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놀이터를 주차장으로 사용하기 위해 관할관청의 허가 없이 대표회의 의결만으로 놀이시설물을 철거한 관리소장과 입주자대표회장에게 법원이 각각 유죄와 무죄라는 상반된 판단을 내렸다.
대전지방법원 형사6단독(판사 김진선)은 지난 10일 관할관청 허가 없이 어린이놀이터의 놀이시설물을 철거한 혐의로 기소된 대전시 대덕구 Y아파트 전(前) 관리소장 P씨와 입주자대표회장 J씨에 대한 주택법 위반 선고심에서 “피고인 P씨에게 벌금 50만원의 선고를 유예하고, 피고인 J씨는 무죄”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 아파트 관리소장이었던 피고인 P씨는 관할관청의 허가나 신고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지난해 8월 입주자대표회의 회의시 어린이놀이터를 철거하고, 이를 주차장 용도로 사용키로 한 의결에 따라 같은 해 9월 놀이터 441㎡ 내에 설치돼 있던 복리시설인 미끄럼틀, 그네, 시소, 원통형 철봉, 평행봉, 벤치 등 시설물 일체를 임의로 철거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피고인 P씨의 이같은 행위는 주택법 제42조 제2항 제3호와 제98조 제6호에 해당되므로 피고인에게 벌금 50만원을 선고한다.”며 “다만 피고인이 초범이고 반성하는 점, 피고인이 소장으로 부임한 지 일주일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사건이 발생한 점, 비록 허가나 신고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않았으나 입주민 동의 및 대표회의 의결에 따른 것이고 아파트 공익을 위해 일한 점, 입주민들이 피고인의 선처를 탄원하고 있는 점, 피고인이 현재 관리소장직에서 퇴임한 점 등을 참작해 피고인 P씨에 대한 이 형의 선고를 유예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J씨의 혐의에 대해 “주택법 제2조 제12호에서 주택법상 ‘입주자’는 주택을 공급받는 자나 소유자 또는 소유자와 그 소유자를 대리하는 배우자 및 직계존비속으로, 같은 조 제13조에서 ‘사용자’는 주택을 임차해 사용하는 자로 각각 정의하고 있으므로 입주자대표회의가 입주자 또는 사용자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한 “주택법상 관리주체는 대표회의가 구성한 자치관리기구나 주택관리업자를 의미하므로, 대표회의는 관리주체의 범위에도 포함되지 않는다.”며 “주택법 제42조 제1항 및 제2항의 입주자·사용자·관리주체는 공동주택을 파손 또는 훼손하거나 시설 전부·일부를 철거하는 행위 등을 할 경우 시장·군수·구청장의 허가를 받거나 신고해야 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 범죄의 주체가 될 수 있는 대상에 대표회의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피고인 J씨가 대표회장으로서 지난해 8월 진행된 대표회의 회의시 놀이터를 철거하고, 이를 주차장 용도로 사용키로 의결한 사실, 피고인 J씨가 P씨로 하여금 놀이터를 철거토록 지시한 사실, P씨가 놀이터 시설물 일체를 임의로 철거한 사실 등을 인정할 수 있다.”며 “하지만 피고인 J씨가 P씨에게 관할관청의 허가 또는 신고 없이 이 놀이터 시설물을 철거토록 지시했다고 볼 증거가 없고, J씨가 P씨와 공모했음을 인정할 증거도 없어 피고인 J씨에게 무죄를 선고한다.”고 판시했다.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지난해 8월 회의를 열어 단지 내 놀이터를 철거해 주차장 용도로 사용키로 의결한 후 대표회장 J씨는 당시 관리소장이었던 P씨에게 놀이터 시설물을 철거토록 지시했다.
P씨는 대표회의 의결과 대표회장 지시에 따라 같은 해 9월 미끄럼틀, 그네, 시소 등의 놀이터 시설물 전부를 철거했다.
이에 P씨와 J씨는 관할관청의 허가 없이 아파트 복리시설인 놀이시설을 철거한 혐의로 기소돼 이같은 판결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