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aum
  • |
  • 카페
  • |
  • 테이블
  • |
  • 메일
  • |
  • 카페앱 설치
 
카페정보
여울의힐링힐링
카페 가입하기
 
 
 
 

회원 알림

 

회원 알림

다음
 
  • 방문
  • 가입
    1. A9쌍칼
    2. 현짱v
    3. 꽃사슴b
    4. 봉봉3
    5. 마리아제이b
    1. 박봄2
    2. 은진
    3. 한살아d
    4. 잘달려1
    5. 곰팅이1
 
카페 게시글
검색이 허용된 게시물입니다.
시의 해설(감상) 스크랩 아지매는 할매 되고-염매시장 아지매/ 허홍구
여울 추천 0 조회 68 16.08.26 13:00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아지매는 할매 되고-염매시장 아지매/ 허홍구

 

 

염매시장 단골술집에서

입담 좋은 선배와 술을 마실 때였다

 

막걸리 한 주전자 더 시키면 안주 떨어지고

안주 하나 더 시키면 술 떨어지고

이것저것 다 시키다보면 돈 떨어질 테고

그래서 얼굴이 곰보인 주모에게 선배가 수작을 부린다

“아지매, 아지매 서비스 안주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주모가 뭐 그냥 주모가 되었겠는가

묵 한 사발하고 김치 깍두기를 놓으면서 하는 말

“안주 안 주고 잡아먹히는 게 더 낫지만

나 같은 사람을 잡아 먹을라카는 그게 고마워서

오늘 술값은 안 받아도 좋다” 하고 얼굴을 붉혔다

 

십수 년이 지난 후 다시 그 집을 찾았다

아줌마 집은 할매집으로 바뀌었고

우린 그때의 농담을 다시 늘어놓았다

아지매는 할매 되어 안타깝다는 듯이

“지랄한다 묵을라면 진작 묵지”



- 시집 사람에 취하여(시선사, 2009)

...................................................................

 

  시인이 살아오면서 이런 저런 인연과 기회로 만난 사람들을 한 사람 한 사람 실명으로 불러내 인물 스케치하여 묶어낸 시집에 실린 시다. 하지만 염매시장 그 아지매만큼은 구태여 실명을 들추어낼 이유도 없겠고 필요치도 않았을 것이다. 염매시장은 대구 반월당 주변에 위치한 도심 속 재래시장이다. 시에서의 배경인 염매시장 단골술집이 어디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내게도 염매시장 하면 생각나는 술집이 하나 있다. 가끔 서울서 내려오면 친구들과 어울렸던 곳인데 70년대 말 유신시절부터 지금까지 밥도 팔고 술도 팔면서 대구 민주화 운동의 역사와 함께한 곡주사’란 식당이다.


  젊은 지성들이 시대의 울분을 토하고 저항으로 몸부림쳤던 장소였다. 그래서 '곡주사(哭呪士)''통곡()을 하며 유신을 저주()하던 선비()'들이 모여 밤새워 막걸리를 마셔대던 곳이었다. 덕산 빌딩 뒤 행복식당과 더불어 옛 명성을 이어가며 지금껏 숨결을 간직해온 대폿집이다. 행복식당이 야당인사나 교수, 기자, 시인을 비롯한 문화예술인들이 즐겨 찾던 곳이라면, 곡주사는 운동권 대학생들의 공간이었다. 젊은 혈기는 아니지만 요즘 문득 문득 그 곡주사에서 다시 '곡주'하고 싶어질 때가 있다. 이곳은 처음 성주식당이란 상호로 개업하여 훗날 할매식당이란 이름도 썼다. 지금도 할매가 지키고 있지만 예전의 그 할매는 아니다.


  장소와 사람은 다를지라도 시인의 탁월한 해학이 그 아지매들을 단박에 호명케 한다. 일상의 언어로 생생하게 표현한 사건추억풍경이 구수하게 어우러져 정겹기 그지없다. 고은 시인의 만인보도 있으나 허홍구 시인의 인물시에는 사람에게 가까이 다가가지 않고는 얻을 수 없는 관찰 기록과 특유의 유머가 담겨있다. 사람냄새와 리얼리티가 그의 인물시의 가장 큰 매력이다. 킥킥거리며 시를 읽다보면 시에 등장하는 염매시장 아지매의 넉넉한 품성과 척척 받아넘기는 재치, 그리고 시인의 여유와 질펀한 익살에 스르르 빠져든다.


  하긴 그렇게 장단이 맞지 않으면 빚어질 수 없는 시다. 마침 시인의 친구인 권천학 시인이 쓴 허홍구를 말한다란 시가 있어 부분을 소개한다. 참고로 권천학은 에릭 크립톤과 동갑내기인 여자 사람 친구이다. “비가 쏟아지는 날 천둥번개가 치면/ 지은 죄업 때문에 문 밖 출입을 삼가 한다는 남자/ 저놈 잡아라하고 찾아올 여자들 때문에/ TV에는 절대로 출연을 못한다며 너스레를 떠는 남자/ 가슴이 펄펄 끓어서 찬물만 마신다하고/ 속이 달아 설탕을 먹지 않는다 하고/ 단물만 빨아먹고 뱉는 것이 싫어/ 껌을 씹지 않는다는 사람/ 목욕할 때와 바람피울 때는/ 전화를 못 받는다며 예고하는 싱거운 사람/ 바람둥이라는 소문이 있는데도/ 그의 애인이 누구인지는 도무지 알 수가 없고/ 끊임없이 호감을 갖게 하는 중년남자/ 머리가 많이 빠지고 술을 좋아하는 시인/ 그의 선한 눈빛에/ 수많은 여자들이 빠져 죽었다


  이런 분위기에 응수한 허홍구 시인의 늑대야 늑대야란 시도 있다. “남자는 모두 도둑놈, 늑대라며/ 늘 경계를 하던 동창생 권여사로부터/ 느닷없이 소주 한잔 하자는 전화가 왔다/ "어이 권여사 이젠 늑대가 안 무섭다 이거지"/ "흥 이빨빠진 늑대는 이미 늑대가 아니라던데"/ "누가 이빨이 빠져 아직 나는 늑대야"/ "늑대라 해도 이젠 무섭지 않아, 나는 이제 먹이감이 되지 못하거든"// 이제는 더 이상 먹이감이 되지 못해/ 늑대가 무섭지 않다는 권여사와/ 아직도 늑대라며 큰소리치던 내가/ 늦은 밤까지 거나하게 취했지만/ 우리 아무런 사고 없이 헤어졌다// 그날 권여사를 그냥 집으로 돌려보낸 것이/ 두고두고 후회가 되었다/ - 나는 아직도 늑대가 분명하다


권순진



Just A Little Smile - Bandari





 
다음검색
댓글
최신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