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고 싶은 길] 남파랑길 18코스 평화로운 거제바다를 만나다 Editor. 월간경남 2022년 08월호
‘남쪽의 쪽빛 바다와 함께 걷는 길’이라는 뜻인 남파랑길은 부산 오륙도 해맞이공원에서 시작해 전남 해남 땅끝마을까지 남해안을 따라 연결된 둘레길을 말한다. 총길이는 1,470km로 90개 코스로 이뤄져 있다.''
저마다 남해안의 아름다움을 품고 있는 남파랑길들 중에 이번에 소개할 듣고 싶은 길은 ‘남파랑길 18코스’다. 거제 북부 지역을 지나는 남파랑길 18코스는 ‘평화’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바다와 인접한 매미성 풍경
남파랑길 18코스 - 총16.4km 6시간 장목파출소 ➔ 장목항 ➔ 관포삼거리 ➔ 두모몽돌해변 ➔ 복항마을 ➔ 매미성 ➔ 대금산 ➔ 외포마을 ➔ 대계마을 ➔ 김영삼대통령생가&기록전시관
※ 남파랑길 18코스는 대금산 등산로를 제외하고 대부분 차도로 이뤄져 교통사고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또한 여름에는 아스팔트 열기로 인한 열사병에 대비해야 한다.
장목항
남파랑길 18코스는 장목파출소에서 시작한다. 장목파출소는 어촌마을의 조그마한 파출소다. 성실한 경찰관들의 활약이 있어 장목마을의 평화로운 분위기가 유지되는 듯하다. 장목항은 파출소에서 북쪽으로 5분 거리에 있다. 장목항에 들어서면 줄지어 정박된 어선들을 볼 수 있다. 작은 파도 하나 없이 유유히 정박된 어선들을 보고 있으면 장목항의 평온함이 자연스레 전해진다. 이따금씩 장목항 옆 초등학교에서 들려오는 아이들의 뛰어노는 소리는 정겹기만 하다.
남파랑길18코스의 시작점인 장목파출소
한산한 분위기의 장목항 두모몽돌해변
두모몽돌해변은 장목항에서 서쪽으로 20여 분쯤 가다 보면 관포삼거리가 나오고, 관포삼거리에서 30분 정도 남쪽으로 내려와야 만날 수 있다. 두모몽돌해변은 좌측에 작은 바위섬인 갓섬과 우측에 이수도가 있어 아름다운 바다 경관을 자랑한다. 또한 몽돌이 파도에 스치는 소리는 다른 몽돌해변 보다 유난히 크게 들리는데, 가만히 귀 기울여 듣고 있으면 마음이 저절로 편안해진다. 바다를 조금 더 가깝게 만날 수 있는 해안절벽데크길을 걸어 봐도 좋다.
두모몽돌해변 인근 나무데크길
두모몽돌해변 풍경
매미성과 복항마을
두모몽돌해변부터는 계속 남쪽으로 내려가는 여정이다. 두모몽돌해변에서 2.4km 걸어가면 매미성과 복항마을이 나온다. 매미성은 화강암과 시멘트를 이용해 쌓아 올린 성으로, 태풍에 의해 잃어버렸던 평화를 되찾는 과정에서 탄생했다.
매미성은 백순삼씨의 작품이다. 2003년 9월 ‘태풍 매미’가 백순삼씨의 텃밭을 강타했다. 당시 조선소 연구원으로 일하던 백씨는 은퇴 이후의 삶을 위해 복항마을에 땅을 구입해 텃밭을 일구고 있었다.
태풍이 다녀간 뒤 백씨의 밭은 농작물은 물론 토사까지 쓸려 내려가 밭으로 전혀 이용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백씨는 복구를 위해 제방부터 쌓기 시작했고, 이왕이면 주변 자연환경과 어울리면 좋겠다고 생각해 화강암을 이용해 성 모양으로 쌓기 시작한 것이 바로 매미성이다.
19년 동안 백순삼씨의 노력으로 지어진 매미성 전경
매미성의 아름다운 외관과 함께 백순삼씨 홀로 성을 쌓아올렸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많은 여행객이 찾은 관광지가 됐다. 복항마을 또한 해마다 인구가 빠져나가는 마을이었지만, 지금은 매미성과 더불어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관광명소다.
바다와 맞닿아 있는 매미성 성벽
이색적인 카페와 기념품 가게가 문을 열었으며, 복항마을 근처에는 캠핑장까지 생겨났다. 태풍에 의해 좌절하지 않고, 자신이 일군 평화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온 한 남자가 만들어낸 변화다.
매미성 근처 캠핑장
매미성으로 유명한 복항마을 입구
성벽 사이로 보이는 바다 풍경
매미성 위에서 바라본 해변 풍경
대금산
대금산은 438.6m의 낮은 산으로 산을 오르지 않고 바로 다음 장소인 외포항으로 들어갈 수 있지만, 만약 대금산을 오른다면 거제 바다의 멋진 경관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생각보다 급한 경사가 적어 뚝심 있게 걷다 보면 어느새 정상에 도달하게 되고, 거제의 푸른 바다와 둥둥 떠있는 섬, 그리고 거가대교가 만들어내는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내는 대금산 등산로
대금산 봇골 소류지
외포마을
여행 도중 출출함을 느낀다면 외포마을에 들러 식사할 것을 추천한다. 외포마을 외포항에는 유명한 횟집들이 많다. 여유로움이 가득한 외포항을 배경으로 신선한 해산물을 먹고 있으면, 여행의 피로는 자연스럽게 해소된다.
외포마을 입구
김영삼 대통령 생가&기록전시관
마지막 여행지인 대계마을은 대통령을 배출한 마을로 자부심이 가득하다. 마을 입구에는 ‘대통령의 고장 대계’라는 현판이 크게 걸려 있다. 대한민국 제14대 대통령을 지낸 김영삼 전 대통령이 대계마을에서 태어났으며 13세까지 이곳에서 성장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 생가 전경
김영삼 대통령은 만 25세의 나이로 국회의원에 당선되면서 정치인의 삶을 시작했다. 당시 최연소 국회의원이자 여당 정치인으로 평탄한 정치인생이 예상됐지만 이승만 대통령이 대통령 3선 제한 철폐를 추진하자 “박사님 3선은 안 됩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고단한 야당 정치인의 삶을 선택했다. 김영삼 대통령은 박정희·전두환 군사정권에 대항해 민주화 회복을 위해 싸웠으며, 1992년 12월 제14대 대통령 선거에 당선돼 문민정부를 출범시켰다. 김영삼 대통령 생가에서는 정치인 김영삼이 아닌 자연인 김영삼으로서의 삶과 사진들을 살펴볼 수 있다. 생가 옆 기록전시관에서는 정치인으로서,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의 활약상을 확인할 수 있다.
김영삼 대통령 기록전시관 전경 ㆍ글 이주현 월간경남 기자 ㆍ사진 전강용 편집위원
저작권자 © 월간경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월간경남. All rights reserv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