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의 명승지
마닐라(Manila)
세계에서 가장 좋은 항만으로 일컬어지는 마닐라만(灣)에 임한 항구도시로, 시가지는 파시그강(江)을 끼고 그 남북으로 펼쳐진다. 북쪽에 비옥한 중부 루손 평야를, 남쪽에 남부 루손의 화산성 저지를 끼고 있다.
1571년 에스파냐 총독 레가스피가 점령한 이후 에스파냐의 식민지 지배의 근거지가 되었고, 그 후 19세기 중엽까지 마닐라는 ‘동양의 진주(眞珠)’로서 에스파냐의 대(對)아시아무역 거점이 되고 극동에서의 가톨릭 권력의 중추가 되기도 하였다. 당초에는 파시그강 하구 남안(南岸)에 건설된 성곽도시 인트라무로스를 중심으로 하여, 주변에 필리핀인 ·중국인이 취락을 형성했던 비교적 작은 도시로, 성벽 안에 총독부·가톨릭 각파 교단본부·교회·상관(商館) 등이 있고, 에스파냐인은 대개 그 안에 거주하였다.
1834년 마닐라항이 개항된 뒤 점차 국제무역이 성해지고, 시가지도 확장되어 19세기 말에는 인구 20만이 넘는 대도시로 성장하였다. 1898년 미국·에스파냐 전쟁의 결과 미국령이 된 뒤, 미국의 대(對)아시아 정책의 거점으로서 항만시설의 근대화, 도시계획의 실시, 전기·가스·수도 등의 시설이 이루어져, 식민지 특유의 단일(單一) 거대도시로서 발전하였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는 일본군에 점령되어 시가지의 80%가 파괴되기도 하였으나 복구되었다. 필리핀이 독립한 뒤 1948년 북쪽에 인접한 케손시티로 수도가 옮겨졌으나, 1975년 11월 마닐라·케손 등 수도권 4개 시와 인접지역을 통합한 대(大)마닐라시(Metropolitan Manila)가 발족하여 다시 수도가 되었다.
마닐라는 필리핀제도 각지의 수출용 농작물, 즉 코코넛·마닐라삼·사탕수수·잎담배 등을 모아 정제·가공한 뒤 수출하는 가공업이 발달해 있다. 또한, 코코야자유 제조·제당·정미(精米) 등을 비롯하여 면직물·양조·고무·레더·담배·페인트 등 제조공업이 성하여 필리핀 공업생산의 53%를 차지한다. 근래 공업화 추진정책에 따라 동부 교외에 새로운 공업지대가 건설되고 있다.
파시그강 좌안의 산니콜라스·비논도·퀴아포·산타크루스가 비즈니스 중심가를 이루고, 쇼핑센터인 리살 가로(街路)도 여기에 있다. 그 북쪽에 인구가 과밀한 저소득층의 주택가 톤도 지구가 이어진다. 동양 최고(最古)의 대학인 산토토마스대학(1611년 설립)을 비롯한 교육기관이 집중되어 있는 곳은 삼팔록 지구이고, 옛 총독 관저이자 현재의 대통령관저인 말라카냥 궁전(1863년 건립)은 산미구엘 지구에 있다. 파시그강 좌안의 인트라무로스는 제2차 세계대전 때 파괴가 심하여, 허물어지다 남은 성벽이 겨우 옛 모습을 알게 할 정도이다. 그 남쪽으로 이어지는 에르미타 지구·말라테 지구는 관청가·호텔 거리로, 리살 공원과 해안을 낀 아름다운 로하스 대로가 남쪽으로 달린다. 그 동쪽의 파코 지구·산타아나 지구는 중류층의 주택가이다. 마닐라항(港)은 파시그강 하구를 사이에 두고 북항과 남항으로 나뉘며, 내항선과 외항선이 접안한다.
세부(Cebu)
길이는 216km이다. 최대 너비 35km, 최고점 500∼800m의 구릉성 산지로 구성되어 있다. 필리핀에서는 인구가 가장 조밀한 섬으로 일찍부터 개발되어 13세기경부터 중국·타이 등과 교역을 하였다. 포르투갈의 탐험가 F.마젤란이 세계일주 도중에 태평양 방면에서 최초로 상륙했던 섬이다.
산림지대는 불과 11%로 대부분이 경지화되어 토지의 이용도가 높으나 강수량이 비교적 적기 때문에 옥수수 경지면적의 77%를 차지하고, 그 밖에 코코야자·사탕수수·마닐라삼 등이 재배된다. 옥수수를 사료로 돼지와 닭도 많이 기른다. 인구가 조밀하여 2세기 전부터 남쪽에 있는 민다나오섬 북안 일대로 이주해가고 있다. 지하자원이 풍부하며 필리핀 최대의 톨레도 동광(銅鑛)을 비롯하여 석탄도 많이 생산된다.
보라카이섬(Boracay Island)
길이 7㎞, 너비 1㎞의 산호섬이다. 열대기후로 연평균기온이 26∼27℃이며, 우계(6~11월)와 건계(12~5월)가 있다. 1970년대에 독일과 스위스의 여행자들이 발견하였다. 초기에는 유럽인들이 주로 방문하였는데, 이후 고운 모래와 깨끗한 해변으로 널리 알려져 세계적인 휴양지가 되었다. 화이트비치·푸카쉘비치 등 약 12개 해변이 있다. 각종 해양 스포츠와 승마·골프 등 레저 시설이 갖추어져 있으며, 1년 내내 다이빙을 할 수 있다. 섬에서 사용하는 교통수단으로 오토바이나 자전거를 개조한 트라이시클이 있다.
비간(Vigan)
바기오에서 북쪽으로 140km 정도 떨어진 남중국해 연안에 있다. 코르디예라중앙산맥에서 흘러드는 강어귀 북쪽에 자리한다. 1572년 세워진 오래된 도시로, 창설 당시의 도로가 아직도 남아 있다. 주변 지역에서는 잎담배 재배가 성하다. 마닐라로 연결되는 루손섬 북부의 순환간선도로가 지난다.
바나웨(Banawe)
이푸가오주의 바나웨 지방은 199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계단식 논으로 유명한 곳이다. 이것은 필리핀의 자랑이자 세계의 8대 불가사의로 널리 알려져 있다. 계단식 논은 이곳의 원주민인 이푸가오족이 2,000여 년의 세월 동안 일구어낸 것으로 산비탈에 끝없이 펼쳐져 있는 등고선식 논이 볼 만하다. 이 지방의 논두렁을 모두 이어 놓으면 약 2만km로 지구를 반 바퀴 도는 거리라고 한다.
바기오(Baguio)
코딜레아 산맥의 줄기 해발고도 1,500m에 위치한 바기오는 연평균 기온 17.9℃를 유지해 필리핀 사람들에게 여름 휴양지로 널리 알려져 있다. 주로 미군의 휴양지로 개발되었던 이곳에 여전히 시설들이 남아 있다. 특히 예전에 미군이 사용하던 캠프 존 헤이(Camp John Hay)가 개명된 클럽 존 헤이(Club John Hay)에는 세계적 수준의 18홀 골프코스와 스케이트장, 볼링장, 테니스 코트, 음식점이 있다. 시 중심에 있는 번헴 공원에서 각종 축제가 열리며 스케이트장과 자전거도로가 아름다운 꽃밭 사이로 통한다.
한 때 금·은 등의 광물이 많이 발굴되던 마인스 뷰 공원(Mines View Park)에 각종 수공품, 바구니, 실물 크기의 나무조각상 같은 특산품을 판매하는 토산품점이 있다. 바기오 성당에서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도교 사원인 벨 교회에서 동양의 흥취가 물씬한 건축물, 탑, 용 장식을 볼 수 있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성직자들이 불교·도교·유교·기독교를 모두 신봉한다는 것이다. 바기오에는 미국의 웨스트 포인트와 흡사한 사관학교가 있다. 시내 중심부의 세션 로드는 상업 중심지이자 여흥을 즐길 수 있으며, 지역 문화를 섭렵할 수 있는 곳이다. 바기오는 마닐라에서 북쪽으로 245km 떨어져 있dmau, 항공편으로 45분 소요된다.
타가이타이(Tagaytai)
마닐라에서 남쪽으로 약 64㎞ 떨어져 있다. 평균 해발고도가 700m에 이르며, 해발고도 300m인 활화산 타알산이 솟아 있다. 타알산은 1572년 이후에 25차례나 분화하였다. 1965년에 분화하였을 때는 약 2,00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였다. 정상의 분화구에 생긴 타알호는 가장 넓은 곳의 너비가 24㎞에 이르는데, 필리핀에서 세번째로 큰 호수이다. 이 호수의 안쪽에 화산섬이 있고, 여기에 또 옐로호(湖)라 불리는 분화구가 있다.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코레히도르섬(Corregidor Island)
면적 5㎢, 최고점은 194m이다. 바위가 많고, 북쪽의 바탄반도와 너비 5.7km의 해협을 사이에 두고 마닐라 방위의 요충을 이룬다. 18세기에 에스파냐가 요새를 구축하였으며, 20세기 후로는 미군의 군사 기지로 강화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 때(1942) 미군과 일본군 사이의 공방전 끝에 일본군이 점령하였으나, 1945년 2월 미군이 필리핀 반격작전에 의하여 재탈환하였다. 전적지(戰跡地)로서 관광의 대상이 된다.
민도로섬(Mindoro Island)
필리핀 제도 중 7번째로 큰섬이며 행정적으로는 민도로옥시덴탈주(州:주도 맘부라오)와 민도로오리엔탈주(州:주도 칼라판)로 나뉜다. 중앙부는 높고 험준한 산들이 남북으로 뻗어 섬을 동·서 2주(州)로 양분한다. 최고봉은 할콘산(2,585m)이다. 서해안은 비가 많아 연 평균강수량이 3,000mm 이상에 이른다. 건기와 우기가 뚜렷한 데에 비하여 동해안에서는 뚜렷한 건기가 없다.
더구나 모로족(族)의 거듭되는 습격과 말라리아가 개발을 지연시켜 20세기에 들어와서 루손섬 등 부근의 섬들로부터 이주자가 모여들었다. 연안저지는 현재 그리스도교도인 필리핀인이 거주하며 비옥한 해안평야에서 쌀·코프라(코코스야자)·마닐라삼·옥수수·사탕수수·과실류 등을 생산한다. 내륙부에서는 아직도 화전경작이 이루어지고 있으나, 석탄·대리석·황·금 등을 산출하며 목재업도 성하다.
주민은 타갈로그족으로 대부분이 해안평야에 거주하나, 그 밖에 비사야족이 남부평야에, 기타 미개 부족이 내륙오지에 거주한다. 북부해안의 푸에르토갈레라에는 필리핀대학 부설 해양생물연구소가 있고, 남서해안의 산호세에는 필리핀 최초의 근대적 제당공장이 있다.
보홀섬(Bohol Island)
주도(主都)는 타그빌라란이다. 행정적으로는 보홀주(州)를 형성한다. 대체로 타원형이며, 최고점이 800m에 지나지 않으나, 지형적으로는 열대 석회암 산지의 침식으로 생긴 수백 개의 건초퇴구(乾草堆丘:Haycock Hills)가 분포되어 있다. 농업도 활발하며, 쌀·사탕수수·잎담배·옥수수 등이 재배된다. 또 가내공업으로 만들어지는 바나나 또는 종려나무의 섬유에 의한 직물이 유명하다.
엘 니도(El Nido)
엘 니도는 스페인어로 '제비 둥지'라는 뜻이다. 섬 주변을 에워싼 절벽 틈새에 제비들이 둥지를 짓는다. 원주민들이 제비집을 따서 생계를 유지하기도 한다. 엘 니도에는 신혼여행지로 각광받는 미니록 아일랜드 리조트, 팡굴라시안 아일랜드 리조트, 좀 떨어진 아풀릿섬에 클럽 노아 이사벨 리조트가 있다. 마닐라 소리아노공항에서 아침 7시 30분에 출발하는 19인승 경비행기를 타면 엘 니도 공항까지 1시간 15분 걸린다. 여기서 방카를 타고 40분 정도 가면 리조트에 도착한다. 클럽 노아 이사벨은 반대편 공항에서 내려 지프니로 30분, 방카로 30분 더 간다. 공항에서 리조트로 이동하는 방카는 절경의 섬과 섬 사이를 지난다. 섬 일주관광, 낚시, 스노클링, 스킨스쿠버를 포함한 수상스포츠는 빼놓을 수 없다.
민다나오섬(Mindanao Island)
동쪽은 필리핀 해구, 서쪽은 술루해, 남쪽은 셀레베스해, 북쪽은 민다나오해로 둘러싸여 있으며, 해안선의 굴곡이 심하다. 섬의 지형도 매우 복잡하며, 동쪽 해안을 따라 뻗은 디우아타산맥, 중앙부의 민다나오 고지, 서쪽의 삼보앙가 반도, 중앙 북부에 펼쳐진 부키드논 대지와 라나오 고지 등이 섬의 골격을 이룬다. 아구산강·코타바토강 유역에 평야가 펼쳐지고 다바오만(灣)·모로만을 비롯하여 크고 작은 만과 포구가 많다. 또 필리핀의 최고봉인 아포산(2,954m)을 비롯하여 많은 화산이 있다. 태풍권에서 벗어난 고온다습한 열대성 기후이다.
본래 이 섬은 필리핀 이슬람교도들이 살던 곳이었는데, 미국 통치하에서 북쪽으로부터 그리스도교를 믿는 필리핀인이 많이 이주해 와 선주민은 오지 쪽으로 밀려났다. 이것이 오늘날의 이슬람교도 문제의 발단이 되었다. 이 섬은 마닐라삼 생산과 광물 채굴 등으로 20세기 초에 겨우 개발되기 시작하였다.
연안평야가 비옥하여 쌀·코코야자·마닐라삼·파인애플·바나나·커피 등의 농작물 재배가 성하다. 또 필리핀에서 벌채되는 대부분의 상업림(商業林)이 이 섬에 집중해 있어 산지에서는 목재 산출이 많다. 지하자원으로는 석탄·철·금·망간·크롬·석영 등이 풍부한데, 특히 북부의 수리가오 철광산이 유명하며, 일리간에는 전기제강(電氣製鋼)·비료·카바이드(탄화물) 등의 공장이 있다. 주요수출품은 코프라(코코스야자)·마닐라삼·목재·파인애플 등이다. 북·동해안 지대에는 비사야족이 많고 서해안지대에는 모로족이 많으며, 오지에는 부키드논·바고보·만다야 등 여러 종족이 있다. 주요도시로는 다바오·삼보앙가·카가얀데오로·코타바토·수리가오·부투안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