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치료
증상이 심각하여 외래에서의 치료가 진전이 느릴 것으로 판단될 때, 그래서 위험성이 있을 때 입원 치료를 권유하게 된다. 여기에서 ‘위험’이란 앞서 설명했던 자살을 포함하여 자해의 위험 및 경우에 따라 타해의 위험까지를 포함한다.
그렇지만 단지 증상이 심각해서 입원을 필요로 하는 것만은 아니다. 입원을 하게 되는 둘째 경우로, 동반한 신체질환이 많아 약물 치료 등에서 꼼꼼하게 신체지수에 대한 모니터링을 하며 치료해야 할 때, 그리고 신체적으로 취약해 있어 이에 대한 처치가 필요할 때도 입원을 하여 치료하는 것을 권유한다. 셋째로는 진단적으로 명확치 않아 이에 대한 세심한 관찰과 체계적인 검사 등이 필요한 경우이다.
넷째, 현재의 가장 큰 스트레스가 지금 살고 있는 상황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고, 따라서 치료가 될 때까지 이 스트레스로부터 분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될 때에도 입원 치료가 필요하다.
이 외에도 연고지와 병원이 멀어 잦은 병원 방문이 어려울 때에도 입원을 하는 경우도 있고, 단시간 내 집중적인 치료를 함으로써 빨리 회복하고자 스스로 원하여 입원하기도 한다.
약물 치료
우울증 진단을 받으면 흔히 약물 치료를 권유받지만, 실제로 투약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많은 환자들은 약물을 처방받아도 여러 가지 이유로 잘 복용하지 않는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약물 자체에 대한 걱정으로 처방을 받아도 복용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약물 부작용 때문에 약물을 복용하지 않는 경우도 있는데, 경한 부작용은 있을 수 있으며 시간이 지나면 어느 정도 호전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러한 특성을 잘 알아두어야 한다. 또한 며칠 복용하다 효과가 불충분하다며 자의로 끊는 경우가 있는데, 항우울제의 경우 최소 2~ 3주는 꾸준히 복용해야 효과가 나타나며 더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이는 좋지 않은 선택이다.
한편, 중독을 고려하여 빨리 끊으려는 환자들도 있는데, 항우울제 자체에 중독성이 있다는 증거는 없다. 충분한 기간, 충분한 용량을 사용하면 50~60%는 약물에 반응이 나타나며, 반응이 없는 경우에는 약물을 교체한 후 효과를 기다리면 된다.
약물의 종류와 부작용
· SSRI
SSRI(Selective Serotonine Reuptake Inhibitor,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는 흔히 처방되는 항우울제 중 하나이다. ‘세로토닌’이라는 물질의 재흡수를 억제하는 공통적인 기전은 있으나, 실제 처방 시 호소하는 미세한 효과나 부작용은 약물마다 조금씩 다르다.
플루옥세틴(Fluoxetine)의 경우 반감기가 가장 길며, 식욕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는 경우가 있다. 서트랄린(Sertraline)은 다른 SSRI에 비해 설사를 호소하는 경우가 더 흔하며, 파록세틴(Paroxetine)은 식욕 및 수면이 증가한다고 되어 있다.
한편, 플루복사민(Fluvoxamine)은 약물 상호작용의 확률이 높아 다제 약물을 사용하는 경우 유의할 필요가 있으며, 에스시탈로프람(Escitalopram)은 반대로 약물 상호작용이 적어 다제 약물을 사용하는 경우 더 안전하게 쓸 수 있다.
공통적인 부작용으로는 소화기 부작용(구역, 구토, 설사, 복통), 졸림증, 수면 변화, 입마름, 초기 경도불안 증가, 두통이 있으며, 성적인 부작용(사정/절정 지연, 성욕 감퇴) 등도 있다.
· TCA
TCA(Tricyclic Antidepressant, 삼환계 항우울제)는 SSRI, SNRI 등의 약물이 나오기 전에 항우울제로 많이 쓰였는데, 치료적 용량에서의 부작용으로 인하여 증량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최근에는 수면, 불안, 통증 등의 증상을 보조적으로 조절하기 위해 소량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 SNRI
SNRI(Serotonin Noradrenaline Reuptake Inhibitor, 세로토닌 노르아드레날린 재흡수 억제제)는 최근에 처방이 늘어난 약물로, 세로토닌뿐만 아니라 노르아드레날린의 재흡수를 억제한다. 통증이 있는 경우 효과가 있으며, 특히 노인 우울증의 경우 다발적인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아 처방이 늘고 있다.
부작용의 종류는 SSRI와 비슷하나, 그 정도에는 차이가 있다. 둘록세틴(Duloxetine), 벤라팍신(Venlafaxine), 밀나시프란(Milnacipran) 등이 많이 쓰이고 있다.
· 부프로피온
부프로피온(Bupropion)은 식욕이 억제되는 항우울제이다. 도파민과 노르아드레날린의 재흡수를 억제하며, 이전 약물들과는 다른 기전으로 우울증 치료에 효과가 있다. 식욕감소뿐만 아니라 구역/구토 등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하며, 금연에도 효과가 있어 금연제로 처방되는 경우도 많다. 성적인 부작용은 SSRI보다 적으며 활성화하는 경향이 있으나, 불안증에는 큰 효과가 없다고 알려져 있다.
· 미르타자핀
미르타자핀(Mirtazapine)은 수면과 식욕에 효과가 있는 항우울제로 따라서 주로 밤에 투약하며, 노인의 경우 소량부터사용해야 한다. 고용량에서는 오히려 활성화되는 경우가 있지만, 소량만으로 불면 및 식욕저하에 효과를 보는 경우가 많다. 성적인 부작용은 SSRI보다 적다.
· 비정형 항정신병제
비정형 항정신병제는 과거에는 조현병이나 양극성 장애 환자에서 제한적으로 쓰였다면, 최근에는 항우울증 효과로 우울증에도 많이 쓰이고 있다. 정신병적 증상(환청, 망상)이 동반된 우울증에는 반드시 비정형 항정신병제를 항우울제와 같이 첨가 또는 단독으로 쓰이고 있지만, 정신병적 증상의 유무와 상관 없이 우울증에 효과가 있다고 되어 있다.
앞서 설명한 다른 약물들과는 다르게 빠르게 증상을 호전시키는 경우가 있어, 빠른 치료가 요구되거나 증상이 심한 경우 고려하게 되어 있다. 쿠에티아핀(Quetiapine), 아리피프라졸(Aripiprazole), 올란자핀(Olanzapine) 등의 약물이 최근에 많이 사용되고 있다.
약물 선택 과정
약물을 선택할 때는 약물의 효과뿐만 아니라 우울증의 종류, 약물의 부작용, 분복 방법, 비용, 동반 질환 등을 고려해야 한다. 항우울제 간 약물의 효과는 비슷하다고 보고되어 있는 경우가 많지만, 부작용에는 서로 차이가 있다. 또한 개인별로 효과가 있는 약물이 서로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일차 선택 약물이 효과가 없다고 해서 치료를 중단해서는 안 된다.
약물 치료의 지속 및 중단
부작용이나 효과 부족으로 약물을 교체하는 경우가 흔하다. 대부분의 경우 하나의 항우울제를 점차 감량하면서 다른 항우울제를 점진적으로 증량하는 방법을 선택하지만, 환자 개개인에 따라 그 치료 전략은 다를 수 있다.
약물을 갑자기 중단하는 경우 일부 환자에서 ‘금단 증후군’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경우 더욱 점진적 감량을 하게 되며, 반드시 의사와 상의하여 약을 끊어야 한다. 입원이 필요한 정도의 우울증이 아니면 외래에서 약물 조절을 하게 되는데, 초기에는 환자의 상태 변화, 약물 용량 조절, 부작용 확인 등을 위하여 1~ 2주에 한 번 정도 내원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후로 치료 계획이 확립되고 환자 상태도 호전되는 추세이면 외래 진료 간격은 더 길어지게 된다.
우울증이 호전되면 약물 치료를 바로 중단하려는 환자들이 많다. 하지만 빨리 약물을 중단하면 그만큼 재발할 확률이 높기 때문에, 약물 중단은 반드시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 우울 증상이 호전되면 최소한 6개월 이상은 약물 치료를 지속하는 것이 향후 재발을 막는 데 효과적이다. 하지만 반복되는 우울삽화나 증상이 완전히 호전되지 않은 경우나 삽화 당시 증상이 심했던 경우에는 이보다 더 이상 약물 치료를 하지 않기를 권하고 있다. 재발성 우울증의 경우 진료지침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2~ 3년 정도의 유지 치료를 권한다.
정신 치료
경도에서 중등도의 우울증이 있는 경우 약물 치료만큼 동등한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것이 정신 치료이다. 정신 치료는 그 범위가 광범위하며, 여기서는 그 중 대표적인 몇 가지만 소개한다.
정신분석적 정신 치료, 표현적 정신 치료, 지지적 정신 치료
어렸을 때 해결되지 않은 갈등 등의 무의식이 우울 증상을 형성하는 데 기여한다는 가정하에 무의식을 탐구하는 과정으로, 궁극적인 성격 변화에서부터 갖고 있는 방어 기제의 강화에 이르기까지 환자에게 개별적인 접근을 통하여 우울증을 치료하는 방법이다. 본인의 의욕과 병식이 어느 정도 있는 상태에서 외부적인 원인이 아닌 내적 원인을 찾는다. 치료 방식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는 주 1~ 2회 치료가 이루어진다.
인지행동 치료
인지·행동·감정이 서로 영향을 준다는 기본 전제하에 행해지는 치료이다. 우울증 환자는 부정적인 방식으로 자신과 외부 세계, 미래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과 광범위한 부정적인 인지 왜곡을 갖고 있다. 이러한 왜곡된 인지를 찾고 교정하는 것이 인지 치료이다. 이에 비해 행동 치료는 활동의 강도, 지속 기간 등을 구체적으로 정하고, 단계적으로 과제를 부여하며 활동을 증가시키게 된다.
이 두 가지를 병합하는 것이 인지행동 치료로, 정해진 횟수의 회기 안에 이루어지며, 우울증 치료에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다.
전기경련 치료
전기경련 치료는 전신마취 후 두부에 자극을 주어 짧게 경련을 유발하는 방법이다. 보통 일주일에 3회 시행하며, 치료 반응마다 다르지만 10회 내외로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기경련 치료는 항우울제보다 좋은 치료 반응을 보인다(60~90%에서 반응). 특히 노인 환자에서 불안 및 초조 증상이 현저한 경우나 정신병적 증상을 동반한 경우 치료 효과가 있고, 치료 효과도 더 빠르게 나타난다. 따라서 약물 치료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기다릴 수 없는 상황이거나, 노인·임산부 등 약물 치료가 어려운 경우 많이 시행되고 있다.
부작용으로는 일반적인 전신마취 부작용 외에 일시적으로 인지 기능이 떨어진다고 되어 있으나, 6개월에서 1년이 지나면 대부분의 기억은 회복된다.
광치료
광치료는 인위적으로 자연광에 가까운 빛을 쬐어 신경전달 물질 분비에 변화를 주는 치료법이다. 특히 계절성 정동장애에 효과가 있다고 하지만, 경도에서 중등도의 우울증 치료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강도와 시간은 10,000lux, 30분이 권고되고 있으나, 구체적인 것은 담당 정신과 의사의 처방에 따른다. 광치료는 우울증뿐만 아니라 수면 사이클에 문제가 있는 경우 수면 사이클을 조정하는 데에도 쓰이고 있다.
운동 치료
운동 치료는 다른 치료에 비해 근거가 적지만, 운동 프로그램을 시행하면 우울 증상이 적고 우울증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나오면서 근거가 축적되고 있다. 따라서 아직 단독 치료로 권유하기는 어렵지만, 다른 치료에 부가 치료로 권유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