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하는 이들은 거의 크던 작던 비닐하우스를 가지기를 바란다.
비닐하우스가 있으면 농사일이나 휴식을 하는 경우에 참 편하다.
특히 비가 내릴 적에는 더욱 편안함을 즐기며 농사일에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초보농군이 비닐하우스를 만드는 일에 나라의 지원을 받기가 어렵다.
지역단위농협가입, 농업경영체 등록 등의 여건을 갖추었다 하여도 마을에 지원되는 사업에서 지원을 받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농사면적, 농사기간, 거주기간 등의 조건들을 따지고 여러 지원사업의 우선순위를 따져 마을의 다른 농군들보다 선순위에 들어야하기 때문이다.
나같은 초보농군은 10년을 기다려도 지원받기가 어려울 것이기에 내 스스로 22평 규모(12M*6M)의 비닐하우스 짓기에 도전하였다.]
1, 주문한 자재가 배달되었다.
48mm파이프, 32mm파이프, 25mm파이프, 패드, 각종 연결구 부속 몇 자루.
농막 앞마당에 쌓인 자재(몇가지 공구 포함 모두 110만원)를 보니 좀 질려버린다.
혼자서 메고, 들고, 끌고 하며 공사하기 좋은 자리에 운반을 하는 데 두어 시간이 걸리고 손아귀와 피멍들은 어깻죽지가 아파온다.
땅에 박을 파이프는 미리 네 자 길이로 두 개씩 잘라서 놓았다.
해머로 내려치어 땅에 밖아 구멍을 내야하기 때문이다.
저녁 무렵에 비닐하우스 자리인 직사각형의 네 변의 길이와 각도가 정확하게 맞는지 말뚝 박아 표시하여놓은 줄을 다시 한 번 확인하였다.
저녁 후에 늦은 시간에도 공사시작을 어떻게 하여야 좋은지 이리저리 구상을 하고, 각종 연결구들을 어떻게 사용하고 조립을 하는지 생각해보고 만져보느라 잠을 못 잔다.
게다가 휴가내고 일 도와주기로 한 아들과 아들 친구가 자정이 넘어서야 도착을 하는 바람에 일찍 잘 수도 없었다.
2, 기둥 세우기와 도리 연결 (작업 1일차)
아침 6시 전에 깨어 공사장에 해머, 수평기, 사다리, 줄자 등을 가지고 나갔다.
말뚝을 박기 전에 빌어본다.
제발 땅속 50cm 까지는 흙 속에 큰 돌이 없기를...
남쪽 면 기둥 6개가 기분 좋게 박히고 기둥이 세워졌다. 클램프를 끼고, 사다리를 두 개 이용하여 낑낑대며 보를 얹고 보니 그럴 듯하다.
요놈들 내가 혼자 일하고 있는지 시간 반이 넘었는데도 아직도 누워들 잔다?
애들 깨우고 아침식사 간단히 하고 잠시 쉬면서, 애들은 땅에 구멍을 내라고 했다.
애들 둘이서 일하라하니 가관이다.
힘은 요령을 더하지 못하여 비실거리는 것과 같고, 진행은 제대로 되질 않고, 그런대로 진행된다 하면 삐뚤빼뚤하게 박고 있다.
마음에 들지 않아 좀 잔소리 해대고, 시범을 보이고, 그대로 따라하라고 이르고, 수시로 감독을 하며, 늙은이 직접 해머 질 하고,,, 무엇보다 수시로 안전이 최우선임을 주지시키고,,, 이래저래 애쓰다가 보니 기둥이 다 세워지고 ,,,셋이서 박수! 짝짝짝!!!
그러나 기둥이 일렬종대를 크게 벗어난 놈들이 꽤나 있다. 다시 빼고, 다시 박고, 돌에 걸리는 놈은 다시 삽질하고 돌 꺼내고 흙메우고 하니 애들 주둥이가 튀어나오기 시작한다.
까짓 비닐하우스 좀 삐뚜름하면 큰일 나나? 하는 표정들이다.
흠! 어림없는 소리!
땀 흘리고 대강(작업결과가 마음에 흡족하지 않지만, 애들이 어쨌건 서까래 올리는 데까지는 있어야하므로!) 맞추어 도리를 연결하려하니 수평이 맞지 않는다.
사다리 위에 올라서서 해머로 내리치며 수평을 맞추어가며 도리를 연결하니 날이 어두워진다.
3, 서까래 올리기(작업 2일차)
새벽부터 일어나 애들을 깨우나 놈들은 그냥 골아 떨어져 있다.
48*32클램프를 간격(12미터에 19개를 세움)에 맞추어 조립을 해나가니 한 시간 후에야 놈들이 눈을 부비고 나왔다.
32mm 파이프로 밴딩한 서까래(길이 8M,폭 6M)는 도저히 혼자 올릴 수 없다.
그 자체로 기둥 없이 밭에 서너 개 세워 비닐을 씌우면 취미농군용 비닐하우스로는 손색이 없을 만큼 크고 튼튼하다.
무게와 길이가 다루기에 불편하여 두 사람이 알루미늄 사다리 두개로 자리를 옮기면서 8자 높이의 도리 위에 조심스럽게 설치하여야한다.
일의 요령을 모르고 경험이 없는 애들 둘이 쩔쩔 매며 진땀을 뺀다.
다 세우고 다시 박수! 짝짝짝!!!
애들이 박수치고 나니 자기들 일이 끝 난줄 안다!
천만의 말씀!
서까래를 가로질러 25mm 파이프로 세줄(중앙, 좌측, 우측) 고정을 하여야한다.
일기예보는 오후부터 비가 내린다한다.
마음이 급하다.
비가 오면 작업은 공치게 되므로 애들은 집에 가고, 혼자는 서까래 고정을 못하니 낭패다!
올려놓은 서까래의 간격을 다시 일정하게 조정하는 작업을 미루고 파이프를 걸어 고정하는 작업부터 할 수 밖에 없다.
좌측과 우측의 25mm 파이프 고정은 그런대로 쉽게 끝냈다.
가운데(제일 꼭대기) 고정 작업은 쉽지 않다.
애들이 좌우측 조릿대 조립을 하는 동안 궁리를 해본다.
작업대 없이 짧은 사다리 두개를 이용하여 12M길이의 25mm 파이프를 5M가 넘는 높이에 올려 조릿대로 고정하는 작업을 하여야한다!
궁리 끝에 원시적인 크레인을 동원하기로 했다.
세군데(앞, 가운데, 뒤)로 나누어 나일론 줄을 서까래 위에 걸고 한 쪽을 파이프에 묶고 셋이서 각기 한 쪽 줄을 살살 끌어당긴다.
그래서 파이프가 서까래에 닿으면 줄을 기둥에 감아 단단하게 묶는다.
그리고 일자로 편 사다리를 올라가서 조릿대로 고정한다!
사다리를 일자로 펴서 ㅅ자 형태로 걸어 애들이 사다리를 잡게 하고 내가 살금살금 올라가 본다.
서까래 중앙에 조릿대 3개 조립에 성공!
사다리를 끝 편에 이동하여 같은 방식으로 조립하고, 가운데에서 또 고정!
6차례의 사다리 이동과 원숭이 곡예를 하여 작업을 마쳤다.
셋이서 또 박수! 짝짝짝!!!
서까래 올리는 일을 끝내고 점심을 먹고 나니 흐렸던 하늘에서 비가 내린다.
참! 다행이다!
중노동을 한 애들 덕분으로 혼자 할 수 없는 일을 무사히 끝내고 나니 마음이 풀어져서인지 팔다리가 욱신거린다.
애들이 집으로 돌아가고 난 후에 한적한 농막에 누워본다.
쏟아지는 비로 농막 옆 개울물소리가 더욱 커진다.
잠시 가물거리는 시간을 보내지만 잠은 안 온다.
우산을 쓰고 밖에 나가 조립된 비닐하우스 파이프를 빙 둘러가며 관찰해본다.
좀 거리를 두고 바라보니 엉망이다.
수직 수평이 어긋나있고 각 파이프의 간격이 일정하지 않아 모양이 좋지 않다.
그런 상태로 비닐을 씌우면 균형이 맞지 않고 약하니 좀 강한 비바람이나 폭설로 망가지기 딱 알맞은 수준이다.
몇 차례를 돌며 살피고 손 볼 곳을 표시해 놓는다.
비가 계속 내리니 슬슬 텃밭을 거닐어본다.
농사일이 뒷전이라 텃밭은 이미 텃밭이 아니다.
잡초가 점령하여 무슨 씨앗을 뿌렸는지도 모르는 곳도 있고, 크게 자란 감자는 주인이 북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으며, 상추는 정식해주기를 고대하고 있다.
마늘, 고추, 고구마, 토마토, 땅콩은 여러 번 내린 비 덕분으로 주인의 손길이 스치지 않았는데도 그런대로 상태가 좋다.
매실, 벚나무, 자두, 살구 등의 묘목을 심은 돌밭은 쑥이 이미 묘목을 덮을 기세이다.
비가 계속 내리니 빈대떡에 막걸리 생각이 난다.
마을에 사는 김씨를 불러 아랫마을 밥집에 가서 술잔을 기울이며 농촌이야기를 듣는다.
소주 각일 병으로 끝내고 농막으로 돌아온다.
추적추적 비는 내리고, 개울물 흐르며 떨어지는 소리는 끊임없이 귓전을 크게 맴돌며 지나간다.
아랫집은 할머니와 강아지도 떠나 빈집이고, 내려다보이는 마을엔 불 켜진 집이 하나도 없고 세상이 온통 까맣다.
목욕을 하고 스트레칭을 뻐근하게 하고 잠을 청해보지만 잠이 안 온다.
돌탑외등에 불을 켜고 밖으로 나오니 습한 밤공기에 둘러싸인 텃밭이 내 눈엔 무척 운치가 넘치게 보인다.
비닐하우스 파이프가 모두 드러나서 눈앞을 가린다.
22평짜리 작은 비닐하우스가 되겠지만 내 텃밭에선 거대한 공룡과 같은 물건이다.
오밤중인데도 수평수직이 맞지 않는 곳, 서까래의 간격, 비뚜름한 서까래 고정파이프 등이 이 자꾸 눈에 띈다.
이 물건을 내 텃밭의 작품으로 만들 생각에 오밤중에 한 시간이나 우산 쓰고 비닐하우스 둘레를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4, 파이프 조정하기(작업 3일차)
기둥파이프와 도리와 보는 수직과 수평을 잘 이루어야 튼튼할 것이고 모양도 좋을 것이니 작업을 한 후에 눈에 보인 결함을 수정하여야 한다.
일하기 전에 나중에 고치지 않게 하는 것이 일을 잘하는 것이지만 모든 일이 어디 마음먹은 대로 그리고 순서대로 되겠는가?
비가 계속 내려 아침시간 세 시간을 농땡이 쳤다.
비 그친 후에 기둥파이프를 빼내고 다시 박고, 사다리에 올라서서 쇠망치로 때로는 쇠파이프로 내려치고 옆으로 치며 기둥파이프와 서까래의 높이와 간격을 조정하니 세 시간이 후딱 지난다.
점심을 하고는 느긋하게 돌아본다.
허! 그래도 흠이 많다.
다시 또 해머로 내리치고, 망치로 두들기고, 쇠파이프를 휘두른다.
두어 시간 더 땀을 빼고 나니 모양이 그런대로 마음에 든다.
이럴 땐 시원한 맥주도 제격이라!
캔 맥주 시원하게 단숨에 마셔대니 어지럽다.
술 마시고 일하면 다치기 쉽다.
에라! 쉬자! 농막에 누워 편한 자세를 취해본다.
내가 뭐하는 거지?
“개판농사하며 비닐하우스는 뭐 하러 지나?
서커스 한다고 그렇게 높이 지냐?
ㅋㅋ 그렇게 높이 지어 뭘 기를 것이요?
그리 높으면 바람에 날아가요!
에구! 인부 좀 사서 쓰지,,. ㅉㅉ! 보약 값이 인부 값보다 더 들겠구먼!
송아지 기를 거유? 웬 기둥을 그리 높게 쓰나? 뭐하려 큰 파이프 기둥을 박는가?”
파이프 두드리는 소리가 궁금하여 텃밭에 올라 온 촌 동네 노인들의 기웃거림, 빈정거림, 나름대로의 충고들과 표정들이 스치고 지나간다.
한 시간여의 졸림이 지나자 다시금 목장갑을 낀다.
해머로 각 기둥파이프의 둘레를 쿵쿵 내려쳐서 흙을 다지며 움직임이 덜 하도록 고정을 시켰다. 운동하듯 일을 하니 할만은 한데 열댓 군데 기둥 옆을 다지자 땀이 뚝뚝 떨어진다.
일부러 마실 물을 공사장에 놔두질 않는다.
물 마실 때에는 농막으로 가서 마신다.
잠시 쉬기 위한 방편이다.
기둥을 다진 후에 기둥과 바닥이 흙 표면이 닿는 데에 25mm 파이프로 기둥 전체를 이어 둘러치고 조릿대를 걸었다.
흙이 내려앉거나 일부 기둥이 내려박혀 비닐하우스 전체의 수평이 기울지 않게 위해서다.
텃밭의 흙바닥이 어쩔지 모르겠으나 기울 조짐이 보이면 나중에 기둥과 같은 48mm 파이프로 바꾸어 보강을 할 생각이다.
# 왜 비닐하우스를 만드는가?
엉터리 자연 텃밭농사에 비닐멀칭도 하질 않는 내가 전문농부처럼 작물을 기르려고 비닐하우스를 만들 이유가 없다.
즉, 프로의 관점에서는 엉터리 농군이 비닐하우스를 만들어야 할 필요성 또한 없는 것이다.
나의 비닐하우스는 단순한 비닐하우스가 아니다.
물론 농사에 도움이 되는 비닐하우스의 용도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텃밭에 필요한 모종을 키우기도 할 것이며, 노지에서 잘 안 되는 온실용 토마토 같은 작물을 길러보기도 할 것이다.
고추를 거두는 철이면 빨간 고추를 집에 가져와 태양초를 만드느라고 쩔쩔 맬 것 없이 비닐하우스에서 쉽게 말릴 수도 있겠고, 콩이나 깨를 거두어 바닥에 흘려 없애지 않고 비닐하우스에서 말리며 털어 오롯한 수확의 기쁨도 맛보려한다.
그러한 직접적인 농사목적 이외에 몇 가지의 용도를 염두에 둔다.
일간, 헛간, 놀이 공간 등의 다목적용으로 사용할 물건이 된다.
텃밭에 집을 짓게 될 때에는 훌륭한 일간으로서의 역할을 할 것이고, 집을 짓고 나서 비닐하우스로 계속하여 쓰질 않을 경우 헛간으로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비닐하우스를 다 완성한 후에 시간이 좀 나고 발심이 생기면 비닐하우스 안의 한쪽 귀퉁이에 세평 정도의 흙집을 만들 것을 생각해본다.
그 흙집은 나 혼자 집짓기의 습작노릇을 할 것이며 단순한 온돌방으로 만들 것이다.
온돌방은 고추건조장으로 쓰일 것이며, 때때로 등과 허리가 아픈 사람이 텃밭에 올 때에는 뜨끈하게 등을 지지며 지낼 수 있도록 만들 예정이다.
여러 가지 이유로 벽의 높이가 8자가 넘는 비닐하우스를 짓는 것이다.
나중에 일간이나 헛간으로 쓸 경우 비닐하우스 기둥 몇 군데에 각목과 송판을 붙이면 튼튼하고 쓸 만한 훌륭한 작업장이 될 것이다.
그 경우 비닐하우스 서까래를 들어내서 키 낮은 비닐하우스를 만들 수도 있게 된다.
# 잘못된 생각과 시행착오 몇 가지
나중에 텃밭에 혼자서 집까지 짓겠다고 하는 나는 몇 가지 잘못을 범하였다.
비닐하우스 만드는 일을 너무 우습게 본 것이다.
지금 만드는 비닐하우스는 그 크기와 높이로 볼 때 내가 나중에 지을 집보다도 더 큰 것이니 당연히 집짓는 마음을 가져야하는데 작은 비닐하우스를 만드는 마음을 가졌으니 출발부터 잘못된 것이다.
너무 쉽게 생각을 하여 고생을 많이 하고, 실수한 것 몇 가지가 생긴 것이다.
가, 잘못된 점 몇 가지
* 비닐하우스 설치한 경험이 전혀 없이, 교육도 받지 않고 시작을 하였다
* 남이 만든 비닐하우스를 실제로 면밀하게 관찰도 하질 않았다
* 비닐하우스 부속의 종류와 쓰임새에 대한 공부가 부족했다
* 공구류는 충분했지만 혼자서 작업하는 데 필수적인 장비(큰 사다리. 작업대)가 부족했다
* 혼자 만든다면서 너무 큰 것을 만들었다
나, 실수 몇 가지
* 기둥 높이를 6~7자로 하여도 충분했는데 너무 높다
* 벽면 네 모서리의 처리를 엉터리로 하였다(서까래를 받치는 클램프와 기둥과 보와 도리를 이어주는 클램프를 어떻게 조립하여야 하는지도 모르고 그려진 크기대로만 기둥을 박는 바람에 어설픈 조립이 되었음. 파이프 설치를 하고 난 뒤에 수정 불가한 창피한 결과를 보임)
* 비닐하우스 설치 바닥을 수평으로 고르지 않고 눈대중으로 고르고 기둥을 박았다( 건물의 바닥 수평 고르기는 기본인데 이를 간과하여 기둥의 높이를 맞추는데 이중으로 작업하고 애를 먹었음. 구멍 만드는 파이프의 깊이 표시눈금이 제 역할을 못하는 우를 범함)
* 비닐하우스 바닥 표시 줄 외에 파이프로 정확한 바닥 직사각형을 조립한 후에 간격표시를 하고 그에 따라 기둥을 박아야 하는데, 애들 있을 때에 서까래까지 얹으려는 욕심에 급하게 기둥을 박아 매끄럽지 못한 결과를 초래하였다
(2007.5.23.)
5, 앞, 뒷면 상단 마무리(작업 4일차)
앞, 뒷면 상단이 크게 비어 적당히 마무리 되어야한다.
그래야 비닐이 찢기지 않고 튼튼하게 버텨줄 것이다.
또한 환풍기도 알맞게 달아 하우스안의 공기가 탁할 경우 적절히 배출되게 할 것이다.
(혹, 비닐하우스 안에서 요리를 할 경우도 있을 테니까)
그런데 혼자 작업을 하려니 궁리를 한없이 펼치게 된다.
안전하게 일하고 튼튼하게 마무리를 지어야 한다.
사다리를 일자로 펴도 꼭대기에 올라설 수가 없다.
사다리를 받쳐줄 지지대가 없기 때문이다.
궁리 끝에 지지대의 역할을 대신할 중간 파이프를 먼저 만들기로 하였다.
양쪽에 수직으로 32MM파이프로 서까래까지 연결하여 받치는 수직받침대를 걸고 원시 크레인을 이용하여 수평으로 가로질러 32mm 파이프를 고정시켰다.
그리고 일자로 펼친 사다리를 걸치니 혼자서 조심스럽게 꼭대기까지 올라가서 서까래 가운데를 받칠 수직받침대를 걸 수가 있었다.
혼자서 파이프를 절단하고, 사다리 걸고 올라가고, 파이프 올리고, 드릴로 뚫어 피스박아 고정하고,,,북치고, 장구치고, 쉬어가며, 세 시간을 보내니 앞뒷면 상단이 마무리 되었다.
상단 마무리 마치고 땀 닦으며 바라보니 모양도 좋아 흐뭇하다.
6, 피스 박기(작업 5일차)
수평수직을 조정한 후에 연결구 구멍에 쇠로된 나사못을 박았다.
파이프의 움직임을 줄이는 작업으로 이를 생략하면 바람이 강하게 불어 심한 충격이 있을 때에 파이프가 이탈하여 비닐하우스가 망가질 우려가 있다.
피스 끝부분이 드릴과 같아 별도의 드릴을 사용하지 않고 파이프를 뚫어 고정할 수가 있으나 강한 힘을 주어야하므로 갖고 있는 힘이 약한 드라이버로는 작업이 좀 어렵다.
그래서 먼저 가는 드릴비트로 파이프에 구멍을 내고 드라이버로 피스를 박았다.
사다리 옮겨가며 올라타고 세 시간을 구멍 내고 피스를 박으니 손목과 어깨가 뻐근하다.
7, 농막 차광시설과 비닐하우스 출입터널 설치
비닐하우스 설치작업 틈틈이 손쉽게 일할 수 있었다. 중노동에 이은 휴식의 방편으로 작업하기 알맞은 일이다.
비닐하우스 출입구 앞에 설치한 터널(2M*3M, 높이 2.5M)은 오이나 수세미가 장식을 하여 텃밭의 모양을 돋우게 될 것이다.
(2007.5.28.)
8. 패드 설치작업(작업 6일차)
비닐하우스 뼈대에 비닐을 튼튼하게 부착하기 위하여 패드를 설치하여야 한다.
비닐을 씌울 때에 비닐자락을 패드에 집어넣고 철사로 만든 줄을 패드 속에 밀어 넣으면 비닐이 팽팽하게 고정이 되므로, 비닐의 모양이 좋은 비닐하우스를 만들려면 패드를 간격을 맞추어 적절하게 설치하여야 한다.
패드 설치는 간격을 일정하게 맞추고 피스를 박아야 한다.
3.5mm 철공용 드릴비트 8개를 소모시켰다.
구멍 열 개 정도를 뚫고 나면 성능이 떨어지니 계속하여 기리를 바꾸어야 했다.
애 쓰고 작업한 후에야 보다 성능 좋은 코발트 철공기리가 있다는 것을 알고 사다 놓았다.
비닐을 고정하여야 할 역할을 수행할 패드를 설치하고, 남은 패드는 파이프의 간격이 커서 바람이 많이 불 때 비닐이 늘어질 염려가 있는 곳에 가로로 설치하여 비닐이 늘어지거나 찢어지지 않도록 보완을 하였다.
9. 말뚝고정 작업
모처럼 만드는 비닐하우스가 당초의 생각보다 높고, 5미터가 넘는 높이로 지어진 상태를 볼 때 비닐을 덮으면 바람의 영향이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되어 걱정이 된다.
30개의 비계파이프를 0.5미터 간격으로 땅에 박아 고정을 하였다하여도 안심을 할 수가 없다.
비닐하우스 안에 돼지꼬리같이 생긴 말뚝(나선철)을 16개를 박아 스틸와이어로 묶어 비닐하우스를 튼튼하게 고정하려고 한다.
10. 출입문 설치
출입문은 폭 1.3M, 높이 2M 로 주문하여 한 개만 달았다.
11. 남은 작업
비닐을 씌우기 전에 비닐이 찢어지지 않도록 좁은 비닐로 각이 진 모서리와 연결구 및 파이프가 튀어나온 곳을 감싸주는 작업을 했다.
제일 어려운 비닐 씌우기 작업이 남았다.
굳이 올해 비닐 씌우기 할 일이 아니라 작업이 여의치 않을 경우 내년 봄으로 미룰 생각이다.
(2007.6.11.)
12. 비닐 씌우기 1차(작업 7일차)
봄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어려워진다.
그러면 올해도 앙상한 뼈대만 드러낸 비닐하우스를 계속하여 텃밭에 놔두어야한다.
친구가 마침 텃밭에서 목욕실과 수도, 전기공사를 하느라 나보다도 오히려 텃밭에 있는 날이 많은지라 날씨를 보아가며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밤에 아내에게 날씨 좀 검색하라하니, 다음날인 금요일에 바람이 없고 날씨가 좋다는 예보를 전해온다.
친구에게 새벽부터 일을 거들어 달라고 긴급지원요청을 하고 잠자리에 든다.
새벽에 일어나보니 자동차유리에 서리가 뽀얗고 개수대에 들어있는 그릇의 물은 얼어있다.
날씨가 영하이니 일하러 나갈 엄두가 나질 않는다.
아침 먹고 차를 마시며 머뭇거리다가 밖으로 나갔다.
15미터짜리 노끈 4개, 테이프, 가위, 벤치, 철사절단기를 챙겨서 0.1미리 비닐(폭 9미터, 길이 25미터)과 함께 비닐하우스로 옮기니 7시 반이 지난다.
친구가 때마침 나와서 작업을 시작한다.
비닐을 꺼내 펼치니 좀 걱정이 된다.
어쨌든 비닐을 펼치고 서쪽 벽 패드에 네 군대에 비닐 끝을 임시로 패드철사를 끼워 고정을 시킨 다음 반대편 비닐 가장자리 네 곳에 노끈을 비닐테이프로 고정을 시켰다.
그리고는 노끈 끝에 작은 돌을 달아서 비닐하우스 지붕을 넘겨 던진 다음 친구와 둘이 동쪽으로 던져진 노끈을 살살 당겼다.
남쪽에서 당기고, 북쪽 가서 당기고, 몇 차례를 당기고 묶는 고생을 하는데 급기야 일이 터졌다.
살살 불어오는 서풍을 맞아 지붕 위 반쪽에 걸친 비닐이 꼼짝을 하지 않고 버틴다.
바람이 잘 때를 기다려 다시 조심스레 줄을 당기니 비닐이 지붕의 제일 꼭대기를 좀 넘고는 또 꼼짝 안한다.
난감하다.
바람이 또 세게 불면 어쩌나?
걱정만 할 때가 아니다.
에라! 할 수 없다.
올라가서 해결을 해야지!
남쪽으로 서까래를 타고 올라가서 남쪽으로 축 늘어진 비닐을 살살 들어올리고, 친구는 줄을 살살 당기고, 북쪽으로 올라가서 마찬가지로 살살 끌어당기고, 중간으로 가서 비닐을 잡아당기고, 친구는 줄을 고정하고, 비닐하우스 서까래파이프를 타고 이리저리 위험을 무릅쓴 곡예 하고나서야 비닐이 지붕을 완전히 덥혔다.
지붕을 올린 후에 먼저 동쪽 벽 패드에 비닐을 고정시켰다.
패드철사를 조심스레 끼우는데도 이따금 철사의 탄력에 의하여 비닐이 찢겨진다.
패드용 보조비닐을 대고 천천히 꼼꼼하게 끼우려다 작업시간이 많이 더디어질까보아 그만두었다.
동쪽을 고정한 다음에 서쪽에 임시로 고정한 패드철사를 빼고 비닐 끝자락을 당기면서 패드철사를 패드에 집어넣으며 고정하였다.
모양이 그럴 듯하다.
두 시간을 노심초사하며 작업한 결과이다.
바람이 세지 않아 다행스럽게 탈 없이 지붕을 덮은 것이다.
한결 여유로운 마음에 잠시 차를 마시며 쉬는 호사를 누려본다.
양쪽(동서), 그리고 앞뒤(남북) 벽의 상단 패드철사 고정작업을 마치고 앞뒤의 아랫부분 비닐 고정작업을 한 뒤에 48미리 고정구(양쪽 벽면의 개폐비닐보호를 위한 고리) 설치작업을 하니 벌써 해지기 직전이다.
(2008.3,29)
다음날 하루 종일 봄비가 땅을 적시며 내렸다.
온 대지를 적시며 포근한 봄을 준비하니 마늘밭의 마늘이 모두 고개를 쳐들고 본격적으로 자랄 태세를 갖추었고, 세 평되는 딸기밭도 자라나는 새 잎으로 활기를 돋우고 있으며, 부추와 달래도 새 잎을 내밀고 있다.
비에 푹 젖은 매실 40여주와 벚나무 50여주도 꽃망울을 조그맣게 만들어가고 있어 조만간 텃밭은 꽃동산이 될 것 같다.
줄기차게 내리는 봄비로 텃밭은 생기를 더 한층 발산하고 있다.
허나 비닐하우스작업은 어쩔 수없이 더 진행이 되질 못하니 좀 갑갑하다.
그냥 맥없이 쉴 수만은 없어서 비닐하우스 안의 잡초들을 정리하고 남쪽 끝 부분에 밭을 만들었다.
상추, 쑥갓, 대파를 파종하니 입이 절로 벌어진다.
비 오는 중에 비 맞지 않고 밭일을 하다니 얼마나 기분 좋은 일인가?
봄비를 즐기며, 아마농군에게는 거대한 비닐하우스의 멋을 즐기며 비닐하우스 안을 거닐어본다.
차도 일부러 농막에서 마시지 않고 비닐하우스 안에서 마시며 콧노래를 불러본다.
그냥 작업을 중단하기가 아쉬워 출입문에 비닐을 고정하고, 앞뒤의 비닐 아래 부분을 흙으로 덮었다.
취미농군의 비닐 씌우는 실력이 부족하여 비닐이 팽팽하게 쳐지지를 않고 주름투성이이다. 그래도 마냥 잘생긴 녀석으로 보인다.
비닐하우스 앞뒤의 벽면을 지붕에서부터 한 번에 내려서 고정을 하려다가 주름살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여 결국은 벽 상단부분을 잘랐다.
처음부터 예상을 하고 길이에 맞추어 잘라 지붕을 씌웠다면 지붕에서 곡예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경험과 실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더구나 혼자의 힘으로 작업을 하겠다는 고집이 고생을 자초했다.
다음 주에야 비닐하우스 비닐 씌우기 작업이 끝날 것이다.
치마비닐을 아래쪽에 두르고 개폐비닐을 설치하는 작업을 한 뒤에 남쪽 상단에 환풍기 두 대를 설치하면 취미농군의 멋진 비닐하우스는 완성이 되는 것이다.
(2008.3,30)
13. 비닐 씌우기 2차(작업 8일차)
지난주에 비닐하우스의 비닐을 지붕과 벽의 일부를 끝내고 마무리를 못한지라 마음이 가볍지를 못하였었다.
더구나 비가 내리고 바람이 세게 불고 있다는 텃밭에 간 친구의 전화를 받고는 불안하기까지 하였다.
그러나 며칠 만에 가 본 텃밭의 비닐하우스는 여전히 크고 당당하게 서있다.
아무렴! 내 얼마나 튼튼하게 만든 것인데!
다음날 아침 일찍이 서두러 치마비닐을 치려고 했는데 또 착오가 있다.
치마비닐의 길이가 두 자인데 패드에 걸려고 하니 땅에 닿고 흙에 묻히는 부분이 너무 적어 힘을 받지를 못한다. 할 수 없이 한 시간 넘게 패드를 반 자 정도 아래로 다시 설치하고 치마를 두르니 그럴 듯하다.
다음엔 개폐비닐을 고정하는 작업이다.
길이가 2 미터뿐이 안 되어 쉽게 패드에 걸린다.
혼자 하는 작업이라 비닐이 팽팽하게 치기가 힘들지만 뭐 그런대로 쓸 만하다.
쭈글쭈글한 옷 좀 입혔다고 주인에게 무어라 할 비닐하우스가 아니라 작업속도를 좀 빨리하여 동서 양쪽의 비닐을 걸고 개폐기를 달았다.
개폐비닐을 내리고 문을 닫으니 바로 온도가 상승하고 느긋하게 비닐하우스의 천장을 쳐다보는 주인의 얼굴에 땀을 흐르게 만든다.
양쪽 개폐비닐을 활짝 올리니 시원한 바람이 통풍이 되며 열기를 금방 식힌다.
만족스런 웃음이 만개한다.
충분한 휴식을 갖고는 비닐하우스 안에서 어슬렁거리며 무얼 심고 가꿀지를 생각하다가 이내 남쪽 윗부분에 환풍기 설치를 시작한다.
이 놈 또한 쉽사리 되지를 않는다.
인터넷에서 검색한 환풍기의 설치구멍 크기로 패드를 조립했는데 실물의 크기가 좀 작다. 할 수 없이 패드를 추가로 손 보고 자동덮개를 부착한 환풍기를 끼워놓고 피스로 고정을 하였다.
환풍기가 작아도 유압식이라 꽤나 무거워 안심이 되지를 않아 끈으로 고정을 더 하였다.
두 시간에 걸친 사다리를 타고 오르내리는 서커스를 한 뒤에 옷 입히기를 일년간 미루어오던 일간겸용 비닐하우스는 드디어 완성이 되었다.
그리고 밤에도 비닐하우스에 드나들 생각에 전등도 달았다.
텃밭이 있는 동네에서 제일 높은 비닐하우스가 그것도 마을에서 제일 높은 산 아래쪽에서 당당한 모습을 뽐내고 있다.
텃밭의 재산목록 제1호인 농막에 이어 제2호의 재산으로 등재된 기쁨을 누린다.
(2008.4.11.)
첫댓글 2008년이면 비닐을 pe면 3년에한번 po면 5 년에 한번 그러면 po로 보고 3번은 교체 해야되는데 많이 애드셨습니다 하우스 막상 짓고나면 아무것도 아닌데 시작하면 어렵습니다 정말 수고 하였습니다
비닐하우스 짓고나서 7년간 텃밭을 비웠지요. 2017년에 0.15T비닐로 교체하고 차광망을 씌웠고, 작년에 차광망을 덧씌웠습니다.
지금은 비닐하우스를 작업장, 건조장, 쉼터로 활용하고 있지요.
말씀대로 유지관리하기도 노력을 요하는군요.
상상도 못 하겠습니다 ㅎ
ㅎㅎ 무식하면 용감하다고하지요. 용감하면 일 벌이고, 그러면 뭔가 되더군요.헌데,땀은 좀 흘려야되더군요.
혼자서 참으로 대단하십니다.
비닐하우스를 너무 높게, 크게 지으신 듯 합니다.
기둥없이 그냥 파이프만 가지고 지어도 충분한데요.
미련해서그래유~~~. ㅋ
작업공방, 건조장, 쉼터로 변신중이랍니다.ㅎㅎ 앞으로 할 일이 많아유~~.
난공사를 하셨네요.
저는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겁니다.
환갑이전이니 기운 좀 쓸 시절 이야깁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