논거로 활용하기 위함이니 가해자들의 구체적인 잘못을 적었어야 옳습니다.
 
결국, 얼핏보면 인종차별에 대한 사과의 표현처럼 보이는 착각을 할 수도 있게 썼지만 전혀 아니란 점을 잘 알 수 있습니다.
 
저런 수준의 사과조차도 <울산팬들 한정>입니다.
 
 
7. 연맹 상벌위가 판단한 것처럼 비하나 조롱의 의도가 없다고는 하지만, 제3자에게 오픈되었을 때에는 이미 그들만의 대화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인종, 차별, 성별 차이, 장애 여부 등에 따라 누군가에게 상처와 함께 차별이 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이 부분은 밑줄 친 부분 속에 '인종'이란 표현이 있으니 인종차별에 대한 사과가 맞다고 주장을 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냉정히 보면 저 표현 역시 해당 행위에 대한 '인종차별'을 명시적으로 표현한 것은 아닙니다. 말 그대로 또 한 번 두루뭉술이죠.
 
 
8. (가해자들은)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는 차별을 했다는 것에 대해 큰 충격에 빠져있습니다. 등 두드려주고 안아주고 경기장에서 더욱더 연호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이 부분은 설명을 생략하겠습니다. 그럴 가치조차 없기 때문입니다.
 
 
사과문 전체를 보면,
 
1. 가해자들의 대화가 인종차별이라고 명백히 인정하는 표현이 단 한 군데도 없습니다. 두루뭉술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사후 조치들과 함께 진정성을 의심받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2. 사과를 받는 대상은 <피해자 및  피해자의 소속 구단과 협회, 그리고 울산팬>으로 한정되어 있습니다. 국내 축구팬이나 일반 국민들은 사과의 대상이 아니란 얘기입니다. 구석구석 아무리 읽어 봐도 그렇습니다.
 
3. 정작 피해자인 선수의 모국어로 된 사과문은 없습니다. 많은 언론에서도 그 점을 지적하고 있지만, 울산 구단은 아직까지 요지부동입니다.
 
4. 많은 팬들이 보시듯, 사과문이 아닌 <구단 입장문 및 울산팬들께 드리는 당부의 말씀>이란 제목이 훨씬 더 어울립니다.
 
위와 같은 여러 사유들로 인해 <사상 초유의 사과문>이란 조롱을 받아도 할 말이 없는 울산 구단의 입장문이었습니다.
 
 
긴 글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에일로이]

분석글 잘봤습니다.. 가해자들이 특정선수 한명을 가지고 집단으로 조리돌림하고 조롱하는 의미로 사용했는데 이게 심각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건지 아님 알면서도 애써 모른척 하는건지 ... 정말 화나고 안타깝습니다

[1973_FCPS]

논리적인 정리 감사합니다

[피난민]

FA컵 선발은 저 두 선수이고, 1경기 출장정지는 C선수의 리그 19라운드 대구전 결장을 의미한 것인데, 그래도 혹시 잘못 적은 부분이 있을까요?

아니면 그 부분을 보완해 보겠습니다.

[피난민]

제 식견이 부족했습니다.

착각한 부분은 사과의 말씀과 함께 통째로 들어내겠습니다.

글을 읽으신 모든 분들께 재차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피난민]

혼동했던 부분 수정했습니다. 자칫 그런 착각을 하게 할 수도 있었네요. 지적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피난민]

네, 그래서 더욱 감사합니다. 그 정도 구분도 제대로 못하면서 무슨 글을 쓴다고, 이런 지적을 감수해야 할 사안이었습니다.

즉시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드린 것으로 부끄러웠던 마음을 스스로 위로해야죠. ㅎㅎ

[펭송합니다]

현재까지의 대처방법을 보면
인종차별구단이라는 비난 혹은 비하를 피하기는 어려울것 같네요
스트레스받으실 울산 팬들ㅜㅜ 안타깝습니다.
피난민님 분석글은 잘 읽었습니다👍

[울산인천]

정말 논리적이고 객관적인 글 감사합니다. 한 그룹의 대표로 무언가를 공표할때는 많은 노력과 고민이 들어가는 것임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죠. 확실하고 확고한 인정 및 처벌이 필요한 시기였음에도, 이뤄지지 않았네요...씁쓸하고 한탄스러운 부분이지만, 한편으로는 리그의 일원이 독단적으로 행동할 수 없음을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축구계"라는 말로 대신할 수는 없겠지만, 이.단어가 쓰이는 상황을 매우 싫어합니다... 이로 인한 비판이나 조롱의 메세지들은 당연히 감수해야할 부분이겠죠. 부디, 이번 사례가 반면교사가 되어, 많은 깨우침을 주길 바랍니다. 정말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