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을 소령. 방금 전 도착했습니다."
"도착하자마자 쉴 틈도 없이 불러서 미안하네만. 앉게."
한가을소령은 검은색과 붉은 색의 조화로 이루어진 계량한복을 과시라도 하듯이 군더더기없는 걸음걸이로 걸어가서 자리에 소리 없이 앉는다.
그리고 등뒤에 매고있던 환도가 걸리적거리는지 풀어서 책상 위에 올려놓는다.
그리고 한지연에게 명령을 내렸던 대장이 서류를 보여준다.
하지만 한지연에게 보여주었던 서류와는 사못 다르다.
"잘 알다시피 우리 국군에서는 양산형 의체와도 같은 타일런트의 생산 밑 연구를 위해 심혈을 기울여왔으나, 시체에 T-바이러스를 넣자마자 마치 '바이오 하자드'처럼 좀비들만 대량으로 발생해 버렸어."
한가을은 가만히 서류를 넘기다가 환도를 들고 다시 일어난다.
역시 소리 없는 움직임 이였다.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제주도로 가서 처리하면 돼는 겁니까."
"아니. 조금 다르다만."
한가을소령은 저쪽에서 임무가 다르다고 말한 대장을 응시한다.
"일단 우리는 모든것을 이연형 중장의 책임으로 돌리며 국군 전체의 책임만은 피하려 하고 있지만 힘들 것 같네."
"그러면 이연형중장을 제거하고 모든게 이자의 책임이라 덮어 씌우란 것 입니까?"
"그렇지. 그리고 우리가 제주도라고 위치를 속이고있었지만. 사실은 엎어지면 해남군과 가까운 거리에 있는 진도라는 건 아나?'
"몰랐습니다."
한가을중령은 지루하단 눈빛 이였지만, 하나도 놓치지 않고 듣고있었다.
"우리는 진도를 패쇠시켜 버릴걸세."
"그렇습니까."
"그건 참고사항으로 알아두고, 내가 하고싶었던 말은 그럴 일이 일어날 확률은 거희 없지만.......한지연중령이 감정을 되찾게 된다면........죽여버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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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두명이다.
감정을 지니고있는 나와 감정이란 것이 없는 나.
단지 강력한 최면으로 감정이 없는 내가 육체의 결정권을 쥐고있을 뿐 이였다.
그렇지만 감정이 있는 '나'는 마지막 남은 힘까지 내어서 내가 사람을 죽이는 것 만큼은 못하게한다.
나도 사람을 죽이는 것은 싫다.
그냥 난 사라지고 감정을 지닌 '나'에게 육체를 줘버리고 싶다.
하지만 그때는.....말아먹을 최면이 끝마칠 때.
오늘, 한 소녀를 죽일 수 있었으나. 난 죽일 수 없었다.
-한지연 내부의 내가, 속에서 혼잣말로 하는 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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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계속 따라올 것인가?"
"따라가면 안돼요?"
한지연중령은 '할말 없음' 이란 표정으로 멈춰 섰다.
"약 2시간 내의 거리에 사람 두 명 존재. 사람이 가작 적은 지역. 캠프에 최적화, 숲 지형이라 습격의 위험 다소 있음"
한지연중령은 싸늘하게 말한 뒤 이청은에게 걸어간다.
"여기 있어라."
그리고 한지연중령은 숲 속으로 걸어가면서 땔감으로 쓰려면 얼마나 많은 나뭇가지가 필요할지, 그리고 저 소녀의 가방 속에 있는 식량과 자신의 식량으로 얼마나 더 버틸수 있을지 계산한다.
"따라오지 말라고 하지 않았는가."
이청은은 자신을 내버려두고 도망칠까 불안했던 건지 한지연중령 뒤를 밟고있었다.
"내가 도망갈 것 같아서 그러는 건가."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이는 이청은에게 손에 6개의 물건을 쥐어준다.
50cm보다 조금 더 짧아 보이는 일본도 같은 형식의 칼 두 자루에 손바닥만한 나이프 두 자루, 그리고 리볼버 두자루.
"내 무기들이다. 이것들이 없으면 싸울 수 없으니 도망 갈 수도 없다."
한지연중령의 무기는 손에 쥔 반자동 저격총 한 자루뿐, 나머지무기는 이청은이 가지고있었다.
"가만히 기다려라. 가만히 그곳에 있으면 30분간은 습격 당하지 않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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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령님! 낙하준비 돼셧습니까!"
소리를 치면서 묻는 헬기조종사에게 고개만 끄덕여 대답했다.
흩날리는 치맛자락과 검고 긴 머리가 너무나도 아름다워 보인다.
좀 웃으면 굉장히 귀여울 것 같은데, 라고 조종사는 잠깐 망상을 하다가 뛰어내리라는 신호를 했고, 한가을소령은 한치의 오차도 없이 낙하했다.
"중령님에 이어 소령님까지.....차세대 전투1중대는 사령탑이 없는걸까."
조종사의 한마디.
사령탑이 없음은 그부대가 해산하거나 편입됌을 뜻한다.
둘중 한명 이라도 살아 올수는 있으나 저 섬에 들어간 이상은 불가능하다, 라고 조종사는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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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쳇....내려오자마자, 귀찮아 졋군."
한가을중령의 한마디.
한가을중령 주위에는 약 10명정도의 사람들이 자신에게 각종 총기류를 들고있었다.
어이없게도, 베틀로얄에 참가한 사람 중 몇 명이 모여서 만든 의병들 같은 것이 모여 있는곳에 낙하해 버린 것 이였다.
"하지만, 상대가 너무 나쁘군......재수없는것들"
한가을소령이 낙하산과 몸을 연결하는 벨트를 풀고 눈에 보이지도 않을 속도로 환도를 뽑았다.
즉시 총들이 저마다 총성을 내면서 한가을소령에게 총알을 날렸으나 왼손에 있던 칼집으로 총알중 몇 개를 쳐버리고 1초도 되지 않아 좌측에 있는 두명의 목을 날려버리고 자신의 우측에 있는 사람을 노려 자세를 낮추어 들어가서 옆구리부터 어깨까지 베어냈다.
총알은 충분히 빨랐으나. 흑발의 무궁화의 속력을 따라가는 것은 무리였던 듯. 계속 땅에 헛박혔다.
어쩌다가 맞추는 것은 칼집에 의해 엉뚱한 곳으로 튕겨져 날라가 버렸다.
그렇게 순식간에 9명의 시체가 주위에 나뒹굴었다.
1명은 도망간건지, 보이지않았다.
"귀찮군."
그렇게 말하는 한가을의 계량한복에는 핏방울 하나도 묻어있지 않은. 깨끗한 자태였다.
그러나 환도에는 다량의 피가 묻어 선명히 칼에 새겨진 글씨를 나타냈다.
-현무-
"현무도는, 조금 있다 닦아낼까."
한가을은 그렇게 말하면서 시체를 아무렇지도 않게 쳐다보더니 이내 사라져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