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제목을 보고 두 가지 반응이 나올 수 있으리라 사료됩니다.
1. 하이고~ 네가 살아봤자 얼마나 살았다고...ㅎㅎㅎ
2. 아이고 이 분은 나이 지긋하신 분인가보네...ㅎㅎㅎ
물론 고매한 인격과 따뜻한 품성을 지니신 펜후드 회원님들께서 모두가 이렇게 생각하시진 않으리라 믿습니다.ㅎㅎ
여러분 안녕하세요! 문화방송입니다. 그동안 카페에 들어와 글들을 속칭 '눈팅'만 하다가 오랜만에 글을 써 봅니다.
I. 역경, 상처
사실 그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이 이야기를 꺼내야 하나 정말 많이 고민하였습니다. 장고 끝에 악수 둔다고 결국 빨리 얘기해도 무방한 얘기인 것을, 혼자서 고민하다가 개략적인 부분만 말씀드려야겠다고 결정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만년필 거래와 관련하여 개인적으로 좋지 않은 일이 있었습니다. 세상에는 사기꾼이 왜이리 많은지요...
다행히 송금 시 토스를 이용해서 돈은 토스를 통해 모두 돌려받았습니다.(사기꾼이 아닌 토스 회사 측으로부터 받았습니다.) 펜후드에 계시는 회원님들! 중고거래 시, 특히 고가일 경우 토X를 꼭 사용하세요! 중고거래 사기 시 50만원에 한해 돌려받으실 수 있습니다.
게다가 이 회사, 상담이 연중무휴 24시입니다. 사기를 당해 가만히 있어도 눈물이 고이고 심장이 빨리 뛰던 제게 한 줄기 빛과 같던 정책입니다. 이후 저는 토X의 무한충성을 하기로 다짐하고 카드도 만들고 별 짓을 다 했더랬습니다...ㅎㅎ
제가 어떻게 이런 시스템을 아냐고요? 저도 알기 싫었습니다...ㅠㅠ
그렇게 몽블랑 149를 중고로 구매해보려다 크게 당하고, 한동안 만년필에 상처를 받아(?) 카페 방문도 끊었습니다.
갖고 있는 만년필들을 모두 다 팔아버리고도 싶었습니다. 돈은 모두 돌려받았지만, 돌려받기 위한 절차가 너무 힘듭니다.
경찰서(파출소 아닙니다.)를 방문하고, 동사무소 가서 각종 서식을 발급받고, 서명하고, 보내고, 확인하고...
지옥같았던 시간이었습니다. 대학생이었던 제게 너무너무나 큰 돈이었거든요.
그렇게 한동안 펜생활에 대한 회의가 들었습니다.
그러다가 개강을 맞이했고, 우연찮게 펜에 관심을 보이는 친구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자신이 갖고 있는 펜은 선물받은건데 대충 얼마인지, 어느 브랜드의 것인지, 자신이 갖고 있는 만년필은 좋은 것인지 등등이었습니다.
제 나름의 전문분야(?)는 아니고...ㅎㅎ 관심분야가 나와서 신나게 설명해주고 있는 제 자신을 문득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선 확신을 했습니다. '아, 난 아직도 필기구에 대한 사랑이 식지 않았구나.'
그렇게 다시 상처받았던 만년필의 품으로 돌아갔습니다.
II. 회복, 사랑
전 술 담배를 하지 않습니다. 술은 할 줄 알지만, 즐기진 않습니다. 그렇다고 게임을 하지도 않습니다.
제게 있어 유일한 삶의 낙이자 중압으로부터의 탈출구는 언제나 필기구, 만년필이었습니다.
언젠가 친구와 함께 광화문 교보문고를 갔었습니다. 지하 1층에 들어서자마자 저의 눈길을 사로잡았던 것은 몽블랑 매장이었습니다.
사지도 못할 펜이니, 괜히 들어가서 구경했다가 뻘쭘해지기 싫어 먼 발치에서나마 힐끗거리며 진열장을 보았습니다.
만년필이야 말할 것도 없고, 각종 필기구들이 제게 손짓을 보내오는 듯 했습니다. 특히, 제 눈길을 잡고 놓아주질 않던 친구가 있었는데요, 그것이 바로 몽블랑 볼펜이었습니다.
149인지 착각할만큼 통통한 친구였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149베이스는 아니고 146베이스의 몽블랑 161 볼펜이더라고요.
사랑에 빠져서 그랬는지, 그렇게 보였습니다.ㅎㅎ
그때부터 문득 '만년필 아닌 볼펜도 갖고 싶다'는 생각이 커졌습니다. 몽블랑 만년필과 볼펜의 조합... 상상만 해도 잠이 오질 않습니다.
가격은 매년 사악하게 올라가는 것을 꿈에도 모른 체 말입니다...
III. 치유와 뜻하지 않은 만남
그런데 인생은 참 재밌습니다. 왜 재밌는지 생각을 곰곰이 해 보았습니다.
그러곤 깨달았습니다. 아! 인생은 뜻대로 되질 않아서, 예측할 수 없어서 재밌구나!
사기도 당해보고, 상처도 받아보고, 나를 되돌아보며 다시 회복의 과정 속으로 돌아오고... 물론 그 당시에는 끔찍하고 고통스러운 시간이었지만, 그만큼 성장을 이룬 것 같았습니다.
나름 사람 잘 보고 이것 저것 잘 따진다고 자만하던 제가, 사기를 당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하하
살면서 이렇게나 당황해 본 적도, 앞이 캄캄해 본 적도 없었습니다. 귀하게만 자라 세상 물정을 몰랐던 것이죠.
그렇게 현실에 부딪혀보고, 스스로 해결해나가고, 잘 마무리 되었을 때 제가 성장했음을 느낍니다.
또한 인생이, 이런 실패가 있어서 더 재밌는 것 같습니다. 예측할 수 없기에 지금에 최선을 다 하는 것이고, 그렇기에 삶이 값진 것도 같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며 조금씩, 조금씩 회복하였습니다.
만년필도 좋지만, 볼펜에도 관심이 많은 저 입니다.
사실상 모든 필기구를 좋아하죠.ㅎㅎ
아마 제 추측이 맞다면, 해당 모델은 몽블랑 마이스터스튁 161 보르도(Montblanc Meisterstück 161 Bordeaux)일겁니다.
많은 분께서 '버건디'라고 말씀, 표기하시지만 몽블랑은 해당 색을 '보르도'라고 표기하는 것 같더라고요.
몽블랑은 참 희한합니다.
가장 클래식한 디자인에, 화려하지 않지만 아름답습니다,
아니면 브랜드 네임때문에 그렇게 세뇌가 된 것일지도요.ㅎㅎ
볼펜이 뭐 해봤자 얼마나 크겠어? 하시는 분들을 위해 146 만년필과 비교 샷을 올립니다.
146도 149에 비하면 아기지만, 그래도 일반적인 볼펜이 146의 크기만큼 크진 않아서 티가 좀 더 납니다.
제가 원래 버건디 색상을 정말 좋아합니다. 빈티지한 블랙, 버건디, 그린 계열은 언제나 제 심장을 뛰게 하죠.
하지만 버건디 계열은 세일러 프로피트 스탠다드 하나 (파카 조터 볼펜, 샤프는 너무 쨍해서요...) 정도 있었는데, 몽블랑을 버건디(보르도)로 들이니까 느낌이 새롭네요.
인생이 왜 재밌는지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누구나 마음 먹은대로 인생이 흘러간다면 5천만 모두가 장차관에 대통령 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현실은 너무나도 다르기에, 예측불가능하고 우연의 연속이기에 재밌는 것 같습니다.
내일은 누구를 만날지, 어떤 펜과 인연이 닿을지 아무도 모릅니다. 하나님만 알 수 있을 뿐이죠.
그렇기에 인생이 굴곡지고 힘들더라도, 조금은 재밌는 것 같습니다.
펜 하나에 무슨 이야기를 이렇게 거창하게 하나,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요. 저는 펜을 통해서 인생을 조금씩 조금씩 배워나가는 것 같습니다.
오늘도 횡설수설 두서없는 이야기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D
p.s. 리필심 가격은 왜이리 사악한지... 물론 정품 리필 심을 시켜놨습니다만 혹시 호환되는 다른 펜심이 있을지 여쭤봅니다.ㅎㅎ
終
첫댓글 만년필은 예민한 제품이라 가급적 중고거래는 피하고 새제품을 구입하는게 좋은 것같습니다. 마음 고생 저도 공감합니다.
대한국인님 안녕하세요? 정말 너무나 공감되는 말씀입니다! 다른건 몰라도, 만년필은 정말 새 제품이 답인것 같습니다. 얄팍한 주머니 사정으로 괜한 과욕을 부렸다가 크게 혼났습니다😅
좋은 글 자알 읽고 갑니다. 앞으로도 즐겁고 행복한 펜라이프 되세요.
노란잠수함님 안녕하세요? 많이 부족한 글인데 좋게 봐 주셨다니 감사합니다.:D 날씨도 좋고, 새로운 펜도 하나 들이고. 여러모로 행복한 요즘이랍니다.ㅎㅎ 감사합니다^^
중고거래의 맛이란 달아도 삼키고 써도 삼켜야하는 것이라 참 쉽지 않은 듯 합니다.
그런데 또 펜이란 게 연이 있다고 해야하나요, 그 과정에서 나름 만족스러운 연이 닿을 때가 있다고 봅니다 ㅎㅎ
제 부끄러운 경험담으론 149를 저렴한 가격에 냉큼 집어왔다가 닙부터 캡까지 몽땅 새거로 바꾸는 바람에 결국 새 펜 하나 값이 나오더군요.. 그런데 또 뒷꽁무니가 플라스틱으로 가벼운데 나름 바라왔던 현행의 쓰리톤닙까지 달아버리니 이게 또 괜찮은 느낌을 주더군요. 이렇게 의도치 않게 쉽게 구할 수 없는(?) 저만의 펜이 완성되었습니다..
무엇보다 만년필은 중고로 구하게 되면 이전 사용자의 필기습관이 촉에 그대로 반영이 되어서 본연의 필감을 잃어버려진 채 오는 게 하나의 흠이 되는 듯 합니다. 그래서 직거래 할 때 이전 사용자분이 어떻게 쓰는지도 유심히 보게 되더라구요.
여담이지만 그래서 빈티지 펜들은 신품의 가격이 높게 치솟는 것일수도 있지요.
수집용 말고도 20세기의 감성으로 만년필을 오로지 내꺼로 만들면서 느껴지는 본연의 감촉이란 참으로 값진 경험이니까요 ㅎㅎ.
빨강후드님 안녕하세요! 이렇게나 장문의 정성스런 댓글을 달아주셔서 너무너무 감동입니다!!!!ㅠㅠㅠㅠ 달아도 삼키고 써도 삼켜야한다...너무 멋진 표현, 그리고 딱 들어맞는 표현인 것 같네요.ㅎㅎ 저도 이런저런 경험도 해보고 실패도 해 보면서 나름의 해탈...? 초월의 경지(?)에 도달한 것 같습니다. 연이라는게 정말 있고, 또 그것이 펜에게도 적용돈다는 말씀이 정말 공감되는 이야기입니다.
일련의 일을 겪으며 최대한 만년필을 새로 들이는 것도 줄이고, 들이더라도 신품을 사고, 중고거래를 하더라도 미사용 제품 위주로 구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또 빨강후드님의 스토리텔링도 흥미롭게 들었습니다. 149를 들이신 이후 일어났던 일들이 웃으며 들어야 할지, 눈물을 머금으며 들어야 할지...ㅎㅎ 그래도 세상의 단 하나뿐인 펜이 만들어졌다는 말씀 듣고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감사합니다!!
안타까운 일이 있으셨지만 제목처럼 느끼신다면 매우 다해이지요. 인생서 새옹지마 아니겠습니까^^
쓰기님 안녕하세요! 하하 정말 고사성어를 몸으로 배운 몇 달이었습니다.ㅎㅎ 그 당시에는 하루하루가 힘들고 괴로웠는데, 돌이켜 생각해보면 나름의 교훈(?)도 얻고 더 많은 것을 생각해보게 된 계기가 되지 않았나... 생각해봅니다. 감사합니다^^
담배 피운다고 생각하고 담배값으로 하루에 4천원씩만 저금하세요…
일년 모으면 시가 하나 살수 있지않을까요? 몽블랑 시가….?
갖고 싶을때 가져야지 즐거운 삶이라 생각합니다.^^
알파인 회원님 안녕하세요? 정말 기발한 발상이십니다ㅎㅎ 하루에 4천원... 재밌는 발상입니다^^ 연초에 몽블랑 149를 구매할 수 있었는데, 제가 부모님께 따로 용돈을 받지 않고 통학하며 학교 생활을 해야 해서 참았더니 이제껏 생활 하고 있습니다.ㅎㅎ 학교에서 이것저것 상금 탄 것으로 몽블랑을 확 지를까...하다가도 식비 교통비 생각하면...ㅠㅠ 일단은 161 하나 들였으니 당분간은 이것으로 만족할까 합니다.ㅎㅎ
도움이 될 지 모르겠지만, 링크를 올려봅니다.
https://m.blog.naver.com/dlwhdals1205/222435223912
arlanda 회원님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뵙습니다^^ 첨부해주신 글 정말 잘 읽었습니다. 유익한 것도 유익한 것이지만, 필자의 문체가 너무 웃겨서 이 새벽에 혼자 꺽꺽대며 웃었습니다.ㅎㅎ 그나저나 이런 고급 정보를 알려주시다니! 정말 감사합니다ㅠㅠㅠ 이미 몽블랑 리필심을 거금 26000원(운비 포함)주고 구매해서 집으로 오고 있는 중이지만요... 당장 내일 동아社의 저 심을 찾으러 다녀야겠습니다.ㅎㅎㅎ 항상 도움 주셔서 감사합니다!!!!!!
@문화방송 네네, 오랜만입니다. 몽블랑 볼펜도 국제 규격을 따르면 좋았을 텐데, 그렇지 못해 많이 아쉽습니다. 몽블랑도 부드럽게 써지는 젤잉크 심이 나오면 좋겠습니다. 혹시 파커 볼펜 심 같은 국제 규격 볼펜 심/젤잉크 심이 필요한 때가 있으면 독일 기업 슈나이더의 리필 심을 추천합니다. 파커보다 저렴하고 성능도 우수합니다.
@arlanda 아 파커는 슈나이더 리필 심으로 대용이 가능하군요! 이건 또 몰랐던 사실입니다. 얼마 전 이마트에 갔다가 파카 리필심이 하나에 5000원이던가...? 아무튼 웬만한 고급 볼펜 한 자루 가격인 걸 보고 놀랐었는데, 호환되는 타 제품이 있었군요! 친구로부터 파카 조터 볼펜을 선물받아 사용 중인데, 다 떨어지면 슈나이더 社의 리필심을 써 보겠습니다.ㅎㅎ 언제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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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베 사오리 회원님 안녕하세요? 세일러 프로피트 스탠다드를 8500엔에 낙찰받으셨다고요?! 정말 축하드립니다~!!!!! 모 온라인 펜샵에서 18만원이라는 거금을 주고 프로피트 스탠다드를 구매한 저로썬 입이 떡~ 벌어지는 가격입니다.ㅎㅎ 득템 완전 축하드려요.ㅎㅎ 배송은 언제나 사람을 설레게 하죠:D 득펜기... 기대해도 되나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