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1차대전 언급해 오싹했다"… 중국, 아베 맹비난 日, 발언록 공개하며 반박 "그런일 있어선 안된다는 뜻"
일본과 중국의 관계를 제1차 세계대전 직전의 영국과 독일에 비교하면서 예상치 못한 무력 충돌 가능성을 제기한 일본 아베 신조(安倍晉三) 총리의 다보스포럼 발언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영국 일간지가 전쟁 가능성을 언급한 발언으로 소개하자 중국이 이를 맹비난했고, 이에 대해 일본은 전문(全文)이라며 아베 총리의 발언록을 공개했다.
아베 총리는 22일(현지 시각)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례총회(일명 다보스 포럼)에서 각국 언론인과 만나 "중국과 일본 간 군사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답했다. 이를 취재해 보도한 영국 신문 파이낸셜타임스(FT)는 양국 관계를 1차 세계대전 직전 라이벌 국가였던 영국과 독일 관계에 빗대며 "유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제1차 세계대전 이전에) 영국과 독일은 강한 경제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충돌을 막지 못했다"면서 "돌발적으로 혹은 부주의해서 물리적 충돌이나 분쟁이 갑자기 발생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아베 총리의 발언에 대해 FT의 마틴 울프 수석 논설위원은 "오싹하다. 무심하게 제1차 세계대전을 언급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며 "미국이 좀 더 단호한 조처를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일본 정부 대변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23일 기자회견에서 아베 총리의 발언록을 공개하며 FT의 보도를 정면 반박했다. 일본 정부는 아베 총리가 "올해는 제1차 세계대전 100년을 맞이하는 해다. 당시 영국과 독일은 긴밀한 경제관계가 있었음에도 제1차대전에 이른 역사적 경위가 있다. 중국의 경제발전과 더불어 일·중의 경제관계가 확대하는 가운데 문제가 있을 때는 상호 커뮤니케이션을 긴밀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스가 장관은 "아베 총리가 제1차 대전과 같은 일이 다시는 있어서는 안 되며 양국 간 긴장 완화를 위한 대화가 필요하다는 의미로 발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관한 아베 총리의 다보스포럼 발언도 비판을 받고 있다. 그는 "(야스쿠니 신사에는 전쟁의) 영웅이 있는 것이 아니라 전쟁에서 스러진 사람들의 혼이 있을 뿐"이라면서 "소위 A급 전범을 찬양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는 기존 궤변을 되풀이한 것이다. 캐럴라인 케네디 주일 미국 대사는 23일 자 아사히(朝日)신문 인터뷰에서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해 실망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