原州途中 원주 가는 길에
金時習(조선의 시인)
春風一錫向關東(춘풍일석향관동) 춘풍에 석장 하나로 관동으로 향하다
路入原州煙樹中(로입원주연수중) 원주 길 들어서니 나무숲은 안개로다
公館人稀車馬少(공관인희거마소) 공관엔 사람 드물고 거마도 적으려니
長亭雨過海棠紅(장정우과해당홍) 장정에서 비 지나가니 해당화 붉구나
萬里乾坤一橐空(만리건곤일호공) 하늘 땅 만리길에 빈 전대 달랑 하나
十年道路雙鞋盡(십년도로쌍혜진) 십 년을 가던 길에 두 짚신 헤졌구나
詩思客情俱攪我(시사객정구교아) 시 흥취와 객정은 모두 나를 어지럽혀
況聞山鳥語花叢(황문산조어화총) 하물며 꽃 떨기에 산새 소리를 듣노라
雉嶽山 치악산
金時習(조선의 시인)
雉嶽崢嶸聳碧空(칙악쟁영용벽공) 가파른 치악은 푸른 허공에 솟구치고
煙霞明滅有無中(연하명멸유무중) 안개 노을 명멸하여 있는 듯 없어라
一泓春水苺苔滑(일홍춘수매태활) 한 줄기 봄물 깊고 미끄러운 이끼여
千丈蒼崖躑躅紅(천장창애척촉홍) 천 길 아슬한 절벽에 철쭉이 붉어라
路轉層峯殘雪在(로전층봉잔설재) 층층 봉우리 길을 도니 잔설 남았고
巖廻石棧晚雲濃(암회석잔만운농) 바위 돌아 험로에 저녁 구름 짙구나
靑山處處行應好(청산처처행응호) 푸른 산의 곳곳마다 마땅히 좋으련만
脚力有窮山不窮(각력유궁산불궁) 다리 힘은 유궁한데 산은 가이없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