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사면 하나를 기부합니다(One for One)’는 탐스(TOMS) 슈즈의 알려진 슬로건이다. 이른바 ‘원 포 원’ 기부는 소비자가 신발 한 켤레를 구입하면 한 켤레를 아프리카 어린이에게 기부하는 것인데, 사회의 공익적 이슈를 기업의 마케팅과 연관시켜 ‘착한 소비’를 이끌었다. 탐스 슈즈는 창립 초기인 2006년에 고작 200켤레의 신발을 기부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으나,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이 이 아이디어에 동참하면서 2014년 말 목표치를 훨씬 뛰어넘는 3,500만 켤레의 신발을 기부할 수 있었다.
탐스의 슬로건 'One for One' ⓒsavrae/flickr
대의명분을 뜻하는 ‘코즈(cause)’와 ‘마케팅(marketing)’이 합쳐진 코즈 마케팅을 통해서, 기업은 사회적으로 착한 기업이란 이미지를 얻고, 소비자는 구매를 통해 기부에 동참할 수 있어, ‘대의 마케팅’이라고도 불린다. 탐스 슈즈 외에도 안경 하나를 사면 하나를 제3국 빈민구제 단체에 기부하는 워비 파커(Warby Parker), 속옷 하나를 사면 하나를 불우이웃에 기부하는 킷츠(Kitts) 등 사람들의 책임감과 기부 욕구를 끌어올리는 코즈 마케팅은 기부와 기업의 수익 측면에서 모두 성공적인 결과를 도출해냈다. 이러한 분위기에 힘입어 코즈 마케팅은 이제 상품 외에도 다양한 분야로 확산되고 있는데, 최근 밴쿠버에서 새롭게 떠오른, 세계 다양한 음식 문화를 맛볼 수 있는 ‘밀셰어(Mealshare)’도 눈여겨볼 만하다.
2012년 여름, 빅토리아 대학교(University of Victoria) 비즈니스 프로그램을 수강하던 사촌지간인 앤드루 홀(Andrew Hall)과 제러미 브라이언츠(Jeremy Bryants)는 착한 아이디어를 하나 떠올렸다. 듀얼 레스토랑에 대한 구상이었다.
유리벽으로 레스토랑을 반으로 나눠서 한 쪽에는 일반 손님, 다른 한 쪽에는 노숙자를 위한 공간을 만든다. 그리고 레스토랑의 일반 손님이 식사 메뉴를 주문할 때마다 노숙자들에게 한 끼 식사가 제공되는 것이다. 듀얼 레스토랑의 목적은 자신이 주문한 식사가 현장에서 누군가에게 바로 기부되는 것을 기부자가 직접 눈으로 볼 수 있게 한다는 것이었다. 앤드루의 친구 데릭 주노(Derek Juno)도 이들의 심플하지만 영향력 있는 원 포 원 아이디어에 감명을 받아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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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셰어의 창업자 제러미 브라이언츠, 앤드루 홀, 데릭 주노와 밀셰어 로고. <출처: 밀셰어 홈페이지> |
이들은 대학교에서 비즈니스 과정을 수료했다고 해서 반드시 성공적인 레스토랑 사업가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따라서 직접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대신 기존의 레스토랑들과 제휴를 맺어 자선 단체와 레스토랑 사이의 중개인(middleman)이 되기로 했다. 이렇게 2013년 비영리 밀셰어 단체가 설립됐다.
밀셰어는 이름에서 드러나듯 식사(meal)를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share) 것을 의미한다. 밀셰어를 통한 소비자와 기업의 기부 참여 방법은 간단하다. 밀셰어 홈페이지(www.mealshare.ca)에서 밀셰어와 제휴한 레스토랑 목록을 확인한 뒤, 해당 레스토랑에 가서 밀셰어 로고가 그려진 메뉴를 주문하면 된다. 레스토랑에서는 밀셰어에 포함시킬 특정 메뉴를 정하고 해당 메뉴가 판매될 때마다 1달러씩을 기부한다. 기부금의 70%는 불우이웃을 위한 식재료 구매 및 요리에 쓰이고, 나머지 30%는 밀셰어 단체 운영에 사용된다.
밀셰어 이용 방법을 설명한 그림. <출처: 밀셰어 홈페이지>
밀셰어를 설립한 후 이들이 가장 먼저 한 일은 하이엔드 체인 레스토랑에 접촉을 시도한 것이었다. 명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들 고급 레스토랑들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CSR)을 통한 장기적 브랜드 가치 창출에 대한 효과를 높이 평가했다. 밀셰어 프로그램에 고급 레스토랑이 하나 둘 참여하기 시작하면서, 다른 레스토랑들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2013년 캐나다의 에드먼턴(Edmonton) 지역에서 4개의 제휴 레스토랑과 함께 시작한 밀셰어 프로그램은 이제 밴쿠버, 토론토, 캘거리 등 캐나다 주요 대도시 지역에 위치한 80여 개의 레스토랑으로 퍼져나가 해당 레스토랑 메뉴판에서 그 로고를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2015년 말까지 ‘100여 개의 신규 레스토랑 추가 유치’라는 목표도 쉽게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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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먼턴 소재의 밀셰어 제휴 레스토랑 'Original Joe's' ⓒBill Burris/flickr |
메디나(Medina) 레스토랑 메뉴에 있는 밀셰어 로고. <출처: 밴쿠버 무역관>
2015년 8월 현재까지 밀셰어가 기부한 식사는 총 33만여 끼에 달한다. 이 프로그램이 이렇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밀셰어의 창업자들은 과정의 심플함을 첫 번째 요소로 꼽았다. 레스토랑들은 별다른 광고 없이 밀셰어 로고만 메뉴에 추가하면 되고, 식당을 찾는 고객들도 별도의 추가 금액을 내거나 기부에 대한 장황한 설명을 들을 필요 없이 예전처럼 편안하게 식사를 하면서 기부할 수 있는 것이다. ‘나의 외식으로 인해 불우이웃이 한 끼의 식사를 해결하게 된다’는 대의명분으로 고객도 외식과 기부 모두를 즐겁게 할 수 있게 되었다.
이 밖에도 밀셰어는 소비자들의 적극적인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페이스북과 트위터 같은 소셜미디어와 홈페이지를 통해 소비자들의 궁금증에 성실하게 답하는 등 단체의 활동에 대해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이러한 소셜미디어활동은 제휴한 레스토랑에 밀셰어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 정도를 알리는 데도움이 된다.
또한 기부 과정의 투명성을 위해 밀셰어는 정기적으로 자선단체에서 발행한 기부증명서(Giving Certificate)를 제휴를 맺은 레스토랑에 제공함으로써 신뢰를 쌓고 있다. 밀셰어 프로그램에 참여 중인 토론토 지역의 한 레스토랑 요리사는 고객에게, “손님이 주문하신 샐러드는 저희 식당에서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메뉴입니다. 방금 손님께서는 불우한 이웃에게 한 끼의 식사를 대접하셨습니다”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서 기쁘다고 말했다.
밀셰어 제휴 레스토랑. <출처: 밀셰어 홈페이지>
밀셰어는 불우이웃뿐 아니라 제휴 레스토랑에 대한 지지도 잊지 않는다. 다양한 홍보를 통해 해당 레스토랑이 지역사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사회활동에 동참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레스토랑 입장에서는 한 끼당 1달러라는 적은 비용으로 공익을 실천하면서 사회적으로 착한 기업이라는 이미지까지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중요시하고 이를 잘 수행하는 기업에 더욱 호감을 갖는 캐나다인들에게 밀셰어 참여는 특별한 의미가 될 수 있다.
밀셰어는 ‘누구에게나 먹을 권리가 있다’는 신념 아래 시작해, 식사 기부를 실천하고 있다. 앤드루와 제러미는 상품이 아닌 음식을 기부하게 된 배경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밀셰어가 사람들로 하여금 다른 불우이웃을 돕게 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음식을 사먹는 일은 사람들이 이미 매일 하고 있는 행동이기 때문이죠. 어차피 먹는데 불우이웃을 돕고 싶지 않을 이유가 뭐가 있겠어요?”
식사 기부 활동.
밀셰어는 캐나다 전역에 위치한 다양한 레스토랑들과의 제휴를 통해 향후 3년 이내 말리(the Republic of Mali)에 있는 초등학교에 점심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4,000여 명의 초등학생들에게 단순히 먹거리만 전달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지역 농부들로부터 직접 식재료를 공급받아 현지에서 조리하는 과정을 거치는 등, 결과적으로 지역사회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다.
한 끼의 식사 기부가 별것 아닌 것처럼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엔 지역사회, 더 나아가 전 세계에 거대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뉴욕타임스(The New York Times)>의 마누 조지프(Manu Joseph)는 말했다. “한 끼의 건강한 식사를 하는 것만으로도 가지지 못한 사람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앞선 출발선에서 시작하는 것이다”라고 말이다.
최근 전 세계 기업들의 경영 화두 중 빠질 수 없는 것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이다. 소비자들은 이제 무언가를 구매할 때(심지어 먹을 때까지도) 해당 기업이 사회적 의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지 확인한다. 빈곤, 결식 같은 사회적 이슈를 마케팅의 소재로 활용하여 착한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인간 심리에 호소함으로써, 브랜드 경쟁력까지 강화한다는 것은 얼마나 효과적인 전략인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에 대한 소비자의 우호적인 인식은 자연스럽게 기업에 대한 충성도로 연결된다. 우리나라의 기업들도 이러한 사실을 인식하고, 장기적 측면에서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착한 아이디어’를 고심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글 오진영 | 밴쿠버 무역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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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한국이 열광할 12가지 트렌드 전 세계 85개국에 흩어진 KOTRA의 주재원들은 2015년 한 해 지구촌 곳곳에서 새롭게 떠오른 시장과 소비자들을 사로잡았던 상품과 서비스, 기발한 소비자들을 목격하고 취재한 정보를 담은 책. 주재원들이 직접 각 나라의 시장에서 뜨고 지는 상품을 접하며 그 나라 소비자들과 호흡하고 있기 때문에 그 누구보다 세계의 지금을 정확하고 생생하게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