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 십이령 금강송 소나무 숲길과 동해 해파랑길
시간 속에 늙어버린 길이 있다.
풀섶을 헤치고 산허리에 들어서면
부르지 않는 노래처럼
외롭고 쓸쓸해진 길이 있다.
무지랫봉을 넘어갔던 학교길처럼
볏단을 짊어지고 아버지가 넘어오던
박둑거니 고갯길처럼
지금은 영영 사라진 길이 있다.
바지게꾼이 걸었던 열두고개 옛길
울진에 가서 그 길을 걸었다.
미역을 짊어지고 소금을 짊어지고
춘양장을 보러가던 선질꾼들
바릿재 샛재 너삼밭재 저불한재 노루재...
굽이굽이 열두고개를 넘어갈 때
그들은 서서 자는 새처럼
등짐을 진 채 쉬어갔다 한다.
가노가노 언제 가노 열두고개 언제 가노
시그라기 우는 고개 내 고개를 언제 가노
비벼댈 언덕이라곤 육신밖에 없던 사람들
움켜 쥘 한줌 땅이 그리워
가랭이가 젖도록 넘던 길
솔숲에 떠돌던 한숨소리 백골에 스며
처자식도 없이 떠돌던 이는
더러 돌무더기에 묻혔다
날이 저물면
산골 주막집의 봉놋방에 들었다.
길이 운명을 가르고
길이 삶을 기르듯이
고단한 길의 자식들이 선 잠에 들 때
묘지기네 집까지 여우가 내려와 울었다.
밤은 낭하가 흐르는 골짜기와 같았다.
고단했던 시간이 바람에 사위듯
무성했던 길이 늙었다.
십이령 열두고개도 쓸쓸히 잊혀졌다.
사람도 사랑도 서러웠던 눈물도 사라졌다.
울진에 가서 생각했다.
쉼터에서 찬밥 한덩이를 삼키며 생각했다.
우리 모두 추억속의 길을 살아가고 있다고
지금 그 길의 겨울밤 어디 쯤을 걸어 가고 있다고
된비알에 선 나무처럼 바람소리에 귀를 적시고 있다고...
장소: 울진 동해바다 해파랑길, 불영계곡 불영사, 십이령금강송 숲길.
금강송펜션 숙박, 화전민촌 오지 소광리 금강송숲 달빛기행, 솔섬 낙조 등
* 십이령길이 12월 15일부터 내년 4월까지 겨울철 긴 휴식기에 들어갑니다.
아름다운 그 길에서의 날을 내년 5월까지 기다릴 수가 없어서
겨울 금강송 숲길의 묘미를 찾아서 동해해파랑길과 함께 진행합니다.
완만한 오솔길로 겨울철 트레킹 코스로도 안전에 문제가 없고
화전민촌 산골마을 금강송 펜션에서 자고 소광리에서 두천리 넘어가는 특별한 일정,
추운날에도 숲속에서 포근하게 바람소리를 즐기며 걸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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