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szt - Annees De Pelerinage, Premiere Annee - Suisse S160 (1836-55)
리스트 - 순례의 해 1년 - 스위스 S160
Franz Liszt [1811 ∼ 1886]
Leslie Howard - Piano
전체 이어듣기
1. Chapelle de Guillaume Tell 윌리엄 텔의 성당
2. Au lac de Wallenstadt 발렌슈타트의 호수에서
3. Pastorale 파스토랄
4. Au bord d'une source 샘가에서
5. Orage 폭풍
6. Vallee d'Obermann 오베르만의 골짜기
7. Eglogue 목가
8. Le mal du pays (Heimweh) 향수병
9. Les cloches de Geneve - Nocturne 제네바의 종
<순례의 해>는 총 3권으로 이루어진 모음곡이다. 리스트가 다구 백작부인과 함께 스위스와 이탈리아로 사랑의 도피를 떠났을때 썼던 곡을 바탕으로 개정한 곡이며, 리스트의 작품들 중 가장 중요한 곡 중 하나이다.
1835년 가을에 문을 연 제네바 콘서바토리는 앙리 부인과 피에르 볼프를 각각 여학생과 남학생을 맡아줄 피아노 교수로 채용한다. 그러나 리스트가 제네바에 도착해 총장인 프랑수아 바르톨로니에게 “수업이 무료로 진행되는 조건으로” 급여를 받지 않고 학생을 가르치며 콘서바토리를 위한 피아노 교본을 써주겠다 제안하였고, 유명인과 같이 일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던 앙리 부인은 교수 자리에서 물러난다. 1836년 1월 볼프는 러시아로 떠났고 리스트는 그의 자리를 알캉에게 넘겨주자고 제안하였지만 이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1836년 여름 리스트 역시 교수직에서 물러났고, 바르톨로니는 그에게 금시계와 체인을 선물하였다. 또한 리스트는 제네바 콘서바토리의 명예 교수로 임명되었다.
<Album d’un voyageur>(여행자의 앨범), S156의 대부분 작품은 이 시기에 쓰였다. <여행자의 앨범>이라는 제목은 제목은 조르주 상드의 <Lettres d’un voyageur>(여행자의 편지)에서 착안한 것으로 보인다. 리스트의 여행자의 앨범은 “인상과 시”, “알프스의 선율적 꽃”, “패러프레이즈”의 세 파트로 구성되어있는데 이들은 리스트가 스위스에 머무르면서 받은 영감으로 인해 만들어진 곡들이다. 당시 이 곡들을 출간하며 리스트는 악보 서문에 다음과 같이 이야기 했다.
최근에 새로운 도시들을 여럿 여행하면서
색다른 풍경과 역사와 예술의 향기가 배어있는 곳을 돌아보게 되었고
다양한 자연의 현상과 그 발생과정을 느끼면서
내 눈 앞에 펼쳐지는 것은 허상이 아닌
내 영혼에 깊은 감동을 주는 자연의 예술 그 자체였다.
그리고 이런 느낌들은 확실치는 않지만 직접적이고 진정한 친밀감을 주었고
이것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하나의 대화였다.
- 나는 내 마음 속에서 강렬하게 솟아나는 이 느낌과
가장 생생하게 다가오는 감동을 음악으로 나타내고 싶은 생각으로 가득 찼다.
이것을 보면 리스트가 스위스에서 얼마나 많은 영감을 받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이렇게 탄생한 곡들의 목록은 아래와 같다.
여행자의 앨범
I. Impressions et poesies 인상과 시
1. Lyon 리용
2a. Le Lac de Wallenstadt 발렌슈타트의 호수에서
2b. Au bord d'une source 샘가에서
3. Les cloches de G***** G***** 의 종
4. Vallee d'Obermann 오베르만의 골짜기
5. La Chapelle de Guillaume Tell 윌리엄 텔의 성당
6. Psaume 시편
II. Fleurs melodiques des Alpes 알프스의 선율적 꽃
7a. Allegro 빠르게
7b. Lento 느리게
7c. Allegro pastorale 빠르고 목가적으로
8a. Andante con sentimento 느리고 감정적으로
8b. Andante molto espressivo 느리고 매우 표현하여
8c. Allegro moderato 빠르게
9a. Allegretto 조금 빠르게
9b. Allegretto 조금 빠르게
9c. Andantino con molto sentimento 느리고 매우 감정적으로
III. Paraphrases 패러프레이즈
10. Improvisata sur le Ranz de Vaches de Ferd 랑 드 바슈에 의한 즉흥곡
11. Un soir dans les montagnes 산의 저녁
12. Rondeau sur le Ranz de Chevres de Ferd 랑 드 셰브르에 의한 론도
리스트는 한번 지은 곡들을 몇 번에 걸쳐 개작하는 습관이 있었는데 한 예로 그의 <초절기교 연습곡>은 1826년, 그가 15살 때 지은 곡을 1837년과 1851년에 두 차례에 걸쳐 개정한 끝에 탄생하게 된 곡이다. 리스트의 주요 작품들은 이와 같이 서로 다른 판본을 가질 때가 많은데 그의 <라코치 행진곡>과 같이 6개 이상의 판본이 있는 곡도 있다.
리스트는 이 곡들을 1848년과 1854년 사이에 대대적인 개정작업을 통해 <Années de pèlerinage, première année, Suisse>(순례의 해, 첫 번째 해, 스위스), S160이라는 곡집으로 재탄생 시킨다. 리스트는 이 개정판을 만들면서 초기 작품의 출판업자인 Tobias Haslinger에게서 “여행자의 앨범”의 출판권과 인쇄권을 사들인 후에 작품집 카탈로그에서 이 작품들을 빼버린다.
순례의 해, 첫 번째 해, 스위스
1. Chapelle de Guillaume Tell 윌리엄 텔의 성당
2. Au Lac de Wallenstadt 발렌슈타트의 호수에서
3. Pastorale 파스토랄
4. Au bord d'une source 샘가에서
5. Orage 폭풍
6. Vallee d'Obermann 오베르만의 골짜기
7. Eglogue 목가
8. Le mal du pays 향수병
9. Les cloches de Geneve 제네바의 종
리스트는 <여행자의 앨범>을 개정하면서 <알프스의 선율적 꽃>의 곡들을 대부분 삭제했으며 <리용>, <시편> 등의 곡 역시도 삭제하였다. 물론 삭제만 한 것은 아니고 <여행자의 앨범>을 개정한 작품이 아닌 곡들도 있다. 바로 5번 <폭풍>과 7번 <목가>이다. 나머지 작품들은 대대적인 개정을 거쳐 현재의 형태로 완성되었다. 다만 2번 <발렌슈타트의 호수>는 이전 작품과 개정이후가 거의 차이가 없는 작품이다.
1.윌리엄 텔의 성당
여행자의 앨범 중 동명의 곡을 개정한 곡이다. 개정과정에서 서주가 삭제되고 새로운 부분이 추가되는 등, 서로가 주선율 외에는 거의 다른 곡으로 들리는 곡이다. 리스트는 곡의 시작에 ‘하나는 모두를 위해, 모두는 하나를 위해’ (Einer für Alle- Allen für Einen) 라는 글귀를 써놓았는데 마치 이 곡, 혹은 이 곡집의 전체를 대변하고 있는 듯한 말이다.
2. 발렌슈타트 호수에서
리스트는 다구 백작부인과 스위스의 호수에서 보트를 타곤 했다. 보트를 타며 리스트는 아름다운 폭포와 산, 그리고 호수를 보며 이 곡의 영감을 받았다고 합니다. 드물게도 이 곡은 개정 전과 이후가 거의 차이가 없는 곡이다. 영국의 유명 시인 바이런의 <차일드 해롤드의 순례>의 일부가 인용되어있다.
… thy contrasted lake,
With the wild world I dwelt in, is a thing,
Which warns me, with its stillness, to forsake
Earth’s troubled waters for a purer spring.
…호수여,
너는 얼마나
내 살아온 어지러운 세계의 반대편에 있는가.
너의 정적은 나에게 거친 세상의 물결을 버리고 보다 깨끗한 샘에 오라고 한다.
마리 다구는 이후 자신의 회고록에서 이곡에 대해 다음과 같이 썼다.
발렌슈타트 호숫가는 우리를 오랫동안 붙들어 놓았다. 프란츠는 나를 위해 물결의 탄식과 노의 율동을 묘사한 구슬픈 곡을 써주었는데, 나는 이를 들을때마다 눈물짓지 않을 수 없었다.
3. 파스토랄
<알프스의 선율적 꽃> 중 세 번째 곡을 개정한 곡으로, 개정하면서 곡의 대부분을 삭제하였고 조성도 바꾸었으며 중간에 새로운 선율을 삽입하여서 전과는 느낌이 매우 다른 곡이 되었다.
4. 샘가에서
이후 라벨의 <물의 유희>를 예언하는듯한 곡으로, 투명한 샘이 바람에 일렁이는 듯한 모습이 떠오르는 이 곡 역시 <여행자의 앨범>에 있는 동명의 곡을 개정한 곡이다. 리스트는 첫 서두에 다음과 같은 쉴러의 시 <도망자>의 일부를 인용해 놓았다.
In säuselnder Kühle
Beginnen die Spiele
Der jungen Natur
추위가 여전히 속삭이는 가운데 새로운 자연의 움직임이 꿈틀대기 시작한다.
5. 폭풍
리스트는 많은 작품에서 폭풍우와 유사한 패시지를 써왔지만, 폭풍이라는 단일 주제를 묘사한 곡은 이 곡이 유일하다. 이 곡의 서주는 리스트가 ‘저주’라 이름붙인 바 있는 현악기와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혹은 피아노 6중주)의 서주와 매우 유사한 모습을 보이다. 이 곡 역시 바이런의 시가 인용되어있다. <여행자의 앨범>과 전혀 관계가 없고 1855년에 새로 쓰인 곡이다.
But where of ye, O tempests! is the goal?
Are ye like those within the human breast?
Or do ye find, at length, like eagles, some high nest?
그러나, 오, 폭풍이여, 그대가 향하는 곳은 어디인가?
사람의 품 안에 안긴 그들과 같단 말인가?
아니면 그대, 독수리와 같이 높은 둥지를 찾으려 하는가?
6. 오베르망의 골짜기
이 곡집 중 가장 중요한 곡을 꼽으라면 바로 이 곡을 이야기 할 수 있다. 이 곡은 스위스의 풍경보다는 세낭쿠르의 소설 <오베르망>의 영향을 받은 곡이다. 두 개의 서로 다른 판본 사이에 많은 수정이 있었고, 이후 피아노 트리오로도 편곡하는 등 리스트가 많은 애정을 쏟아 부은 곡이다.
Que veux-je? que suis-je? que demander à la nature? … Toute cause est invisible, toute fin trompeuse; toute forme change, toute durée s’épuise: … Je sens, j’existe pour me cunsumer en désirs indomptables, pour m’abreuver de la séduction d’un monde fantastique, pour rester attérré de sa voluptueuse erreur.
(Obermann-Lettre 63.)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 나는 무엇인가? 나는 자연에게 무엇을 물을 수 있는가? … 모든 원인은 보이지 않고, 모든 끝은 거짓되었다; 모든 형태는 변하고, 모든 지속에는 끝이 찾아온다. … 나는 느낀다, 존재한다, 오직 길들일 수 없는 욕망의 먹이가 되기 위해서, 오직 관능적인 환상에 함락되기 위해서.
Indicible sensibilité, charme et tourment de nos vaines années; vaste conscience d’une nature partout accablante et partout impénétrable, passion universelle, indifférence, sagesse avancée, voluptueux abandon; tout ce qu’un cœur mortel peut contenir de besoins et d’ennuis profonds, j’ai tout senti, tout éprouvé dans cette nuit mémorable. J’ai fait un pas sinistre vers l’âge d’affaiblissement; j’ai dévoré dix années de ma vie.
(Oberman-Lettre 4.)
헛된 우리 삶의 기쁨과 고통과 같은 형언할 수 없는 감정, 압도적이고 헤아릴 수 없는 자연에 대한 깊은 의식; 무한한 열정, 무르익은 지혜, 무아지경속의 망아, 인간의 심장이 담을 수 있는 모든 욕망과 깊은 권태감을, 나는 그 잊을 수 없는 밤에 모두 느끼고, 경험하였다. 쇠약의 시기로 나는 불길한 걸음을 옮겼다; 나는 내 삶의 10년을 허비해버렸다.
Could I embody and unbosom now
That which is most within me,—could I wreak
My thoughts upon expression, and thus throw
Soul, heart, mind, passions, feelings, strong or weak,
All that I would have sought, and all I seek,
Bear, know, feel, and yet breathe—into one word,
And that one word were Lightning, I would speak;
But as it is, I live and die unheard,
With a most voiceless thought, sheathing it as a sword.
지금이라면 내 마음 가장 깊은 곳에 있는 것들을
드러내어 털어놓을 수 있을까
내 생각들을 표현으로 쏟아낼 수 있을까
그리하여 한마디의 말에 담아낼 수 있을까
내가 갈구했을 법한 모든 영혼과 마음, 정신 열정, 감정을, 강하든 약하든,
또한 내가 찾고 견뎌내고, 알고, 느끼고, 그럼에도 호흡하는 그 모든 것들을
만약 그 한마디가 번개라면, 나는 말할 수 있겠지
하지만 지금 이대로라면, 나는 살다가 죽겠지
들을 수 없는 생각으로 남은 채,
칼집으로 씌운 칼처럼 가장 소리 없는 생각으로 감싼 채
7. 목가
편안한 분위기의 곡으로, <폭풍>처럼 역시 <여행자의 앨범>과는 관계가 없지만, 이미 1836년에 쓰여졌다. 리스트는 이 곡에 오베르만의 골짜기에서 인용했던 시구의 바로 다음을 인용하고 있다.
The morn is up again, the dewy morn,
With breath all incense, and with cheek all bloom,
Laughing the clouds away with playful scorn,
And living as if the earth contain’d no tomb,— …
다시 아침이 왔다, 이슬 젖은 아침,
향기로운 입김과 발그레한 볼로,
구름을 웃음으로 흩어버리고,
지구위에 무덤이란 없는 듯이,— …
8. 향수병
이 곡은 리스트의 자유로운 즉흥기법이 잘 녹아난 곡으로, <알프스의 선율적 꽃>의 두 번째 곡과 1836년 작인 <두개의 스위스 멜로디에 의한 낭만적 환상곡>의 제 2주제를 개정한곡이다.
9. 제네바의 종
역시 <여행자의 앨범>의 곡을 개정한 곡으로, 이전의 제목은 <G***** 의 종>으로, 명백히 현재의 제목과 똑같은 것을 의도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어째서 제네바라는 이름을 감추고 싶어 했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자신의 장녀인 블랑딘에게 헌정된 곡으로 개정 이전에는 바이런의 시구 “나는 내 스스로 살지 못한 채, 내 주위의 일부가 되어버렸다” 를 인용했었지만 이후 삭제되었다.
글 : 김민규
편집 : 임린월
클래식 음악 커뮤니티 "클래식을 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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