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노키아·퀄컴…성공 DNA는 나만의 기술력 | |||||||||||||||||||||||||||
퀄컴, 휴대폰칩셋 판매호조로 올매출 15%↑ 노키아, R&D투자 대폭 늘려 모토롤라 추월 국내 100대기업 연구개발비 美의 2% 그쳐 | |||||||||||||||||||||||||||
◆ 제조업 업그레이드 ① ◆
수년째 200억원대 매출에 묶여 있는 `쓰리쎄븐`. 손톱깎이 분야에서 세계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여전히 굳히고 있지만 다른 곳에 팔리는 처지가 돼버렸다. 쓰리쎄븐은 고(故) 김형규 회장이 미제 드럼통을 잘라 손톱깎이를 만든 것을 시작으로 세계 시장에서 1위에 올랐던 강소 기업이었다. 하지만 중국을 비롯한 경쟁업체들의 저가 공세를 견디지 못해 2004년 창사 이래 첫 적자를 내기에 이르렀다. 이후 바이오기업 크레아젠을 인수하며 사업 다변화를 꾀했지만 창업주 작고 후 상속세 부담을 이기지 못한 유족이 회사를 지난 5월 중외홀딩스에 넘겨 버렸다. 쓰리쎄븐은 지금도 전 세계 시장점유율이 30%를 넘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영업 적자를 벗어나기 힘든 상황이다. 여전히 세계 `넘버원(No.One)` 기업이지만 `온리원(Only One)` 기업으로 발돋움하려는 성공 기업 특유의 DNA가 상대적으로 부족했기 때문이다. 요즘 반도체업계에서는 퀄컴이 화제다. 시장조사전문기관인 가트너에 따르면 공장도 없는 퀄컴이 반도체 매출액만 지난해보다 15%가량 늘어난 64억달러를 넘어서면서 하이닉스반도체를 앞지를 전망이다. 퀄컴은 단순히 기술 로열티만 받는 소프트웨어 업체로 오인되기도 하지만 사실 매출액의 60%를 휴대폰에 필수로 들어가는 비메모리 반도체인 칩셋 판매를 통해 거두고 있다. 퀄컴은 애플처럼 자체 공장 없이 대부분 물량을 위탁생산하지만 엄연히 반도체 제조업체다. 반면 한국의 주력 수출 분야인 반도체는 적자의 늪에 빠지는 처지가 됐다. 새로운 시장 창출에 더디게 대응했던 탓이다. 세계 최대 반도체 기업인 인텔마저 1% 정도 매출액 증가에 그쳤고,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달러 기준 매출이 각각 12.5%와 29.7% 감소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김도훈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퀄컴이 불황에도 꿋꿋이 버텨내는 것은 비메모리 분야에서 독점적 기술력을 가진 덕분"이라며 "퀄컴은 제조라인 없이 반도체 설계만 하는 `팹리스(fabless)` 업체지만 휴대폰 CDMA(코드분할다중접속) 원천기술에서 나오는 거대한 로열티 수입만큼은 불황에도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05년 P&G가 장부가치 28억달러에 불과한 질레트를 무려 570억달러에 인수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P&G는 질레트가 가진 무형자산을 장부가치의 20배로 평가했던 것이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경제위기라는 어두운 터널을 지난 뒤 `퀀텀점프`를 기록한 기업들도 결국은 강력한 무형자산이 도약의 밑바탕이 됐다"고 말했다. 가장 큰 힘은 불황이나 위기에도 줄지 않는 연구개발(R&D) 투자에서 나온다. 대표적인 사례가 세계 휴대폰시장 1위인 핀란드 노키아다. 노키아가 모토롤라를 제치고 1위에 등극한 시점은 98년. 모토롤라는 83년 세계 최초로 휴대폰을 개발한 뒤 15년간 독주체제를 구축했지만 노키아에 1위를 뺏겼고 지난해 삼성전자에 2위 자리까지 내주면서 경쟁에서 완전히 밀려났다. 노키아의 `역전극`은 미래를 위한 과감한 R&D 덕분에 가능했다. 모토롤라가 당장 매출이 높은 아날로그 휴대폰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을 때 노키아는 디지털 휴대폰 개발에 모든 역량을 쏟아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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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경제연구소가 최근 S&P 500대 기업과 국내 코스피 100대 기업을 비교 분석한 결과 국내 기업들의 R&D 투자는 S&P 기업들의 1.9% 수준에 그쳤다. 김종년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현재의 R&D 투자 규모로는 신기술 확보는 물론 치열한 기술표준 경쟁에서 패배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베인&컴퍼니에서 산업 부문 대표를 맡고 있는 존 스미스는 제조업체들이 위기 때 가져야 할 성공 DNA로 네트워크 강화를 꼽았다. 스미스 대표는 "위기가 다가오면 대부분 기업들이 인력 구조조정을 통한 비용 줄이기에 나서고 협력업체와 관계도 소홀해지기 십상"이라며 "전형적인 실패 기업들의 공통적인 대응방식"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침체기일수록 오히려 고객을 밀착 관리하고 협력사와 관계를 긴밀하게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2000년부터 벌어졌던 IT버블 붕괴 때 보였던 인텔과 IMD의 경영전략이 대표적인 사례다. 인텔과 시장점유율 격차를 좁혀 나가던 IMD는 R&D 투자는 유지했지만 전체 인력의 15%를 해고하는 등 지나치게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는 바람에 오히려 인텔과 격차가 벌어졌다. 브랜드 이미지도 초라하기 그지없다. 브랜드 전문업체인 인터브랜드가 지난 9월 발표한 세계 100대 브랜드 순위에서 국내 기업은 삼성전자(21위) 현대차(72위) 등 단 두 곳이 진입하는 데 그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