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교장의 눈에 비친 7일간 학교 생활 소감>
상현고의 교장으로 발령받은지 어제까지 7일이 지났다.
요즘 혁신교육정책에서 강조하는 것이 민주적 학교 운영체제요, 학교민주주의를 강조하는 시대이다. 학교장이 자신의 신념을 내세워 머릿속에 구상한 경영 비전을 세우고, 뭔가 새롭게 사업을 시작하고 싶어도 뜻대로 안되는 것이 현실이다.
어떤 사업을 계획하거나 현재의 교육활동 내용을 변경하려면, 전체 교직원의 의견수렴과정을 거치고 협의와 토의를 거쳐서 나온 결론을 가지고 실천에 옮기는 것이 일반적인 학교 현장의 모습일 것이다.
학교민주주의를 강조하고, 교육공동체가 참여하는 자치공동체를 실현하기 위한 혁신교육 정책은 의사결정과정의 투명성과 절차상의 민주성을 강조하고 있다.
교장도 직위가 가지고 있는 권한과 직책의 권리를 내려놓고, 1/N의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혁신교육의 정신이요, 일반적 혁신학교의 학교경영 모습이라고 할 것이다.
제가 근무했던 전임 학교나 신임 학교는 혁신공감학교이지만, 민주적 학교 경영체제와 학교민주주의 실현을 위해서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으나 부족함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7일 동안 신임 학교에서 근무해보니까, 뭔가 답답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보통의 고교에서는 1주일(5일) 동안 총 35시간의 수업시간 중에 34단위를 운영하고 ,비어있는 1시간이 딱 남는다. 이 남은 1시간이 매우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 소통과 나눔의 시간, 교직원 협의회, 학습공동체 운영, 교과 및 부서별 모임, 교직원 연수시간 등으로 월4회~5회를 운영하는 것이다.
저는 교장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이 1시간은 금쪽같은 시간이라고 단정한다.
개인적으로는 이 1시간을 수업방법 개선과 수업 나눔의 시간, 수업설계와 수업역량을 향상시키는 전문적학습공동체 시간으로 모두 활용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신임 학교에서는 월요일 7교시가 바로 이 시간에 해당한다. 주어진 50분은 그야말로 황금시간인데, 어제는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어제 7교시의 명칭은 '소통과 나눔'시간인데,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가 학운위 교원위원 선출 결과 등을 알리려고, 7교시를 20분 남겨놓고 시청각실에 모여서 전달사항을 발표하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학년부장님이나 담임선생님들은 3월15일 학부모 총회를 앞두고, 학생 개인별 상담하느라 시간이 없는데 왜 모이느냐는 듯 불만섞인 표정들이었다. 학기 초의 3월 초순과 중순은 상담할 수 있도록 회의나 협의회를 자제해달라는 건의도 있었다.
학부모 총회를 앞둔 시점이라서 시기적으로 그런 어려움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일주일에 1시간은 전체 교원들이 함께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로 아주 중요한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비록 50분의 짧은 시간이지만, 황금시간이므로 최대한 시간을 확보해서 학교내 전문적학습공동체운영의 시간으로 활용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 것이다.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서 운영의 묘를 살리지 못하는 것같아서 안타까운 마음이었다.
교장실과 탕비실을 사이에 두고 행정실이 있는데, 최근 지어진 건물이라서 그런지 행정실장실이 별도로 있다. 그리고, 사무실 배치가 뒤쪽부터 앞쪽으로 6급, 7급, 8급 주무관들이 앉은 순서의 단계형 구조로 되어 있어서 답답한 느낌이 들었다.
전임 학교에서는 좌석 배치가 마주보는 형태의 구조였는데, 상당히 낯설게 느껴졌다.
그래서 그런지 상대적으로 사무실 분위기가 경직되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요즘 기업에서는 생산성을 강조하고 경영의 합리화, 의사소통능력 신장과 창의적 업무수행을 위해서 직급이나 직책 명칭을 없애는 추세인데, 관료사회는 아직 그런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요즘 페이스북에 어느 중견 여류 시인이 "문재인이 그런 사람인줄 몰랐다"는 글이 화제이다. 이 여류시인은 문대통령이 후보자 시절의 행보와 대통령으로서의 행보가 완전히 다르고 그전에는 불신했는데, 지금은 절대적 신뢰를 보낸다는 취지의 글을 올린 것이다.
문대통령이 권위적 태도를 벗어던지고 격식없이 어울리는 모습, 다른 사람들의 아픔을 보듬어 줄줄 아는 따뜻한 마음의 행보, 누구와도 잘 어울릴 줄 아는 거침없는 태도가 마음에 들었다는 내용이다.
그 여류시인의 표현에 동의하면서, 대통령의 환한 미소와 웃음, 밝은 표정이 그것을 증명한다고 할 수 있다.
35년의 교직생활을 돌이켜볼 때, 경직된 조직이나 관료 문화 속에서는 웃음기가 사라지고, 표피적 인간관계만 남게 되며, 인간적 훈훈함과 따뜻한 인간미를 찾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웃음과 미소가 넘치는 학교를 꿈꾸며, 확기 넘치는 학교 문화를 기대하는 교장으로서 아직은 이르지만 기대에 조금은 못미치는 것같다.
신임 학교의 비전이 '배움의 즐거움이 넘치는 행복한 학교'이다.
학생들 뿐만아니라, 선생님들과 교직원들이 모두 즐겁게 근무하는 직장, 행복한 하루하루의 생활이 되도록 교장으로서 좀더 세밀하게 모든 것을 살펴보고 개선되도록 임무와 역할을 다하려는 노력을 계속해야겠다.
첫댓글 네 좋은 생각이십니다. 그런데 한 가지 부탁드리면 천천히 조금씩 변화를 시도해 보심이 좋을 듯 합니다. 서로가 좋은 이해와 공감으로 상처가 되지 않는 변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내용이 좋네요
부임 3개월이내에 느낌이 다른 소속의 사람들이 느끼는 우리학교라는데..
그이후가 되면 본인도 그 속에 동화가 되어 잘보이지앓아서...
그 느낌 꼭 기억하시면서 한박자 늦다싶게 새로 고치고 만들고 이어나가시면 훨씬 좋은학교가 되리라 생각됩니다.
좋은글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