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동학군의 수괴` 유골, 왜 일본에서 발견되었나?~

[이장희]

1. 일본 홋카이도 대학 '동학군 수괴' 유골은 무엇을 말하는가?~ 

 

전주역사박물관.

나무 상자를 열자 두개골 한점이 나온다.

지난 1995년 일본에서 발견된 유골이다.

그리고 두개골에 새겨진 일본어 글귀,

"동학당 수괴"라는 글자가 뚜렷하다.

이 유골은 왜 일본에서 발견되었는가?

그리고 이 유물은 일본과 어떤 관련이 있는가?

"1894년에 동학농민혁명은 우리 근대사에 한획을 그은 역사적인 사건이었습니다.

전라도 고부 군수 조병갑의 가혹한 농민 수탈에 근거에 일어났던 동학농민혁명은

그야말로 마른 들판에 불붙듯 전국적으로 번져나갔습니다.

1여 년에 걸친 동학농민혁명은 외세의 개입으로 실패로 돌아갔지만

그것이 우리 역사에 끼친 영향은 실로 지대한 것이었습니다.

바로 그 동학농민혁명과 관련해 유물 한 점이 일본에서 발견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머리뼈에는 붓으로 쓴 듯한 글귀가 남아있습니다. 

그리고 그 글귀는 일본어입니다.

'동학당 수괴'라는 글귀가 뚜렷합니다. 

이 유골이 말하는 동학농민혁명의 실상은 어떤 것일까요?

우선 이 파란만장한 유골에 얽힌 사연부터 알아보겠습니다." 

일본 최북단에 위친한 홋카이도 대학. 

한반도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지만 일본의 식민지 통치에 깊숙히 관여했던 곳이다.

후루카와 강당.

이 대학의 문학부 인류학 교실 표본 창고가 있었던 곳.

유골은 바로 이곳에서 발견되었다.

"이 책장 가장 높은 곳에 상자 하나가 있었습니다.

정년 퇴임한 교수가 남기고 간 것이었습니다.

궁금해서 학생과 교수가 상자를 내려 봤지요.

안을 보자 인골이 들어있었다고 합니다."

                                                            -  이노우에 가쓰오 교수, 홋카이도대학 일본사학과

당시 발견된 유골은 동학당 수괴 유골 한점과

북방 소수 민족 유골 석 점을 포함, 모두 여섯 개였다.

여섯 개의 유골은 헌신문지에 싸여 종이 상자속에 방치되어 있었다.

아래 위 세 개씩, 두 개 층으로 마치 과일 상자처럼 포개져 있었다.

그 중에 하나가 동학군 수괴의 유골이었다.

유골에는 이것을 수습한 장본인의 이름도 적혀 있다.

'사토 마사지로'

그렇다면 사토마사지로란 인물은 누구일까?

그는 왜 이 유골을 멀리 홋카이도 대학까지 가져왔을까?

이 대학 연혁 자료실에서 이 인물을 찾을 수 있었다.

그는 이곳 홋카이도 대학 출신이었다.

졸업생 명부에서 그의 이름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름과 함께 그의 자세한 이력도 기록되어 있다.

'한국통감부기사

권업모범장기사(목포출장소장)

임시면화재배소기사(소장)'

1910년도 초반 그는 한국에서 통감부 하급 관리로 일했다.

그는 식민지 농업 정책의 일환이었던 목포 임시면화재배소 임시 소장직을 맡기도 했다. 

그는 홋카이도 대학의 전신 사포로농학교 출신.

이 학교는 당시 식민지학의 본산이었고, 사토 마사지로 역시 식민지학의 세뇌를 받았다. 

"일본의 조선 식민 지배의 경우,

한.일 국민은 같은 민족이라는 당시의 '일선동조론'을 학문적 근거로 내세웠는데

인골을 통해 이를 증명하고자 했습니다.

일본에서는 니토베 이나조라는 삿포로농학교의 유명한 교수를 중심으로

학자들이 인골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 연구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삿포로농학교에 인골을 보내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 이노우에 가쓰오 교수

발견 당시 이 유골안에서는 메모 한 장이 발견되었다.

1906년 유골 수습 당시의 상황이 적혀 있다.

즉, 동학농민 때 진도에서도 수많은 희생자가 나왔는데

이 유골은 바로 '진도 동학당 지도자의 것'이라고 적혀 있다.

1996년 5월 30일.

한국에서는 즉각 유골의 봉환을 요구했다.

홋카이도 대학에서도 사죄의 뜻으로 이에 응했고

마침내 90여 년만에 동학군 수괴의 유골은 고향으로 돌아왔다.

일본인에 의해 멀리 북해도까지 반출되었던 동학군 수괴의 유골.

동학군과 일본의 관계가 새롭게 주목받는 계기가 되었다.

2. 일본의 경복궁 점령!~

                      동학농민군, 반봉건에서 반외세로!~  

"일본의 최북단 북해도에서 발견된 '동학군 수괴'라고 일본어 글귀가 새겨진 이 유골.

그것도 수십 년간 방치되어 있다가 뒤늦게 발견되었다는 게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더 착잡하게 합니다.

잘 아시다시피 동학농민운동은 1894년, 한해 동안 두차례 걸쳐 크게 봉기합니다.

첫봉기는 3월, 두번째는 봉기는 9월에 하게 되는데,

바로 그 동학농민군의 유골이 일본에서 발견되게 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동학과 일본, 동학농민군과 일본군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있었던 것일까요? 

이 깃발을 보시죠.

'제폭구민 보국안민(除暴救民 輔國安民)'

이것은 동학농민군이 1894년 3월, 처음 봉기했을 때 내세운 기치였습니다.

이는 조선 조정의 학정에 대항하여 백성을 보호하고 나라를 편안하게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9월 봉기에서는 '척양척왜(斥洋斥倭)', 즉 외세를 몰아내자로 바뀝니다.

일본에서 발견된 동학군 수괴 유골은 이 2차 봉기와 관련이 있습니다.

1차 봉기를 해산한 것이 5월, 2차 봉기는 9월,

고작 서너달 사이에 왜 동학군의 기치가 이렇게 바뀐 것일까요?

여기에는 결정적인 계기가 있습니다.

바로 일본군에 의한 경복궁 습격 사건입니다."

청일전쟁이 일어나기 이틀전인 1894년 7월 23일.

고종이 거처하던 경복궁에서는 엄청난 사건이 발생한다.

일본군의 경복궁 습격 사건이 바로 그것이다.

무장한 일본군이 궁을 습격한 것이다.

"왕궁을 습격했다는 것은 한마디로

전통적으로 청나라와 우호 관계를 가지고 있던 조선에 대한 침략, 

또는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한 것이죠 ." 

                                                             - 박맹수 교수, 원광대 원불교학과, 동학 전공

경복궁 습격에 대한 자세한 자료가 일본에 남아있다. 

후쿠시마 현립도서관에는 특별한 서고가 있다. 

도서관 안에 따로 마련된 <사토문고>.  

이 지역에 실업가이던 사토는 평화를 지키기 위해선 전쟁을 알아야 한다는 취지로

전 세계 각국의 전쟁 관련 기록과 문서를 구입했다.

그것을 이 도서관에 기증을 했고 지금은 따로 모아서 보관하고 있는 것이다.

이곳에는 청일전쟁 관련 문서도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일청전사 초안>이다.

초안은 청일전쟁에 관한 기초 자료로

당시 현장에서 쓰였던 생생한 기록이다.

초안에는 경복궁 습격 사건이

'조선 왕궁에 대한 위협적 운동 계획'이란 제목으로 기록되어 있다.

계획에 보면

경복궁 습격을 위한 일본군의 부대 배치, 이동 경로 등이 자세하다.

일본군이 '왕궁에 들어가 조선병사를 쫓아내고 국왕을 옹위한다'고 되어있다. 

그러나 애초에 기록은 국왕의 '옹위(擁)'가 아니고 '감금(擒)'이었다. 

작전은 7월 23일 0시 30분에 시작되었다.

일단의 일본군들이 영추문을 공격했다.

그러나 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도끼로 공격했으나 여의치 않자 담을 넘어 들어가 오전 5시 영추문을 열었다.

영추문을 접수한 일본군은 곧 바로 광화문으로 진입했다. 

또 다른 부대는 동쪽의 견춘문을 공격, 이곳에선 조선군의 대항 세력으로 총격전이 벌어졌다.

이에 광화문 부대가 합세, 견춘문의 조선군을 쫓는 한편 일본군은 국왕을 찾아나섰다.

이 과정에서 북쪽 소나무숲과 경복궁 외곽에서 총격전이 벌어졌다.

또 다른 부대가 합세하자 소나무숲의 조선군이 퇴각했다.

"오전 7시 반, 양쪽 사격이 멈추었다."

작전 시간 일곱시간만에 일본군은 경복궁을 완전히 점령했다.

그리고 일본군의 21연대 2대대장 야마구치 대대장이 고종을 찾았다.

"뜻하지 않게 양국 병사들이 교전하여 전하의 마음을 괴롭게 한 것은 외국의 신하로서 유감입니다.

그렇지만 귀국의 군사들이 저희에게 무기를 내어주었습니다.

우리 병사들이 옥체를 보호하여 결코 위해가 미치지 않게 하겠습니다. 전하."

그러나 당시 야마구치 대대장은 고종 앞에서 칼을 뽑아들고 있었다.

명백한 협박이었다.

<일청전쟁회권>.

이들이 경복궁을 습격한 것은 치밀한 계획에 의한 것이었다.

일본은 고종을 무력화하고

대원군 정권을 세웠다.

경복궁 습격 이틀후

일본군 청일전쟁을 일으킨다.

이로써 조선 침략을 위한 확고한 기반을 다지게 되는 것이다.

"무력으로, 불법으로 왕궁을 점령을 해서

말을 듣지 않는 대신들을 몰아내고 친일 괴뢰 정부를 세우고,

그 괴뢰 정부로 하여금

청나라 군대를 몰아내 달라는 의뢰를 받아 내서,

청국과의 전쟁을 하기 위해서 침략적 의도로 일으킨 사건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 박맹수 교수

바로 이 경복궁 습격 사건은

동학농민혁명의 화살을

정부가 아니라 일본으로 돌리는 계기가 되었다.

이는 동학군의 지도자 전봉준의 진술에서도 그대로 확인할 수 있다.

"일본군이 선전포고도 없이

한밤중에 왕궁을 습격하고

우리 국왕을 놀라게 하였기에,

초야의 백성들이 애국심으로 분개심을 이기지 못해

의리있는 무리들과 규합, 일본군과 싸우려 한 것이다."

                                                                  - 전봉중 공초(전봉준 신문 기록) 

 

조선 침략의 의도를 갖고 치밀한 계획에 의해 자행된 일본군의 경복궁 습격 사건.

그것이 동학군의 2차 봉기에 불씨가 되었던 것이다.

3. 동학농민군 2차 봉기, 일본군과의 교전 현장!~~ 

"일본군의 경복궁 습격 사건, 그동안 이 엄청난 사건이 왜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지 궁금할 정도입니다.

일본군의 왕궁 점령,  조선의 국왕 고종이 국사를 행하던 곳을 선전포고도 없이 쳐들어와 왕을 포로로 삼은 사건,

이는 사실상 전쟁이나 다름없는 행위였습니다.

바로 동학군들은 이런 일본인의 폭거와 뒤이어 발발한 청일전쟁에 발발로 다시 봉기한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동학군의  2차 봉기였으며 순식간에 전국적으로 번져나가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동학군의 2차 봉기를 담은 지도인데요,

전라도, 충청도를 중심으로 전개되었던 1차 봉기와는 달리

2차 봉기는 전국적으로 번져나갑니다.

 

2차 봉기는 보시다시피 전라도, 충청도, 경상도 등 삼남 지방 전체로 번져나가게 됩니다.

이처럼 동학농민운동이 전국적으로 번지게 되자 일본군들이 개입하게 됩니다.

그러자 1894년 가을 전국은 동학농민군과 일본군의 치열한 접전장이 되고마는데요, 

그 치열했던 교전 현장들을 보시겠습니다."

전북 완주의 대둔산. 

이곳은 2차 동학군 봉기 당시 마지막까지 교전이 벌어졌던 곳이다.

1894년 1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약 3개월간 최후의 항전이 이곳이 있었다.

 항전지는 가파른 바위 능선지를 두 개나 넘어야 하는 곳에 있었다.

150미터의 바위산으로 둘러싸인 천혜의 요새지다.

"건물이 있었고, 여기에 초막이 있다고 기록이 되어있습니다.

초막은 여섯평 되는 규모구요, 이쪽이 아궁이 흔적이 조금 지표에 드러나 있었고, 온돌 구조로 되어있습니다."

                                                                                                                - 신순철 교수, 원광대 사학과

스물 네 명의 동학군이 머물렀고,

곳곳에 쌓아둔 돌무더기는 일본군에 대항하기 위한 원시적인 무기였다.

교전의 흔적도 나왔다.

"예. 이 자리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여기 지금 기왓장 놓여있는 장소에서 비가 가려져서 그런 것 같은데

100년 동안 손상되지 않은 온전한 탄피 하나가 발견되었습니다."

                                                                                            - 신순철 교수, 원광대 사학과  

현장에서 나온 탄피와 탄두, 일본인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비록 소수였지만 천혜의 요새였기에 일본군은 석달을 버틸 수 있었다.

음력 1895년 1월 24일

"마지막 공격한 날은 새벽에 안개가 자욱한 날을 틈타서 일본군들이 저리 마천대 정상을 돌아서

저기 형제바위쪽으로 내려와서 이 진지를 뒤쪽으로 사다리를 이용해 기습 공격을 해왔습니다."

                                                                                           - 신순철 교수, 원광대 사학과  

번번히 농민군의 거센 저항에 부딪혔던 일본군은 농민군의 혀를 찔러왔다.

일부의 일본군이 정면 공격을 하는 사이,

나머지 기습 부대는 정상을 돌아 배후 공격을 감행했다.

이로써 엄동설한 석 달을 버티던 농민군은 무너졌다.

희생자 중에는 임산부도 있었다.

어린 아들과 함께 있었던 한 농민군 아버지는

아들을 안고 이 절벽에서 뛰어내려 함께 한날에 최후를 맞이했다.

대둔산 입구에 마련한 항전 기념비.

처절했던 동학군의 마지막 항전을 말해주고 있다.

김제 원평은

전봉준 부대가 마지막까지 항전했던 곳이다.

공주 우금치에서 대패했던 전봉준 부대는

이곳에서 일본군과 마지막 전투를 준비했다.

전투는 동학군의 참패로 끝났다.

그리고 엄청난 희생이 뒤따랐다.

"여기서 노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수백 명의 시체가 널려있었다고 해요.

동네는 두 집을 제하고 전부 전소되어 나머지 사람들도 살지를 못하고 마을을 떠났다가

음력 설이 되어 제사라도 모셔야 한다고 하며 다시 마을로 돌아왔지만

마을 여기저기에 시체가 널려있어서 안 되겠다 하여

마을 사람들이 모여서 수백 구의 시체를 모아 골짜기에 묻어주었다고 해요." 

                                                                                      - 최순식 회장, 모악향토문화연구회

산 전체가 동학군의 무덤이 되었다.

무덤 자리에는 풀이 우거져 있다.

"여기에 삼십 구 정도의 무덤이 있는데 풀이 우거져 지금은 보이지 않고

겨울이 되면 윤곽이 보여요.

무덤위에 소나무가 자라고...이게 전부 임자 없는 무덤이지요."

                                                                                       - 최순식 회장, 모악향토문화연구회

 지금은 동학군의 무덤 위에 소나무숲만 무성하다.

1차 봉기와는 달리, 2차 봉기는 전국이 봉기의 무대가 되었다.

경남 하동에 고성산.

일본군에 밀린 동학군들이 고성산에 집결했다.

동학군들이 회의를 했던 자연바위가 그대로 있다.

일본군은 산 전체에 불을 지르는 화공 작전을 감행해왔다.

산 아래 사찰에도 현장이 남아있다.

사찰의 이 우물 바닥에는 동학군의 시신이 가득차 있었다고 한다.

"지금 이 산에 나무가 전부 크지도 않아요.

왜냐면 그 때 일본군이 산 전체에 불을 놓아버렸기 때문에

동학군들이 피해서 내려오면서 사망을 하자

일본군들이 동학군을 여기 샘 안에다 전부 집어넣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 적령 스님, 약천사 주지

보은 북실마을은

동학군의 충청도 지역 북접의 마지막 격전지였다.

이곳에는 동학군의 지휘본부로 사용되던 집이 아직도 남아있다.

"상당히 큰집이었나봐요. 고루고각이라고 이름 지을 정도로.

그래서 동학군의 지도자 최시영, 손병희, 임국호, 정대천 선생이 여기서 마지막으로 저녁을 먹고

북실전투에 임했다고 제가 듣고 알고 있습니다."

                                                                                         - 김중구, 보은군 보은읍 누청리

이렇게 집은 고쳐 지었지만 문과 마루바닥은 그대로다.

일본군은 한밤중에 기습 공격을 해왔다.

밤새 교전을 치룬 후 새벽녘,

농민군은 다라니 마을 뒷산으로 몰렸고

이곳에서 최후를 마쳤다.

"이것은 전투라고 볼 수 없습니다.

일본군은 장교 한사람이 부상을 입었고,

또 경상도에서 왔던 민부군은 손가락에 부상을 입는 등 이렇게 사소한 부상을 입었는데

마을 사람들은 무려 수백 명이 여기서 집단 학살 당했습니다."

                                                                                          - 신영우 교수, 충북대 사학과

학살 당한 농민군들이 묻혔던 곳.

지금은 이렇게 논으로 변해 있다.

"여기가 비스듬한 언덕으로 되어 있었는데

주인이 포크레인으로 논을 만들다보니  뻘건 마사토가 나와야 하는데 시커먼 흙이 나와서

옛날 어른들한테 들은 소리가 있어 여기가 매장지가 아닌가 하며 사방을 밀어냈대요.

그런데 농사가 그렇게 잘 되더래요."

                                                                                 - 김중구, 보은군 보은읍 누청리 

"이 부근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 있었기 때문에 여기 한자리에 모은 것이죠.

그런데 집단 매장을 할 때 아직 죽지 않고 꿈틀거리는 사람들까지 같이 생매장 했다고 합니다."

                                                                                                                             - 신영우 교수

그것은 농민군과 일본군과의 전투가 아닌, 차라리 학살에 가까웠다.

토벌군 기록에 보면 전사자 이외 사망한 사람이 2,200여 명,

전투 외 상황으로 학살된 것이다.

숫적으로 훨씬 많은 동학군이 패전을 한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일본국회도서관.

이곳에는 그 단서를 보여주는 자료들이 있다.

당시 일본 신문에 실린 일본군(시마다 군조)의 편지 내용.

일본군 한 명이

동학군 이삼백 명을 상대한다고 되어있다.

"보이는대로 총살하고 있다.

 우리 일본군 한 사람이 이삼백 명의 적을 상대한다."

                                              - 시마다 군조, 도쿠시마니치니치신문(1895년 1월 9일) 

또 다른 신문에는

동학군의 모습이 그려져 있는데 화승총을 메고 약통을 차고 있다.

                                                                                             - 이륙신보(1894년 8월 11일)

일본 홋카이도 개척기념관. 

당시 일본군과 동학군의 무기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었다. 

동학군 토벌에 사용한 일본군의 무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일본군이 사용했던 무기는 두 종류. 

무라타 소총, 스나이더 소총이었다.

특히 스나이더 소총은 일본이 개발한 최신 소총이었다.

당시로써는 혁신적인 무기였다.

 

"이전의 총들은 총구 쪽으로 탄알을 넣었습니다만,

스나이더총은 손잡이를 통해 탄알을 넣었습니다.

손잡이를 올려 탄알을 넣고 다시 닫은 후 방아쇠를 당깁니다.

스나이더총은 손잡이를 통해서 탄알을 넣었기 때문에

단시간 내에 더 많이 쏠 수 있었습니다."

                                                                - 야마다 신이치 학예원, 홋카이도 개척기념관

이 소총으로 일본군은 1분에 열다섯살의 사격이 가능했다.

이에 비해 동학군의 화승총은 열악했다.

이마저 부족, 동학군은 대부분 죽창으로 무장했다.

무기에서 이미 동학군의 패배는 결정되어 있었던 것이다.

"당시 동학군 토벌에 종사했던 전담 부대외에

다른 부대까지 합치면 3천 내지는 4천 명 정도 되는데,

 3천 명의 일본군이라고 하더라도

최소한 75만 명에서 150만 명의 농민군을 제압할 수 있는 절대적인 전력의 우위에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전투가 벌어지는데 이건 당연히 전투라고 볼 수가 없죠.

 일방적인 학살에 가까운 전투가 9월 이후 내내 계속 되었다 볼 수 있습니다." 

                                                                                                                 - 박맹수 교수

하동의 고성산은 일명 고시랑산으로 불린다.

날씨가 흐린 날 죽은 동학농민군의 혼이 고시랑 고시랑거리는 소리가 들린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동학군은 옛날에 주문을 외웠습니다.

'지기금지 원위대강 시천주조화정 영세불망만사지' 21장입니다.

(至氣今至 願爲大降 侍天主造化定 永世不忘萬事知)

소리를 내어 외우기도 하고, 맘속으로 외우기도 했습니다.

그것이 고시랑 고시랑거리는 주문 소리 같다는 것입니다."

                                                                                           - 신만석, 사천시 곤양면

동학군의 패전은 오랫동안 상처로 남았다.

그 아픔이 농요 한자락으로 전한다.

"고성산성 소쩍새는 우리 님의 넋이런가

밤새도록 슬피 울어 이내 간장 다 녹인다.

고시랑 고시랑 고시랑당에 흐느껴 우는 우리 님아

왜놈 장수 목을 베어 그대 원수 갚아주마."

                                                               - 박갑대, 하동군 옥종면 대곡리

4.  일본군의 치밀한 전략, 전술, 

                          "동학군을 모조리 살육하라!~"

"동학농민혁명 이후 농민들 사이에서 불렸던 노래, 곡조에는 한이 서려 있고, 가사에는 비장감마저 도는 군요.

이처럼 전국 곳곳에서 치열한 교전을 벌였던 동학농민군과 일본군.

그야말로 전국이 피바다가 될 정도로 동학군의 피해는 엄청난 것이었습니다.  

 

1차 봉기 당시 동학군은 60만 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에 비해 일본군은 2천여 명,

조선 관군은 2천 8백여 명이었습니다.

60만 대 5천여 명, 엄청난 숫적 우세에도 불구하고 연전연패하고 맙니다.

왜 이렇게 동학군은 무기력하게 무너지고 말았을까요?

동학농민군의 무기는 일본군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했습니다.

또한 잘 훈련된 일본군에 비해 동학군은 그야말로 농민군이었습니다. 

이런 것들이 패배의 원인이 되었습니다만 더 중요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동학군과 일본군의 전투, 그것은 이른바 난을 진압하는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일본군은 나름대로 치밀한 전략과 전술을 들고 나왔습니다."

일본 도쿄.

일본군의 동학군 진압에 대한 비밀 문서 한 점이 발견되었다. 

일본의 군사 관련 문서가 보관된 방위청 방위연구소 도서관. 

<진중일지>는 청일전쟁시 조선에 주둔한 한 일본군 부대의 군사일지이다. 

일제는 동학당 정벌 기록과 함께

당시 동학당 토벌을 담당했던 일본군 부대 이름이 나왔다.

후비보병 제19대대 이들은 누구일까? 

"후비보병 제19대대라는 것은

3년간의 상비군 경험을 하고,

그후 4년간의 예비역을 경험을 한 다음에, 

다시 5년간의 군복무를 이행하는 보병을 말합니다.

그런데 후비보병 제19대대는 이미 일본 국내에서 전쟁을 경험한 자들이  대다수였습니다. 

더군다나 대대장과 중대장은, 당시 인천병창감이었던 이등유가

농민군 토벌에 적절한 자를 선정해달라고 하는 강한 요청에 의해 구성된 자들이었습니다."

                                                                                - 강효숙 박사, 일본근대사 전공 

일본 히로시마.

히로시마는 동학군 토벌 및 일본의 조선 침략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곳이다.

바로 이곳에 조선 침략의 본거지가  있다.

히로시마 대본영터.

건물은 사라지고 지금은 그 터만 남아있다. 

동학군 토벌의 모든 명령이 이곳에서 내려졌다.

"이곳은 1894년 9월 15일에 천황이 직접 와서

청.일전쟁의 작전을 짜고 수행하기 위한 대본영이 있던 자리입니다.

물론 천황 혼자서만 온 것이 아니라 대신, 작전 사령부, 의원, 관리들도 많이 왔습니다.

임시 제국회의도 열려, 다음해인 1895년 7월 27일까지 히로시마는 임시 수도의 역할을 하였습니다.

천황이 직접 한반도와 대륙침략 전쟁의 선두에 서겠다는 의지를 대내외에 표명했던 곳입니다."

                                                                                                     - 키쿠야마 마사미치, 역사교사

국사편찬위원회.

일본군의 구체적인 동학군 토벌에 관한 기록이 남아있다. 

원본은 사라지고 영인본으로 남아있는 주한일본공사관 기록. 

일본 토벌군의 작전 경로까지 자세히 남아있다. 

"후비보병 제19대대는 다음 세 개의 길로 나뉘어 진군한다."

                                                                                     - 1894년 11월 10일

일본군은 서로, 중로, 동로 등 세 갈래로 동학군을 진압해나갔다.

서로 - 수원, 천안, 공주, 전주, 영광, 장성, 남원

중로 - 용인, 죽산, 청주, 영동

동로 - 가흥, 충주, 문경, 낙동

"당시 러시아는 부동항을 구하기 위해서 각고의 노력을 하는 상황이었구요,

 일본은 그런 러시아를 상당히 민감하게 주시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만약에 동학군이 일본군의 탄압을 피해 러시아 북경 가까이 가게 되면

 필연적으로 러시아가 조선 문제에 관여를 하게 되죠.

 그런 것을 피하기 위해 일본군은 러시아를 배후에 둔 분진책을 쓸 수밖에 없었습니다."

                                                                                                                          - 강효숙 박사

동학군 토벌에 나선 일본군이 가장 경계한 것은

함경도 북쪽의 러시아군이었다.

이들은 러시아와의 마찰을 원하지 않았다.

"비도(匪徒, 동학농민군)를 동북쪽에서 서남쪽으로 즉 전라도 방향으로 내몬다.

 비도들이 함경도 러시아 국경에 가까이 도피하지 않도록 엄밀히 이를 예방한다."

                                                                                                                    - 주한일본공사관기록

따라서 일본군은 동학군을 한반도 서남쪽 세 갈래길로 몰아부쳤다.

이렇게 토기몰이 하듯 하는 일본군에게는 이미 특별 명령이 내려져 있었다.

"동학당에 대한 조치는 엄렬함을 요함.

 향후 모조리 살육해야한다."

                                    - 1894년 10월 27일 가와카미 병참총감으로부터의 전보

그것은 살육(殺戮) 명령이었다.

"일본군에 저항하는 동학농민군을 죽이라고 명령한 것이 아닙니다.

 한 사람도 빠짐없이 모조리 죽이라는 명령을 내린 것입니다.

 실제 일본군이 실행한 작전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본군대가 직접 동학농민군을 색출하고

 저항하든 저항하지 않든 동학농민군 모두를 살육했습니다.

 이는 실제로 <진중일지>에 실려 있는 토벌 방법입니다.

 결국 동학농민군인지의 여부를 전쟁터에서는 구별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일반 농민들의 많은 희생을 불렀습니다."

                                                                                                      - 이노우에 가쓰오 교수

이 살육 명령은 충실히 이행되었다.

일본군 기록은 그것을 자랑스럽게 남기고 있다.

"많은 동학당을 죽이는 방침을 취하고 있다.

 다소 살벌하지만, 훗날 다시 일어날 가능성을 제거하기 위해 명령에 따르고 있다."

아무런 증거도 없는 즉결 처분이 자행되었다.

"실제로 동학당이 잡히는 대로

 이를 죽여버렸다."

                                           - 동학당 정토기

무자비한 살육 토벌에 쫓겨 동학농민군은 서남해안으로 밀렸다.

일본군의 작전대로였다.

강진의 병영성은 당시 동학군의 위세를 보여준다.

당시 주요 병영 거점이었던 이곳이 동학군에 의해 함락당했다. 

일본군에 밀렸지만 동학군은 여전히 대규모 세력을 유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성은 병영성인데 전라남북도와 제주도를 관장하는 병마절도사가 있는 곳입니다.

 오늘날의 총사령부 역할을 했던 곳입니다.

 이 어마어마한 터를 동학농민혁명군에 의해 절단난 곳입니다." 

                                                                                           - 김동철 향토사학자

이제 동학농민군과 일본군은 마지막 대회전을 앞두고 있었다.

양측은 장흥으로 모여들었다.

3만여 동학군이 장흥 언덕에 진을 쳤다. 

그러나 일본군의 유인책에 걸리고 말았다.

"소규모의 부대로 와서 자극을 하니까 통솔자도 없이 대규모 농민군들이 밀고 내려간 겁니다.

그러자 관군의 소규모 부대가 후퇴하죠. 후퇴하면서 농민군들을 유인을 해 석대들로 끌어내립니다. 

그러자 매복해있던 관군, 경군, 지방 민보군, 그리고 일본군이 농민군을 섬멸을 하죠."

                                                                                                   - 김석중 작가, 향토사학자 

3만여 동학농민군들은 무너졌다.

일본군조차 시체가 산을 이루었다고 할만큼 동학군의 희생은 컸다.

이것이 동학군의 마지막 대규모 전투였다. 

5.  일본군의 동학농민군 진압!~

                         그러나 그것은 '양민 학살'이었다!~

"러시아를 피하기 위해

동학농민군을 진도, 장흥, 강진 등 한반도 서남해안으로 몰아갔던 일본군.

그것도 모자라 잔혹한 살육을 자행한 일본군.

일본군에 의해 동학농민군은 엄청난 피해를 당하고 맙니다. 

그리고 일본군은 이제 동학농민군 뿐만 아니라

동학군과 아무런 연관도 없는 일반 양민들도 살육하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그 방법은 잔혹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이것이 무엇인지 아시겠습니까?

짚으로 만든 것인데요,

얼핏 보면 비를 피하기 위해 만든 우장 같기도 하고,

벌통 위에 덮어두는 물건 같기도 한데요,

전라도에선 이것을 우지개라고 했습니다.

동학혁명 당시 이 우지개는 특별한 도구가 되었습니다.

바로 동학농민군을 학살하는 도구로 이용된 것입니다.

110여 년전 동학농민혁명 당시 일본군을 잔혹한 학살입니다."

잔혹한 학살은

동학군이 서남해안으로 쫓기는 과정에서 자행되었다.

"어르신들 말씀에 동학농민혁명 때 

 손을 뒤로 묶고 앉히어 머리에 우지개를 씌워 불을 질러 사람을 죽였다는 말을 들었죠.

 그런 말을 듣고 무서워서 이 길을 못 다니고 했던 적이 있습니다.

 말뚝을 박고, 그 말뚝에다가 손을 뒤로 묶고, 우지개를 머리에 씌워 불을 질러 사람을 죽였다는 거지." 

                                                                                                                              - 이영식, 강진군 강진읍 남포리

이런 화형은 곳곳에서 이뤄졌다.

장흥 벽사역터도 마찬가지다.

"잡아온 수백 명의 농민군을 처형한 곳이 바로 이곳입니다. 

 농민군들을 어떻게 죽였느냐 하면

 말뚝을 쭉 박고, 농민들 손을 뒤로 해서 말뚝에 묶고, 

 머리에 우지개를 씌우고 그 위에 들기름을 부어 밑에서 불을 피워 농민들을 죽였다고 합니다." 

                                                                                           - 김석중 향토사학자 

짚풀생활박물관.

동학농민군은 그들이 농사 지은 볏짚에 의해 처형당한 것이다.

 "그런데 의외로 이 짚풀이 불을 피우면 겉은 별로 불이 안붙고 검은데 화염이 속으로 들어가요.

 그래서 굉장히 온도가 높이 올라갑니다.

 그래서 충분히 사람을 살해할 수 있죠." 

                                                                                       - 인병선 관장, 짚풀생활사박물관

작두 역시 처형 도구였다.

독립기념관의 이 작두는 실제 사용되었던 것이다. 

충남 태안에 사창 마을에는 작두 처형과 관련된 연못이 하나 있다.

지금은 많이 메워진 들판에 작은 웅덩이, 이 지역에선 '목네미샘'이라 부른다.

동학농민 이후 붙여진 이름이다.

"동네에서 작두 빌려다가 거기다 목 넣고 밟았는데

징그러우니까 자기들이 안 하고,

농민군 넷 중에서 한 명에게 너는 살려줄테니 니가 밟아라 해서

셋을 죽이고 마지막 한 명도 이번엔 니 차례 하면서 집어넣고 잘랐대요.

그런데 어른들 말씀을 들으면 목을 작두에 넣고 밟으면 잘려서

살아있는 것처럼 머리가 탁탁 튀어 저기까지 목 넷이 빠졌대요.  

그래서 저 샘이 목이 넷 떨어졌다고 해서 목네미샘이예요." 

                                                                                   - 장인석, 태안군 이원면 사창3리

전투가 끝난 다음에도 일본군의 학살은 이어졌다.

태안의 토성산은 집단학살의 현장이다.

전투가 끝난 후 일본군은 동학군 색출에 나섰고 수많은 양민이 이곳으로 끌려왔다.

그리고 대량학살이 있었다.

"일본군과 관군이 합동작전으로 목 잘랐지.

그런데 여기서 죽은 사람은 목을 쳤으니 목과 몸뚱이는 각각 분리되었어.

그런데 목을 잘라서 죽창으로 푹 찔러서 효수(梟首) 그렇게 했어.

그리고 여러 사람 앞에서 너네들도 이따위 역적질하면 이렇게 된다 보였다지."

                                                                                        - 김영규, 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

태안에는 동학군 희생과 관련 귀중한 자료가 전한다.

지난 1965년 문영식(태안동학농민혁명유족회)의 선친이

일일히 동학농민군 후손을 찾아다니며 채록한 자료.

여전히 동학이 난으로 취급 당하던 때,

언젠가는 동학이 명예회복 되리라 믿으며 만든 것이다.

자료를 만든 이는 고 문원덕씨.

동학군 후손들이 사라지기 전에 생생한 증언을 채록하기 위해

직접 뛰어다니며 순도자 명단을 만들었다. 

죽음의 원인은 '전사'보다는

'총살' 등 처형이 훨씬 많다.

꼼꼼히 기록된 내용에는

'화형후 매장'당한 경우도 있으며,

'3형제의 생매장' 기록도 보인다.

전남 강진군 작천면.

강진에는 동학 당시의 기록도 전한다.

강진의 유생이었던 박기현 일기 <일사>.

동학에 가담하지 않은 사람의 관찰 기록이다. 

"매일 일기를 쓰셨습니다.

매일 일기를 쓰셨는데, 동학을 만나 국가의 어지러운 사태를 걱정하시며 자세한 내용을 기록을 하셨습니다." 

                                                                                                                       - 박병채, 박기현의 후손 

<일사>는 동학군 희생자가 천명을 넘는다고 적고 있다.

"토벌대가 내려온 후 동학도를 죽이지 않은 날이 없다.

 죽은 자가 천명을 헤아린다."

                                                                           - 일사, 1894년 12월 27일.

                                      <동학농민군 후손들의 증언> 

동학군 뿐만 아니라 가족들과 후손들까지 엄청난 희생을 당해야 했다.

전남 강진군 대구면에는 동학군 훈련장이 있었다.

동학군들은 이곳에서 기초 훈련을 받았다.

"훈련병 식사 문제를 비롯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자가 향교장이셨던 우리 고조부님 밖에 안계셔서

동학도들이 모셔다가 훈련부대장으로 추대하여 훈련을 했다고 들었습니다."

                                                                                                        - 조학동, 훈련부대장 조병걸의 후손

동학군 가족까지 피해를 당했다.

"저희 할아버지, 할머니하고 그분의 딸이 한분 계셨는데 

그 세사람을 새끼줄로 묶어 방안에 넣어두고 초가집에 관군이 불을 질러버렸습니다.

                                                                     - 윤재라, 강진 접주 윤세현의 후손

"저희 할아버지는 그 때 당시 세살이셨는데

부자간에 아버지는 참수형을 시켜서 원님 앞에 갖다두고

세 살 먹은 아이는 나무를 쌓아놓고 화형을 시키려고 하다가

원님이 보기에 세살 먹은 아이가 나중에 복수하면 안 되니 돌려보내라 해서 살아왔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 조학동, 훈련부대장 조병걸의 후손

전남 장흥군 부산면 용반리.

한 마을 전체가 피해를 당한 일도 적지 않았다.

동학 당시 용반리는 마을 전체가 불타 300가구 중 단 세 가구만 남았다.

마을에는 같은 날 제사를 지내는 집이 즐비했다.

"정월 14일 저녁이 열아홉집이었어요.

후손들이 다 뜨고 없죠.

정월 19일이 아홉집이구요.

또 섣달 스무아흐렛날 저녁이 열두집이어요."

                                                                 - 이연기

"우리 어무이가 시집을 오니 당숙모님들이 아홉분이셨는데

뒷산에 숨어계시다가 그 아홉분이 돌아가셨대요."

                                                                                      - 이동원

동학군은 죽어서도 제대로 대우받지 못했다.

"피해를 더 안 당하려고 일부러 제사날을 바꾸어 지내기도 했어요.

 동학으로 몰리면 삼족을 멸해버렸어요."

                                                                                   - 이동원

사망 날짜를 바꾼 것이다.

동학 때 죽은 게 아니라고 숨기기 위해 부인과 사망 날짜를 바꾸어 기록해두고 제사 지냈다.

동학군은 죽어서도 역적이었던 것이다.

        <전남 진도 솔게재 -  동학 때 처형된 85구의 시신이 버려진 곳이다.>

마침내 동학군은 바다 건너 진도로 쫓겨갔다.

일본군의 추격 또한 집요했다.

전남 진도군 진도읍

진도에서도 대규모 학살이 있었다.

진도 읍내에서 처형된 85구의 시신이 이곳 솔게재에 버려졌다.

시신들은 오랫동안 방치되었고, 일부는 나중에 수습되어 무연고자 무덤으로 남아있다.

지난 100년 동안 일본의 한 대학에 방치되었던 '동학당 수괴' 유골.

이 유골을 가져간 일본인은 1906년 진도의 수많은 유골 중에서  '수괴',

즉 동학군 지도자의 유골을 채집했다고 밝히고 있다.

유골은 진도의 동학 지도자 박종진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추정하기를 진도에서는 박종진가 바로 그 수괴라고 봅니다,

수집한 사람이 어떤 근거로 수괴로 봤는지 알 수 없지만

진도 동학 입장에서는 박종진 그분이 동학 지도자다 보고 있지요."

                                                                                                         - 김정호, 진도문화원장 

진도 조도면 창유리에는 박종진의 후손이 살고 있다. 

박종진의 집은 동학 때 불살라졌다.

"그 집은 불살라지고 지금은 후손이 4년전에 바로 그 터에 새로 지은 거예요.

역적으로 몰렸으니까 불살라졌죠.

                                                                            - 박웅식, 박중진 후손

집안은 풍비박산났다.

본명 박종순(鍾恂), 일명 박중진(仲辰).

돌아가신 것은 1894년,

족보엔 '종족 가산 피해 막심'이라 쓰여있다.

재산은 다 사라지고 후손들은 뿔뿔이 흩어져 행방을 알 수 없다.

일본군의 토벌에 의해 희생당하고

죽어서도 일본까지 끌려갔던 유골.

말없이 동학혁명의 아픔과 역사를 증언하고 있다.

"이 유골은 동학농민군 희생의 상징이 되고 있습니다.

동학혁명으로 희생된 농민은 적게는 5만에서 많게는 30만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무고한 양민을 포함한 숫자인데요, 그야말로 나라 전체가 초토화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무런 증거도 없이 동학군과 조선의 농민을 살육한 일본군의 만행, 그것은 학살이었습니다.

처음 봉기는 반봉건으로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나 일본의 개입으로 국제 문제가 되었고

그 희생은 고스란히 조선의 양민과 농민이 당해야 했습니다.

이 동학혁명 이후 일본은 제국주의 야욕을 드러내며

한국과 중국, 대만, 동남아시아 등에서 엄청난 양민 학살을 자행합니다.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구한말에서 일제강점기를 겪으면서

약 100만 명 이상이 일본에 의해 죽임을 당합니다.

바로 이 죽임의 역사가 동학에서부터 비롯되었던 것입니다.

우리에게는 미완의 혁명으로만 기억되는 동학농민혁명.

그 이면에는 일본에 의한 동아시아 최초의 양민 학살이라는

또 하나의 비극이 드리워져 있었던 것입니다."

- 고두심의 HD 역사스페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